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7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77화
요리 대결을 시작한 이후로 약 30분이 흘렀다.
대결의 양상은 우리와 에어리의 예상을 모조리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와…….”
짭조름한 미역국이 끓으며 나는 냄새와 양파와 고기 등을 볶은 고소한 기름 냄새가 부엌에 가득했다.
그러니까, 애써 각오했던 탄내라든지 매운 내라든지, 비린내 따위는 전혀 나지 않고 오로지 맛있는 냄새만이 아직 저녁도 먹지 않은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레시피를 알려주는 나와 반요한, 그리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 생일상을 기다리는 강지우의 눈에는 저들이 요리하는 광경이 보이지 않았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저곳에서 먹을 수 있는, 아니, 어쩌면 먹음직스러울지도 모르는 음식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쯤은 후각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요리하느라 바쁜 서문결과 견성하의 얼굴을 계속 보고 싶다는 에어리들의 타당한 요청에 따라 우리는 ‘세기의 요리 대결’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하나 더 켜둔 상태였다.
한 그룹 안에서 동시에 두 개 이상의 라이브 방송을 켜는 게 될지 안 될지 몰랐는데, 일단 해보니까 되더라.
역시 뭐든 일단 해보는 게 좋다.
– 5르카 단체 비앱이기는 한데 이제 3르카+2르카=5르카인
– 따로 또 같이를 이렇게 실천하는 그룹은 처음봐요
– 아니 한공간 두비앱 나만 웃긴거 아니죸ㅋㅋㅋㅋㅋㅋ
– 태블릿으로는 원래 방송 보고 폰으로는 요리팀 방송 보고 있어요
– 성하 요리하면서 혼잣말 왤케 많아ㅋㅋㅋㅋㅋ 울 엄마보다 더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세기의요리대결 오디오분량 성하 2인분 결 0인분 도합 2인분 완벽한 균형
“나 다 버무렸어!”
그때, 당면과 양념을 버무린 견성하가 얼른 다음 설명을 해달라며 나를 불렀다.
“다 했으면 이제, 어… 남은 재료랑 당면이랑 다 후라이팬에 넣고 막 볶아. 타면 안 된다!”
“넌 영어가 모국어인 애가 후라이팬이 뭐냐…….”
카메라 앞에서 그린 듯이 웃고 있지만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의 반요한이 나를 가볍게 핀잔했다.
“먹어보면서 간장으로 살짝 간 맞춰주고 괜찮으면 위에 깨 솔솔 뿌려주면 끝! 어려운 거 있어?”
“없어!”
나는 반요한을 마찬가지로 가볍게 무시하며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이윽고 요리를 모두 마친 두 사람이 각자 한 음식을 거실로 가져왔다.
각각 냄비와 프라이팬 뚜껑을 덮은 상태라 내용물의 상태를 당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끙.”
반요한이 일어나 거실 한쪽에 있던 상을 가져와 폈다.
– 생활감 미쵸
– 지우야 생일 축하해!!
– 울아빠도 딱 저표정으로 상펴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루만 저 사이에서 밥먹어보고싶다..
이거 에어리들에게 사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나를 필두로 한 멤버들의 얼굴은 여전히 환상적이었으므로 뭐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일단 두 사람 다 너무 고생 많았다. 라온이랑 반요한 너도.”
“왜 나만 성 붙이냐? 아까부터 서운하게.”
“그으래, 요한아.”
강지우는 방송 중이라 일단 참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두 사람은 1년 안으로 방송이고 뭐고, 카메라 앞에서도 100% 평소 텐션으로 지내게 될 것 같았다.
지금도 약 8할은 그러고 있는 중 같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세기의 요리 대결은 끝났고요, 두 팀이 과연 어떤 요리를 해냈을지 걱정과 기대가 함께 됩니다. 음, 사실 기대가 더 커요!”
냄새가 좋거든요, 하고 산뜻하게 말한 강지우가 말을 이었다.
“원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두근거리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에어리들이 자꾸 이쪽 댓글로 성하랑 결이가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하고 있다고 스포를 해버려서, 제 기대감이 본의 아니게 상당히 높아진 상태예요.”
“원래 기대감이 지나치게 낮았던 건 아니고요?”
견성하의 예리한 지적에 강지우가 아하하 웃었다.
맞는 말이었나 보다.
“그럼 이제 두 사람은 뚜껑을 열고 준비한 요리를 보여주세요!”
배가 고팠는지 강지우가 서둘러 하나, 둘, 셋을 세자 견성하와 서문결이 프라이팬과 냄비 뚜껑을 한 번에 열었다.
