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3화
“형, 혹시 결이 형 방 어딘지 알아?”
늦은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같은 시드 엔터 소속인 반요한에게 서문결의 행방을 물었다.
곧바로 303호라는 답이 돌아왔다. 잠깐의 고민이나 망설임도 없이.
“…설마 해서 묻는 건데 방 배정 싹 다 외운 건 아니지?”
“설마?”
피곤한지 하품을 쩍쩍 하던 징샤오가 물었다.
“결? 그거 누구야?”
“시드에서 요한이 형이랑 같이 나온 잘생긴 형 있잖아. 랩 하는 형. 서문결.”
내 말에 김준우가 아는 척 끼어들었다.
“아, 그 잘생긴 분. 벌써 결이라고 막 줄여서 부를 만큼 친해졌어?”
“무슨 소리야? 이름이 결이니까 결이라고 하지.”
김준우와 내가 어리둥절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우리 대화를 들은 반요한이 나직이 웃음을 터뜨리며 설명했다.
“걔 성이 서문이야. 이름이 결이고.”
“아, 헐. 진짜 특이하다. 성은 두 글자고 이름은 외자야? 대박, 무슨 인소 설정인 줄.”
비주얼도 딱 인소 남주기는 하다.
“그런데 너는 그거 어떻게 알았어? 아까 멘토 선생님들도 다 문결이라고 불렀고 걔 성격상 먼저 말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게? 왜 그렇게 생각했지.”
내 반응에 반요한과 김준우가 어이없어했다.
“뭐야. 너도 몰랐어?”
“모르면서 그런 거? 너는 진짜….”
“어. 왠지 그럴 것 같았나 봐. 서문이라는 성씨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문결보다는 왠지 결이 더 멋있잖아. 그 형한테는 결이 더 어울려.”
그리고 내가 게임 만든 사람이면 무조건 ‘서 문결’이 아니라 ‘서문 결’이라고 지었을 거다. 그편이 훨씬 멋지니까.
내 말을 들은 둘은 몹시 나다운 이유라면서 납득했다. 얼마나 봤다고 나다운 걸 아는지는 둘째치고, 왜 기분이 나쁘지.
“근데 걔 방은 왜?”
“그 형이 아까 수건 빌려줬어.”
“아, 진짜?”
반요한은 한쪽 눈썹을 슥 들어 올리더니 “신기하네.” 하고 한 번 중얼거린 다음에 내내 그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 하던 나가세 리츠에게 주의를 돌렸다.
둘이서 내가 알아듣기 어려운 일본어로 뭐라뭐라 떠드는 것을 듣다 보니 방에는 금세 도착했다.
“진짜 피곤하다.”
“어. 완전.”
나는 허락을 받고 반요한의 침대에 가서 엎어졌다.
나중에 내가 바닥에서 깔고 잘 이불이 한쪽에 잘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나가기 전에 꼭 한 번은 누구 하나 바닥으로 쫓아내고 내가 침대에서 자야지.
“너희 연습 더 할 거야?”
오는 길에 하나 있는 매점에서 사 온 차가운 비타민 음료수 뚜껑을 까면서 김준우가 물었다.
나도 서문결한테 보답으로 주기 위해 얼마 없는 재산을 털어서 에너지바 하나를 샀다.
“해야지…….”
일단 오늘 일정은 더 없었다.
옆 건물에 있는 반별 연습실은 새벽까지 개방되어 있으니 연습을 할 거면 마음대로 하라고 아까 졸면서 들었던 것 같다.
들었기는 했는데…….
“…우리 딱 삼십, 아니, 한 시간만 쉬자.”
김준우의 말에 다들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러고서 반요한과 나가세 리츠는 씻고 오겠다며 방을 나갔다.
어차피 연습을 하다 보면 또 땀에 젖을 테지만 당장 찝찝한 걸 더는 못 견디겠다나. 뭔지 알지.
따라서 연습한 뒤 한 번에 씻겠다는 징샤오와 김준우, 그리고 아까 샤워를 하고 온 내가 방에 남아 있었다.
