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2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22화
┗ [아무튼 해방의 시간을 알리는 사람이 라온이라는 점도 신경 쓰인다. 게다가 왜 해방의 시간이라는 말 뒤에 굳이 윈터가 들어가야 했을까.]
┗ [(움짤) 티저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보라와 함께 라온이가 눈을 감는다. 그런데 실제 뮤비에서 보니까 이건 눈을 감는 게 아니라 뜨는 장면이었지. 이때 눈보라 부는 소리랑 같이 이상한 속삭임 같은 게 같이 들어가 있는 것도 신경쓰인다. 티저는 뮤비 일부분을 역재생시켜서 올린 게 아닐까 싶어서 돌려봤더니,]
┗ [(동영상) Waited too long for fragile youth.]
┗ [이건 풀려난 겨울이 멤버들에게 경고하는 말이라고밖에 안 보인다. 겨울이라는 잔혹한 계절이 연약한 것을 따뜻하게 환영해 줄 리는 없으니까. 라온=겨울(회사 선배님 아님) 라온이가 눈을 뜬다=겨울이 눈을 뜬다.]
(중략)
┗ [해방이 수능 시즌에 나온 곡이라는 점도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고등학생 때는 수능만 끝나면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어른들이 지겹게 말하고 본인들도 그렇게 믿지만 사실은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오히려 미성년자, 그리고 학생으로서 보호받는 건 거의 끝난다고 봐도 좋다.]
┗ [수능이 끝나면 아이들이 그동안 억압당해 왔던 것들로부터 해방되는 것도 물론 맞지만, 그 이상으로 사회가 거칠 것 없이 그들에게 닥쳐오기 시작한다. 다른 모든 일들이 그렇듯 수능이나 대학은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출발에 불과하다.]
┗ [이건 아이돌 연습생들의 데뷔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픽하트처럼 데뷔가 우승 상품인 오디션 프로그램도 그렇고, 연습생 시절 데뷔 그 자체를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데뷔는 아이돌로서 시작에 불과하다. 데뷔≠성공.]
(중략)
┗ [그렇다고 해서 겨울이 부정적인 것만을 상징하냐 하면 물론 아니다. 겨울은 새 생명을 위한 예비의 계절이고 겨울을 사회라고 본다면 도리어 멤버들은 그 안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존재들로 거듭날 수 있다.]
┗ [그래서 나는 해방이 신인의 데뷔곡으로서는 정말 최고의 출사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이 앞으로 겪을 일들에 대한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 같아서. 어쭙잖게 센 척하는 것보다 훨씬 멋있다.]
┗ [(동영상) 사실 해방 뮤비는 해석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대단히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소가 없는 자본으로 최대한 성의껏 일을 해봤다는 게 느껴지는.. 그리고 그 단순한 3분 38초짜리 영상을 3시간 38분 동안 씹고 뜯고 헛소리를 해대는 게 덕후…]
┗ [(동영상) 잡소리는 이쯤하고 알티도 많이 된 겸 다들 수능시즌 최고의 케이팝 mark해방mark 한 사발씩 하고 가세요. 노래도 좋습니다. 믿고 듣는 스카이정! 하얀 머리 걔!]
쇼케이스가 끝나고 올라온 무대 영상에 대한 반응 역시 좋았다.
[오늘자 무반주 쇼케이스에서 무반주로 떼창 이긴 신인 아이돌]– 와 로제타 노래를 원키로..? 그것도 10초전까지 울다가?
– 본업 존잘이네 그렇다고 춤을 뚝딱대는 것도 아니고.. 강지우는 스스가 놓친 인재 탑쓰리다 이정도면
– 풀영상 보고왔는데 온라온도 저거 잘 살렸더라 잘못했으면 약간 분위기 쳐졌을 수도 있는데(강지우한테 뭐라하는 거아님 연습생 8년했으면 저상황에서 충분히 울수있음)
┗ ㅁㅈ중간에 호응유도하고 그러는거 멤버들끼리 케미나 센스 좋았어
– 아 애들 콘서트 진짜 기대된다ㅋㅋㅋㅋ내년에 하려나?
