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2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24화
온라온의 개인 홈 ‘온세상을너에게’를 운영하는 홈마 윤선우는 개판이 되어가는 뮤직팡팡 출근길을 보며 눈을 갸름히 떴다.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네.’
윤선우의 시선 끝에서는 플루토의 홈마 한 명이 막 펜스를 넘어가고 있었다.
윤선우가 수년 전 발을 담갔던 판에서도 사생, 친목, 악성개인팬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던 홈마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플루토로 본진을 옮긴 모양이었다.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
‘하필 우리 애들 다음이…. 애들 다치면 안 되는데.’
윤선우를 비롯한 현장에 있던 오르카 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플루토를 따라가던 제법 덩치가 있는 남자 대리 찍사에게 측면에서 팍 밀쳐진 온라온이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넘어지는 모습을 본 윤선우는 기함할 듯 놀라 소리쳤다.
“라온아!”
곁에 있던 멤버들과 매니저도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진 온라온을 보호하듯 둘러섰다.
여전히 주위를 살필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넘어진 온라온을 밟거나 차고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참사였다.
사람이 넘어졌는데 누가 그러겠냐고 하기에는, 당장 진정하기보다는 플루토를 계속 따라가고 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현장 상황에 화가 날 대로 나 있던 다른 그룹의 팬들도 온라온이 넘어진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난무하는 고성과 욕설.
현장 분위기는 조금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난폭해졌다.
“괜찮아?”
넘어지는 순간부터 이때까지 쭉 인상 한 번 안 찡그리며 표정을 유지하던 온라온이 이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너 손…….”
넘어지며 바닥을 짚었던 손바닥 아랫부분이 까져 피가 나고 있었다.
까지기만 한 게 어디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주먹을 그대로 말아쥔 온라온이 고개를 돌리다가 눈이 마주친 윤선우에게 저 괜찮다며 곱게 웃어주었다.
밀쳐지고 일어나며 표정을 관리하는 것 정도야 처음 경험하는 일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바로 들어가죠.”
“그래. 너희는 잠깐 움직이지 말고 뭉쳐 있어.”
인파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 길은 이제 시끄러울지언정 어느 정도 한산해져 있었다.
곽상현이 손에서 피가 흐르는 온라온을 가리키며 인터뷰는 생략해도 되겠냐며 근처에 있던 방송국 관계자에게 소리쳐 물어보았다.
피가 흐르는 온라온의 손을 본 관계자에게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오르카는 플루토가 사라진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플루토 주안, 무너진 팬들의 질서에 굳은 얼굴 (뮤직팡팡 출근길)] [SS 측 “플루토 ‘뮤팡’ 출근길 안전사고 주의 부탁] [오르카 온라온, 몰린 플루토 팬들과 충돌해 넘어져]플루토 팬들에게 쌓인 게 많았던 기자들은 아침 해프닝에 대한 기사를 우르르 쏟아냈다.
– 플루토욕은 쟤네가 다쳐먹여라~~ 너네 제정신 아닌거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잖아 위튭에 출근길 민폐영상 애들 이름으로 박제하나더되겠네 그런게좋니 ㅜㅜ
– 애들 표정 보셨으면 제발 질서 좀 지켜주세요 출근길마다 이러는거 한두번도 아니고 이번에는 타가수분도 넘어지셨잖아요 #닉스_사과해
┗ 아니 애들욕먹게하는 해시를 왜 본인 손으로 올리세요 닉스 생각없는거 인증하지말고 빨리 내리세요
– 쟤네 팬덤 특히 유난임 팬덤체급차이나서 오르카 팬들은 사과도 제대로 못 받을텐데 불쌍,,,
– 근데 ㅇㄹㅇ 넘어지게한 미친새끼는 닉스 아니고 남자댈찍이야
┗ 그래서 어쩌라고 ㅋㅋㅋㅋ 댈찍들만 따라뛴것도 아니고 옆에 다른 닉스홈마들 애들 다 치고 지나갔음 (움짤)
– 오르카는 매니저랑 멤버 한명이 옆에 다 막아주네
┗ 플뤁팬들 우르르 지나갈 때 온라온 감싸주는거 매니저랑 누구임?
┗ 결이
– 시드는 인력보충좀 해줬으면.. 나중에 애들한테 저런 일 또 생겼을 때 대응 제대로 못 할 거 뻔히 보인다고 ㅜㅜ
– 나였으면 밀쳐질때 욕해서 인성논란났다.. 온라온은 잠깐 놀랐다가 그냥 웃고 있네 다른멤들도 그렇고 아이돌 극한직업
* * *
뮤직팡팡은 대기실 상황이 넉넉해서 신인인 우리에게도 약간 좁기는 하지만 단독 대기실을 배정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조금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다 됐다.”
곽상현이 다친 부분을 소독하고 손바닥에 티가 잘 안 나는 밴드를 붙임으로써 찰과상 처치가 모두 끝났다.
“정말 병원 안 가 봐도 되겠어?”
“네. 손바닥만 살짝 긁힌 거고. 다른 데도 멀쩡해요.”
손이 약간 쓰리기는 하지만 크게 다쳤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굳이 병원까지 갈 일은 아니다.
“살짝 긁혔다기에는 아까 피 많이 나던데.”
견성하가 인상을 찡그린 채 말했다.
“원래 이런 데가 까지면 별거 아닌데 피 많이 나는 데야.”
