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1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19화
연습생 실태 진상 규명과 헌트레드 해체를 촉구하는 SNS 해시태그 운동은 물론이고.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눈치만 보면서 버티려는 게 분명한 트루가 헌트레드를 해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적어도 오현진이라도 빨리 퇴출하라는 팬들의 요구가 트루에 직접 향했다.
그 와중에 이런 이슈에 평균적으로 둔한 편인 해외 쪽에서는 헌트레드를 옹호하는 팬들이 종종 보였다.
그리고 한 외국인 헌트레드 팬이 올린, ‘라온이 현진에게 그럴 만한 행동을 했겠지. 우리는 외로운 현진을 끝까지 지지해야 한다’라는 논지의 옹호 글 캡처본이 국내 아이돌 커뮤니티에 흘러들어왔고 이는 국내 팬덤의 거센 반발을 이끌어냈다.
– 아 범죄자 옹호하는 외퀴들 진짜 너무 개빡쳐ㅠㅠㅠㅠ
– 맨날 홈마들한테 화이트워싱 어쩌고 존ㄴㄴㄴ나 뭐라 하더니 이건 왜 이렇게 품고감???
– 뭐 우리도 해외연예인 마약 정도는 넘어가는 사람 많으니까ㅋㅋ 웬만하면 해외 이슈에 둔감한거 이해하고 그러려니 하는데 살인미수는 진짜 전세계 어디서든 강력범죄로 분류되는거 아닌가ㅋㅋㅋㅋㅋㅋ 아니 대낮에 사람을 계단 꼭대기에서 밀었다니까요?? 매니저가 심하게 다쳤다니까요???
– 외퀴들 개웃김 저번에 풀루토 자컨에서 누가 봐도 아무문제 없는 상황을 인종차별이라고 날조하면서 개뭐라하더니,,, 아니 온라온도 엄연히 미국국적이고 따지고 보면 외국인이잖아ㅋㅋㅋㅋㅋㅋ
이렇게까지 말하자니 좀 매국하는 기분이기는 하지만 사실만 말하자면 한국인이 외국인 대상으로 범죄 저지른 건데 왜 이렇게 반응이 유해?
┗ ㅇㄱㄹㅇ 왜 이렇게 유해?222 온라온 원래 하얘서 사진도 하얗게 나오는데 그거 보고 화이트워싱하지 말라고 하면서 흙색으로 재보정해서 스타텔에 올려놓은거 개많음..
지들이야말로 온라온 한국계라 차별하는 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음? 만약에 온라온 입장에 있는 게 누가봐도 서양인인 돌이었으면 이정도로 유한 반응이었을까? 한국인들이 인종차별범죄 저질렀다고 ㅈㄴ 뭐라고 했겠지
┗ 하 이거 다받음
– 그래도 외국에어리들은 라온이 편 많이 들어주고 있어
┗ 한국에도 눈막귀막하고 범죄돌 계속 빠는 노답팬들 많고 외국도 똑같이 사람사는 곳이니까 개념 박힌 외국인 팬들 있다는 건 당연히 아는데! 지금 이글에서는 살인미수+학폭돌 실드치는 목소리 큰 무개념외퀴들 말하고 있는거잖아 맥락 좀 읽어라ㅠ
– 아무튼 개루랑 개루빠 외퀴랑 사이좋게 손잡고 한국밖으로 꺼졌으면 좋겠음
따라서 만약 헌트레드라는 그룹이 유지된다면 팬들이고 대중이고 반응이 싸늘한 국내 시장은 버리고 해외 위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나.
어딜 보나 한국인이었던 온라온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해외 팬덤에 뒤늦게 널리 퍼지며 상황은 이제까지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 헌트레드는 심각한 인종차별을 저질렀어. 자기 나라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게 말이 돼?
– 라온이 미국인인 건 몰랐어. 살인미수 건으로 재판을 한다는데 한국 법원에서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 같은 미국인으로서 피해자 국적이 미국일 때랑 그렇지 않을 때, 네 태도가 달라지는 게 무엇보다도 끔찍하다.
– (동영상) 이건 트루 대표 인덕철의 동남아 차별 발언. 난 너희가 이런 것들을 모두 이해해서 트루를 사랑하는 건 줄 알았어. 몰랐다면 이제라도 잘 알아두기를 바란다.
┗ 와우. 오래된 영상인데 그가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그게 중요해?
– 정신 차려. 알렌이랑 주드 같은 비한국인 멤버가 데미안 라온처럼 차별당하지 않고 존중할 거라 확신할 수 있어? 한국계인 경우도 저런 대우를 했다는 걸 잊지 마.
┗ 맞는 말이지만 알렌이랑 주드는 라온을 가해하지 않았을 거라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
– 다 알고 보니 이런 ×같은 소속사가 해외에서 인기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앞으로 트루에서 데뷔하는 모든 케이팝 아이돌은 불매한다.
헌트레드 해외 공식 SNS에 아무 문제 없다는 글을 올리며 해외 활동을 꾀하려던 트루는 거센 역풍을 맞았다.
대표의 7년 전 인종 차별 발언과 소속 연예인들의 타국 문화 희화화에 무감히 반응한 것을 포함해 별의별 논란거리들이 해외 팬덤에서 끌어올려지고.
심지어는 이때다 싶은 안티들에 의해 트집 수준의 창조 논란까지 다수 생겨나며 트루의 이미지는 엉망으로 훼손되었다.
순식간에 헌트레드와 트루는 졸지에 외국인을 차별하는 아이돌과 회사로 낙인 찍혀 노리던 해외 활동조차 상당히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특유의 컨셉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트루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서서히 추락한다.
* * *
어느 정도 사건이 정리되자 가족들은 일단 미국으로 돌아갔다.
