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44
제44화
‘일반적인 마기와 달라. 확실히.’
처음.
이 ‘크리스티앙’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한 가지 크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게 있었다.
마도 제국의 모든 명가 중 암흑 마가의 핏줄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암흑 마가는 마도 12 명문가 중에서는 비교적 약체였다.
마도 명문 중 손꼽는 5강은 다음과 같다.
신비 마가.
사령 마가.
흑요 마가.
파괴 마가.
저주 마가.
특히 이 중에서도 신비, 사령, 흑요는 다른 마가와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크리스티앙은 그런 곳이 아닌, 암흑 마가의 핏줄이 된 걸 다행이라고 여겼다.
모두 이 성흑 때문이었다.
‘마인으로서 진정한 초월자가 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힘.’
[암흑 마기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가 있다면, 그자는 마황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리라.]마도 제국에 암암리에 떠도는 이야기였다.
헛소문이 아니었다.
노가주 노르디언도 암흑 마기 모두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만들지는 못했다.
성흑은 한 번 분출될 때마다 일정한 양이 분출된다.
노가주 노르디언이 흡수한 성흑은 그중 8할이 살짝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군주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5강으로 꼽는 파괴 마가의 가주조차 노르디언 앞에서는 한 수 접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고작 8할도 안 되는데 이렇다.
그리고 암흑 마가 태초의 선조.
암흑 마기를 최초로 받아들였다는 그는 무려 9할이 넘는 암흑 마기를 받아들여 서열 3위의 마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 선조조차 10할 전부를 받아들인 건 아니다.
그렇다면, 암흑 마기를 10할 완전히 정복하면?
‘마황조차 능가할 수 있어.’
성흑 덕분에 크리스는 마도 제국의 정점에 서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크리스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성흑에 몸을 날렸다.
순수한 어둠이 감싸 안듯 그를 휘감았고, 그의 모습은 곧 어둠 속에 완전히 잠식되어 사라졌다.
* * *
암흑 마가가 발칵 뒤집혔다.
성흑식의 결과 때문이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탈락.
믿을 수 없게 망나니 크리스티앙이 벌인 일이라고 한다.
“말도 안 돼.”
“로인 도련님이 그 망나니한테 당했다고?”
“방계의 다른 도련님들도 모두 당했다고 해.”
“그게 가능한 일인가?”
마인들은 어안이 벙벙해 떠들었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다.
아무리 뛰어난 이라고 해도 같은 경지의 상대를 대적하는 건 한계가 있다.
그런데 네 명에 달하는 경쟁자를 모조리 홀로 쓰러뜨렸다고?
그것도 그 망나니가?
당연히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속임수를 쓴 것 아니야? 금지된 마도구를 썼다거나.”
“맞아. 그 망나니가 로인 도련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제대로 조사해서 중벌을 내려야 해!”
마인들은 크리스티앙이 당연히 모종의 속임수를 썼다고 생각했고, 흥분하여 처벌을 외쳤다.
그런데 뜻밖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어.”
“!!”
마인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2공녀님!”
십 대 후반 정도 되었을까?
싸늘한 인상의 아름다운 소녀.
2공녀 쥬피엔이었다.
“크리스티앙 그 망나니는 신경 쓸 필요 없어.”
“어, 어째서입니까?”
마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2공녀 쥬피엔과 로인은 친남매로 각별한 사이였다. 둘은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서로를 지극히 아꼈다.
그런데?
“어차피 성지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
“성흑을 그릇에 넘치게 담으려 하고 있으니, 그 끝은 뻔하겠지. 시체도 남기지 못할 거야.”
마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니.’
성흑식 후 벌써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은 여전히 성지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노가주님조차 성흑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으셨어. 그딴 망나니의 그릇이야 뻔하지. 어쩌면 이미 과욕을 부린 대가로 사망한 상태일지도. 더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마인들은 엉거주춤 고개를 끄덕였다.
2~3년에 한 번씩 분출되는 성흑의 양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독점할 수 있는 양도 아니었다.
노가주 노르디언 정도 되는 그릇이니 8할 가까이 흡수할 수 있었던 거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최대한 많이 흡수해봐야 6할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코어가 붕괴해 사망하게 된다.
쥬피엔은 무심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절해 쓰러져 있는 로인을 보러 가는 거다.
‘감히.’
쥬피엔은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로인과 쥬피엔.
둘은 직계이지만,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아버지가 랑함 후작이 아니었다.
둘의 아버지는 연합 놈들과의 싸움에서 전사했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자랐다.
그런데 아끼던 동생이 이런 꼴이 된 거다.
목숨에 지장은 없다고 하였지만, 이제 로인의 미래는 끝이었다.
성흑을 조금도 얻지 못했으니까. 이제 누구도 로인을 직계로 대우해주지 않을 거다.
‘용서할 수 없어.’
쥬피엔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크리스티앙 망나니 놈이 살아 돌아온다면.
대가를 치르게 해줄 거다.
* * *
며칠간의 시간이 추가로 흘렀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은 여전히 성지에서 나오지 않았다.
암흑 마가의 사람들은 크리스티앙이 과욕을 부린 대가로 성지에서 사망했다고 여겼다.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졌다.
“멍청한 놈.”
“그러게 주제도 모르고 욕심을 부리니 벌을 받지.”
단, 한 명.
크리스티앙을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밴시 하녀, 마리였다.
그녀가 망부석처럼 본관을 떠돌며 크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유령은?”