“넘어지면서 근육 놀랐을 수도 있어. 발목 같은 데도 특히 조심해야 하고. 지금은 괜찮아도 나중에 아플 수도 있잖아.”
“결이 말이 맞아. 넌 지금 이게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병원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강지우가 당신을 걱정합니다. 강지우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100] [Tip! 호감도는 최대 100까지 표시됩니다.]호감도 알림창을 보며 병원을 가 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아냐. 괜히 왔다 갔다 하면서 힘 빼는 것보다는 그냥 쉬는 게 좋아.”
“말도…….”
반요한의 말을 끊은 것은 노크 소리였다.
“네! 들어오세요.”
우리가 일시에 조용해지고 곽상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플루토의 주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
주안은 근처에 있는 카페 로고가 박힌 큼지막한 종이봉투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달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쿠키나 빵 같은 거라도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자리에 앉아 있다가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한꺼번에 벌떡 일어나며 인사하는 우리를 주안이 만류했다.
“아니, 얘들아, 일어나지 말고 그냥 앉아 있어.”
하지만 정말로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괜찮다며 그냥 서 있자 애매한 미소를 지은 주안이 용건을 밝혔다.
“아까 라온이 넘어졌다고 들어서…….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 주안의 시선이 책상에 놓여 있는 피 묻은 알코올 솜을 비롯한 치료에 쓰고 나온 쓰레기를 거쳐 내 손으로 향했다.
곽상현이 최대한 티 나지 않는 걸로 구해왔다고는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밴드를 붙인 게 다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는 웃는 얼굴로 답했다.
“넘어지면서 조금 까지기는 했는데 심하지는 않아요. 무대 하는 데 지장도 없을 것 같고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때문에 괜히 미안하다.”
“주안 쌤 때문은 아니죠.”
내가 거듭 괜찮다는 표정으로 주안을 비롯한 플루토의 책임이 아님을 부정하자 그제야 그는 어깨에서 힘을 풀었다.
“픽하트도 끝났는데 쌤은 무슨.”
그것도 그렇다.
주안이 전문 트레이너인 것도 아니고 어제 말했듯 이제는 같은 아이돌이니까.
“아, 네. 그럼 주안 선배님이라고…….”
“그냥 형이라고 해.”
넉살 좋게 말한 주안은 빈 의자에 앉더니 들고 온 봉투에서 쿠키 한 상자를 꺼내 우리에게 권했다.
“나도 앉았는데 너네도 그냥 앉아서 들어.”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앉아야지.
고개를 꾸벅 숙인 우리는 빈 소파나 의자에 저마다 끼어 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버리나 싶었는데.
쿠키 상자의 포장을 뜯어 쿠키 하나를 자기 입에 문 주안은 개념 없는 팬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줄줄 풀어놓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튀어나온 날것의 이야기에 우리는 약간 당황하면서도, 위계질서 있는 업계의 데뷔 3일 차 후배 된 도리로 얌전히 그 얘기를 들었다.
“……물론 안 그런 팬분들도 많지만.”
한참 충격적인 일화들을 풀어놓던 주안은 그렇게 마무리하며 우리 스태프들한테도 커피를 싹 돌리고 돌아갔다.
보니까 가지고 온 쿠키 한 상자를 혼자 거의 다 먹었다.
“…….”
우리한테 저 이야기를 왜 했는지는 모르겠다.
저런 사람들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아니면 자기가 이렇게 힘들었으니까 오늘 비슷한 일을 겪은 우리 보고 공감해 달라고?
픽하트 때부터 이제까지 겪어본 바에 따르면 주안이 인간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다든지 하는 나쁜 사람은 아닌데, 약간은 가벼운 사람이다 싶었다.
“아까 그 얘기 진짤까….”
견성하가 충격받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느 거? 계정 해킹해서 톡 대화 내용 유출한 거? 인적 드문 섬으로 비공개 스케줄 갔는데 카메라 들고 따라간 거?”
픽하트 때부터 시달린 끝에 우리 중에 가장 사생을 싫어하게 된 반요한은 주안이 말한 모든 일화를 다시 한번 읊어줄 기세였다.
저 녀석은 오늘 일로 무개념 팬들을 더 싫어하게 된 건 아닐지 모르겠다.
“글쎄. 굳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셨겠지.”
강지우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안 그런 팬들도 많아.”
“결이 말이 맞다. 팬들을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면 안 돼. 너네를 좋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훨씬 많다.”
곽상현이 조금 엄한 말로 타이르듯 말하자 우리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모든 팬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충격적이고 눈살 찌푸려지는 이야기를 단시간에 많이 듣기는 했지만, 나는 일단은 팬 전체에 대한 편견을 갖지는 않기로 했다.
‘좋은 생각이나 하자. 좋은 생각.’
나는 주안이 가져온 종이봉투에서 쿠키를 한 상자 더 꺼내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까 넘어진 나를 보고 괜찮냐고 걱정하던 팬들 생각이 났다.
만약 입장을 바꾸어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눈앞에서 넘어졌다면, 나는 그가 많이 걱정될 것 같고 또 몸은 괜찮은지 알고 싶을 것 같았다.
나중에 음방 무대를 할 테니 내가 멀쩡하다는 사실은 그때쯤에는 다들 알겠지만…….
“저 혹시.”
내 말을 들은 곽상현이 한번 알아보겠다며 팬매니저를 찾아 밖으로 나갔다.
* * *
그날 점심.
오르카 공식 계정에 천불이 났던 팬들의 가슴을 덜컹거리게 하는 트윗 하나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