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1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15화
잠시 뒤, 노크 소리에 이어 병실 문이 열렸다.
“라온이 가족분들이셔.”
곽상현의 소개에 미리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멤버들이 누가 봐도 온라온의 가족들로 보이는 이들을 향해 꾸벅꾸벅 인사했다.
“저희끼리 이야기하고 싶은데, 잠시 자리 좀 비켜줄래요?”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흘러나온 장해나의 요청에 강지우가 자기도 모르게 온라온의 표정을 살폈다.
강지우와 눈이 마주친 온라온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사실 온라온의 표정은 깨어난 직후부터 반요한이 폭탄을 던진 직후인 지금까지 비슷하게 경직되어 있었기에 강지우는 결국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답했다.
“얘들아, 밖에서 기다리자.”
오랜만에 본 가족끼리 얘기 좀 하겠다는데 그가 굳이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반요한과 서문결만이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족을 향해 조금 더 시선을 두었지만, 두 사람도 그 이상 병실에 머물러 있지는 못했다.
복도로 나온 강지우는 목소리를 낮추어 반요한을 핀잔했다.
“너는 큰일 겪은 애한테 말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 하겠냐?”
제 딴에는 언사를 고르고 골랐던 반요한도 할 말이야 많았다.
“온라온한테 멤버가 계단에서 떨어졌다는 소식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냉정, 매정, 비정한 사람으로 분류된 거 아니면 빠져.”
군더더기 없는 반격에 잠시 말문이 막힌 강지우가 심기일전하여 대꾸했다.
“그래도 넌 진짜 형이 돼서 막내한테까지 성질 낼 거 다 내면 써? 그러니까 네가 친구가 나밖에 없는 거다.”
“하…. 네 동생들도 참 피곤하겠다.”
“……말 다했냐?”
평소였다면 서로 훈훈하게 웃는 얼굴로 욕 한 번씩 먹이고 끝날 말싸움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황 속에서 격화될 여지가 보이자 견성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여기서 형들까지 싸우면 안 되죠!”
다행히 여기서 한마디씩 더했다가는 진짜 싸움으로 번질 걸 오랜 경험으로 아는 둘은 그쯤에서 지고는 안 다니는 성깔을 죽였다.
“성하야, 너도 아까 내가 말이 심했다고 생각하니?”
“네. 심했어요.”
“그래?”
“저였으면 미안한 거고 뭐고 형 재수 없어서 일단 한 대 쳤을 것 같아요.”
“너야말로 정말 처음 본 이후로 한결같이 나한테 말이 심한 것 같은데.”
“온라온도 지금 상태 안 좋아서 아까 가만히 듣고 있던 거지, 평소 같았으면 네가 뭔데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고 했을걸요.”
“너라니……. 성하야, 혹시 너 나 싫어하니?”
“형도 똑같아요. 아무리 걔가 잘못했다고 해도 똑같이 나가면 안 되죠. 그럼 형도 똑같은 사람밖에 안 되는 거예요.”
평소에도 익숙해서 그런지 서문결을 제외한 멤버들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였던 견성하가 오늘따라 예리하자 미간을 잠시 모았던 반요한이 방향을 전환했다.
“근데 나는 맞았고 쟤는 틀렸잖아.”
독선적으로 들릴 만큼 지나치게 당당한 확신에 견성하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요.”
“걔 표정이 그랬어. 만약 내 말이 아예 헛소리였다면 네 말대로 온라온이 가만히 듣고 있지는 않았겠지.”
“근데 왜 형만 맞고 온라온은 틀렸다고 생각하는데요? 걔가 우리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고 형이 어떻게 확신해요. 우리는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잖아요.”
한 번 속에 있는 걸 가감 없이 토해낸 덕분인지 예상 이상으로 차분하고 논리적인 견성하의 대응에 평온한 얼굴로 흥분해 있던 반요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케줄에 형을 데려간 것도 어떻게 보면 형 능력을 신뢰해서 그런 거잖아요. 형은 그걸 기만당하고 이용당했다고 받아들였지만, 온라온은 온라온 나름대로 형한테 의지하려 했던 걸 수도 있고…….”
바로바로 생각나는 말을 주워섬기며 빈틈없던 평소와 달리 허술한 면이 있는 반요한의 말을 또박또박 논파하던 견성하 본인도 그러면서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었는지 차갑던 표정이 조금 변했다.
“…….”
“그건 그냥 네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거 아니야?” 따위의 망발을 두 번은 실수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아낸 반요한이 이내 조금쯤 더 온건한 반박을 찾아냈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성하 너도 아까 하고 싶은 말 안 참고 다 하던데?”
“……밖에서 다 들었어요?”
“응.”
“그럼 바로 안 들어오고 밖에서 뭐 했는데요?”
“걔 얼굴 보기 전에 심호흡 좀 하느라.”
