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7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78화
4월 중순.
장수 아이돌 크로니클이 신곡으로 컴백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20주년이라.
크로니클 멤버들도, 크로니클의 팬덤 이터널도, ‘우리 아직 현역이다!’와 같은 뜨거운 마음가짐으로 간만의 활동에 열심히 임하고 있었다.
한 세기 전에 데뷔할 때부터 알고 지낸 PD의 배려로 쓰는 사람 수에 비해 넓어 쾌적한 대기실은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이 끊이질 않았다.
“작년에 음악 방송 활동을 안 해서 그런가, 처음 보는 팀들이 너무 많아서 새롭다.”
“봤던 팀도 까먹어서 새로운 건 아니고?”
“아니거든? 나 한 번 본 후배들 이름은 다 외우려고 노력하거든?”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
“맞는 말이네.”
“그치? 내가 언제 틀린 말 하는 거…….”
“처맞는 말, ××아.”
방송에는 차마 나갈 수 없는 상스러운 말과 함께 매를 맞은 김성영이 “이기준 넌 무슨 깡패 양아치니?” 하고 지껄이며 저릿한 등을 부여잡았다.
“형, 욕 좀 줄여.”
소파에 앉아 있던 묵혜성이 그 모습을 보며 한마디 했다.
“혜성이 넌 같은 멤버가 다른 멤버한테 욕을 먹었는데 할 말이 그거밖에 없어?”
“없어. 하루 이틀 먹은 것도 아니고…….”
스태프들을 포함해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 묵혜성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김성영과 이기준이 저러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와, 와. 자기는 지금 욕 안 먹는다고.”
“우리 혜성이는 욕먹을 일을 안 하니까.”
“그렇지. 묵혜성은 욕을 먹기보다는 본인이 하는 타입이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봐봐. 얘 나랑만 있었으면 분명 욕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얘 이제 한 번 더 하면 여기서도 욕한다.”
최후의 인내심을 발휘하는 묵혜성을 대신해 이기준이 다시 한번 김성영에게 구수한 욕을 듬뿍 선물해 주었다.
“……묵혜성 너 왜 이번에는 욕하지 말라고 안 하냐?”
“왜 안 하겠어.”
소란 속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SNS에 올릴 셀카를 신중하게 고르던 맏형이자 리더 주연호가 농 섞인 푸념을 했다.
“아니, 근데 진짜. 애들이 너무 어려. 우리 이제 은퇴할까 봐.”
그에 김성영이 무슨 소리냐는 듯 당장 묵혜성 다음으로 어려 보이는 주연호를 흘겨보았다.
“형! 은퇴가 무슨 말이야! 우린 앞으로 20년은 더 해 먹는다!”
“아니, 그건 좀.”
“할 거면 너 혼자 해.”
“시청자들 눈 배릴 일 있냐?”
그때, 크로니클의 매니저가 부산스러움을 뚫고 크로니클 멤버들에게 말을 전했다.
“형님들, 오르카 팀이 잠깐 인사드리고 싶다는데.”
“오르카?”
“아, 우리 조카!”
“그냥 조카 아니고 당조카야, 멍청아.”
“그게 그거 아니야?”
“형들 조카도 당조카도 아니거든.”
“정 없게. 솔직히 10년을 같이 살고 20년을 꼬박 봤으면 한 가족으로 인정해 줄 때도 되지 않았냐.”
“그래도 안 되니까 가족이 가족이지.”
“뭔 소리야?”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래서, 들어오라고 해도 될까요?”
이 남자들의 수다가 그대로 두면 끝도 없이 이어질 걸 아는 매니저가 뚝심 있게 다시 물었다.
“잠시만! 나 카메라 좀.”
위튜브 채널 ‘한도 무제한’을 운영하는 한도균이 짐 사이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을 셀프 카메라를 찾았다.
“아, 그만 좀 찍으라고.”
오랜만의 컴백을 맞아 위튜브에 관련 영상을 올리겠다고 이미 이 전의 대기실에서도, 사전 녹화를 하면서도 한참 찍어댔기에 이기준이 가볍게 짜증을 냈다.
“쟤 아까도 엄청 찍지 않았냐.”
“이럴 때 안 찍으면 언제 찍어. 많이 찍어두면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이터널도 좋고 나도 좋고 다른 그룹 팬들도 좋고. 아, 찾았다.”
“찾으셨으면 이제 진짜 들어오라고 합니다.”
“엉!”
매니저가 조금 열려 있던 대기실 문을 활짝 열어 허락을 기다리던 오르카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기 위해 일렬로 쭉 선 오르카 멤버들이 한도균이 들고 있는 셀프 카메라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안, 미안. 도균이 지금 그 뭐냐, 위튜브 영상 찍고 있어서.”
“너네 들어오는 모습 찍겠다고 카메라 찾느라.”
솔직히 말하자면 늦은 게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다른 크로니클 멤버들은 일단 까마득한 후배 앞에서 체면을 버리는 건 한도균 한 명으로 하자고 암묵적으로 합의를 마쳤다.
물론 살짝 열어둔 문을 통해 밖에서 안쪽 이야기를 다 들은 오르카는 후배 된 도리로서 모르는 척 온순히 웃고 말 뿐이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대 위튜브 시대가 열려 이제는 이름을 들어본 연예인들도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하나둘씩 개인 채널을 개설하는 추세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연예인 위튜버를 직접 본 게 처음인 오르카는 신기해했다.
“어, 저 선배님 채널 구독했어요. ‘한도 무제한’ 맞죠!”
“어, 알아?”
