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2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29화
우리는 숙소에 돌아가기 전에 내 의견에 따라 근처 편의점에 들러 술을 샀다.
물론 나는 미성년자라 주류 구매가 불가능했지만, 다행히 견성하가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소주병이 서로 부딪치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봉지를 든 견성하가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넌 마시지도 못할 술을 뭐 이렇게 많이 사냐?”
“일단 먹여놓고 보려고.”
“뭐?”
“가자!”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심상치 않은 양의 술을 발견하고 황당해하는 멤버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운동하고 오랬더니 웬 술을 이렇게 많이 사 왔어?”
술병이 몇 개나 있는지 세어본 강지우가 우리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런 강지우의 얼굴 옆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이 인간은 잠시 뒤 인사불성이 될 것이다.]이상한 해설 넣지 말아줄래.
“2차야? 난 좋아.”
막 씻고 나왔는지 뽀송뽀송해진 반요한이 소파에서 방만하게 늘어진 채 답했다.
역시나 반요한 옆에 시스템창이 생겼다.
[저 인간 역시 곧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나는 그런 반요한을 잠시 떫은 눈길로 쳐다봐 준 다음에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내가 멤버들한테 할 말이 있거든.”
“할 말?”
“응. 근데 맨정신으로는 하기 좀 부끄러운 말이라서.”
강지우는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그렇구나. 그래도 우리 막내는 아직 성인 아니라서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준법정신 투철한 강지우는 미성년자 음주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은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나도 알아.”
당연히 내가 마실 생각으로 이 많은 술을 사 온 게 아니다.
“그러니까 나 말고 형들한테 먹이면 마음에 걸리는 건 적당히 해결될 것 같아서.”
내 말에 강지우가 동그래진 눈으로 바닥에 늘어놓은 술들을 한 번, 태연한 내 얼굴을 한 번 번갈아 바라보고는 드물게 떨떠름히 답했다.
“……뭐가 해결된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형 마음 이해해. 하지만 마셔보면 알 거야.”
“아니. 정신 멀쩡한 지금도 모르겠는데.”
“아니야. 알 거야.”
“지금 내가 게임 못 하게 했다고 복수하는 거야?”
“하하, 그런 거 아니야.”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는 동안 나는 부엌 찬장에서 꺼내 온 식기에 차곡차곡 술을 따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뭘 하나 보자, 하는 듯한 태도로 나를 지켜보던 다른 멤버들의 낯빛이 내 손놀림이 이어질수록 점점 창백해졌다.
“뭐야. 그쪽에 소주를 왜 이렇게 많이 넣어.”
“이참에 우릴 죽이려나 본데요.”
“보지 마. 저리 가.”
“근데 얘 왜 이렇게 마는 게 자연스럽냐? 우리 몰래 마셔본 거 아니지?”
“위튜브로 배웠어.”
“이래서 위튜브가 요즘 애들 교육에 나쁘다고……!”
“라온아…….”
서문결이 아련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인간 역시 조금 뒤 뻣뻣하게 굳은 안면 근육의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이 새끼… 한가한가 보다?
어쨌든 네 사람에게 먹일 술 제조가 모두 끝났다.
다양한 모양의 잔 속에서 맑은 빛깔의 술이 넘칠 듯 위태롭게 찰랑거렸다.
할 얘기가 있다는 말에 낚여 거실에 둘러앉은 멤버들에게 잔이 하나씩 배분되었다.
“이거 다 마시면 그때 얘기할게.”
“이걸… 다?”
“내가 요한이 형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다 마시냐?”
툴툴거리는 견성하의 옆에도 어김없이 래리 놈이 시스템창을 띄웠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이 인간 역시 조금 뒤 성씨 값을 하게 될 것이다.]이번 건 좀 웃겨서 짜증 난다.
아무튼 나는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견성하를 격려해 주었다.
“아니야. 넌 할 수 있어.”
“아니, 할 수 있어도 하고 싶지 않다니까.”
“할 수 있으면 해야지.”
