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1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16화
온라온의 부모는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기묘한 긴장감이 어린 공기 속에서 강한 이끌림을 느낄 수 있었다.
거스를 수 없는 외력에 의해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이 비로소 되돌아온 감각은 강렬했다.
얼굴을 못 본 지는 꽤 오래되었을지언정 아들을 실로 잃어버린 적은 없었을 터였다.
왜 그런 감상이 드는 건지, 내내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아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면 어쩐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라온, 사람이랑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을 마주쳐야지.]”
그리고 온현우는 아내를 빼닮은 아들의 눈을 마주하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왜 이제 오셨어요…….”
이어 너무 늦었다고 속삭인 아이는 희고 거대한 적란운이 병원 위를 통과하는 동안 서러움을 정적으로 흘려보냈다.
온라온은 눈물을 억지로 짜내는 것 같지도, 그렇다고 감정을 억누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도록 고여 있던 감정을 미련 없이 비워내는 것 같았다.
이윽고 눈물이 멎었다.
떨림은 잠깐이었다는 듯, 온라온은 투명한 울음기에 헐떡이는 일 없이 혼자 정리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두 분을 탓하는 건 아니었어요.]”
“[……탓해도 된다.]”
“[아니에요. 이해해요. 정말로요.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단절된 말에서 단단히 잘못된 관계를 느낀 장해나가 힘이 잔뜩 들어간 눈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온현우 역시 한순간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침대 난간 지지대를 꽉 붙잡았다.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나중에 다시 와주시면 안 될까요?]”
온라온의 부드럽지만 명확한 거부에 온현우가 손에서 겨우 힘을 풀며 답했다.
“[그래, 그럼……. 다른 일은 걱정 말고 일단은 푹 쉬어.]”
겨우 만난 가족 사이의 관계가 이대로 높은 벽에 가로막힐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할지는 그 누구도 좀처럼 알 수도 바랄 수도 없었지만.
이대로 계속 얼굴을 보고 있는 건 서로에게 괴로움밖에 안 됐기에 부모는 이제 와서 아이를 한 번 안아보고 싶은 부자연스러운 욕구를 억눌렀다.
“[또 올게.]”
세 사람이 들어올 때와는 사뭇 달라진 얼굴로 나가는 걸 보며 온라온은 눈을 감았다.
온라온의 가족들이 밖으로 나오니 벽 앞에 쪼그려 앉아 초조히 기다리던 멤버들이 벌떡 일어났다.
서성이며 기다리던 반가을이 온라온의 부모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얘기는 잘 끝나셨나요?”
“네. 라온이는 피곤해서 다시 잠들었어요.”
“아, 그래요? 라온이가 그동안 잠을 못 자서 힘들어했는데, 그래도 가족들 보니까 마음이 놓였나 봅니다.”
그게 마음이 놓인 사람이 할 만한 반응인가?
우리는 이제까지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던 온라온의 표정을 떠올린 온세하가 반가을의 말을 속으로 가볍게 반박했다.
그사이 장해나와 반가을은 시드 사옥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하자는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네. 큰 애만 호텔에 보내고 바로 가겠습니다.”
호텔이라는 단어와 한순간 자신을 향했던 시선에서 말뜻을 짐작한 온세하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요구했다.
“[나도 듣고 싶은데.]”
여기까지 와서 혼자 빠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럼 그렇게 해.]”
곽상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가족들은 착잡한 침묵을 유지했다.
“[아까 데미안이 뭐라고 한 거야?]”
그 정적을 깨고, 온라온이 한국어로 했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온세하가 지나가듯 물었다.
“[아까?]”
“[아까, 울면서 뭐라고 했잖아.]”
“[아…….]”
장해나가 온라온의 말을 영어로 설명해 준 것을 들은 온세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온라온을 낳은 부모와, 동생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형의 감상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형인 온세하로서는 어렸을 때 어떤 일로 관계가 크게 틀어진 뒤 제대로 얘기를 해본 적도 없는 온라온을 오랜만에 보니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만 했을 뿐.
가슴 깊숙한 곳이 건드려진 것처럼 심란해하는 부모의 반응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전 회사에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 일이랑은 상관 없이 뭔가 다른 분위기였지.’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고는 해도 생판 남이 아니고 동생인 온라온이 한국에서 겪었던 일에 화가 나기는 매한가지였기 때문에 온세하는 그쯤에서 이상한 분위기의 부모에 대한 생각을 마무리지었다.
* * *
다시 잠들고 이번에는 오래지 않아 일어난 나는 곽상현에게 내일 바로 퇴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미 면회 가능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나는 드디어 혼자서 느긋하고 여유롭게 휴대폰을 들여다 볼 시간을 얻었다.
방전된 휴대폰을 충전해서 켜 보니 내 안부를 묻는 연락이 쌓여 있는 게 보였다.
묵혜성, 김준우, 제나, 징샤오, 견하람 등…….
개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해경 PD의 연락이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 저번에 본 피사추 천해경인데 괜찮을 때 연락 바랍니다.‘이 사람한테는 나중에 연락하자.’