“당연하죠. 저 이터널입니다.”
한도균은 안 그래도 사탕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예뻐 보였던 자기네 막내의 당조카가 더욱 예뻐 보였다.
훌쩍 올라간 호감도를 확인한 온라온이 미소하며 생각했다.
‘영상은 조회 수 높은 한두 개 빼고 거의 안 봤지만…….’
나는 구독했다고만 했으니까 거짓말은 안 했다, 뭐.
“저희 인사 먼저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사인한 ‘Lucid’ 앨범을 든 강지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이, 가족끼리 인사는 무슨 인사…….”
“안 하면 애들이 더 불편해하니까 받자.”
주연호의 다정한 배려 섞인 말에 오르카는 드디어 한도균의 카메라 앞에서 인사를 할 수 있었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어서 와요, 어서 와.”
“비타민 먹을래?”
왜일까. 이제 고작 인사만 했는데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이제까지 자신들과 함께 일했던 대다수 사람이 받았던 느낌이라는 것을 오르카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난 저번에 아예대 촬영 때 한 번 봤죠?”
아이돌 예능 대전 본선 촬영을 함께했던 김성영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성영아, 애들 부담스러워하니까 그런 얄팍한 친분 함부로 강요하지 마.”
“기준아, 네가 그러는 게 더 부담스럽거든.”
“얘들아, 부담스러웠어?”
“지금 그렇게 물어보시는 게 진짜 부담의 끝판왕이에요.”
온라온의 너스레에 자리에 있던 이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이기준에게 말로 이겨본 적 드문 김성영이 속 시원해했다.
“아무튼 이렇게 음악 방송에서 보니까 좋다.”
“너희 데뷔한 지 아직 1년 안 됐지? 작년 겨울 데뷔였나? 맞지?”
“네 그렇습니다!”
“이야아, 그렇습니다래. 왜 이렇게 귀엽냐. 애들이 다 너무 애기야.”
“형님, 그거 진짜 아저씨 같으니까 그만하세요.”
“진짜 요즘 데뷔하는 후배 애들 보면 어린데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외국어도 잘하고. 그냥 못하는 게 없더라.”
“잘생겼다고 말로는 엄청 들었는데 진짜 실물이 훨씬 낫다.”
“그니까. 난 데뷔하고 활동하면서 천천히 사람 됐는데. 진짜 난 옛날 사진 죽어도 못 봐.”
“아니야. 그때도 나랑 혜성이는 잘생겼다고 데뷔 전부터 소문 많이 났었어.”
“그래. 한도균 너 잘났다.”
“이해해 주세요. 형님들이 요새 수다가 좀 느셔서…….”
크로니클 멤버들과 오래 알고 지낸 매니저가 나름대로 존경하는 형들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뒤늦게 나섰다.
물론 온라온이 묵혜성 덕분에 가졌던 크로니클의 근사하고 멋있는 이미지는 데뷔 쇼케이스 때 상반된 두 개의 화환을 받았을 때부터 폭삭 무너진 지 오래였다.
‘어쩐지 며칠 전 비앱 할 때 ‘이터널이공기’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어카냐 이 익숙한 고막파열바이브ㅠㅠㅠㅠㅠ’ 같은 댓글을 남기더라니…….’
“아, 맞다. 너희 오늘 우리 곡 커버 무대 한다며.”
그룹의 인지도, 묵혜성과 온라온의 관계, 실력, 화제성 등을 고려한 PD의 선택을 받은 오르카는 크로니클의 20주년을 기념해 그간 발매한 수많은 곡 중 히트곡을 알차게 섞어 놓은, 말하자면 크로니클 메들리를 준비해 왔다.
“아, 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조금 이따가 녹화하러 가요.”
“그래? 여기서 한번 해볼래? 틀린 데 없는지 봐줄게.”
여기서요? 지금요?
한도균을 바라보는 온라온의 휘둥그레진 눈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물론 한도균이 진심으로 한 말이라면 사양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기준이 먼저 면박을 놓았다.
“어우, 꼰대. 얘가 진짜 후배들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
“근데 방송 때는 우리보다 잘하면 안 된다.”
농담이었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쳐 꿋꿋하게 말하는 한도균을 향해 이기준이 재차 뾰족한 말을 퍼부었다.
“꼰대인 것도 싫은데 넌 진짜 악질이기까지 하다. 당연히 관절 멀쩡한 얘네가 우리보다 힘 팍팍 줘서 잘하겠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묵혜성까지 그에 가세했다.
“형이 봐주긴 뭘 봐줘. 콘서트 연습할 때 들어가는 타이밍 우리 중에 제일 못 맞추면서.”
“그래도 이젠 잘 맞추잖아!”
크로니클 매니저가 담당 연예인들의 추태 아닌 추태를 대신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서로 다 너무 친해 보이시고. 저희도 선배님들처럼 오래 활동하고 싶어요.”
방금 강지우가 한 말은 진심이었지만.
크로니클의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지켜본 오르카 멤버들은 최근 얼굴이 반쪽이 된 곽상현의 말에 앞으로는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주자고 다짐했다.
통제가 안 되는 듯 되고, 되는 듯 안 되는 오르카에게 시달리던 곽상현이 알았다면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참, 너희 이날 시간 되니?”
“언제요?”
“어디 보자……. 아, 5월 26일이나 27일.”
그즈음의 스케줄을 떠올려 본 강지우가 대표로 대답했다.
“매니저 형한테 스케줄을 물어봐야 확실하기는 한데, 아마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너희 우리 콘서트 보러 올래?”
크로니클 20주년 기념 콘서트에 초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