오픈 이후로 잠잠했던 공식 카페에는 멤버들의 글이 셀카와 함께 주르륵 올라왔다.
데뷔 쇼케이스를 잘 마쳤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음악 방송 활동을 시작할 차례였다.
음악 방송 데뷔 무대는 쇼케이스 바로 다음 날, 금요일에 ‘친해져요, 오르카’를 촬영한 방송사인 SBM의 음악 방송 뮤직 라운드에서 가질 예정이었다.
다른 데서는 다 해방 무대만 하는데 뮤직 라운드에서는 리얼리티를 찍은 의리 때문인지, 수록곡인 환상정원까지 총 두 곡을 꽉 채워서 할 수 있게 해주었다.
* * *
우리는 쇼케이스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만 겨우 하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곽상현이 말해주기를, 어제 쇼케이스를 보러 왔던 다른 멤버들의 가족들도 조금이라도 더 쉬라고 우리 얼굴을 따로 보지 않고 그냥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 눈을 붙이지도 못하고 사방이 깜깜한 시간에 우리를 깨우러 온 곽상현을 따라 다시 차에 올라야 했다.
‘서너 시간은 잤나?’
체력을 어떻게든 회복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자다가 주위 상황을 인식할 정도로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칸막이로 그룹별로 공간을 구분해 놓은 뮤직 라운드 대기실이었다.
‘아, 벌써 죽겠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렇게 힘들다는 음악 방송 활동은 이제 시작인데 내 체력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음악 방송 돌면서 활동 겹치는 다른 그룹이랑 친목 도모는 무슨.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었다.
하긴. 무대 하나 하고 나서 며칠 동안 골골대던 픽하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이 상태도 나름 선방한 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까 전 드라이 리허설도 힘 안 빼고 제대로 하고 왔고….
그러고 보니 우리 다음으로 리허설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타 그룹 아이돌들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우리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던 기억이 났다.
그 사람들도 인이어를 끼고 있어서 우리 라이브 소리가 그대로 들렸을 것이다.
‘우리가 좀 잘하기는 했지.’
특히 아침이라 목이 좀 잠길 법도 한데 그런 거 모른다는 듯 고음을 발사하던 강지우랑 목이 좀 잠겨 있으면 뭐 어떠냐는 것처럼 실력을 발휘하던 서문결이.
물론 나나 견성하, 반요한도 자기 몫은 충분히 해냈다.
주열음의 극한 트레이닝 덕분이었다.
얼마나 잘 해냈으면 제대로 안 부르면 다 티가 날 만큼 MR에 가까운 AR 볼륨을 좀 키우는 게 좋겠다는 말을 음악 방송 스태프가 하겠는가….
인정받은 것 같아서 좋은데 좀 아쉽다.
이래서 인간이 간사하다는 거지.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자니 풀세팅이 된 견성하가 누울 곳이 변변치 않아 아예 바닥에 깔아놓은 매트에서 뭉그적거리던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이제 정신 차리고 일어나. 네 차례야.”
당장 무대에 오를 준비가 된 반요한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매트를 더듬어 핸드폰을 챙긴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시지 않은 잠기운이 역력한 목소리로 한 인사를 마찬가지로 피곤이 언뜻 보이는 미소로 받아준 스태프가, 내 앞머리를 고무줄로 올려 묶어둔 다음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나는 손과 눈만 움직여서 약간은 관성적으로 음원 차트를 확인했다.
[35. 해방(Winter) – ORCA]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해방은 어제 음원이 공개된 이후 차트를 반으로 나누었을 때 위쪽에서 쭉 버티고 있었다.
이게 순위를 안 봐야지, 안 봐야지, 하면서도 결국에는 잘 때를 제외하고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꼭 보게 되더라.
어쨌든 한국인은 성적이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라온아, 다 됐어.”
한참 내 머리를 만지던 헤어 디자이너가 불가항력적으로 졸던 나를 가볍게 흔들어 깨웠다.
거울을 보니 부스스했던 흰색 머리카락의 결이 확 살아나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우리는 사전 녹화, 통칭 사녹을 하러 이동했다.
