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3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34화
아이돌 추석맞이 체육대회에는 보통의 예능과는 달리 독특한 점이라고 해야 하나, 일종의 전통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첫 출연에서 한 번 팀이 정해지면 그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다음 해에도 똑같은 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올해 백팀에 배정된다고 치면 앞으로도 쭉 백팀이 된다는 거지.
이러한 특성에 기인해 어떤 팀은 팀 단위 친목이 무척 활발하다는 말을 어디 가서 대인 관계 폭넓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주안에게 전해 들었다.
물론 운동 잘하는 아이돌들이 한 팀에 계속 소속되어 그 팀만 몇 년을 내리 이기는 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 그다지 재미가 없기 때문에.
제작진은 매년 쏟아지는 신인들의 신체 능력을 사전에 파악해 두고 그를 바탕으로 팀 간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바로 그 신체 능력 파악을 위한 체력 검사를 하는 날이다.
이것도 촬영은 하지만, 그렇게 중요도는 높지 않아 누가 봐도 체육대회에서 활약할 게 분명할 만큼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닌 한 대체로 통편집된다.
체력 측정 결과만 한 번에 표로 정리해서 보여 주는 걸로 알고 있다.
“저희 이거 본방 녹화는 언제 한대요? 컴백 전이에요, 설마?”
체력 검사를 시행하는 센터로 가는 차 안,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견성하의 물음에 곽상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9월 중에 한다는데 정확한 날짜는 아직 안 나왔다. 한 10일쯤 할 것 같기는 해.”
곽상현은 요사이 이영민의 부재로 인해 다시 과로에 시달리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컴백 전까지 새 매니저를 어떻게든 뽑는다고는 하는데 과연 될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면 다행인가?”
“한창 음방이랑 팬싸 다닐 때네.”
“와. 아체대 녹화 가서 조는 거 아니야?”
“너 졸면 내가 귀 이렇게 잡아당겨 줄게.”
“아악!”
“얘들아, 다 왔다. 아체대 첫 출연이라고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너희 지금 진짜 중요한 컴백 앞뒀다는 건 잊지 마라. 알겠지?”
괜히 무리하다가 다치지 말라는 소리였다.
센터 바로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오늘 여기서 아이돌 체육대회 촬영을 한다는 소식이 일찌감치 퍼졌는지 여러 아이돌의 팬이 가득해 근처는 이미 소란스러웠다.
이번이 첫 출연인 신인 중에서도 단연 우리와 리프틴의 팬들이 많이 보였다.
“라온아 다치면 안 돼…!”
내려서 주위를 향해 꾸벅꾸벅 인사한 직후 유독 애타게 들려온 한 에어리의 당부에 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비공개 스케줄이었지만, 아이돌 체육대회 체력 검사는 매년 이 센터에서 한다는 듯하니 장소는 물론이고 일시를 알아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뭐… 숙소 앞에 온 것도 아니고.’
센터 내부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신인 아이돌들이 와서 체력 측정을 하거나, 측정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몸은 여기서 풀어 주시면 됩니다. 다치지 않게 준비 운동 충분히 해주세요.”
“네!”
사지를 쭉쭉 늘리고 돌아가는 부위를 이리저리 돌려주는 준비 운동이 얼추 끝났을 때쯤.
반가운 얼굴들이 우리 쪽으로 우르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리프틴이었다.
마지막 방송 이후로 서로 바쁘고 활동도 겹치는 게 없어서 이렇게 단체로 마주친 건 처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어중간한 거리에서 나와 눈이 딱 마주친 김준우가 엄숙한 낯으로 깍듯이 인사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질색하기도 전에 싱겁고 짓궂은 장난임을 눈치챈 윤명수와 옥도윤, 징샤오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을 따라 외치며 김준우의 양옆에서 함께 허리를 직각으로 구부리는 바람에 우리는 주위에 있던 다른 스태프들이나 아이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픽하트 출신이 아닌 리프틴의 멤버 바인도 좌우로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옥도윤과 징샤오보다도 한 박자 늦게 어정쩡히 인사했다.
다른 사람들보다도 훨씬 공손히 인사한 고경윤 쪽은…….
“안녕하세요.”
장난 사이에 어떤 종류의 진심과 가식, 의도가 미묘하게 섞여 있는 것 같아서 녀석의 본성을 일부 아는 입장에서는 다소 찜찜했다.
“오냐.”
이쪽도 장난인 것처럼 턱을 쭉 빼고 태연히 응했더니 장난을 치던 리프틴 멤버들이 까르르 웃었다.