원래 각자 일정상 진작에 돌아갔어야 했는데, 무리해서라도 며칠 더 머무른 걸로 보였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날 밤 상황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에 있는 집에서 지내는 건 어떻겠냐고 부모님이 조심스레 권유하기도 했다.
아마 작년까지만 해도 말도 제대로 안 통할 만큼 낯선 데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여러 번 겪은 한국보다는 그래도 익숙한 미국이 쉬기에는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시기에 활동을 쉬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가본 적도 없는 미국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할 리도 없기 때문에 나는 고민하지 않고 사양했다.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부모님은 별말 없이 다음을 기약했다.
부모님이 미국으로 돌아간 날.
늦은 오후에 천해경 PD가 피디의 사건 수첩 제작진 몇과 함께 우리 회사로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천해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사전에 스케줄을 잡아놓았던 일이라 미리 샵에 들러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갈 때와 비슷한 수준의 메이크업을 받은 나는 촬영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 여러 방송 장비가 세팅된 연습실에 들어섰다.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천해경 PD가 내게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그 키 큰 매니저님은 좀 어때요?”
“순조롭게 회복하고 계세요.”
“다행이네요.”
처음 만날 때부터 내게 편하게 말을 붙이던 천해경 PD는 아무래도 공적인 자리라 그런지 한결 정중한 언사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 증인으로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어떻게 알았는지 내 추락 현장을 피디의 사건 수첩 제작진이 목격했다는 말이 기사로 나오며 반짝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사는 됐어요. 이번 사건 증인에서 빠지라는 윗선 압박이 처음에 좀 있기는 했지만.”
“죄송합니다.”
“신경 안 써도 돼요. 어차피 그 사람들 눈에 나는 원래부터 눈엣가시거든. 그리고 이젠 상대 쪽 상황도 별로라서 내가 증언을 하든 말든 윗분들도 딱히 신경 안 쓰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던 천해경 PD가 조금 전보다 예리하게 말을 이었다.
“애초에 나 믿고 거기서 대판 싸우던 거 아니었나?”
현장에서 구르고 구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야성적인 눈초리가 나를 향했다.
적당히 넘어가지는 못하겠다.
나는 엄한 표정으로 저 뒤에 서 있는 곽상현의 눈치를 살짝 살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죄송합니다. 오현진이 계속 연락해서 한 번 보기는 해야겠는데, 혹시라도 큰일 생길까 봐 겁 나서 약속 장소를 그때 그 장소로 잡았어요. PD님 뵀던 게 생각나서요. 저도 설마 오현진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놀라셨으면 죄송해요.”
“놀라진 않았어요. 더한 꼴도 많이 보고 당했거든요. 근데 내가 못 본 척하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PD님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요. 멋있고 정의로운 분이시잖아요.”
내 솔직한 아부에 천해경 PD가 피식 웃으며 대기하던 제작진에게 손짓했다.
“오늘 몇 가지 물어볼 건데 원할 때 언제든지 스톱해도 되지만, 선을 넘는다거나 뭐 그런 질문은 없으니까 이왕이면 내 얼굴 봐서 솔직하게 대답해 줘요.”
“네. 알겠습니다.”
* * *
천해경 PD와 인터뷰까지 마친 다음 겨우 반요한, 서문결과 대화할 시간이 왔다.
숙소 건물에 도착해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데, 1층 사는 아파트 주민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시겠지, 싶어서 다시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든 채 엘리베이터가 어디쯤 왔나만 보고 있는데 내 옆에 버티고 있던 경호원이 슥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1층 주민이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다가온 것이다.
경호원은 일단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주민이 내게 용건이 있어 보였고, 지나면서 얼굴도 몇 번 본 사이라 나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오르카 온라온 씨 맞죠?”
“네. 맞아요.”
“진짜 잘생겼네.”
“아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지나가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사생 팬들 때문에 바깥이 그렇게 시끄러운데 모를 수가 있나. 연예인 지나가는 게 분명한가 보다 하고 생각했죠.”
“정말 죄송합니다…….”
죽치고 있는 사생들이 소음 등으로 아파트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나는 사생은 팬이 아니라고 말하는 대신 두 손을 공손히 모아 깊이 사과했다.
“이젠 뭐 그러려니 해요.”
“진짜 죄송해요.”
“어유, 됐어요 됐어. 이렇게 오래 얼굴 보고 있으니까 왜 저렇게 난린지 이해는 가는구만.”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생 때문에 항의하려고 날 불러세운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내 표정을 읽은 주민이 말했다.
“아, 우리 마당에 반지 하나가 떨어져 있는 걸 오늘 아침에 찾았는데, 우리 딸 건가 해서 물어봤더니 오르카 멤버들끼리 나눠 끼는 반지 같다고 하길래요. 혹시 위에서 떨어뜨렸나 하고.”
그렇게 말한 주민이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어때요?”
얼핏 봐도 내 왼손에 있는 것과 똑같았다.
“저희 멤버 거 맞는 것 같아요. 소중한 반진데 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네.”
“그런데 저희 반지인 거 알아본 거 보면 따님이…….”
“딸애는 비밀로 해 달랬는데, 사실 라온 씨 팬이에요. 나쁜 짓은 안 하는 애니까 혹시 숙소 주소 알려준 거 아닌가 걱정 안 해도 돼요.”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사인이라도 해드릴까요? 따님 있으면 사진이라도 같이…….”
“애는 지금 기숙사 살아서 없어요. 사인이야 해주면 좋지. 사진은 나랑 찍어 줘요.”
사인받을 종이를 가져오겠다며 집안으로 사라진 사이 설마 해서 받은 반지 안쪽을 확인해 보니 ‘YH’라는 이니셜이 확실히 보였다.
“…….”
이 미친 새끼가 진짜 잃어버린 거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