“말이 안 통하네. 너 술 냄새 맡고 취했냐?”
“응. 제정신이야.”
“그러면 더 문제고!”
그리고 내가 알기로 이 정도 마시고 취하기는 해도 죽을 정도로 나약한 사람은 적어도 우리 멤버 중에는 없다.
“대체 왜 소맥을 머그잔이랑 국그릇에다가 마는데? 어느 위튜브 채널이 그런 흉악한 짓을 너한테 가르친 거야?”
강지우는 내가 아무 채널 이름이나 말하면 당장 신고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위튜브에서 배운 게 아니었다.
“위튜브에서 배운 거 아니고 멤버들, 특히 요한이 형한테 배운 거.”
사실은 예전 세계에서 이래저래 해 보면서 실전으로 배운 거지만, 나는 머그잔이나 길쭉한 텀블러에 곧잘 술을 따라 마시던 반요한의 핑계를 댔다.
어쩐 일인지 커다란 맥주잔 하나 말고는 제대로 된 술잔이 없는 숙소에는 다른 식기들이 자주 술잔 대용으로 쓰이고는 했는데, 그중에서 반요한의 픽은 큼지막한 머그잔이었고, 다른 멤버들은 얌전히 평범한 크기의 물컵을 애용하는 편이었다.
다들 안색이 파리해진 가운데 혼자서 웃겨 죽으려고만 하던 반요한이 나를 바라보며 잘 배웠다고 지껄이자 강지우가 뒷목을 잡았다.
“하… 진작에 소주잔을 숙소에 사다 놨어야 했는데…….”
소주잔이 있었어도 오늘만큼은 사발에 부었을 테니 별 의미는 없는 후회였다.
“당연히 강요는 아니고,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되는데.”
“진짜?”
“응. 근데 아무래도 혈중 용기 농도가 부족할 때는 하기 어려운 말이라, 오늘 하려던 얘기는 1년 뒤에 내가 마시면서 말해줄게.”
“……용기는 모르겠고 너 혈중 알콜 농도는 안 부족한 것 같다.”
만들면서 몰래 마신 거 아니냐면서 인상을 찡그린 견성하가 마약 탐지견처럼 내 냄새를 맡았다.
이름값 하는 거냐고 놀렸다가 한 대 맞았다.
이윽고, 강지우가 결심한 듯 비장한 얼굴로 물었다.
“……끊어 마셔도 되지?”
사약처럼 보이는 술이 주는 공포심을 대체 내가 뭘 말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긴 모양이었다.
호기심은 고래를 죽인다는 말이 오늘 국어사전에 새로이 등재되지 않을까.
“당연하지. 일단 마시기만 해.”
물론 마시고 충분히 취하지 않은 것 같은 눈치면 더 먹일 것이다.
마침내 하나둘 잔에 손을 가져다 댔다.
서문결 역시 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가장 작은 컵에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본 내가 화들짝 놀라며 서문결의 팔을 잡아 멈췄다.
“왜?”
“형은 이것만 먹고.”
“응.”
내가 가져온 밥숟가락으로 술을 한 수저 떠서 서문결의 입가에 가져다 대자 서문결이 안도한 얼굴로 그걸 호록 받아 마셨다.
“무슨 어린애한테 감기약 먹이는 것 같다?”
그 장면을 본 반요한이 가볍게 빈정거렸지만 나는 무시하고 여전히 술이 한가득 남은 잔을 반요한 앞으로 밀었다.
“남은 건 다 반요한 거.”
“형 아직 안 취했다.”
내게 있어 가장 성가시고 까다로운 놈이니 기분 좋게 취하는 것보다 좀 더…….
원색적으로 표현하자면, 아예 떡을 만들어버릴 셈이었다.
어쨌든 고작 한 숟가락 마시고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노곤해진 서문결을 시작으로 다들 자기 몫으로 할당된 술을 각자 페이스대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너 이거… 소주 얼마나 넣었어.”
