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2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25화
ORCA OFFICIAL [아티스트 사생활 보호 및 팬 질서 관련 안내 (링크)]
링크를 눌러보니 데뷔 전부터 사옥이나 숙소 등 멤버들의 사적인 영역을 침해하는 이들에 대해 경고하고 공식 스케줄에서 질서를 유지해 달라며 당부하는 글이 나왔다.
설마 온라온이 넘어지면서 생각보다 크게 다쳤나 기겁했던 사람들은 비록 오전에 가슴 철렁하게 하는 해프닝이 있기는 했으나, 글 자체는 의례적인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았다.
만약 온라온이 문제가 생길 만큼 심하게 다쳤다면 해당 사항에 대해 언급이 되었겠지만, 글에서 그런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아프든 말든, 팬들에게 사실을 숨기고서라도 아티스트에게 스케줄을 강행시킬 수도 있겠으나…….
선배 가수의 사례나 이제까지 오르카에게 해주었던 몇몇 모습들을 생각해 보면 시드가 그렇게까지 악질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 시드 ㅈ소라 걱정했는데 저런거 뜨는거 보면 그래도 사생이랑 소속사랑 친목은 안하는거겠지ㅠㅠ
┗ 믿는다.. 아니 안믿지만 그래도믿는다.. 회사친목진짜개극혐
오르카 팬들이 멤버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달라붙는 이들, 그리고 온라온을 넘어지게 한 무리를 욕할 때였다.
ORCA OFFICIAL [MBS 뮤직팡팡 미니 팬 미팅 참여 안내 (링크)]
바로 오늘 저녁으로 예정된 미니 팬 미팅 공지가 돌발적으로 올라왔다.
– 아 ㅁㅊ?
* * *
오늘 오르카의 무대는 사전 녹화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생방송 현장에 오르카 팬은 겨우 15명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출근길 일 때문에라도 각성한 팬들은 일당백을 톡톡히 해내 응원 소리는 작지 않았다.
오늘 오르카의 무대 의상은 블랙·화이트 조합에 판타지적인 느낌이 세련되게 가미된 교복이었다.
특히 한쪽 눈에만 하얀 마스카라를 살짝 바르고 역시 그 눈에만 옅은 파란 렌즈를 낀 온라온의 엔딩 샷이 레전드라며 실시간으로 퍼졌다.
– (움짤) 오늘자 배우신 분의 투디 느낌 낭낭한 스타일링
– 와.. 현실인간에 관심없었는데 지금 나 치고간것같아
– 이분은 본인 얼굴이 이미 과하게 잘생겨서 뭘 해도 안과함 본명조차 데미안 라온 온이라는 시점에서 아주 끝난거임 우리는 그냥 평생 자기관리 빡세게 해주시길 빌수밖에 없음
– 측면샷에서 왼쪽오른쪽 얼굴느낌 다른거 쾌감 장난아니야ㅠㅠㅠㅠㅠ 않이 어떻게 저런 메이크업에서 살아남지????
– 잘생기고 예쁜 애들 데려다놓고 이상하게 입혀놓는 코디 ㅈㄴ많은데 여긴 안그래서 좋다
┗ 그러면 국보훼손이지ㅠㅠ
┗ 다른 멤들은 한국인이라 그렇다 쳐도 온라온은 미국인이라 울나라국보 아니고 유네스콘데요ㅠㅠㅠㅠ
┗ 근데 라온이 부모님 두분다 한국분이니까 따지자면 우리나라 유물이 외국에서 발견된거아닌가????
┗ ㅈㄴㄱㄷ)헐 온라온 그럼 이중국적이야? 군대가??
┗ 전에 리얼리티에서 프로필 쓸 때 국적란에 그냥 미국만 있었으니까 한국국적은 딱히 없는것같아
┗ 아그래? 오르카 팬은 아니지만 다행이다ㅋㅋㅋ
┗ 댓들 주접도랏나ㅋㅋㅋㅋㅋㅋ
– 다섯명 다 의상 디테일도 개예뻐 핏도 잘맞추고ㅠㅠㅠㅠ 헤메코 열일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대기대
오르카를 담당하는 코디는 최근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직업의식을 불태우고 있었다.