“우리 팬 몇 분이나 오신 거예요?”
“350명 정도.”
강지우의 물음에 곽상현이 답했다.
우리 같은 신인은 보통 다른 그룹 한둘이랑 같이 합동 사녹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놀랍게도 단독 사녹이 잡혔다.
리얼리티부터 시작해서 이 방송사랑 우리 회사랑 뭐 연이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 * *
해도 안 뜬 새벽 시간이었지만 오르카를 보겠다고 온 팬들은 첫 공방이라고 팬매니저가 하나씩 나누어 준 임시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어제 쇼케이스장에서도 판매했던 물건이라 자기가 산 걸 챙겨와 두 개씩 들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그때, ‘나는 아이돌이다’라는 자기 최면을 통해 피로를 잠시 떨쳐버린 오르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무대 촬영에 앞서 마지막으로 리허설을 하기 위해 멤버들은 큼지막한 이름표를 차고 있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On and on, ORCA!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태프와 팬들에게 기합이 잔뜩 들어간 단체 인사를 한 오르카는 조금 어색해하며 팬들 쪽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마주 본 것은 또 처음이었다.
스태프들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시간이 조금 있었는데, 이때는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들 밥… 잠은 주무셨어요?”
적어도 한국에서는 만능에 가까운 밥이라는 주제를 통해 말문을 텄던 온라온이 현재 시각을 떠올리고 도중에 말을 바꾸자 팬들 사이에서 메마른 웃음이 나왔다.
밥 얘기가 나올 시간도 아니다.
잠이 먼저인 시간이었다.
“이렇게 늦은, 이른 시간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멤버 다섯 명이 꾸벅꾸벅 인사했다.
뒤이어 ‘해방’의 높은 음원 순위도 감사해했다.
그러다 보니 팬이 되어 준 것도 감사해하고, 이렇게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감사해하고…….
감사할 게 참 많을 때였다.
어쨌든 그렇게 고마움을 생각나는 대로 마구마구 전하다 보니 팬들을 대하는 멤버들의 어색함은 조금 휘발되어 있었다.
당장 떠오르는 고마움을 다 전했으니 이제는 궁금한 걸 물어볼 차례였다.
이 시간에 여기는 어떻게 왔는지 묻고, 날씨는 안 추웠는지 묻고, 저희 노래 좋냐고 묻고.
중간부터는 정신을 완전히 차리고 말똥말똥해진 멤버들이 더 들떠 대화가 끊이지 않고 오갔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여러분, 저희 응원법 다 외우셨어요?”
어제 쇼케이스 때는 팬들도 워낙에 정신이 없어서 응원법의 반을 날려 먹고 타이밍에 맞춰 환호성만 열심히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응! 우리 연습도 했어!”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 팬들은 작은 목소리로 응원법을 연습하고, 정확히는 머리에 쑤셔넣고 들어왔다.
반요한이 “그럼 여러분 목소리가 지우 목소리보다 큰지 제가 이따 볼게요.” 하면서 능청을 피웠다.
그때 스태프가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리허설을 실전처럼 잘 마친 오르카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이름표를 떼어낸 뒤 곧바로 본방 녹화에 들어갔다.
이때쯤 온라온은 한 가지 깨달음을 차고 넘치도록 얻은 상태였다.
‘라이브 무대를 세 번 이상 하면 적어도 나는 죽는다.’
의지의 한국인 스킬 효과도 진작에 발동된 상태였고.
조금 이따가 ‘환상정원’ 사녹도 할 걸 생각하면, 되도록 한 번에 끝내서 체력을 비축해 둘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실수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고, 한 번에 끝나면 팬분들도 아쉬워할 테니까…….
“우리 3번 같은 2번으로 끝내자.”
온라온이 모여 있는 멤버들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비장하게 말했다.
“무슨 3인분 같은 2인분도 아니고…….”
식당 집 아들 강지우가 어처구니없어했지만, 온라온은 도리어 3번 했을 때랑 똑같은 만족도를 2번의 무대로 압축해서 드리는 거라면서 뻔뻔히 대꾸했다.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말처럼 들리게 하냐며 견성하가 속으로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