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6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68화
강지우의 둘째 이모네가 곧 도착한다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나도 더 지체하지 않고 짐을 챙겼다.
“더 있다 가도 되는데.”
“맞아. 그냥 모레까지 여기 있다가 나랑 같이 상현이 형 차 타고 가자. 상현이 형 그날은 데리러 올 수 있댔어.”
“아니에요. 회사 가서 할 일이 또 있어서요.”
내가 숙소에 가 봤자 평소 하던 게임이나 작곡, 그리고 연습 말고는 특별히 할 게 없다는 걸 아는 강지우가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사실 강지우 생각처럼 하기로 정해둔 일은 마땅히 없었지만, 여기 더 있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아서.
안 그래도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머무르는 바람에 조금 찔린단 말이지.
“할 일 있으면 보내줘야지. 쉬는 날에도 고생이다.”
다행히 이 집안의 실세이신 강지우 어머니가 내 곤란함을 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고생까지는 아니에요.”
짐은 올 때보다 훨씬 늘어나 있었다.
강지우네 어른들이 남은 연휴 동안 밥 잘 챙겨 먹으라면서 반찬거리를 이것저것 많이 챙겨 주셨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만큼이나 안 주셔도 돼요….”
“괜찮으니까 가져가.”
“연휴가 아니라 이번 달 내내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은데요…….”
나도 올 때 무난한 건강식품을 방문 선물로 챙겨오기는 했지만, 내가 준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게 약밥이라는 건데, 한번 먹어보고 입맛에 맞으면 좀 가져가.”
“괜찮…….”
내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적당히 달콤한 약밥이 입안에 쏙 들어왔다.
“어때? 별로야?”
“아뇨! 맛있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그 누가 이걸 먹고 맛없다는 염치없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잘됐네. 그럼 이것도 좀 싸 주마.”
큰일이다.
나를 구해준 것은 나보다 내 입맛을 더 잘 아는 것처럼 “이건 얘 좋아하니까 조금 더 싸줘”나 “엄마 얘 이거 향 때문에 못 먹어. 그냥 빼줘.” 같은 말로 반찬 구성에 내내 참견하던 강지우였다.
“아빠, 그만 줘. 얘 혼자 이거 다 못 들고 가.”
“그래?”
그래도 강지우에게 조금은 상식이라는 게…….
“어. 일단 당장 먹을 것만 좀 추리고, 못 들고 간 건 나중에 내가 가져갈게. 그땐 상현이 형이 차로 데리러 온댔으니까.”
“아, 그럼 되겠다.”
“…….”
되긴 뭐가 돼, 이 양반들아.
하지만 내 의견은 가볍게 묵살되었다.
이 집은 사람부터 강아지까지, 음식 앞에서 좀 비정상이 되는 경향이 있어.
어제 대박이랑 소박이랑 산책하러 갔을 때, 간식 꺼내니까 “손…”까지만 말했는데 손 내밀고, 앉고, 뒤집어지고, 뱅글뱅글 돌고, 점프하고 아주 난리가 났더라니까.
물론 박박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몹시도 귀여웠기 때문에 나는 강아지 두 마리에게 아낌없이 간식을 베풀었다.
……어쩐지 먹을 것으로 시작해 먹을 것으로 끝나는 방문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뭐… 빠뜨린 거 있으면 지우한테 들려 보내면 되니까.”
휴. 나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얼마 뒤, 내가 부른 택시가 집 앞에 도착했다.
설 당일이었지만 다행히 콜이 잡혔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심히 들어가.”
“잘 가, 라온 형.”
내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강지우네는 약속한 것처럼 다 같이 대문 앞까지 나와 나를 배웅했다.
아, 내일 가면 안 되냐고 아까부터 계속 물어보다가 내가 마음을 바꾸지 않자 펑펑 울어버리고 토라져서 2층에 있는 자기 방에 틀어박힌 강해림을 제외하고.
“해림이한테 부탁 못 들어줘서 미안하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너무 신경 쓰지 마. 애가 아직 어려서 그래. 막내라고 다 받아주면서 키워서.”
2층에 나 있는 창문의 커튼 사이로 언뜻 인영이 보인 것 같았지만, 나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소박이 대박이도 아프지 말고 잘 있어.”
나는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 꼬리를 똑같이 붕붕 흔드는 하얗거나 검은 개 두 마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나중에 강아지 꼭 키워야지.
“어째 우리랑 헤어지는 것보다 저것들이랑 헤어지는 걸 더 아쉬워하는 것 같어.”
강지우 할머니의 말씀에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농담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이렇게 부정하지 않고서는 오해를 살 것 같았다.
따지자면 강지우네 집에서 보낸 시간은 한나절도 안 되었지만 그만큼 더 아쉬웠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길 잘했지?”
내 생각을 훤히 아는 것처럼 묻는 강지우에게 고개를 크게 끄덕여 주었다.
빵! 인내심 있게 우리를 기다려 주던 택시가 경적을 한 번 울렸다.
“그럼 진짜 가보겠습니다.”
택시에 올라 창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꾸벅이며 손을 흔들었다.
