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화
플랜A에 이어 플랜B까지 착실하게 세운 나는 바로 작업… 아니, 설득에 들어갔다.
“형, 연습해야지.”
“나 한 번만 믿어달라니까?”
“요한이 형, 아이돌이 하고 싶어?”
갖은 설득 끝에 반요한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니까.
[반요한이 당신의 말을 더 듣고 있느니 차라리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아님 말고.
어쨌든 나는 본격적으로 반요한을 키우기 시작했다.
느낌이 온다. 얘가 내 초반 셔틀이 되어줄 느낌이.
“아까 쌤이 여기서는 힘 빼야 한다고 했어. 다친다고.”
“알았어.”
묵혜성이 냉정하고 훌륭한 스승이라면, 반요한은 느슨하되 영리한 학생이었다.
반요한은 대체 몇인지 수치가 궁금한 지능을 바탕으로 개떡 같은 설명을 찰떡같이 받아먹어서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위기감이 들게 했다.
“아니, 여기서 쿵 세게 찍고 넘어가야 해.”
내가 간단히 시범을 보였다.
“그래. 근데 너도 제대로 하는 거 같지는 않은데.”
“가르치는 거랑 실력은 별개지.”
나는 당당했다. 숙지한 덕분에 이론적으로 이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물끄러미 보던 반요한이 순순히 내 말대로 안무를 고쳐서 해 보였다.
“이렇게?”
“엉엉.”
[반요한이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자신을 돕는 당신에게 걸쩍지근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18]이 새끼 속마음은 갈수록 말이 심해지는 것 같다. 앞가림을 못 하기는 누가 못 해?
[Heart attack: 31.99%]이 토 나오게 어려운 춤의 이해도를 반나절 만에 30%를 넘게 올렸다는 거 아니냐.
뭐니 뭐니 해도 묵혜성표 팩폭의 효과가 가장 컸다.
뭐든지 못하는 내가 특히 못 하는 부분을 콕콕 집어주실 때마다 이해도가 쑥쑥 올랐다.
내일은 또 얼마나 오를까.
수업이 벌써 기대된다.
그 밖에 연습생들을 가르치면서 올린 이해도도 적지는 않았고 나 혼자 연습하면서 올린 이해도도 꽤 된다.
뿌듯하게 이해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무릎을 짚고 숨을 몰아쉬던 반요한이 물었다.
“이제 좀 쉬면 안 돼?”
“안 돼. 당장 내일 오전에 묵 쌤한테 수업 듣는데 벌써 쉴 여유가 어딨어.”
“혹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했니?”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형이 나한테 고마워하는 거 다 알아.”
[반요한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며 어이없어합니다. 반요한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17]속마음 다 들린다. 이 염병하게 까다로운 새끼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습하던 룸메이트들이 이쪽을 흘긋대며 수군거렸다.
“아까부터 저 형이 특히 얄밉게 굴기는 했어.”
“맞아. 사람 역시 착하게 살아야 해.”
너희 마치 내가 반요한을 괴롭히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똑바로 봐라.
어딜 봐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돌 꿈나무를 알뜰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는 훈훈한 장면 아닌가.
‘PD님, 작가님, 이 장면을 보고 계신다면 부디 저를 이번 시즌의 참인성 캐릭터로 밀어주세요.’
이런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량이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서사이다. 그것도 좋은 서사.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화면에 안 나오면 끝이다.
그러나 화면에 오래 나왔다고 해도 자기부터 챙기려는 모습만 보이면 순식간에 비호감이 돼서 등수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이 역시 시청자들에게 보일 분량이 안 나오니 딜레마였다.
말 그대로 연습생들의 멘탈을 깎아 가며 굴러가는 방송이 아닐 수가 없다.
“저희는 먼저 가 볼게요. 내일도 해야 하니까 너무 늦게까지 하지는 마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먼저 와서 연습하던 연습생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떠났다.
은근슬쩍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쉬던 반요한이 연습생들이 닫고 나간 문을 간절하게 바라봤다.
응, 못 가.
난 산뜻하게 웃으며 그 앞을 가로막고 섰다.
* * *
우리는 스태프가 이제는 들어가야 한다고 연습실 문을 두드릴 때가 되어서야 연습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고 바닥에 대자로 뻗은 반요한은 눈을 감고 일어나지 않았다. 죽었나?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징샤오가 반요한의 볼을 쿡쿡 찔렀다.
“지금 형 건드리지 마라…….”
손가락이 뺨에 닿자마자 녹음된 음성을 재생시키는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다닥 멀어지는 징샤오를 보고 나가세 리츠가 킥킥거렸다.
참고로 나도 그 옆에 같이 뻗어 있었다. 장담한다. 지금 눈 감으면 잘걸.
피로도가 95까지 찼으니 주의하라는 알림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창을 내리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치워….”
반요한을 놀리는 것을 포기하고 이번에는 내 볼을 쿡쿡 찌르는 징샤오에게 말하는 것처럼 시스템창을 내렸다.
시야에 거슬리는 것이 사라지니 마음이 편안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힘을 뺄 생각은 없었다.
먼저 돌아간 연습생들의 말마따나 자고 일어나면 또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갈 테니까.
그런데 연습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여서 그런가, 비록 반복 연습에 불과하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신발이 연습실 바닥에 끌리는 소리도, 여럿이서 같은 박자에 맞추어 빙글 도는 것도, 숨을 몰아쉬느라 목이 따가운 것마저도 좋았다.
“근데 진짜 두 사람 이제 춤은 잘하는 것 같아.”
징샤오의 말에 김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뿌듯하다.
