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2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21화
입장하면서 화환들을 쭉 보던 한 팬은 웃음보가 빵 터지기 직전인 얼굴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러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SNS에 글을 올렸다.
[(사진) 쇼케 화환ㅋㅋㅋ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 묵쌤 화환이 더 앞에 있어서 먼저 봤는데 그옆에 엄청 위풍당당한게 있어서 뭐지했더니 크로니클ㅋㅋㅋㅋㅋㅋ 클클 선배님들 저희 애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속된 인연에서 나오는 호의 최고애요]┗ [애들이랑 크로니클 선배림들이랑 방송에서 한번 만났으면 좋겠어요ㅜㅜ 그리고 한방에 가둬놓고 픽핱막방(a.k.a.아침드라마) 꼬옥 틀어주기]
┗ [아벌써 시끄럽고 준나웃겨욬ㅋㅋㅋㅋ]
┗ [사실 선배님들이랑 저희애들 연차가 하늘만큼 땅만큼 차이나서 애들은 많이 부담스럽겠지만…일단 저희가 즐거우면 됐습니다ㅎㅋㅎㅎ]
픽하트 마지막 방송에서 공개된 묵혜성과 온라온의 예상 밖의 혈연관계는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거기에 묵혜성과 크로니클이 따로따로 화환을 보낸 일화가 ‘친척 중에 연예인만 5명인 한 신인 남돌’이라는 과장 섞인 제목으로 추가되었다.
이후 팬과 지인들이 이거 봤냐며 한껏 즐거워하면서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캡처한 사진을 보내준 덕분에 묵혜성도 멤버들이 자기 몰래 보낸 화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묵혜성은 사귄 지 20년이 다 되었는데도 변함없이 나잇값을 못 하는 멤버들이 짜증스러웠지만.
화환을 보낸 것 자체는 좋은 일이었으니 크로니클 단톡방에 적당히 하라는 엄포를 놓는 것에서 그쳤다.
[나] 작작해 [크로니클 주연호] 싫은데?!불혹이 다 된 남자들의 주책이야 어찌 됐든 다시 쇼케이스장.
“얘들아, 이제 시작이니까 멈추지 말고 달리자. On and on!”
“ORCA!”
반지를 낀 왼손을 한데 모았다가 위로 튕겨 올리며 기합을 넣은 오르카가 스태프의 사인을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8시가 되었다.
무언가 시작될 것처럼 가슴을 쿵쿵 울리는 음악과 함께 무대와 객석을 가로막던 막이 서서히 올라갔다.
막이 오른 무대에 등장한 오르카는 수록곡 ‘환상정원’ 무대와 함께 기다리고 기다리던 팬 쇼케이스의 시작을 알렸다.
희고 푸른 빛을 내는 납작한 모양의 임시 응원봉을 흔들어 빛으로 물결을 만들어낸 관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환상정원’의 안무는 ‘해방’에 비해 한결 가벼운 편이라 멤버들은 여유롭게 핸드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소화해 냈다.
객석을 살피는 스태프들이 있기는 하지만, 촬영 기기를 든 사람들을 모른 척하고 잡아내지 않아서 팬들은 마음놓고 각자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다.
그다음에는 단체 인사와 개별 인사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계속된 토크 도중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는데.
MC 배세일의 질문을 받고 멤버들이 차례대로 팬들 앞에서 데뷔 소감을 말하다가.
갑자기 울컥했는지 강지우가 중간부터 뚝뚝 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강지우는 자타공인 정이 많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막상 정말로 우는 모습은 상상이 어려운 듬직한 맏형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불과 몇 시간 전 미디어 쇼케이스 때 가장 노련하게 멤버들을 챙기던 리더의 눈물에 멤버들은 크고 작게 당황했다.
강지우가 SS 연습생일 때부터 그를 쭉 응원해온 한 팬은 “괜찮아, 괜찮아!”하고 외쳤지만, 정작 자기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리얼리티 등을 통해 그가 거쳐온 연습 기간을 아는 다른 팬들도 “어어어…!”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우가 아까 미디어 쇼케이스 때는 안 울고 잘했거든요. 여러분이 앞에 계셔서 지우 씨가 많이 감동했나 봐요.”
배세일이 스태프에게 티슈를 받아오는 사이 동그래진 눈으로 강지우를 다독이던 반요한이 웃으며 팬들에게 말을 건넸다.
“지우 형. 이제 저희 타이틀곡 무대 보여드려야 하는데 울어서 어떡해요. 지금 바로 무대 해도 어떻게 괜찮으시겠어요?”
온라온이 말을 받았다.
“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 울면서도 노래 잘 불러요.”
티슈로 눈물을 콕콕 찍어 닦은 강지우는 조금 훌쩍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진짜요?”
“네. 크흥….”
“그럼 해보세요.”
“네?”
강지우가 지금 자기가 뭘 들은 건지 모르겠다는 투로 되물었지만, 온라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권했다.
“할 수 있다면서요. 지금 이 많은 팬분들 앞에서 거짓말을 한 건 아닌지 저희가 꼭, 꼬오옥 봐야겠거든요.”
장난스러운 재촉에 객석에서 와글와글 웃음이 나왔다.
