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1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14화
“아니다. 너한테 우리는 뭐냐?”
머리가 아픈 와중에 뭐라고 답하면 좋을지 좀처럼 모르겠는 질문이 귓가에서 윙윙 울렸다.
견성하는 내가 막 깨어났을 때 숨을 매우 가쁘게 쉬며 다그치던 것과는 달리 한풀 꺾이고 잠잠해진 태도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작년에 내가 막 시드 연습생이 되어 견성하와 부딪쳤을 때, 녀석이 신경질적인 태도로 온힘을 다해 나를 밀어내던 것보다 방금 그 조용한 물음 하나가 더 첨예하게 박혀드는 까닭은 왜일까.
내가 눈만 굴려 물끄러미 견성하를 바라보자 녀석은 왈칵 인상을 찡그렸다.
말씨가 차분하든 말든 어쨌든 견성하가 화가 난 건 분명해 보였다.
나는 견성하의 정당한 분노를 받아들였다.
멤버들과 회사 사람들, 그리고 에어리들은 내게 화낼 자격이 얼마든지 있다.
특히 내가 고의로 오현진과 충돌했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은 저 녀석들 눈에는 내가 이후 그룹 활동이고 뭐고 사적인 감정에만 눈이 돌아가서 미련하게 일을 벌인 걸로만 비칠 테니까.
그나마 이영민이 기대 이상으로 커버해 줘서 이 정도지, 아니었다면 한동안은 꼼짝없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을 것이다.
아무리 은총으로 후유증 없이 완벽하게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눈에 이상해 보이지 않을 최소한의 회복 기간은 필요했을 테니 이후 플랜에 어느 정도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하지 않는다면 평생 못 할 것 같았다. 할 거라면 바로 지금이라고.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거야 내 사정이고.’
나를 향한 저들의 노여움은 백 번 천 번 지당하다.
그러나 조금 억울한 것은.
내가 저 녀석들에게 밝힐 수 없는 사실에 대한 이해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고 싶다.
몇 년 전의 온라온에게 어떤 불행하고 슬픈 일들이 있었고, 그게 내 과거와도 일정 부분 들어맞는 부분이 있으며, 그 애의 삶을 이어받아 살아가게 된 사람으로서 가능하다면 받은 것을 되돌려 줄 의무가 있으며…….
“왜 말을 못 해? 그게 고민할 문제야?”
사실은, 사실은 나는 널 돕기 위해서 리스크 없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버렸던 건데.
‘쓸데없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이 되어서까지 자기 변호를 하는 내가 한심했다.
아무튼 견성하가 사람 둘을 한꺼번에 지탱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나를 한 대 쳐버리기 전에 뭐라도 말해야겠다 싶어서 입을 열었는데.
“으….”
나는 건조하게 잠긴 목상태를 뒤늦게 깨닫고 인상을 찡그렸다.
“천천히 마셔.”
어쩐지 최근, 흔히 말하는 우수에 찬 미남으로 진화한 서문결이 얼른 생수 하나를 까서 건네 주었다.
내가 고맙다고 입모양으로 말한 뒤 물을 마시는 사이 병실 문이 열리고 멤버들 중 유일하게 자리에 없던 반요한이 들어왔다.
“일어났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한 말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내가 반요한을 콕 집어 스케줄에 데려간 것은 오현진과 대치하며 입을 가능성이 높은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갑자기 빌 MC 자리를 메꾸기 위함이었다.
대체로 감성적인 편인 멤버들 중에서는 그나마 반요한이 돌발 상황에 가장 이성적으로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갑작스레 난입한 이영민 덕분에 나는 다친 곳 없이 무사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방송 중간에 누적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며 결과적으로는 처음 계획과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가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는 것을 반요한이 모르는 눈치도 아니었는데.
혹시 너무 빡쳐서 돌았나?
* * *
몇 시간 전 한국에 도착한 장해나는 조금 전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 간만에 한국 땅을 밟은 남편 온현우, 그리고 어렸을 때 잠시 한국에서 자랐던 온라온과 달리 태어난 이후 미국 땅을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첫째 아들 온세하와 합류해 온라온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가족들은 대중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온라온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아내기 위해 병원에 진을 치고 있던 몇몇 기자들의 눈을 피해, 반가을이 미리 보내둔 직원을 따라 별도로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온라온의 병실이 위치한 층으로 올라갔다.
솔직히 언론에 알려지지도 않은 일반인들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는 했지만.
반가을은 하나같이 수려한 외모를 가진 가족들을 마주하자마자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특히 형인 온세하는 조금 더 냉한 분위기와 큰 키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외모가 동생 온라온과 무척이나 닮은 편이라,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돌아다니던 기자들에게 무조건 붙잡혔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통화했던 반가을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하셔도 됩니다.”
“아, 그렇군요.”
간단한 회화 말고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온세하가 조금 불만스러운 기색이었지만, 이야기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이런 일로 처음 뵙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만에 견성하와 관련한 학교 폭력 논란을 수습할 때보다 한결 더 초췌해진 반가을이 침통한 사과와 함께 허리를 숙였다.
