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2화
실력이야 점점 키워가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떤 식으로든 시청자들 눈에 들지 않으면 투표는 못 받는다.
나중에 갑자기 잘생겨지면 성형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을 테고.
초반에는 분량도 짤 텐데 언제 콩알만 한 실력 어필하고 앉아 있어. 무조건 잘생긴 게 최고야.
……라고 한때 몸담았던 소속사 놈들이 귀 아프게 말했었지. 다시 생각하니까 몹시 개같군.
그 말에 완전하게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사뭇 이성적인 사고과정 끝에 역시 매력을 올리기로 했다.
“야, 걸으면서 자지 말고 정신 좀 차려.”
참고로 나는 자면서도 대단히 이성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방 이쪽이야. 312호.”
내 옷을 배려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손속으로 쭉 잡아당긴 반요한이 나를 가려던 것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아, 우리 숙소 도착했지.’
지금은 방 배정을 확인하고 숙소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계단에서 사고라도 나겠다 싶어서 양손으로 뺨을 짝짝 치면서 눈을 의식적으로 여러 차례 끔뻑였다.
반요한이 나를 이상하게 보았지만 덕분에 흐리고 탁하던 정신은 어느 정도 맑아졌다.
312호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현관 근처에 캐리어 다섯 개가 주르륵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다른 사람들의 것에 비해 조금 작기는 하지만 내 이름표가 붙은 캐리어도 있는 걸 보니 다행히 보상이 융통성 있게 처리된 모양이었다.
먼저 와 있던 징샤오와 나가세 리츠가 뻘쭘하게 간격을 두고 서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를 발견하고 반색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지간히 지쳤는지 인사를 나누는 목소리들에 힘이 없다.
“우와, 침대다. 우와.”
“영혼 좀 챙겨.”
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바로 옆에 침대가 있었지만 이렇게 땀과 기타 등등의 불순물로 더러워진 몸으로 신성한 침대를 오염시킬 수는 없었다.
“아까 공지는 제대로 들었어?”
“들었는데 기억 안 나. 뭐랬지?”
“옷 갈아입고 대기하다가 방송으로 호실 부르면 식당으로 오라고.”
김준우가 안으로 들어오며 대신 대답했다.
나, 반요한, 김준우, 징샤오, 나가세 리츠.
이렇게 다섯이 이번 합숙 동안 같은 방을 쓰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 혜성 반이다. 같은 반끼리 모아뒀나 보다.
“우와 카메라다.”
“여기도 있어.”
“다 찍힐 텐데 옷은 어떻게 갈아입어?”
“이불 속에서 꾸물대거나, 화장실 가서 갈아입거나 해야지, 뭐.”
내가 바닥에 널브러져서 반쯤 자는 동안 김준우와 반요한이 구석에 설치된 카메라를 발견하고 쑥덕였다.
말조심, 행동 조심해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잠깐 눈이라도 붙이려는 순간, 반요한이 대단히 상큼하게 웃으며 망언을 지껄였다.
“좋아. 그럼 라온이가 바닥에서 이불 깔고 자자.”
“뭐요?”
“난 1층 써도 돼?”
“그래. 난 2층 쓰고 싶어.”
“저기요?”
“[리츠는? 1층? 아니면 2층?]”
“[나는 둘 다 괜찮아요.]”
“난 안 괜찮은데?”
일상 회화가 가능할 정도로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징샤오가 2층을 쓰고 싶다고 선뜻 말할 때쯤 나는 여론을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빠르게 현실을 수긍한 나는 가까운 카메라까지 기어가서 이 은혜도 모르는 새끼들의 만행을 죄다 고하는 것을 택했다.
“여러분, 보고 계시나요. 저는 버림받았어요. 제가 좀 전에 얼마나 열심히 형들이랑 샤오를 도와줬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고마움도 모르고 은혜도 모르고 이렇게 착한 동생을 바닥에서 자라고 하네요. 어쩌겠어요. 착한 제가 참아야지. 피디님 이거 나중에 보시고 꼭 방송 내보내 주세요. 꼭이요.”
내가 그러는 것을 지켜보던 김준우가 슬금슬금 다가와서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라온아, 형이 아끼는 거 알지?”
“응. 이미 늦었어.”
샤워도 못 해서 땀내가 그대로 나는 김준우를 냉정히 한 번에 떨쳐내…려다가 힘 스탯이 부족해서 실패했다. 망할.
안간힘을 쓴 뒤에야 등에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김준우를 겨우겨우 떼어낼 수 있었다.
거기 반요한 외 2명은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측은하다는 듯한 눈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고생 끝에 옷장 문을 열었다.
아까 스튜디오에서 연습하며 입었던 조끼처럼 샛노란 맨투맨이 옷장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와, 완전 병아리색.”
“삐야악.”
왜 저래.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게 분명한 반요한이 한마디 했다.
“준우 형, 병든 병아리 같아.”
“이 자식 말이 은근히 심한데.”
그중 대충 사이즈가 맞아 보이는 걸 꺼내 들었다.
“나 씻고 온다.”
조금 전부터 방송으로 2층에 있는 호실부터 차례로 부르는 걸 보니 우리 순서는 한참 멀었다.
그사이 뜨신 물로 샤워라도 간단히 하고 올 셈이었다.
“네 이불은 우리가 잘 깔아놓을게.”
여기 카메라만 없으면, 내가 연습생만 아니었으면, 저 가증스러운 놈한테 내 중지의 곧음을 자랑하는 건데.
하지만 빙의 1일 차부터 인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야 없지.
참자. 참으면 복이 온다.
