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1화
폭로 글은 견 씨 남매에게 쌓인 원한을 이 기회에 모두 풀어 놓겠다는 것처럼 길었다.
웬만한 사람은 도중에 읽기를 포기하고 댓글을 보기 위해 스크롤을 쭉 내려 버릴 정도였다.
글 내용을 요약하자면.
견하람은 가끔 학교에 올 때마다 동료 배우들에 대한 뒷얘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학급 내에 위계 서열을 조장했다.
또한 한 학년 위 일진으로 유명했던 견성하는 글 작성자를 찾아와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고 나와 있었다.
그 일들을 계기로 교우 관계가 망가진 글 작성자는 초등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은따’를 당하다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왕따가 되었다는 것이다.
폭로 글이나 그로부터 파생된 관련 글에는 댓글들이 수없이 달렸다.
– 와 견하람 이미지 좋지 않았나 충격이네
– 견하람은 알겠는데 견성하는 누구임 처음 들어봄
– 헐 견성하 아예대에서 운동신경 ㅎㄷㄷ했던 걔 아냐????
– 글 내용이 엄청 구체적이라 왠지 진짜일 것 같다..
– 와 사실이면 견하람은 아역때부터 선배들 뒷담깐거잖아;;;
– 원래 좀 쎄했음
– 인상 차갑고 싸가지없어 보이는데 실제 성격은 다르다고 팬들이 유난떨면서 품어주는 애들 중에 인성 멀쩡한 애 못 봄 관상은 과학이다
– 제대로 된 증거도 없는데 졸업장 하나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도 없고ㅠㅠ 중립 박자
– 견하람은 예전부터 연기 잘해서 호감이었고 오르카도 요즘 관심 있었는데 이게 머선일이고..
– 같이 데뷔한 애들만 불쌍하네
– 이렇게 보니까 예전에 학폭 터졌던 위스퍼 닮았네
– 글쓴이 여자야?
┗ 정황상 그런 듯
┗ 그럼 견성하는 자기보다 한 살 어린 여자애한테 가서 밀치고 윽박지르고 끌고 가서 협박한거야?
┗ 와 이렇게 보니까 ㅈㄴ찌질한데..
– 남매끼리 견성 오진다
– 얘네 인성 개같은 남매라고 동네에서 유명했음
┗ 익명 댓글로 이런 말 할 거면 졸사 인증이라도 해라
– 얘네 부모님 두분다 초등교사라고 안했나 자식농사 무슨일ㅋㅋㅋㅋ
‘일진 남매’라는 단어의 조합이 갖는 어마어마한 자극성으로 인해 실시간 검색어는 진작에 관련 검색어로 도배된 상태였다.
우선 글 내용과 댓글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한 주열음이 고개를 돌려 굳어 있는 반가을을 향해 강렬한 눈빛을 쏘았다.
‘과거 깨끗하다며!’
잠시 뒤, 반가을이 삽시간에 혼미해진 정신을 수습하며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애 아니야.”
반가을은 재작년 서문결에게 벌어졌던 일을 듣기 위해 따로 불렀을 때, 죄책감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죄송하다고 수없이 말하던 견성하의 모습을 떠올리며 단언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연습생들을 한차례 내보낸 이후로 현 멤버들과는 정말 가족같이 지내왔다.
그럴 리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됐고.
반가을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참은 주열음이 물었다.
“성하 지금 숙소에 있나?”
“네. 조금 이따 연습하러 올 시간이기는 한데, 연락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심각한 표정이 된 곽상현이 답했다.
“일단은 불러서 본인 얘기부터 들어보죠.”
* * *
– ㅅㅂㅅㅂ성하야.. 똑바로 살지 그랬니.. 다른애들은 어쨰..
– 성하야 그동안 보여준 네 모습들이 너무 착하고 예뻐서 네가 그랬다는 게 잘 상상이 안가 만약 저 얘기가 사실이면 어마어마한 배신감 느낄 거고 피해자분 무조건 응원할 거지만 지금은 증거 없으니까 일단 너 믿을게 제발 아니라고 해줘
– (동영상) 않이;; 이렇게 순딩한 울보 성하룻강아지가 어떻게 그런짓을 해;;;
┗ 그러니까요ㅠㅠㅠ
┗ 같은 에어리라는게 쪽팔리고 부끄러우니까 이런글 제발 삭제해주세요….