그다음으로는 고경윤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고경윤은 트루에서 나온 또 다른 피해자들을 설득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트루에서 연습생 생활을 할 적에 개인적으로 수집해 두었던 증거를 이번에 공개했다.
물론 고경윤이 이번 일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연습생 생활을 했었다는 점 때문에 고경윤을 포함한 몇몇 트루 연습생 출신 아이돌들에게 너 역시 가해자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경윤의 경우 본인이 일찌감치 자신은 현재 이슈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고, 녀석은 연습생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쪽이었다는 피해자의 증언이 그 말을 뒷받침하며 의혹은 금세 사라졌다.
오히려 일찌감치 트루를 탈출한 고경윤을 향해 선구안이 있다, 안목이 좋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뭔가 편하게 이득을 보는 것 같아 조금 아니꼽기는 했으나 이번 일에 녀석의 공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저 말이 완전한 거짓말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스크롤을 아래로 쭉 내리며 내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 트루 쪽 대응이나 여론 같은 것들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고경윤이 보기 좋게 쭉 정리해 둔 것을 읽을 때, 마침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가] 몸은 좀 어때요? [나] 괜찮아 내일 바로 퇴원애초에 의사의 말에 따르면 내가 이렇게 쓰러지게 된 문제는 신체보다는 심리적인 쪽에 있었다.
회사는 숙소가 더 편하다는 내 말에 의사에게 그래도 되겠냐고 의견을 물은 뒤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자마자 별말 없이 퇴원 수속을 밟아 주겠노라 답했다.
이번에는 아이돌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 SNS에 들어가 보았다.
처음 사건이 발생한 지 만 이틀이 지났음에도 실시간 트렌드에는 관련 키워드들이 여럿 보였다.
1. #트루_진실을_밝혀라
2. #죽는날까지_라온이_편
3. 레드 해체
4. 트루 닉값해
5. 온라온
그중에서 십만 건이 훌쩍 넘는 글이 올라온 ‘#트루_진실을_밝혀라’부터 눌러 들어가 보았다.
– 이건 단순히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간 애들 사이의 갈등이라고 퉁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왕따 시킨 연생들도 문제지만 애들이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 회사 시스템의 문제고 저런 잘못된 문화는 이번 기회에 싹 뿌리뽑아야 함 아니면 망하거나 #트루_진실을_밝혀라
– 보복 무서웠을 텐데도 용기 있게 나서준 가예랑 포기하지 않고 꿈 이룬 온라온 응원합니다. 피해자들이 이렇게 명확한데 트루는 꼬리자르기 하지 말고 반드시 책임질것 #트루_진실을_밝혀라
– #트루_진실을_밝혀라 지금 제일 빡치는 점은 트루가 반성같은건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임
얘네 작년에도 오르카 데뷔 쇼케이스랑 안네 컴백 쇼케 겹치게 잡았잖아 이런건 원래 후발이 피해주는게 예의고 상도덕인데 그런거 1도 없이 일부러 일정 겹치게 해서 갑질한거..ㅎ 안변해 얘네
–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던데 이기회에 싹 털고 그냥 문 닫으세요 #트루_진실을_밝혀라
다행히 트루에게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편과 트루를 옹호하는 편으로 갈라지는 일 없이 상당히 단합이 잘 되어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인기 글을 쭉 훑어본 다음 ‘#죽는날까지_라온이_편’을 눌러 그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글들을 읽어 보았다.
“…….”
나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에어리들의 여러모로 가슴 찡하게 하는 글들을 확인한 나는 그들에게 상당히 미안해졌다.
‘잘하자…….’
조금 밑에 있던 ‘온라온’을 누르니 이틀 전에 올라와 2만 번이 넘게 공유된 글이 가장 위에 있었다.
– 온라온이 한국 와서 겪은 일
1. 트루한테 캐스팅돼서 한국말 하나도 못하는 상태로 한국 왔는데 연생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함
2. 결국 특기였던 춤 기본기 폼도 다 무너질 만큼 슬럼프 심하게 옴
3. 슬럼프 때문에 데뷔조 탈락하고 개같은 회사 겨우 탈출해서 픽하트 나갔는데 거기서 가해자 마주침
4. 실시간 성장하면서 다 이겨내고 데뷔 거의 확실시됐던 막방 직전에 창조논란 터져서 10위까지 데뷔인 픽하트 11위로 탈락
┗ 5. 알고보니 조작 피해자였음 문투 마감 5분전에 해명된 논란 때문에 불리했는데도 실제 4위. 참고로 아직 조작 피해자들 암트한테 보상 받은거 없음
6. 이제 좋은 멤들이랑 성공적으로 데뷔해서 막 뜨고 있는데 오혐진때문에 계단에서 떨어져서 죽을뻔함 (감싸준 매니저 크게 다침..)
…단순히 문자로 나열해도 이정돈데 온라온 아이돌 그만두고 오늘밤에 한국 떠도 이해함 근데 가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