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2화
번듯한 백도 엔터테인먼트 사옥의 한 널찍한 회의실에 견성하와 견하람 양측이 모여 앉았다.
“그러니까, 따돌림을 당하던 게 하람 씨 쪽이었다고요?”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하람아……. ‘얘기가 그렇게 되냐요’는 뭐가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야! 무리에 안 끼워주고, 오랜만에 학교 갔더니 말 무시하고, 책상이랑 사물함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누가 봐도 왕따 당하는 거지!”
견하람의 태연한 태도에 그녀의 매니저가 오히려 더 나서서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하람아, 무엇보다도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다른 백도 엔터 직원의 말에 견하람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제가 말씀드렸다고 해도 그런 문제를 회사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학은 견, 성하 오빠 사정이나 부모님 직업상 어려우니 그냥 졸업할 때까지 버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중학교 올라가서는 좀 나아진 편이었고요.”
“그럼 초등학교 때는 친한 친구도 없었고?”
“네. 딱히. 제가 그런 상황에서까지 굳이 친구 관계를 만들어 보려는 성격도 아니었거든요. 저라면 굳이 저 같은 애를 좋게 보지 않았을 것 같네요…….”
“다른 동창들이 우호적인 글을 추가로 올려주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겠네.”
“네. 그때 담임 선생님이 저를 특히 예뻐하셨거든요. 아마 웬만한 애들한테는 제가 그렇게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거라서요.”
사건 발생 이후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한결같이 냉정한 견하람을 향해 ‘너도 참 너다’라는 시선 여러 개가 향했다.
오래 보아온 가족인 견성하만이 시종일관 침착해 보이는 동생을 불안한 눈으로 힐끔 보았다.
힘든 일이 생기면 대놓고 멘탈이 흔들리는 견성하 자신과는 달리, 견하람은 힘들 때면 그만큼 더 냉정해지는 면이 있었다.
그러다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그대로 폭발해 버리고.
“그러니 제가 다른 애들한테 뒷얘기 같은 걸 했다는 말은 당연히 없는 얘기고요.”
조금 뒤 견하람 쪽 사안이 얼추 정리되었고, 이제 공은 견성하에게로 넘어왔다.
“그럼 성하 씨 쪽 일은 어떻게 된 건가요? 아까 잠깐 듣기로 밀친 건 사실이라던데.”
“그게…….”
“성하야, 괜찮으니까 침착하게 말해.”
곽상현이 엄숙한 분위기에 주눅 들어 있는 견성하를 다독였다.
“그래. 나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말해.”
제 오빠가 괜한 데서 소심하게 군다고 생각하는 견하람도 거들었다.
앞에 놓인 물을 몇 모금 마신 견성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때는 아역 일도 그만뒀고, 수영에만 집중할 때라 친구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제가 학교에서 견, 하람이 같은 일을 당한 건 아니었어요.”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다는 거지?”
견성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우연히 하람이랑 관련해 안 좋은 소문이 났다는 걸 들었어요. 다른 학년인 저한테까지 얘기가 들릴 정도였고 얘가 단순히 연예인 병 걸렸다, 이런 수준이 아니라 그냥 무시하기에는 수위가 좀 세서.”
“혹시 어떤 소문이었는지는 기억하나요?”
백도 엔터 직원의 물음에 견성하가 제 동생 쪽을 흘긋 바라봤다.
“그건……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게요.”
“나 괜찮다니까.”
“내가 안 괜찮아.”
“그래요. 일단 얘기 계속해 주세요.”
목을 축인 견성하가 아까보다는 조금 더 침착해진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 소문을 들은 날,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쯤에 하람이 반에 찾아갔어요.”
“그날 하람 씨는 등교를 했나요?”
“아니요. 하람이는 촬영 때문에 결석한 날이었어요.”
“그럼 찾은 사람이 하람이를 괴롭히는 아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갔는데 자기 친구들이랑 주위에 다 들릴 만한 소리로 하람이 험담을 하고 있었거든요.”
“아아…….”
“그래서 화가 나서 말을 걸었어요. 그때 뭐라고 했는지는 잘 기억 안 나는데,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걔가 지나치게 가까이 왔고 저는 놀라서 그대로 밀어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서 걔가 사물함에 부딪혔는데, 그러니까… 갑자기 울어서.”
“괜찮으니까 침착하게.”
“네…. 그 사물함은 누가 조금이라도 툭 치면 바로 안에 있는 게 쏟아질 만큼 상태였어요. 그 애가 넘어진 건 제가 밀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마 등이 사물함에 닿았는데 안에 있던 물건들이 마구 떨어져서, 그래서 놀라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네가 넘어질 만큼 세게 밀친 건 아니고 뒤로 약간 밀릴 정도로 밀어냈는데, 이미 꽉 차 있던 사물함 안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 애가 더 놀랐다는 거지?”
“맞아요.”
들리는 목소리는 낮고 침착해도 내용이 다소 횡설수설한 견성하의 말을 곽상현이 한번 정리해 주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하고, 상대 쪽이 먼저 접근한 거면 성하 씨 행동은 일종의 정당방위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단순히 해명만 하고 끝내면 안 돼요. 이대로면 우리 쪽 이미지 타격이 너무 커서, 하람 씨가 피해자였고 상대 쪽이 가해자였다는 것과 성하 씨는 하람 씨에 관한 소문을 막기 위해 행동했었다는 걸 확실히 입증해야 합니다. 물론 하람 씨가 괜찮다면요.”
“저는 상관없어요. 오히려 요청하고 싶었고요.”