– 성하야 많이 힘들텐데 지우가 해주는 밥 꼭꼭 챙겨 먹어 우린 너 믿으니까 핸드폰 보지 말고 에어컨 틀고 이불 꼭 덮고 그냥 푹 쉬어 아프면 안 돼
– 성하가 그런짓을 했을 거라는 생각만 해도 속안좋고 눈물나 그리고 당장 학폭가해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억지로 웃으면서 엠씨봐야하는 라온이는 어떡해..??
– (사진) 오르카 포카 양도합니다 일괄 우대 가격 디엠으로 편하게 제시해주세요
강지우 반요한 서문결 견성하 온라온 윈프 루시드
– 오르카 성하 포카 양도받아요 웬만하면 다 받고 사진이랑 가격, 하자 여부 디엠 주세요
– 성하 댕댕이 성하 직캠 성하 아예대 성하 팬싸 성하 피지컬 성하 흑발 성하 셀카 오르카 성하 #성하
– 에어리들 정말 애들 생각한다면 이상한 쉴드치지 말고 확실한 증거 나올 때까지 중립 지키면서 가만히 있기
–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탈빠할까 견성하 개×발새끼.. 시드 일처리 느릴거 뻔히 알아서 가슴 두배로답답함 하,,, 님들은 남돌파지마세요 ㅠㅠ
– 견성하가 그렇지 뭐 아역 때 일 들은 얘기도 있고 어렸을때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어리다고 넘어갈게 아니잖아,,,
– 차라리 일찍 터진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1,2년만 있다가 터졌으면 진짜 멘탈 나갔을듯ㅅㅂㅠㅠㅠ
– 성하야 사실무근이라는 기사 하나 내보내고 시간 좀 지난 뒤에 그냥 활동할 거 아니지? 진짜 그러면 나 찝찝해서 앞으로 너 못 좋아할 것 같으니까 당당하게 네 입으로 뭐라도 말해줘 그럼 믿을게 제발 성하야 견성하 너 이거 다 보고 있잖아
우연히 회사 직원들보다 한발 먼저 소식을 들은 견성하는 한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SNS에 홀린 듯이 접속해 제 이름을 검색했다.
“흐윽…….”
입은 티셔츠의 넥라인 부근이 삽시간에 축축해질 정도로 흘린 눈물은 멈출 생각도 없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때.
“성하야.”
닫힌 문 너머로 들려온 부름에 견성하는 화들짝 놀라 몸을 휙 돌렸다.
“들어가도 괜찮아?”
“…….”
이대로 있다가는 쪄 죽겠다 싶을 만큼 후덥지근한 방.
순간순간 목구멍 위로 치미는 뜨끈한 울음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 오던 견성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대답 대신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억눌린 듯 희미한 울음소리에 문 너머의 강지우는 난감히 눈을 깜빡였다.
문이 잠긴 건 아니니 그냥 열고 들어와도 되는데, 강지우는 문고리를 돌려 보기라도 할 생각이 딱히 없어 보였다.
조금 뒤면 매니저 곽상현이 와서 견성하를 방 안에서 당장에 끌어낼 걸 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유난히 마음 약한 동생을 대하는 강지우 본인의 무르고 다정한 성정 탓이기도 했다.
“성하야, 나랑 대표님이랑 다른 직원분들이랑 다 잘 대응해 주실 거니까. 이번에도 믿어주면 안 될까?”
그렇게 강지우가 금방이라도 펑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애써 식히며 견성하를 설득할 때.
온라온은 강지우와 문 사이로 팔을 뻗어 문고리를 잡으려 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강지우가 서슴없이 손잡이를 돌리려는 온라온을 막느라 연약한 문이 한차례 덜컥였다.
그럴 때마다 견성하의 심장도 함께 요동쳤다.
