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2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20화
데뷔 준비로 정신이 없던 과거의 어느 날.
온라온은 한 가지 의문을 가졌다.
“이거 해방 말이야.”
가장자리가 반들반들해진 ‘해방’의 가사지를 종이 팔락이는 소리가 나도록 흔들며 온라온이 말을 꺼냈다.
안무 연습을 한바탕 마치고, 앉아서 잠시 쉬고 있던 다른 멤버들이 온라온에게 주의를 돌렸다.
“해방되는 게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이냐고?”
조금은 뜬금없게 느껴지는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릴 때, 견성하가 의견을 내었다.
“당연히 노래 부르는 쪽 아닌가? 곡 화자 말이야.”
타당한 의견에 온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
“보면 볼수록 해방되는 건 화자보다는 겨울 쪽인 것 같아서.”
그 근거로 온라온이 든 것은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Winter’부터 시작하는 코러스 파트였다.
“겨울이 풀려났으니까 눈보라가 우리를 덮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너도 알지 Set me free’나 ‘엉망인 대본에서 벗어나’ 같은 부분 보면 곡 화자가 해방되는 것도 맞는 것 같은데.”
“음…….”
그동안 구태여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점이라 오르카는 고민에 빠졌다.
잠시 뒤, 반요한이 입을 열었다.
“문학 문제 같네.”
가장 최근에 학교 수업 시간에 문학 문제를 접한 견성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그렇지?” 하고 견성하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은 반요한이 말을 이었다.
“원래 그런 건 어느 하나를 확실한 정답으로 정한다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는 거니까. 난 두 관점 모두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거는 원작자한테 직접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런 거고. 우리는 그냥 대표님한테 여쭤보면 어느 쪽이 맞는지 확실해지는 거 아니야?”
“…그렇네?”
‘해방’의 작사가가 누구인지를 떠올린 강지우의 말에 반요한이 그럼 자기가 나중에 고모에게 물어보겠다며 나섰다.
그쯤에서 시간을 확인한 서문결이 상황을 정리했다.
“10분 지났으니까 다시 연습하자.”
후에 반요한은 정말로 정하늘과 공동으로 ‘해방’을 작사한 반가을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신선하네.”
“그거 의도한 거 아니야?”
반가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여기,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Winter’에서 ‘Winter’가 들어간 건 계절적인 상황을 고려한 거거든. 너희 데뷔 일이 거의 겨울 직전이잖아.”
“그럼 온라온 말이 틀린 거야?”
“글쎄. 틀렸다고 할 수 있나, 이걸?”
반가을은 상정 밖의 해석을 관대히 받아들였다.
이야기를 건너 건너 전해 들은 주열음은 의미 있는 방향으로 불어난 설정을 반겼다.
그리고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무진과의 회의 끝에 ‘해방되는 것은 겨울’이라는 이색적인 의견을 낸 온라온에게 작사를 시켜보았다.
“해봐. 보고 괜찮으면 작사진에 네 이름도 올려줄게.”
그리고 정말로 결과물이 괜찮게 나오자 가사는 일부 수정되었다. 주로 브릿지 이후부터의 파트가 수정 대상이 되었다.
덕분에 ‘해방’의 작사가에는 온라온의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열음은 해당 해석을 뮤직비디오에도 반영하기에 이른다.
* * *
뮤직비디오 후반에 들어서 더욱 거세지는 눈바람과 함께 더없이 반듯하고 단정한 교복 차림이던 멤버들은 점차 풀어진 차림을 했다.
무채색 교복 재킷을 벗고 색깔 있는 후드 티를 입는다거나,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던 머리카락을 흩뜨려 버린다거나, 작은 이어링과 같은 액세서리를 한다거나.
촬영 당시 카메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다음 장면에 입고 있어야 하는 옷을 정신없이 걸치고 모래밭을 가로질러 안무 대형에 다시 합류하던 추억이 있었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뮤직비디오는 그 고생을 한 보람이 있게 잘 나와, 쇼케이스장 근처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거지!’
‘하… 입김도 예술이다.’
여기저기서 뮤직비디오와 동시에 공개된 타이틀곡 ‘해방’과 수록곡 ‘환상정원’의 음원을 음원총공팀이 올린 가이드에 따라 핸드폰으로 스트리밍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도 뒤집어졌다.
– 얘들아 너네가 국보다
– 해방 결이 도입부 진짜 소름 돋는다고ㅠㅠㅠㅠㅠ 환상정원도 좋아 아무래도 애가 천재인듯..?
– 헐 해방 작사가에 라온이 있어요!!
– 나 지금 진짜 행복하다 이 남자들과 같은 나라에 태어나 같은 언어를 사용해서 다행이고 행운이야
┗ 라온이는 한국멤 아니잖아요
┗ 하지만 소감 말하는 거 보면 라온이는 저보다 한국말을 잘하니까 국익을 위해 한국인이라고 쿨하게 인정ㄱ
– 반요한씨 이러시면 세계최고 아이돌밖에 못 돼요•••
– 견성하 너 왜 나만 보면 그렇게 웃어..? 왜 심부름하러 교무실가는데 자꾸 짐 들어주겠다면서 따라와..? 왜 8반이랑 축구하고 이겨서 딴 아이스크림 나 줘…? (중략) 그래놓고 나 꼬신거 아니라고하고 너 진짜 그러면 안돼…
– 지우 머리색 레드브라운이야 오렌지브라운이야? 넘 잘어울려ㅠㅠㅠ 랫서쥬는 실존한다!
┗ 붉은기가 글케 많이 보이는 건 아닌데 레드브라운 쪽 아니야??
– 쇼케 간 친구들아.. 행복하니..? 당연히 행복하겠지… 행복해야지.. 부럽다..