“넌 잘 마시니까 많이.”
“그러니까 그 ‘많이’가 어느 정도냐고.”
“음, 죽지 않을 정도로?”
“내년에 두고 보자…….”
마지막으로 남은 술을 모조리 입안에 털어 넣은 견성하가 나를 노려보며 안주를 야금야금 집어 먹었다.
* * *
한참 뒤.
모두가 잔을 비우는 것에 성공했다.
비록 다들 내일 곽상현이 와서 숙소를 들여다보면 혼낼 정도로 취하기는 했지만, 내가 섬세하게 멤버별로 소주와 맥주 비율을 다르게 배합한 덕분에 그럭저럭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독한 놈…….”
혀가 풀려 발음이 조금씩 어눌해지기는 했어도 눈에 띄는 주정은 없었다.
가끔 누군가 헛소리를 하려고 하면 다른 멤버가 제지하며 처음 목적이었던 내 이야기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엉망인 듯 엉망 아닌 모습을 보며 새삼 우리 멤버들이 술이 세다는 걸 느꼈다.
물론 충격적인 감기약 주량의 서문결은 빼고.
이 인간 약한 걸로 한 숟가락 마셔서 느른한 몸 이끌고 용케 아직 깨어 있지, 두 숟가락 이상 마셨으면 꼼짝없이 기절했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이렇게까지 했는데 별거 아니면 가만 안 둔다 진짜.”
타는 목으로 사이다를 한 모금 넘긴 나는 최대한 덤덤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번 타이틀곡 ‘Again’ 있잖아, 그거 내가 작곡, 작사했어.”
“…….”
“…….”
잠깐의 정적.
“진짜?!”
“그게 너라고?”
“나는 너인 거 알고 있었는데. 그치, 하제야?”
“하제? 헤이즈? 하제? 헤이즈! 헤이즈 아니고 하제? 하제 아니고 헤이즈?”
“지우 형, 정신 사나우니까 조용히 좀 해봐요.”
이제까지 그 사실을 숨기려 했던 이유도 함께 설명했다.
취한 데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흥분까지 한 멤버들이 내 말을 제대로 듣고는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반가을 대표에게 말했던 것보다는 더 정연하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취한 상태에서 생산적인 의견 교환이 이루어질 걸 전혀 기대하지 않기 때문인가, 나도 분위기에 취했기 때문인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말이 한결 편안하게 나왔다.
“……그래서 그랬어. 오늘 이런 일 벌인 건 형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무서워서, 이런 건데 미안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우가 반박했다.
“네가 왜 미안해!”
자기는 리더면서 내가 그런 고민을 하는 줄도 몰랐다며 강지우가 자발적으로 남은 술을 더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견성하는 나보고 넌 왜 다 잘하냐고 따져 물으며 내 어깨를 잡고 탈탈 털 듯 흔들었다.
얼마나 힘이 센지 영혼에 달라붙은 먼지까지 털리는 것 같았다.
견성하가 자는 건지 깨어 있는 건지 모를 서문결에게 자기 힘든 점을 토로하느라 날 놓아준 사이, 이번에는 반요한이 실실 웃으며 내게 캐물었다.
“그래서 하제가 뭐야?”
“뭐긴 뭐야. 단어지.”
“너한테 하제가 뭐냐구.”
“……형 술 냄새나니까 저리 좀 가.”
“네가 먹으래서 먹은 건데 그러는 건 반칙이지. 너한테 하제가 뭐야?”
어떻게 이 자식은 술에 취했어도 맞는 말로 사람 열받게 하냐.
그때, 내 다리를 베개 삼아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있던 서문결이 갑자기 상체를 일으켰다.
자는 게 아니었군.
“혹시 영원히 숨기려는 건 아니지?”
“맞아. 우리 때문에 그러지는 마. 네가 아까워.”
“밝힐 거야.”
강지우가 잘 생각했다며 집에 있는 대박이와 소박이를 대하듯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그럼?”
“우리 첫 콘서트에서 알리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