“…….”
다들 지쳐서 말이 없었다.
조금은 어색한 침묵이 깔렸다.
오늘 처음 본 것 같지 않게 이제까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개인별로 지급받은 가사지를 반쯤 감긴 눈으로 들여다보던 김준우가 문득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는 연습생 몇 년 했어?”
이렇게 갑자기 여러 가지 의미로 곤란한 질문을 한다고?
아는 게 ‘온라온’이 트루에서 3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는 사실뿐인 나는 눈만 깜빡였다.
트루에 들어가기 전에 또 다른 회사에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징샤오가 먼저 대답했다.
“나는 어, 1년 전에 한국 왔어요.”
“근데 한국어 잘한다.”
“감사요.”
“푸핫. 나는 5년.”
“와.”
5년이면 짧은 시간이 절대 아닌데. 기초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묵혜성 반에 왔으니 속이 꽤 쓰렸을 것 같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지금껏 김준우가 보여준 태도는 손에 꼽힐 만큼 열성적이었다.
김준우가 최종 데뷔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만 한다면 그의 서바이벌이 끝날 때쯤에는 제법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
“라온 형은?”
나는 없는 침을 꿀꺽 삼켰다.
카메라에 찍혀도 이상할 게 없는 답을 해야 했다.
이런 일상적인 대화도 나중에 얼마든지 편집돼서 방송에 나갈 수도 있으니까.
“샤오보다는 오래 했어.”
“맞다. 트루에서 3년 했댔지.”
“그랬지.”
나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징샤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야! 그런데 아까 그 인어 어쩌고 하는 얘기 진짜냐?”
김준우가 큰 목소리로 징샤오의 말을 끊고 물었다.
징샤오는 왜 그러냐는 것처럼 김준우를 보았다가 그의 표정을 보고 아차 한 얼굴로 내게 미안하다고 작게 말했다.
“아니, 뭐. 괜찮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저어 보일 수 있었지만, 사실 연습생이 소속사를 나온 이유나 과정이 좋은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월말 평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회사가 그만두기를 권한다든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데뷔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나는 경우라든가.
나만 해도, 음…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그거 진짜야? 그냥 지어낸 얘기지? 컨셉이지?”
분위기가 너무 처지기 전에 김준우가 재차 물었다.
난 그에 어울려 대수롭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떨었다.
“아, 당연히 진짜지.”
“꿈에서 조상님이 복권 번호 알려줬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인어가 춤 가르쳐 줬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복권 번호가 더 대단한데.”
어느 집 조상님이냐. 나도 좀 알자.
그 뒤로 반요한과 나가세 리츠가 한결 개운해진 얼굴로 돌아올 때까지 시답잖은 이야기가 간간이 이어지다가 다들 잠들었다.
그러다 보니 1시간은 금방 지났다. 김준우가 알람을 맞춰둔 손목시계가 ‘띠띠’ 소리를 냈다.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하길래 정신줄 한 가닥을 붙들고 있던 내가 솔선수범해서 천근만근 한 몸을 이끌고 침대를 벗어났다.
“연습하러 가자.”
옆에 누워 있던 반요한을 툭 쳐서 깨웠다.
몸을 일으킨 녀석이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빤히 보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안 그럴 것 같은데 칼 같다.”
“저기요. 안 그래 보인다는 게 무슨 의미세요?”
“말 그대로의 의미 아니겠어요.”
느긋한 어조로 말하며 웃는 모양이 개구진 소년 같았다.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얄밉다는 뜻이다.
“아무튼, 그만 일어나고 가자. 이거 시간 안에 익히려면 잠 안 자고 해야 해.”
연습복 차림으로 나간 우리는 춥다고 난리를 치며 혜성 반이라고 적힌 A4용지가 붙은 연습실로 들어갔다.
연습실에는 얼굴을 아는 연습생 몇이 먼저 와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며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이걸로 안무 영상 보면 된대.”
“고마워.”