다행히 미래 지향적인 실험 정신을 발휘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코디의 의욕이 향하는 방향은 팬들의 바람과도 잘 맞아떨어져 의상을 입히는 코디 본인도 행복하고, 보는 팬들도 행복했다.
입는 멤버들은… 의상 자체에 호불호를 표시하기보다는 제작비와 제작 과정을 우연히 듣고는 의상 앞에서 공손해졌을 뿐이다.
“이번 주 1위는… 축하드립니다! 플루토!”
그리고 플루토가 이번 주 1위를 차지하며 뮤직팡팡이 끝났다.
엔딩 무대에서 다른 가수들과 허리가 아플 만큼 꾸벅꾸벅 인사를 마친 오르카는 후다닥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따로 할 거 없이 바로 퇴근하면 되는 시스템은 혼잡하기 짝이 없는 아침 출근길이라는 단점을 상쇄하는 뮤직팡팡의 큰 장점이었다.
* * *
오르카의 첫 미니 팬 미팅 장소는 방송국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이었다.
먼저 와서 번호표를 받고 열 맞춰 앉아 있던 팬들은 카니발 한 대가 근처에 멈춰 서자 저마다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거나 미리 세팅해 두었던 장비에 손을 얹으며 부산스러워졌다.
멤버들이 차에서 하나둘씩 내리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자연히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온라온이 차에서 폴짝 뛰어내릴 때 셔터에 가볍게 얹혀 있던 윤선우의 손가락에는 힘이 저절로 바짝 들어갔다.
‘귀여워…!’
추운 날씨 때문에 교복 의상 위에 롱패딩을 걸쳐서 그런가, 멤버들은 묘하게 현실 고등학생 같은 느낌이 났다.
이제는 상당히 자연스러워진 단체 인사 후 멤버들이 한 명씩 마이크를 넘겨 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고 쭉 앉아 있는 팬들을 보며 약간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추운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약간 예상치 못한 팬 미팅이잖아요. 그래서 많이 못 오시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다른 멤버 몇도 같은 걱정을 했었는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 팬덤이 주말 저녁에 하는 미니 팬 미팅에 참여할 인원수가 부족할 만큼 한 줌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직 그 사실을 체감하지 못했는지 자리가 남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은 신인답고 귀여웠지만, 팬들은 속으로 ‘그거 아니야!’를 외쳤다.
“저기 준비한 붕어빵 남으면 끝나고 스태프분들이랑 다 나눠 먹자고 아까 저희끼리 얘기했었는데…….”
말끝을 흐린 강지우의 시선을 따라가니 도로변에 세워진 푸드 트럭이 보였다.
오늘 급하게 알아봐서 렌탈에 성공한 붕어빵 트럭이었다.
“그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반요한이 상큼하게 웃으며 말하자 팬들이 즐겁게 웃었다.
“저건 저희 대표님이 보내주셨어요.”
서문결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소규모고 즉흥이라고는 해도 일단은 첫 팬 미팅인데, 먹을 게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강지우의 의견을 곽상현이 회사에 전달했고, 반가을 대표는 시원하게 예상외의 지출을 허락해 주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좋은 일이 있으면 사비로 직원들 보너스까지 챙겨주는 반가을 대표의 배포는 저작권료로덕분에 매해 억 소리 나게 잔액이 불어나는 통장에서 나왔다.
돈은 적당히 먹고살 만큼만 있어도 된다는 주의인 반가을 왈, 그래도 통장이 두둑해지니 세상만사가 아름다워 보이고 마음이 저절로 여유로워지더라.
“대표님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자리에 있지도 않은 반가을을 한껏 찬양하는 모습들이 퍽 유쾌했다.
“더 맛있는 걸 드리고 싶은데, 진짜 말 그대로 급하게 준비한 거라. 다음에는 더 좋은 걸로 준비할게요.”
“맞아요. 그때는 대표님 돈 말고 저희 돈으로…!”
꿈이 컸다.
하지만 멤버들이 상당히 진심처럼 보였기에 팬들은 훗날 그 자리에 자신이 있기를 바라며 기꺼이 호응해 주었다.
“이왕 사는 거 저희 돈이랑 대표님 돈이랑 합쳐서 더 더 좋은 걸로 드리면 되겠네요.”