“주인을 기다리나 보군. 어차피 기다려도 오지 않을 텐데, 어리석군.”
“같이 유령이 되는 것도 재밌겠어.”
지나가던 이들이 키득거렸다.
그러자 마리가 휙 그들을 돌아보았다.
마리의 눈동자가 일순 희번덕 빛났다.
[오호호. 닥치…십시오.]“!!”
소름이 오싹 돋아 마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3성 이상의 중급 마인이었다.
하지만 저 밴시의 눈빛을 마주하니 몸이 굳어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밴시 따위가 어떻게 이런 기세를? 일반 밴시가 아닌 건가?’
‘설마, 저 밴시는?’
그때, 마리가 싱긋 웃으며 손으로 그들의 목을 휘감았다.
유령이니 느껴지는 실체는 없었다.
하지만 더 소름이 돋았다.
영혼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콩닥콩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련님을 기다리는데… 자꾸 옆에서 시끄럽게 굴면, 제 순정이 방해받지 않습니까?]“…….”
밴시가 밤에 찾아간다.
영혼을 거두러 간다는 뜻이었다.
마인들은 뻣뻣이 굳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뒤, 마리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크리스티앙을 기다렸다.
하염없이.
* * *
그때, 크리스티앙은 어둠 속에서 끝없이 침전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난 거지?’
모르겠다.
시간관념이 명확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오로지 깊은 어둠.
어떤 오점도, 얼룩도 없이 한없이 순수한.
성스럽기까지 한 어둠이 그를 감쌌다.
하지만 포근한 느낌은 아니었다.
너무 깨끗한 물은 도리어 물고기에게 해롭듯, 오히려 너무나 순수하기에 버거운 느낌이었다.
‘과연, 전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성흑을 흡수하기 시작한 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크리스티앙은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쉽지 않을 거로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더욱 만만치 않았다.
‘6할 정도까지는 어렵지 않았어.’
7할까지도 쉬웠다.
하지만 7할이 넘어가면서 버겁기 시작했다.
왜 노가주 노르디언이 8할에 도달하지 못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7할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부담이 늘어났다. 8할은 아득한 느낌이었다.
8할도 그런데, 9할은? 크리스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10할 전부는?
‘하지만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성흑은 위대한 힘이었다.
일반적인 마기는 흑마법과 마공을 사용하기 위한 ‘연료’였다.
코어에 쌓아두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거다.
하지만 성흑은 코어에 쌓지 않는다. 마기처럼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는 힘도 아니다.
다른 마기와 전혀 효용이 달랐다.
성흑은 소유자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힘.
정확히는 코어에 영향을 주어 마기의 형질을 변화하게 한다.
마기의 속성이 ‘암흑 마기’라 불리는 마기로 변화하는 거다.
‘성흑이 암흑 마기라 불리는 이유이지. 엄밀히 말해 조금 다르지만.’
공교롭게 분출된 성흑의 1할을 받아들이면, 딱, 1할만큼 마기의 형질이 변하게 된다.
2할을 받아들이면 2할만큼.
5할을 받아들이면, 5할만큼.
7할은 7할.
즉, 10할 전부를 받아들이면, 크리스의 마기 속성은 모조리 암흑 마기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암흑 마기는 다른 모든 속성의 마기보다 우위에 선다.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하면 이렇다.
원래 마기의 속성은 여러 종류가 있다.
잿빛, 황빛, 핏빛, 적빛 등등.
각각의 마기마다 적성에 맞는 흑마법과 마공이 있었다. 각자 맞는 적성을 익혀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저주 흑마법은 잿빛 마기를.
혈종술은 핏빛 마기를.
파괴 흑마법은 적색 마기를.
이런 식이다.
만약 맞는 속성의 마기를 익히지 않으면, 기껏해야 5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이다.
높은 경지에 이르는 것도 한계가 있고.
하지만 암흑 마기는 그런 제약이 없다.
암흑 마기는 모든 마기에 우위에 서는 힘.
속성을 무시한다.
어떤 종류의 흑마법이든 마공이든 가리지 않고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암흑 마기의 순도가 높을수록 이런 효과는 강해진다.
만약 5할 정도의 순도를 가지게 되면, 고유 속성의 마기를 익힌 이들과 비교해 70%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6할의 순도일 경우, 80% 정도.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암흑 마기의 순도가 8할에 가까운 노가주 노르디언의 경우, 고유 마기를 익힌 이들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으로 모든 종류의 힘을 쓸 수 있다고 하지.’
8할도 되지 않는데 그러하다.
9할이 넘으면?
도리어 고유 마기를 익힌 이들보다도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10할은?
모른다.
아직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아마 모종의 밝혀지지 않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었다.
확실한 건, 크리스가 마도 제국의 정점에 서려면 이 성흑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활짝 코어를 열었다.
성흑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특별한 게 없었다.
성흑에 몸을 던지면, 성흑이 알아서 코어로 흡수되어 마기의 성질을 변환시킨다.
다만,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을 넘으면 코어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몸이 성흑에 집어삼켜져 죽음을 맞게 되고.
따라서 흡수 도중 한계를 느끼면 바로 밖으로 나오는 게 원칙이었다.
크리스의 경우, 8할을 넘어가니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위험하긴 하지만, 아직이야. 9할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어.’
크리스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크리스가 지닌 그릇이 노가주 노르디언와도 비교조차 할 수 없게 크기에 가능한 일.
문제는 9할 이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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