– 노래 미쳤네 애들도 미쳤고 이제 농부따까리어부(반가을고모님 팬덤 이름 빨리빨리plz)만 잘하면 되겠다
– (사진) 쇼케장 계신 분들도 가이드 보고 노동합시다~~ #해방_환상적인_숨스밍
– 쇼케 줄서면서 노래 듣고 있는데 보스애들도 그렇고 다 힘들었던 거 생각하니까 눈물날거같아..
┗ 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 그래서 응원법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와ㅋㅋㅠㅠㅠㅠ
– 수능 끝나고 집가는 길에 아빠차에서 해방 완전 크게 틀어놓고 들었는데 개짜릿해요!! 나는 존나!!! 자유다!!!!!!
그리고 오후 7시.
음원 차트가 갱신되었다.
팬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갱신된 차트를 확인했다.
– (사진) 아미친 피치 두곡 다 차트인!!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음원 사이트 피치에서 ‘해방’과 ‘환상정원’이 각각 17위와 51위로 19시 차트인에 성공했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모두 그보다 높은 순위로 진입했다.
ORCA 음원총공팀 [[171130 19시>
mark해방mark
피치 17
알라딘 2
버그 6 (후략)]
음원이 공개된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팬들에게서 미리 수집한 음원 사이트 계정들로 음원을 다운받는 등.
음원 차트 순위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오르카 음원총공팀은 새로고침 한 후 환호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오르카의 진입 성적에 팬들만큼이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어그로들도 달려들었다.
– 픽하트 욕하면서도 버프는 잘받네 소속사 픽핱 화력 유지하려고 일 열심히 했나봐
– 오르카는 데뷔 때가 그냥 커하라고 보면 될 듯?
– 수능날이라 차트 널널해서 진입 이정도 나온 것 같은데 진입이랑 유지는 또 다르지
그렇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며 초를 치려고 했으나….
당장 보이는 것은 최저 17위, 최고 2위라는, 신인 남자 아이돌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이었다.
아이돌 팬들은 픽하트 출신 연습생이 속한 그룹이라고 해서 모두 이 정도로 성적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앞선 시즌들의 파생 그룹이라는 선례를 통해 알고 있었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순위 앞에서 팬들은 어쩌다가 속 긁는 말들을 봐도 적당히 무시하고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그 시각 오르카의 대기실.
“…….”
조용했다.
만약 당장 보이는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곧 있을 쇼케이스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음원 차트는 오늘 일정이 모두 끝나고 확인하자며 멤버들끼리 입을 맞춰 두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차트인만 해도 대단한 거고, 만일 차트에 없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라는 멘탈 보호용 말을 직원들에게 수도 없이 들어왔기에 멤버들의 기대치는 낮추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음원 차트가 갱신된 7시 이후.
매니저 곽상현을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 감도는 뚜렷이 들뜬 분위기를 알아채지 못할 만큼 둔한 멤버는 서문결밖에 없었다.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판단이 선 강지우는 저와 같이 음원 순위가 궁금해 죽을 것 같은 게 분명한 멤버들의 동의를 구하고, 개인 가방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두었던 핸드폰을 꺼내왔다.
강지우의 핸드폰은 지금도 열심히 데뷔 앨범 음원들을 스트리밍하고 있었다.
물론 강지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위에서부터 볼까 밑에서부터 볼까.”
“위.”
고민도 없이 당당하게 위를 선택한 반요한 덕분에 오르카는 밑에서부터 차트를 거슬러 오는 경우보다 몇십 초 일찍 자신들의 곡을 발견할 수 있었다.
[17. 해방(Winter) – ORCA]그들은 예상을 한참 웃도는 순위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침착하려 애쓰는 표정을 한 강지우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저 차트를 내려 ‘환상정원’의 순위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차트를 띄워둔 작은 핸드폰 화면 하나만 뚫어질 것처럼 들여다보던 오르카 사이에서.
“우와악!”
격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캡처해, 캡처. 8시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이거 진짜 우리 노래 맞아?”
“우리 노래 맞냐니. 바보 같은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아하하! 결이 형 표정 봐.”
“좀 전이랑 똑같은데?”
“…….”
“다르거든? 자세히 봐!”
눈을 반짝거리며 방방거리는 멤버들에게 근처에 있던 스태프들이 뿌듯한 표정으로 잘됐다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잠시 뒤 상기된 얼굴을 한 강지우가 흠흠,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얘들아, 좋은 건 좋은 거지만 정신 놓지 말고. 조금 이따 무대는 아까보다 더 잘하자.”
“네!”
그리고 드디어, 추운 날씨를 이겨내며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이 입장을 시작했다.
팬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따끈한 캔 음료를 하나씩 들고 언 손을 녹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근처에는 화환 여러 개가 주르륵 놓여 있었다.
오르카의 데뷔 리얼리티였던 ‘친해져요, 오르카’ 제작진이 보낸 화환 옆에 반요한의 대학 경영학부 일동이 소원대로 사슴을 풀어드렸다며 보낸 화환이 있었다.
[올해 농사 풍년일세 이제 농업 대신 어업 하러 갑니다/ORCA 데뷔 축하해 앞으로도 쑥쑥 크자♡]농부들이 보낸 쌀 화환은 행인들의 피식거리는 웃음을 유발했다.
단조롭고 예의 바른 축하 말이 적힌 묵혜성의 화환도 보였다.
[묵혜성/데뷔 축하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활동하길]그 옆에는 개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에 띄는 화환이 하나 더 있었는데….
[묵혜성이 벌써 당질을 볼 나이라니/크로니클이 라온 조카와 오르카의 데뷔를 축하합니다♥]크로니클 멤버들이 묵혜성에게 알리지 않고 보낸 화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