킬킬거리며 잘 노는 반요한과 김준우를 무시하며 내 이름이 적힌 캐리어에서 샤워 용품이 든 투명한 파우치와 갈아입을 옷가지를 꺼내 공용샤워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나와 비슷한 물건들을 챙겨온 서문결을 샤워실 앞에서 만나 인사하고 같이 들어갔다.
샤워실은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구조였는데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건지 깨끗하고 조용했다. 좋다.
멈춰서서 샤워실을 둘러보는 서문결을 뒤로 하고 가장 가까운 칸으로 들어가 커튼을 쳤다.
잠시 뒤 착 하고 커튼이 닫히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땀에 전 옷을 선반에 올려두고 뜨거운 물을 콸콸 부으며 샤워를 했더니 온통 뻐근했던 몸이 노곤하게 풀렸다.
다 씻고 나서도 뜨거운 물을 끄기가 싫어 한참 물 낭비를 하다가 미련이 철철 넘치는 손길로 수도꼭지를 잠근 뒤에야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망했네. 수건 없다.’
그냥 입었던 옷으로 대충 물기만 닦고 나갈까 싶었지만, 게임 속에 들어와 처음으로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에 젖었는데 그런 찝찝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게임 폐인이지만 방안에 딸려 있던 욕실에서 하루에 한 번은 꼭 개운하게 씻었던 청결미까지 갖춘 완벽한 사람이 난데.
늘 했던 것처럼 온갖 치명적인 척을 하면서 거울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르키소스 뺨치는 자기애를 저절로 불러왔던 얼굴은 어디 가고 덜생긴 놈 하나가 있어서 씁쓸해졌다.
‘인생은 하룻밤 꿈이라더니…….’
다른 칸에서 커튼을 걷고 나오는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커튼에 가려져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 표식으로 서문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워실에 들어오면서 신은 슬리퍼가 바닥에 탁탁 부딪히며 멀어지는 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다가 퍼뜩 떠오른 말을 내질렀다.
“결이 형! 저 수건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깜빡하고 놓고 와서 없어요….”
샤워실은 구조상 소리가 울리는 편이라 못 듣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그냥 갔나?
혹시 모르니까 잠깐만 기다려 보지, 뭐.
한겨울에 습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둔 샤워실에서 가만히 서 있자니 추워서 다시 뜨거운 물을 맞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샤워실 안으로 들어와 칸막이 위쪽에 수건 하나를 걸어주고 나갔다.
서문결이었다. 세상 아직 살 만하다.
“고마워요!”
같은 소속사지만 나를 바닥으로 쫓아낸 반요한과는 인성이 천지 차이다.
마치 인성과 외모를 동시에 갖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달까.
누가 봐도 꽃돌이처럼 생긴 화사한 이미지의 반요한과는 다르게 서문결은 표정이 건조해서 사실 다소 예민하고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 때문에 샤워실 들어가면서 겨우 인사 한번 나눈 사람이 한 갑작스러운 부탁을 과연 들어줄까 싶었지만,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
물기를 닦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방으로 돌아가니 시름시름 앓고 있는 사람 넷이 바닥에 힘없이 누워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우리 안 불렀어?”
샤워하는 동안 꽤 시간이 지나 먼저 밥을 먹으러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아직인가 보다.
머리에 남은 물기를 탈탈 털고 수건을 한쪽에 잘 두는데 녀석들이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한마디씩 한다.
“우리가 어떻게 널 빼고 가냐?”
“당연히 너 오는 거 기다렸지.”
“[어, 맞아. 같이 가려고.]”
“우리 그렇게 의리 없지 않아. 아까 방송으로 우리 불렀는데 형 기다렸어.”
…세상이 이렇게 따뜻할 리가 없는데.
당황스러웠을 부탁을 별다른 말 없이 들어준 서문결도 그렇고, 연타로 신선한 충격을 받은 내가 말이 없자 김준우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짜 화난 건 아니지?”
아, 맞아. 여기 게임 속이었지. 게임, 게임.
속으로 그 중독적인 단어를 몇 번 되뇌자 이 녀석들이 퍽 친근하게 구는 것이 금세 납득되었다.
기꺼이 웃으면서 아니라고, 그냥 씻고 오니 이 시간이었을 뿐이라고 말하니 다들 안심한 얼굴로 배고파 죽겠다며 빨리 가자고 떠들어댔다.
‘와, 진짜 적응 안 되네.’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간 우리는 늦게 도착해서인지 배부르게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의 제육볶음과 밥을 식판에 담아 빈자리에 앉았다.
“대충 다 아는 것 같지만 그래도 먹으면서 간단히 나이 정리나 해볼래요?”
“그렇게 해요.”
“어, 리츠는…. 요한이 형이 통역 좀 해줘.”
“알았어.”
아무리 봐도 대체 왜 저 스펙으로 아이돌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반요한이 유창한 일본어로 나가세 리츠에게 김준우의 말을 통역해 들려줬다.
나가세 리츠는 알겠다면서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했다.
그러는 사이 내 초급 일본어 스킬 숙련도가 순조롭게 올랐다.
“여기서는 내가 제일 나이 많을 것 같은데, 22살이에요.”
김준우가 22살, 반요한이 21살, 나가세 리츠가 20살, 내가 18살, 그리고 징샤오가 17살이었다.
나이를 다 들은 김준우가 선뜻 말했다.
“그냥 말 놓죠?”
“그럴까?”
“나는 이미 놓고 있었는데.”
“너는 뭐…….”
“너야 뭐…….”
[312호 연습생들이 당신을 이 구역 제일가는 인싸라고 인정합니다. 매력 +1]소중한 매력을 올려 줘서 좋기는 한데. 자꾸 떨떠름하고 석연찮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나 같은 진성 내향인한테 감히 인싸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그런 것 같은데, 저 그런 외향적인 사람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