강지우도 이런 걸 빼는 성격은 아니라 속으로 오냐, 하고서 마이크를 고쳐 쥐었다.
“반주 필요 없어요?”
견성하의 물음에 필요 없다면서 고개를 끄덕인 강지우는 조금 전에 울면서 코 막히고 목 막혔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노래를 안정적으로 뽑아냈다.
‘기계냐? 뭐 저리 잘해?’
리허설 때 강지우의 비범한 성량을 확인한 음향 스태프가 그의 마이크 음량을 일부러 줄여놓았는데도 노랫소리가 좁지 않은 쇼케이스장을 꽉 채울 정도였다.
강지우가 부른 것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떼창이 가능할 만큼 유명한 2세대 아이돌 로제타의 히트곡이었다.
픽하트 때부터 열심히 한국의 대중음악을 공부한 온라온이 타이밍 좋게 응원법을 외치자, 나중에 가서는 수천 명이 함께 그것을 따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강지우의 목소리는 묻히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오래 부를 생각은 없었는데… 다들 너무 잘 호응해 주셔서…….”
그렇게 말하는 강지우 본인도 울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는지 멋쩍은 실소를 흘리고 있었다.
본업을 저렇게까지 잘한다면 최애 멤버까지는 아니더라도 호감이 간다.
울고 웃고 노래하느라 상기된 얼굴의 강지우는 적어도 이 자리에 있던 팬들에게만큼은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아, 역시 지우 씨 보컬 탄탄해요.”
알아서 잘하는 멤버들 때문에 잠시 진행자 역할을 빼앗겼던 배세일이 적절한 타이밍에 마무리 멘트를 함으로써 일찍부터 눅눅해질 뻔한 분위기가 완벽하게 살아났다.
‘이렇게 될 걸 알고 그런 건가?’
다음 무대 준비를 위해 백스테이지로 내려간 반요한이 가장 처음 노래해 보라며 뻔뻔하게 멘트를 치고 들어갔던 온라온을 흘긋 바라보곤 생각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온라온은 세상 물정 모를 것처럼 생겨서, 이런 쪽으로는 썩 영리한 편이었으니까.
메이크업을 급하게 수정받던 강지우도 그걸 알아채고 온라온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는 중이었다.
이윽고 무대 위에 남아 들뜬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이런저런 멘트를 하던 배세일이 준비가 다 되었다는 스태프의 신호를 받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해방 무대, 바로 만나보시겠습니다!”
어두워진 무대 위로 올라온 멤버들이 자리를 잡았다.
한순간에 조명이 탁 들어오며 전주가 흘러나왔다.
어제와 같은 곳
있는 그대로
널 바라보는 순간
차가운 겨울날의 공기는 붕 떠오르는 여름 한낮의 그것보다 확연히 무겁다.
겨울을 테마로 잡은 노래 역시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뺨에 닿는 서늘한 공기가 기분 좋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Winter
티저가 공개된 이후 팬들이 만들어낸 ‘겨울청량’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아무런 흔적도 없는 깨끗한 눈밭 위를 파삭파삭 걸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겨울이든 뭐든 싸우고 버텨서 이겨내겠다는 것처럼 열띤 표정 덕분일까.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아낌없이 쏟아붓는 게 느껴지는 에너지 때문일까.
진지한데 풋풋하고, 풋풋한데 무대는 또 잘해서 보고 듣는 사람들의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무대였다.
한 번 해봤다고 미디어 쇼케이스 때보다 여유가 생긴 ‘해방’ 무대가 무탈하게 끝나고 이어진 토크 시간.
멤버들은 ‘TOXIC’이나 ‘Call on me’, ‘Rewind’ 등의 안무를 두세 명씩 짧게 짧게 해 보이는 시간을 가졌다.
픽하트에 출연하지 않은 멤버들도 미리 안무를 연습해 어색함 없이 함께할 수 있었다.
‘TOXIC’이나 ‘Call on me’는 원곡 커버였고 ‘얼쑤얼쑤’의 안무는 서문결이 만들었으며.
‘Rewind’는 특히 서문결이 안무 창작뿐만 아니라 작곡까지 한 곡이라 나중에도 그걸 너네가 왜 하냐는 투의 뒷말은 나오지 않았다.
‘얼쑤얼쑤’ 때를 제외하고, 시드 연습생들의 무대 영상과 직캠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던 조인수 때문에 그 안무들을 처음으로 제대로 본 팬들은 행복해하며 그 모습을 각자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는 동안 온라온은 자기를 찍는 카메라를 특히 잘 찾아내 팬들의 가슴을 돌연 쿵 내려앉게 했다.
우연도 운명처럼 느껴지게 하는 온라온의 시선이 자신의 카메라로 향할 때마다 잘생김이 렌즈를 박살 내면서 뚫고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팬들은 이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랐지만, 끝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음원 발매 없이 CD에만 들어 있는 발라드곡 하나를 부르며 쇼케이스는 끝을 맞이했다.
“오늘 추운 날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오르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그날 밤, SNS에는 쇼케이스에 못 간 사람이 눈물을 머금고 올린 ‘해방’ 뮤직비디오 해석 글이 올라왔다.
[온라온=겨울(winter) 설 민다. 하얀 머리 걔 주접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