연습생 한 명이 다가와서 태블릿 PC 하나를 선뜻 내밀었다. 저쪽 무리에는 하나가 더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니 아까 스튜디오에서 질리도록 봤던 안무 영상이 재생됐다.
“오, 나온다.”
우리는 안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놓고 주의 깊게 보았다.
내일 레슨 때는 1절만 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보여야 한다. 오전에는 댄스, 오후에는 보컬 레슨이 있다는 것 같았다.
참고로 노래 역시 지능ㆍ지혜가 부족해서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숙지가 불가능했다.
‘이렇게 된 이상 까탈레나 메타로 갈 수밖에.’
까탈레나 메타란, 낮에 ‘춤추는 까탈레나’ 안무를 등록했던 것처럼 연습하다가 자연스럽게 안무를 숙지하는 것이다.
나는 그때 ‘숙지’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래나 춤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거나 본 다음 확률적으로 시도하는 게 첫 번째.
시스템적인 부분에 비교적 덜 의지하며 일반적인 방식으로 연습하면서 자동적으로 노래ㆍ안무 목록에 등록되는 게 두 번째였다.
‘숙지 시도가 불가능하다고 했지 숙지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니 해야 할 일은 역시 연습이다.
힘들기는 했지만 연습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입으로 내는 박자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는 건 꽤 즐겁기까지 하다.
내가 이렇게 활동적인 인간이었나.
아닌데. 링×트도 이틀 하고 때려치웠는데.
“형, 나도 같이해.”
태블릿으로 영상을 돌려 보던 징샤오가 내 옆쪽으로 와서 발을 맞췄다. 뒤이어 김준우와 나가세 리츠가 차례로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옆에서 연습하고 있던 다른 연습생들이랑도 어느새 한 무리가 되었다.
신발 밑창이 바닥에 탁, 탁, 부딪히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요한이 형, 안 와?”
“나 이거 좀만 더 볼래.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반요한만 이미 다 외운 게 분명한 안무 영상만 벽에 기대앉아서 계속 봤다.
낮에 꿈을 찾는 데는 나이가 없다고 호기롭게 선언한 것치고는 썩 의욕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형 그러다 내일 묵 쌤한테 묵사발 나.”
그 말까지 하고 나서야 반요한이 무겁기도 한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대열의 가장 끝쪽으로 붙어 섰다.
겨우 연습을 하나 했더니 땀이 나지 않도록 힘을 적당히 풀고 하는 게 느껴졌다.
진짜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보이는데. 이런 프로그램에는 왜 나왔지?
아무리 봐도 초반에 탈락할 일회용 엑스트라 캐릭터는 아니라 무슨 설정이 따로 있나 싶었다.
기본적으로 잘생긴 데다가 수능 만점자에 S대 수석 입학생이라는 화제성이 넘쳐나는 타이틀을 가진 반요한이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아서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같은 반이고, 같은 방이지. 이거 잘하면….
들고 온 생수를 꼴깍꼴깍 마시는 반요한을 흘긋 보는데 눈이 딱 마주쳤다.
“왜?”
[반요한이 당신을 의심합니다.]깜짝이야. 내가 뭘 했다고 의심까지 하냐.
시스템을 등에 업고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는 쪽은 나인데, 오히려 읽힌 것처럼 반응한 건 나였다.
괜히 놀란 기색을 감추며 되물었다.
“뭐가?”
“아니. 보길래.”
너는 눈 마주친 사람은 다 의심하고 보냐. 그런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예민한 건지 눈치가 빠른 건지.
사실 뜨끔할 만한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저대로라면 반요한은 F를 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춤을 익히는 속도를 보아 충분히 A까지 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 그걸 하자.
“형, 나 결심했어.”
“뭐를?”
“우리 같이 A등급 꼭 가자.”
“뭐?”
“나 한 번만 믿고 A등급 가 보자.”
선생님한테 멱살 잡혀서 A등급까지 가는 서사에 동급생 잘 챙겨서 같이 올라가는 서사도 추가다.
물론 [반요한]의 의사 따위 내 알 바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