“우와…….”
“냄새 이렇게 맡으니까 더 배고파졌어.”
놀랍게도 미역국과 잡채의 비주얼은 상당히 멀쩡했고, 이번에도 서문결은 숙소에 있던 과일로 경이로운 예술을 해 왔다. 이제 저런 거에는 놀랄 힘도 없다.
“기대를 좋은 방향으로 배신한다는 게 이런 걸까.”
“아니, 근데… 어떻게? 견성하야 실력이 미지수였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결이 형은…….”
“나는 우리 결이를 믿었어!”
“저 형을 믿었다고? 얼마나?”
“그건…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아니이게 왜 잘 됐지..?
– 본인들도 놀란 것 같은게 젤 웃겨
– 나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지우랑 같이 울 준비 만땅이었는데 뜻밖의 실력
– 맛있어 보여요
– 수고했어요 결오빠
– wowowowow
– 사과로 오리? 백조???
– 근데 저런건 대체 어디서 배워온거야ㅋㅋㅋㅋㅋㅋㅋ
웃기게도 모두가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겼다.
다들 지난번 리조또의 충격이 대단히 컸나 보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는데…….”
숟가락을 든 강지우가 윤기 흐르는 미역국과 반지르르한 잡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의심하는 눈으로 봐요. 이상한 거 안 넣었거든요. 먹어 보면 실제로도 맛있을 거예요.”
“그래. 일단 먹어보자!”
비장하게 숟가락을 집어든 강지우는 음식에서 무슨 맛이 나든 일단 맛있다고 해주자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음…….”
멤버들의 시선이 미역국을 한 입 크게 떠 입에 넣은 강지우에게로 향했다.
“어때?”
반요한이 감상을 재촉했다.
“……맛있는데? 간도 괜찮고. 안 느끼하고. 안 비리고.”
선의의 거짓말은 아닌 듯한 그 평가에 서문결이 기쁜 것처럼 조금 웃었는데, 나는 어쩐지 그 희미한 미소 속에서 약간의 조마조마함을 본 것 같았다.
‘맛없을까 봐 걱정했나?’
“제 잡채는요?”
견성하가 강지우를 채근했다.
“하면서 안 먹어봤어?”
“간 맞추면서 먹기는 했는데, 그래도 내 입맛이랑 형 입맛이랑은 다를 수 있는 거잖아.”
“잠시만. 이제 먹는다.”
잡채 또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살면서 먹어본 잡채 중에 제일 맛있다나 뭐라나.
– 맛없는데 맛있다고 해주는 건 아니지?
– 지우 웃는거 찐텐인데ㅋㅋㅋㅋㅋㅋㅋ
– 제사상 아니고 생일상 받아서 다행이네
– 아니 그 지옥에서 돌아온 요리는 어디가고 저렇게 정상적인 미역국이?????
– 울 댕셩 음식도 잘해 누나랑 살래??
– 오늘도 대차게 망해서 빅웃음 줄 줄 알았는데 살짝 실망 하지만 쥬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얘들아, 너네도 먹어봐. 배고프잖아.”
“밥 가져올게.”
“여러분, 저희 이제 먹기만 할 거예요. 댓글도 못 볼 거고… 카메라도 못 볼 거고.”
“왜냐하면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어야 한다고 지우 형 할머니가 저번에 말씀하셨거든요.”
“근데 저희 진짜 먹기만 할 거니까 바쁜 일 있으신 분들은 끄고 가셔도 됩니다. 물론… 안 가셨으면 좋겠지만…….”
“가지 말아요.”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그건 무슨 노래야?”
“제목 알아 오면 내가 소원 들어줄게.”
“너 이거 아무 노래도 아니지. 그냥 막 부른 거지.”
“하하.”
어쨌든 냉장고에 넣어뒀던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오고, 본격적인 저녁 식사가 시작됐다.
사실 원래 이때쯤 라이브 방송을 끄려고 했는데 도무지 끌 겨를이 안 났다.
이제까지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으니 왠지 애프터서비스로 먹는 과정까지 보여줘야 할 것 같고.
– 애들 너무 맛있게 먹는닼ㅋㅋㅋㅋㅋㅋㅋ
– 입 안 벌리고 꼭꼭 씹어먹는거 왤케 귀엽지
– 뭔데 왜 먹기만 하는데도 재밌는건데
– 아 얼굴이 재밌구나
– 진짜 카메라 의식하는 사람 없는듯ㅋㅋㅋㅋㅋㅋ
– 아니 오빠들 저 지금 친르카2 무편집본 보는 기분이라고욬ㅋㅋㅋ
– 밑반찬 왤케 고퀄이에요??