“아닙니다.”
손을 내저어 반가을을 말린 온현우가 점잖은 어조로 본론을 꺼냈다.
“저희 애는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요.”
온라온은 올해 들어 예능에서 활약하며 아메리카에 거주하는 한인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유사 이래 가장 잘생긴 아이돌이라더라, 텐 투 텐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친척인 묵혜성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더라, 이번에 새로 음악 방송 MC가 되었다더라.
얼마 전 숙소에서 벌어진 사고를 제외하면 주로 그런 종류의 좋은 소식들만 간간이 접했던 온현우는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머님께 간단히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전 소속사였던 트루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있을 때 라온 군이 상당히 심각한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아뇨.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연습생이 되기 전 미국에 있을 때 온라온은 또래 집단에서 겉돌기는 했으나, 직접적인 폭력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또 제법 모범적인 학생이기까지 했다.
둘째 아이가 가진 부모마저 꺼림직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독특한 성향을 고려해, 온라온이 미국으로 건너가 다닐 학교를 신중히 선택했던 장해나와 온현우가 알기로 그건 확실했다.
“그런가요?”
“네. 라온이 트루 연습생을 그만둔다고 저희에게 연락했을 때도 단순히 데뷔조에서 탈락해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만 얘기했습니다.”
온현우의 말에 반가을이 신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리고 이번에 라온이가 오현진이라는 트루 소속 아이돌과 단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다는 건 들으셨지요.”
“네. 상대는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던데 사실입니까?”
“네. 그렇기는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목격자의 증언도 있고, 저희는 오현진이 라온이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봅니다. 이건 라온이가 깨어난 뒤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요…….”
“저희 애를 감싸다가 다쳤다는 그 매니저님은 괜찮은가요?”
“네. 다행히 수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수술까지 했다니 작은 애 구하느라 어지간히 다치신 게 아닌 듯한데, 나중에 따로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 영민 씨 수술 후 경과가 워낙 좋아 오늘도 자리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온세하가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데미안은 어딨죠? 아직도 못 일어났어요?]”
장해나와 온현우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은 온세하와 온라온을 한국 이름으로 불렀지만, 어른들에 비해 영어가 더 익숙한 형제는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칭했다.
데미안이라는 생소한 영어 이름에 잠시 멈칫한 반가을이 온라온의 본명이라는 것을 곧장 떠올리고 답하려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곽상현이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괜찮습니다.”
반가을이 전화를 받자마자 곽상현이 빠르게 병실 상황을 알렸다.
– 대표님, 라온이 일어났어요.
“그래? 금방 라온이 가족분들 모시고 갈 테니까 준비해.”
– 라온이 가족분들이요? 아, 네. 알겠습니다.
* * *
네 사람 중에 가장 상태가 좋아 보이는 반요한은 예상외로 그다지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지은 미소에서 들뜬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누가 봐도 기분이 안 좋다는 걸 알 수 있게, 고등학교 3학년 중간고사를 망쳤을 때만큼이나 예민하게 곤두서 있던 반요한을 아는 멤버들은 물론이고 막 깨어난 온라온마저도 의아해했다.
그 가운데 반요한을 잘 아는 강지우는 미소를 보며 급격히 불안해졌다.
‘저 녀석이 절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 상황인데 왜 저러지? 하루 만에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아니면 너무 빡쳐서 드디어 돌았나?’
강지우가 온라온과 정확히 같은 추측을 할 때.
“너 나 좋아하지?”
“뭐?”
“강지우도 좋아하고, 성하랑 결이도 좋아하고. 상현이 형도 좋아하고. 우리 회사 사람들도 다 좋아하고, 네 팬들도 좋아하지?”
“너는 우리를 좋아해.”
아무래도 미쳤군.
강지우가 확신했다.
강지우가 옆에서 그러든 말든 제멋대로 결론을 내린 반요한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 네가 생각했을 때 조금이라도 아웃이다 싶은 것들은 우리한테 조금도 보여주고 싶지 않지?”
그게 반요한이 이틀 동안 분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내린 결론이었다.
“그 방법 자체를 나쁘게 보는 건 아닌데. 넌 이미 틀렸어.”
사형 선고와도 같은 말에 온라온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넌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이란 최악의 모습들을 다 보여줬거든. 제멋대로 굴면서 사람 바보로 알아서 기만하고 우롱하고. 살면서 이런 대접 처음 받아봐서 솔직히 진짜 짜증 났는데.”
“야, 너 말이…….”
상냥하게 다듬어진 어조로 폭언에 가까운 말들을 빠르게 내뱉은 반요한이 다시 한번 날카롭게 웃으며 지껄였다.
“좋아해서 그랬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않겠니? 그러니까 빨리 미안하다고 해. 딱 한 번 봐줄 테니까.”
그러고 나서 반요한은 정말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 온라온의 말을 기다렸다.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때.
병실 문 밖에서 온라온의 가족들을 기다리던 곽상현이 문을 똑똑 두드리고 말했다.
“얘들아, 라온이 가족분들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