최종적으로 성질을 죽이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아무튼 그건 걔 일어난 거 보니까 갑자기 속에서 좀 울컥해서……. 죄송해요.”
“미안하다는 말은 라온이한테 해야지.”
생각 많은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강지우가 견성하의 말을 부드럽게 정정했다.
견성하도 침착하게 답했다.
“알아요. 할 거예요.”
그리고 조금 전에 못 들은 대답도 그때 들을 것이다.
그때, 굳게 닫힌 병실 문을 말없이 뚫어지라 바라보던 서문결이 입을 열었다.
“괜찮을까.”
“뭐가?”
“가족들이랑 사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던데.”
* * *
멤버들과 곽상현이 모두 나간 1인용 병실에는 적막이 찾아왔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이산가족 상봉인 건데, 그다지 감동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서로서로 상당히 낯설어한달까.
“…….”
사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이 완벽한 얼굴이라는 게 허투루 나오는 게 아니다.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이 황금 같은 비율이 깨지고, 천 년에 한 번 나올 미남이 백 년에 한 번 나올 미남으로 격하된단 말이다.
그러니까, 모든 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나를 낳은 부모만큼은 부정할 여지 없을 만큼 내 기억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어떤 인형을 자물쇠 달린 상자에 넣고, 봉인된 상자를 다시 옷장 깊숙이 처박은 뒤, 그 옷장을 통째로 이름도 모를 바다 한가운데에 던져 버렸는데.
어느 날 새벽에 퍼뜩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일어났더니 내 머리 옆에 다시 볼 일 없다고 여겼던 그 인형이 멀쩡히 앉아 있는 걸 본 기분이었다.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속이 조금 울렁거렸다.
대체 부모님을 몇 년 만에 보는 거지?
군대 가기 전에 잠깐 봤었고, 내가 여기로 온 지 이제 1년 반쯤 지났으니까 거의 5년 만인가.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아버지였다.
“[크게 다친 곳은 없다고 들었는데 몸은 어떠냐.]”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가족들이 올 줄 전혀 몰랐다.
저 사람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세계에 있던 내 가족들은 해외 출장 간 아버지가 현지에서 급하게 맹장 수술을 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들려와도, 무사히 수술 마쳤다고 하면 놀라지도 않고 태연히 아프지는 않았냐는 안부 전화 정도나 하던 양반들이라.
‘뭐… 정말로 크게 다쳤다면 병문안 정도는 가 줬을 것 같기는 한데.’
어쨌거나 중간 과정이 험난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다친 곳 하나 없는 나는 지금 이러고 있는 게 혼자 민망할 정도로 몸이 멀쩡하단 말이지.
단지 입원을 해서 내 상태가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 보일 뿐이었다.
저 사람들도 내가 별달리 입은 부상이 없다는 소식 정도는 들었을 텐데.
‘진짜 왜 왔지?’
아니면 외모만 같고 속에 든 성격은 다른가?
온라온이 남긴 편지만 읽으면 성향 자체는 비슷한 것 같았는데.
아, 적응이 안 된다.
아니면 혹시, 원래 내 가족들도 내가 이런 상황에 놓였으면 이 사람들처럼 날 보러 와 줬을까?
‘……이건 진짜로 쓸데없는 생각이다.’
어머니가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아까 그 애들은 멤버들이야? 사이가 좋아 보이던데, 친하니?]”
저 사람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잘 모르겠어요.]”
나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올해 초에 그 녀석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던 일이 벌써 까마득하게 오래된 것 같았다.
그때는 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라온, 사람이랑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을 마주쳐야지.]”
타당한 지적이었기에 나는 가족들 얼굴을 확인한 이후부터 애써 먼 곳에 두었던 초점을 느릿하게 옮겨 방금 말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
쿵, 하고 가슴 깊숙한 곳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묵직하게 뒤울렸다.
이제까지 잠잠했던 게 거짓말이라는 듯 심장은 빠르고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내가 어떻게 할 새도 없이 눈에 한가득 어린 열기와 눈물이 건조한 뺨을 타고 굴러떨어지고, 누군가에게 조종이라도 당하는 것마냥 입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왜… 왜 이제 오셨어요…….”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갑작스러운 감정의 범람에 대체로 건조한 편인 가족들이 적잖이 당황하는 게 느껴졌지만 지금 가장 당황스러운 건 나였다.
이건 정말로, 내가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다.
그 어린 애의 갈구하는 마음 일부가 아직도 이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이다.
“[데미안 너…….]”
그러니까 걔가 가장 힘들었을 때, 조금만 더 빨리 와줬다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너무.
“너무 늦으셨어요…….”
당신들을 가장 보고 싶어 했을 애는 이미 여기에 없고 이 자리에 남은 건 새로운 연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나뿐인데.
“라온….”
시야가 투명하게 번졌다.
내 앞에서 늘 메마른 표정을 짓고 있던 가족들이 내 이름을 부른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잘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