[312호 연습생들이 당신을 의외로 성실한 놈이라고 인정합니다. 전체 호감도 +1]기숙사 건물로 들어서자 의자에 앉아 있던 스태프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인터뷰 잠깐 하고 올라갈게요. 요한 군부터 와주세요.”
어째 우리만큼이나 피곤해 보이는 스태프가 반요한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나는 벽에 붙어 있는 거울을 보며 이마에 달라붙은 앞머리를 약간 정돈했다.
해놓고 보니 별 차이는 없었지만.
잠시 뒤 반요한이 썩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왔다. 내 욕하고 나왔냐?
“너 들어오래.”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반요한이 나온 방으로 들어갔다.
낮에 스튜디오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간이 세트가 소규모로 꾸려져 있었다.
“거기 앉으면 돼요. 별거 아니니까 편하게 대답해 주세요.”
“네.”
별거 아닌 일도 별걸로 만드는 거 다 안다.
카메라의 붉은 빛이 도깨비가 번뜩이는 눈 같다.
“목표 등급이 어느 정도예요?”
“묵 쌤한테 많이 배워서 A 받고 싶어요.”
“오늘 라온 군이 같은 반 친구들을 많이 도와줬잖아요. 여기저기서 계속 물어보는데 안 힘들었어요?”
“사실 춤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일단 되게 어렵잖아요. 특히 저희 반에는 이런 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고요. 물론 저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다 같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제가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면 돕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전까지 요한 군을 붙잡고 특히 혹독하게 연습을 시켰다던데.”
반요한 이 자식 뭐라고 입을 털어놓은 거야.
유감스럽게도 나는 반요한을 정성껏 엿 먹이려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해서 함께 올라가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웃는 얼굴로 최대한 좋게 포장해서 설명했다.
“요한이 형이 머리가 되게 좋아요. 그래서 안무는 다 외웠는데, 아무래도 연습생 기간이 아직은 좀 짧아서 그런지 그걸 몸으로 어떻게 하는지 파악하는 걸 좀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같은 반이고 룸메이트다 보니까 좀 더 도와주고 싶었어요.”
“네. 수고했어요. 다음 사람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더니 반요한은 씻으러 먼저 올라가 있었다.
나 또한 문 근처에서 서성이던 김준우에게 들어가라고 한 뒤 먼저 올라갔다.
몸을 간단히 씻고 방으로 돌아왔더니 바닥에 두툼한 이불이 깔려 있었다. 저 바닥이 내 자리였다.
사실 연습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징샤오가 바닥에서 잘 사람을 제대로 정하자고 가위바위보를 제안해서 했는데.
“…….”
“어떻게 한 번에 지냐. 그것도 혼자서.”
“이쯤 되면 운명이지.”
자신 있게 내밀었던 주먹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숙지 시도를 강행하느라 초깃값이었던 10에서 2나 깎여 8이 된 내 행운이 문제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그제야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연예계에서 매력만큼 중요한 게 운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뜰 놈은 뜬다지만 그것도 운이 있어야 하니까.
고로 앞으로 올려야 할 스탯에 행운 추가다.
“잘 자.”
“오늘 고생했어.”
“[잘 자요.]”
불을 끄고 내 잠자리로 꾸물꾸물 기어들어 갔다.
낯선 곳, 그것도 게임 속에서 잘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웬걸.
반듯이 누워 이불을 덮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거의 기절하는 수준으로 잠이 왔다. 마치 버튼을 눌러 기계의 전원을 내려 버린 것처럼.
그리고.
깜빡.
‘어?’
[숙면을 취했습니다. 피로도 –50]마침 뜬 알림창 덕분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숙면이라면, 잤다는 거지?
‘…내가 잤다고?’
아닌데. 3초 전에 눈 감았는데.
기분상 잠을 잤다기보다는, 그냥 눈만 잠깐 감았다 뜬 것 같다.
이건 그만큼 푹 잤다는 뜻인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시스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Tip! 본 게임은 두 가지 수면 모드를 제공합니다.] [디폴트로 설정된 피로도 회복 모드에서는 플레이어의 피로도가 50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강제로 숙면을 취하게 합니다.] [일반 모드에서는 일반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단, 피로도 감소량이 미미합니다.] [설정을 변경하시겠습니까?] [Y/N]지금 내 체력으로는 피로도 관리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설정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N]피로도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과는 별개로 도무지 잔 것 같지 않아 미묘한 기분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일어났네? 너 진짜 죽은 듯이 자더라.”
물기 있는 얼굴에 로션 같은 걸 챱챱 바르던 김준우가 나를 흘긋 보더니 말했다.
“그래?”
“어. 잠결에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뭔가를 실수로 밟아서 봤더니 네 팔인 거야. 근데 꽤 세게 밟은 것 같은데도 네가 미동도 없더라고. 숨 안 쉬고 있었으면 죽은 줄 알았을 거다. 엄청 깊게 자나 봐? 아니면 내가 생각보다 약하게 밟았나.”
…그러고 보니 왼팔이 좀 저린 것 같기도 하다.
‘강제 숙면이라더니 웬만한 걸로는 반응을 못 하나 보네.’
곧 사라질 만큼 희미한 통증이고 춤추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일단은 김준우에게 어깨만 으쓱여 보였다.
“지금 몇 시야?”
“7시 반.”
“형은 언제 일어났는데?”
“7시쯤?”
“일찍 일어났네.”
“눈이 떠지더라고.”
“…….”
잠깐의 침묵.
눈이 마주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하게 의뭉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아직 곤히 자는 녀석들을 동시에 돌아봤다.
“하하.”
“하하하.”
꿍꿍이를 품은 삼류 악당이라도 된 것처럼 미소를 지은 우리는 그대로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