반요한은 대표 조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일단 말을 뱉고 봤는데, 그 뻔뻔스러운 모습이 제법 웃겼다.
붕어빵은 나중에 끝날 때쯤 멤버들이 직접 나눠주겠다고 안내한 다음, 미니 팬 미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팬 매니저가 포스트잇을 다닥다닥 붙인 판을 지지대에 올려 가져왔다.
미니 팬 미팅이 시작하기 전 팬들에게 미리 받아 둔 질문이었다.
강지우가 세심하게 첫 질문을 고르는 사이 다른 멤버들은 팬들을 향해 안 춥냐고 묻거나 하며 정적이 앉을 틈을 안 줬다.
“저 골랐습니다.”
“뭔가요?”
“이번 ‘해방’ 무대에서 내가 이건 조금 잘 살렸다 싶은 파트는 어떤 건가요?”
멤버들은 각자 짧게 자기가 잘 살렸다고 생각한 파트를 불러보거나 춤을 살짝 추거나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으로 온라온의 차례가 왔다.
“저는 잘 살렸다고 생각한 파트가 오늘 무대에 있는데요.”
“뭐죠?”
“아까 메이크업 다 받고 거울을 딱 봤는데 이거 속눈썹… 화장품을 뭐라고 하죠?”
“마스카라.”
옆에 서 있던 견성하가 짧게 말해주었다.
“아! 하얀 마스카라를 한쪽만 살짝 해주신 거예요.”
온라온이 아직 화장을 지우지 않은 자기 눈가를 톡톡 건드렸다.
“사실 원래 오늘은 렌즈를 안 끼는 날이었거든요. 그런데 메이크업 된 걸 보고 ‘렌즈도 이쪽 눈에만 한번 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껴봤더니 코디님이 저보고 이건 된다고 하셔서 한쪽만 하고 그대로 무대에 올라갔는데. 어때요? 정말 된 것 같나요?”
과정은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쳐서 일을 추진하는 온라온은 마지막 순간에 꼭 괜찮냐고 확인을 받는 버릇이 있었다.
“네!”
“됐어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 나서 온라온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차례로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을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본인도 측면에서 볼 때 각각 분위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윤선우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조명인 자연광이 사라지기 전에 베스트 컷을 남기기 위해 집중했다.
셔터를 누르면서도 온라온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퍼부었다. 물론 속으로.
‘넌 천재야!’
윤선우는 온라온이 무대 연출에 작지만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기여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온라온=천재 아이돌’ 설에 오늘 일화를 근거로 추가했다.
“라온 씨는 처음에 막 렌즈 끼우는 거 무섭다고 하셨잖아요. 지금은 괜찮아요?”
“아… 맞아요.”
서문결의 말에 힘들었던 날을 떠올린 온라온의 목소리가 조금 시무룩해지자 팬들이 안타까워하는 소리를 내었다.
“제가 뮤비 찍을 때 처음으로 렌즈라는 문물을 마주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눈에 이물질을 붙인다는 게 조금 그렇잖아요.”
스피커에서 따뜻한 레몬차처럼 듣기 좋은 목소리로 흘러나온 말에 아무 생각 없이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이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돌인가?’
자신을 향해 등을 보이고 서 있어서 말하는 사람의 얼굴은 잘 안 보였다.
하지만 난생처음 들어보는 ‘눈에 이물질을 붙인다’며 렌즈를 묘사하는 표현에서 하얀 머리 남학생이 렌즈에 대해 가진 거부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시민은 아예 길에 있던 벤치에 앉아서 팬 미팅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방송국 근처에 사는 시민이라 저런 팬 미팅을 하는 가수들을 본 것도 처음이 아니건만.
평균적으로 라디오 DJ처럼 듣기 좋은 목소리도, 저 나이대 남학생들치고 곰살궂고 온순한 말씨도 귀에 쏙쏙 박혀 어쩐지 조금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어차피 집에 가면 따로 할 일도 없다.
“이 사람이, 저 못 마시게 하겠다고 자기가 우유 한 통을 밤사이에 다 마신 거예요!”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기들끼리 신나서 갑자기 흥분해 붕붕거릴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멤버가 말하는 도중 끼어들어 자기 할 말을 해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도 거의 없이 크지 않은 규모의 팬 미팅은 도란도란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있던 일 말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