“일단 글 올린 사람이 그 여자애라는 건 확실하니까 얼른 연락해서…….”
“아니에요.”
갑작스러운 견성하의 부정에 백도 직원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저랑 싸운 애. 여자애 아니고, 남자애였어요.”
* * *
그저 그런 일상을 보내다가 날벼락을 맞은 평범한 에어리 중 하나인 금규리는 견성하의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진 후로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했다.
새 글이 활발하게 올라오는 아이돌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3초에 한 번씩 새로고침 했고.
견성하가 냉랭한 무표정을 짓거나 멤버를 툭 밀치거나 언성을 높이는 등, 당시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제 보니 괜히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언행을 보인 순간들만 잘라 모아 놓은 영상을 보며, 설마 그가 진실로 그런 사람인가 불안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규리 안에 자리 잡은 가장 큰 바람은.
바로 의혹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기에 안 좋은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미담이나 좋은 소식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 익명 커뮤니티를 수십 차례 들락날락했고.
‘평소에 쎄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올린 영상을 보고 나서도 조각난 순간이 아닌 당시 상황 전체를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법한 언행일 뿐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괜히 끼워 맞춰서 보는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런 생각만 반복하는 머리가 멍했다.
오르카에서 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견성하가 아님에도 그랬다.
사건 발생 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와 그 주변은 난장판이 되었다.
잠잠하던 시드 엔터 공식 계정에 글 하나가 올라온 것은 그때였다.
“헉….”
ORCA OFFICIAL [아티스트 오르카 성하 관련 이슈 안내 (링크)]
눈이 번쩍 뜨인 금규리가 첨부된 링크를 누르니 잠깐의 버퍼링 뒤에 공식 카페로 연결되었다.
[안녕하세요 시드 엔터테인먼트입니다.]시드 엔터가 해당 사안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로 시작된 입장문은 견성하가 글 작성자인 남학생을 밀친 것은 일방적인 폭력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과 다른 사항들도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사는 사건 당사자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신중을 기하기 위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당시 지인들과도 접촉하고 있습니다.
글 작성자는 무력한 개인으로서 힘 있는 엔터사들을 상대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회사 측의 연락을 지속적으로 회피하고 있었다.
만약 글 작성자가 피해자가 맞다면 지극히 타당한 말이었지만, 그게 아니니 회사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해당 입장문은 아티스트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사실에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말로 끝났다.
‘아니구나…….”
빠르게 글을 훑어내리고 맥이 탁 풀린 금규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많은 에어리들도 그랬다.
* * *
견성하와 견하람 양측의 입장문이 올라온 이후 폭로 글이 돌연 삭제되었고, 대중들은 다시 갑론을박을 벌였다.
– 그럼 지금 견하람쪽이 피해자였다는거??
– 아역들 원래 왕따 많이 당함 예전에 채윤도 별소 나와서 따돌림당했다고 했음
– 저말 사실이라면 글쓴이 남자라는건데 처음 글을 일부러 여자로 오해하게 쓴것 같아서 좀 찝찝함 글은 왜 삭제해?
┗ 222 특히 견성하 여자애한테 그런거냐고 하는 말 많았잖아 일부러 욕먹이려고 그런것 같은데
– (댓글이 삭제되었습니다)
┗ 일진이 맞긴 뭐가 맞아 성하 일진이라고 하는 동창이 대체 어디있는데?
┗ 아댓삭튀 추하다ㅋㅋㅋㅋㅋㅋ
– 글쓴이 성별이 바뀌면 학폭이 없던 일이 되나 2차가해하지 말자
– (사진) 이건 어떻게 설명할건데?
┗ 인증도 없는거 가져오지 말자 이런식이면 나도 아무나 학폭으로 만들수있음
– 제발 아무생각없이 손가락 놀리는 애들 키보드 다 박살났으면 좋겠다 성하람 둘다 뉴스 나가고 실검타고 이미지 개박살났는데 이건 어떻게 보상할 건데 연예인은 사람 아니야? 얘네 스무살, 열아홉살이야 만약에 사실 아니라고 판명났을때 얘네가 입은 상처는 어떡해???? 진짜 환멸
– 얘네 팬 많음? 쉴드 왜이렇게 많냐ㅋㅋㅋㅋ
┗ 뭔소리야 팬들은 오히려 말 얹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자고 알아서 조심하고 있는데
– 이런일에서는 무조건 피해자편이기는 한데 좀 애매해서 중립 박고 봐야겠음
그런 상황에서, 폭로 글을 올린 이가 자신의 신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글을 삭제하였으며 이른 시일 내로 추가 글을 작성할 것을 알려 대중들은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더욱 알 길이 없어졌다.
* * *
첫 번째 입장문이 올라온 날, 온라온은 뮤직팡팡 촬영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참고로 견하람은 학교 폭력 이슈가 명확히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출연하지 않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다.
견하람에게 품은 앙심이 있는 이세준이 그녀가 그런 애일 줄 알았다며 온라온을 살살 긁기도 했지만.
‘저렇게 살다가 자기 인생 자기가 꼬겠지.’
온라온은 일련의 자존감 상승을 위한 사고 과정을 거친 끝에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세준을 완벽히 무시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견하람과 견성하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은 방송국에 이세준 말고도 수없이 많았다.
그 불유쾌한 관심은 두 사람 모두와 연결고리를 가진 온라온에게 고스란히 향했다.
“……아.”
“…….”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이 답답해 사람 없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재수도 없게 이번 주에 컴백하는 헌트레드와 마주친 온라온이 표정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