“라온아, 그러지 마.”
“형이야말로 이거 놔.”
“네 마음 알지만 그래도 성하 혼자 나올 수 있게…….”
“지금 한창 더울 시간인데 쟤 혼자 안에 있으면 울다 지쳐서 죽어.”
“죽는다니…….”
두 사람이 잠시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문이 열렸다.
사실 서문결과 함께 개인 스케줄을 하러 간 반요한이 자리에 있었다면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진작에 열리고도 남았을 문이었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정체되었던 공기가 부리나케 빠져나갔고, 그만큼의 선선한 공기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덕분인가,
열탕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홧홧했던 견성하의 가슴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것 같았다.
“견성하.”
가까이 다가온 온라온은 견성하가 예상했던 것보다 차분해 보였다.
그에 반해 견성하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다고 잘생긴 얼굴이 말 그대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너는 그냥 네가 그러지 않았다고만 말하면 돼. 쉽지?”
만약 해당 글이 사실이라면 견성하는 온라온이 가장 혐오하는 부류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느끼게 될 배신감을 가늠해 본 온라온은 진심으로 그러지 않기를 바랐고, 어쩌면 강지우보다도 더 간절한 마음으로 견성하의 답을 기다렸다.
“나는…….”
견성하는 꼭 이처럼 무더운 날에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 아악!
그 아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힘없이 떠밀렸다.
중력을 따라 와르르 쏟아지던 책과 사방으로 날려 팔랑팔랑 흩어지던 색종이. 챙그랑거리며 아무렇게나 굴러떨어지는 가위와 풀, 리코더 따위의 물건들. 구경하던 아이들의 새된 비명.
– 미, 미안해. 괜찮아?
– 흐어어어어어엉!
주체 못 할 정도로 쿵쾅거리던 제 심장. 다들 보라는 듯 주저앉은 채 목놓아 울어버리는 아이 앞에서 머리끝까지 아찔하게 치솟던 분노.
그다음으로 서늘하게 이어진 두려움과 온몸의 힘을 쭉 빼놓던 무력감이 스무 살의 견성하를 또다시 잠식했다.
“나는… 내가…….”
망설이며 늦어지는 대답에 온라온의 표정이 조금 굳는다.
“……그랬어.”
제 잘못을 기억하는 견성하는 아니라고만 대답할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그래도.”
동시에.
“내가 누굴 괴롭힌 적은 없어. 정말이야.”
제 말 한마디에 안도나 기쁨과 같은 감정들이 환하게 번지는 얼굴들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로 내가 떳떳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건 아니라 다행이다.
* * *
감히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한 새끼를 찾아내 인생은 실전임을 알려주자는 온라온의 위로와 강지우가 가져다준 따뜻한 차 덕분에 견성하는 불안에 요동치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를 수 있었다.
“성하야! 아니지?!”
“아니래요!”
소식을 듣자마자 급하게 오느라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숙소에 도착한 곽상현은 자기는 누군가를 괴롭힌 적이 없다는 견성하의 말을 듣고 크게 안도했다.
그와 함께 온 서문결과 반요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성하 넌 일단 나랑 같이 백도로 가자. 사안이 사안이라 하람 씨 쪽이랑도 거기서 얘기하기로 했어.”
백도 엔터테인먼트는 견하람이 소속된 배우 중심 기획사였다.
“형,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지우야, 마음은 알겠지만, 네가 가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야. 이제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고, 무슨 소식 있으면 되도록 바로 전해줄 테니까 일단 아무것도 하지 말고 숙소나 회사에서 기다려. 참, 그리고 상황 정리될 때까지 SNS든 공카든, 어디 글 올리거나 하는 거 절대 안 된다. 넌 다른 애들 잘 챙겨줘.”
“네….”
“영민 씨도 일단 회사에서 대기.”
“알겠습니다.”
고분고분 대답하는 그와 눈이 마주친 온라온은 언젠가 때가 되면 트루 엔터 상부에 속한 이에게 사용하기 위해 고이고이 아껴 두었던 아이템, 진실의 입을 매만지던 주머니 속 손을 뚝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