강지우 할머니는 딱딱하면서 다정하셨고, 강지우 아버지는 (이런 말 몹시 실례인 줄은 아나) 한마디로 ‘러블리’하셨고, 강지우 어머니는 가래떡 썰던 칼로 백두산 호랑이를 잡으러 나가는 한석봉 어머니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셨고, 강지우는… 강지우고, 둘째 강민서는 이 집에서 목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본 강지우 할아버지 다음으로 침착했고, 셋째 강보람은 나를 볼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했고, 막내 강해림은 다람쥐처럼 앙증맞으면서도 귀여운 수준에서 얄궂은 구석이 있었다. 대박이 소박이는 뭐 말할 것도 없고.
부러울 정도로 단란한 가족이었다.
* * *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학업을 그만두고 아이돌을 택한 것으로 인해 집안에서 아직도 별의별 소리를 다 듣는다는 반요한은, 일가친척 다 모인 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틀어놓은 TV에서 아이돌 예능 대전이 방송되는 바람에 숨 막혀서 죽을 뻔했다는 절절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반요한이 아이돌 예능 대전에서 벌인 여러 행동을 떠올려 본 후, 드물게 녀석의 정신 건강의 안녕을 빌어주었다.
‘그 자리에 반가을 대표님도 계실 텐데…….’
고모와 조카가 똥 씹은 표정을 애써 감추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잘 상상된다.
새끼여우 [얘들아]
새끼여우 [내가 내일 점심까지 말이 없으면]
새끼여우 [밤사이 누나랑 아빠한테 맞아 죽은 거다]
견성하 [수고하세요.]
서문결 [힘내]
아닌 척 약 올리는 게 분명한 견성하와 100% 진심일 서문결의 메시지가 나란히 올라왔다.
강쥬부 [(사진)]
강쥬부 [(동영상)]
강쥬부 [나는 막내랑 고기도 구워먹고 박박이랑 산책도 가고 보드게임도 했는데ㅎㅎ]
새끼여우 [하..]
새끼여우 [차라리 너네 집 가고 싶다 진짜..]
반요한의 투덜거림을 적당히 무시한 나는 이번 설에 받은 용돈을 떠올렸다.
강지우 부모님에게 3만 원, 고수종 할아버지께 10만 원, 그리고 묵혜성에게 100만 원.
총 113만 원.
‘이거 웬만한 스케줄보다 더 받은 것 같은데…….’
사실 작년에 오피스텔에서 매달 일정 금액이 입금되는 ‘온라온’의 통장을 찾은 이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세상 물정 모르던 과거의 금전 감각도 어느 정도 돌아온 지금.
묵혜성이 보낸 세뱃돈은 깜짝 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할 만한 액수는 딱히 아니었지만.
최대 금액이 5만 원이었던 강지우네 세뱃돈이나 여러 인터넷 글 등을 참고했을 때 묵혜성이 보낸 이 백만 원이라는 게 통상적인 기준에서 세배 한 번 하고 받기에는 꽤 많은 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삼촌도 아니고 오촌한테 이 정도를 받아도 되나?’
물론 문제없이 연예인 생활을 20년째 하는 묵혜성에게 100만 원 정도야 그리 큰 금액이 아닐 테지만…….
나 [세뱃돈 받으려고 절한 건 진짜 절대 아니지만 용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전에 집에서 잠깐 지내게 해주신 것도 그렇고 저번 달에 생일선물도 주셨고 계속 받기만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이렇게 큰돈을 또 받기 죄송해서 말씀 드립니다ㅠㅠ 절대 호의 무시하는 건 아니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민 끝에 전송 버튼을 콱 눌러 버린 나는 핸드폰을 바로 주머니에 쑤셔 넣었는데.
묵쌤 [지금 통화 가능해?]
깜짝이야 내 심장.
나 [지금 밖이에요ㅠㅠ]
다행히 내게는 통화를 회피할 명분이 있었다.
묵쌤 [부탁할 게 있어서 그러니까 그냥 받아]
그럼 뭐…….
나 [저 요즘 예능도 그렇고 쫌 잘나가서,.]
나 [무슨 부탁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백만 원으로는 좀ㅎㅎ..]
당연히 묵혜성 무서운 걸 잠시 잊고 던진 농담이었는데.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묵쌤 [묵쌤 님이 돈 봉투를 보내셨습니다.]
“뭔데…….”
묵혜성은 이번에도 아까와 같이 100만 원을 보냈다.
메신저에서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의 송금 한도가 일 200만 원이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더 보냈을 기세였다.
내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장문의 메시지 하나가 더 도착했다.
묵쌤 [라온아, 너를 탓하는 건 아닌데 벌써 그렇게 자만하면 안 돼.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네 태도가 (중략) 그리고 부족하면 더 말해.]
요약하자면 데뷔 3개월 차 주제에 건방지게 굴지 말라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는 대선배의 충고가 무섭게 날아왔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는 이 사람을 어떡하면 좋지?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제 능력으로 벌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생으로 혼나는 느낌이라 조금 무서웠다.
‘부족하면 말하라는 건 또 뭔데…….’
나는 일단 빌기로 했다.
나 [죄송해요ㅠㅠㅠ 농담이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는 안 그럴게요ㅠㅠㅠㅠㅠㅜㅜ 뭐든 말만 하세요 제가 다 들어드릴게요ㅠㅠㅠ]
묵쌤 [계좌 불러]
나 [그거 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울면서 벽에 머리 박는 흰색 고양이 이모티콘)]
묵쌤 [농담이야.]
“…….”
이 인간이…?
하지만 묵혜성이 두 번째로 보낸 100만 원도 그냥 가지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묵혜성의 100만 원짜리 유머를 기꺼이 포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