– 얘들아 굶지말고 밥 잘 챙겨먹어ㅠㅠㅠ 우리가 말안해도 밥은 지우가 챙기겠지만..
– 얘들아 이대로 아카펠라>쿡방>먹방>눕방까지 가자!!!
“먹고 바로 누우면 안 되는데.”
“너는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아니, 아까 어떤 이공기 씨가 눕방까지 하라셔서.”
“댓글 보지 말고 먹어.”
“이제 배불러…….”
그때, 심각한 표정으로 미역국을 떠먹은 반요한이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잘 먹어놓고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아니야. 이건 내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했을 때 나오는 맛이 아니란 말이야.”
반요한의 집요한 말에 서문결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결아 너 혹시…….”
서문결이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는 듯 반요한의 새초롬한 시선을 스르륵 피했다.
“이거 레시피 미리 찾아봤니?”
“…….”
에어리의 요청에 따라 사과로 백조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던 서문결이 칼을 움직이는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무슨 사과깎이라도 된 것 같은 손놀림이었는데, 저러다 손 다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결아.”
“응.”
“미리 찾아봤니?”
“응…….”
미안한 낯빛을 한 서문결이 고우면서도 어딘가 포스 있는 자태의 백조 한 마리를 접시에 내려놓았다.
– 그런 반전이….
– 어쩐지
– 결이 그럼 미리 연습한 거야??
– 요한이 엄청 예리하다ㄷㄷㄷ 다 같은 미역국 아닌가
– 먹어보고 이건 내가 알려준 레시피 아니라고 하는 게 거의 뭐 탐정수듄
– 이 와중에 겨리 손은 예쁘고 난리
– 백조 너무너무너무 예쁜데 그냥 위튜브 보고 따라한거라니 금손ㅠㅠㅠㅠ
“왜 그랬어? 내가 절대, 저얼대 찾아보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만…….”
“하지만?
“지우 형 생일인데 이왕이면 맛있는 음식 해주고 싶어서.”
– 아아….
– 서문보살님을 뵙습니다..
– 나 잠깐 후광 본 기분이야
– 사람이 저렇게 착하면 안되는데,,,
– 요한이가 우리 순진한 애들 옆에 있어줘서 참 다행
“결아악……!”
서문결이 잘라놓은 사과를 아삭이며 먹던 강지우가 울렁이는 눈으로 서문결의 이름을 불렀다.
“너 나 못 믿어?”
그와는 반대로 조금 뚱한 표정으로 물은 반요한은.
“형은 설명을 잘 못하니까.”
서문결의 악의도 가감도 없는 냉정한 평가에 순간 말문이 턱 막힌 듯했다.
“그래. 나처럼 찰떡같이 설명해 줘야지. 형 설명은 너무 어렵고 지나치게 간단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어. 이제 보니 저번에 망한 건 결이 형 손이 아니라 요한이 형 입이 문제였네!”
이때다 싶은 내가 대차게 자기만 아는 반요한을 깠는데.
“아니, 굳이 말하자면 오늘 네 설명도 무척이나 댕떡 같았고 내가 그걸 찰떡같이 알아들은 거지.”
견성하가 팀킬을 했다.
이 댕자식이?
“야, 댕성. 댕떡이라 하면 개떡이 개떡 아닌 게 되냐? 너 그러면 견성하 아니고 개성하야?”
“에어리들 앞이니까 험한 말 안 쓴 거야. 그리고 사람 이름 가지고 그러는 거 완전 유치하거든.”
“와, 내숭 봐.”
그렇게 우리 둘은 왁왁 싸우기 시작했다.
……어쩐지 정신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기분이다.
– 올망진창ㅋㅋㅋㅋㅋㅋㅋㅋ
– 댕을 개라고 번역할 줄 아는 미국인
– 라온이 거의 언어의 마술사
– 얘들아 싸우지맠ㅋㅋㅋㅋㅋ
– 서문보살님이 쏘아올린 작은공ㅠㅠㅠ
– 근데 둘이 완전 솜주먹으로 팡팡 치는 것 같애ㅠ 싸우는 거 맞니..?
그 개판 속에서 강지우가 황급히 방송을 마무리했다.
“오늘 생일 축하해 주신 분들 모두 모두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남은 ‘Dream’ 활동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 주 음방에서는 또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많이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