“역시 온라온 뻔뻔한 거 어디 안 간다.”
“아직도 얘가 처음에 아련남으로 유명해진 게 어이없어.”
“나 아련한데? 아련을 의인화하면 그냥 난데?”
“야……. 못 본 사이 더 뻔뻔해졌는데.”
“근데 난 라온 형 인정해. 오랜만에 보니까 더 잘생겼어.”
“샤오 네가 인정하면 난 뭐가 되냐?”
“형……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마음도 작은 사람.”
“야!”
일단 안면 있는 사람들끼리 시답잖은 잡담을 나눈 다음 각 팀의 리더끼리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리프틴 윤명수입니다. 노래 너무 잘 부르셔서 천목 때부터 지우님 진짜 좋아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와, 진짜요? 감사합니다. 저보다 형이신 걸로 아는데 혹시 명수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당연히 되죠. 우리 그냥 말도 편하게 할래요?”
“나야 좋지, 형.”
윤명수가 무던한 성격이고 강지우도 성격이 사교적인 편이었기 때문에 둘은 금세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동안 견성하는 올해 신인상을 두고 우리와 겨룰 리프틴을 일종의 적이나 그에 준하는 라이벌로 인식한 건지 가장 뒤에서 잔뜩 긴장한 눈으로 앞을 뻣뻣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가세 리츠가 그런 견성하를 조금 무서워하는 게 느껴져서 사정을 다 아는 나는 조금 웃겼다.
나와 반요한은 평가를 함께 치렀던 동기들과 반갑게 근황을 주고받았다.
“진짜 오랜만이다!”
“그러게.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우리야 뭐 잘 지내지. 너희는 이제 온 거야?”
“응. 너네는 다 끝났어?”
“어. 거의 첫 순서로 왔거든. 이제 가려고.”
“어땠어? 형네 운동 잘해?”
“하하, 비밀.”
“뭐야. 벌써 견제야?”
“에이. 견제는 무슨.”
“우리 같은 팀 되면 좋겠어.”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해 스타일이나 말투 같은 게 훨씬 한국 아이돌 같아진 나가세 리츠가 수줍게 말했다.
“같은 팀은 절대 안 될걸요.”
그러나 고경윤이 찬물을 끼얹고.
“맞아. 백퍼 다른 팀이야.”
반요한이 못을 땅땅 박았다.
“!”
나가세 리츠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 생각도 같다.
아까 말했다시피 올해 신인 중에 눈에 띄는 게 우리랑 리프틴인데 제작진이 같은 팀에 넣어줄 리가 없었다.
“[그래도 같이 열심히 하자.]”
“응!”
눈에 띄게 아쉬워하던 나가세 리츠가 내 말에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카 분들 이쪽으로 와서 키랑 몸무게부터 잴게요.”
그때, 현장 스태프가 우리를 불렀다.
“그럼 우리 가볼게. 다음에 보자.”
“그래. 다치지 말고 잘해.”
“또 봐!”
“들어가세요.”
리프틴과 헤어진 우리는 스태프 안내를 따라 인바디 기계가 있는 안쪽으로 이동했다.
사실 바쁜 아이돌들 데려다 놓고 키부터 하나하나 잴 여유는 보통 없었지만, 이게 각 지역의 센터에서 진행하는 국가 생활 체육 복지 서비스 홍보도 겸해서 촬영하는 거라 생략하는 거 없이 모두 절차대로 하는 듯했다.
“몇 센티예요?”
“177㎝네요.”
그룹 내 최단신을 면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 돼!”
우리 중에 가장 먼저 재서 약 176㎝가 나왔던 강지우가 절규했다.
저 리액션은 방송용이 아니라 진심 같았다.
“선생님, 소수점 단위까지 생략하지 말고 말해주세요!”
내 열띤 물음에 측정을 도와주시던 직원이 내 얼굴을 처음 봤을 때부터 속절없이 새어 나오던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답했다.
“생략 안 한 거예요. 딱 177㎝.”
“말도 안 돼! 전이랑 왜 똑같아!”
내 눈으로 직접 측정 결과가 나오는 화면을 확인한 내가 펄쩍 뛰었다.
반색한 강지우가 내 어깨를 잡고 외쳤다.
“막내야. 0.3㎝는 다시 재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재자! 선생님, 저희 한 번씩만 다시 재면 안 돼요? 뒤에 순서 있으면 이따 남아서라도 다시 재고 갈게요!”
“안 재요! 전 만족해요! 사실 안 하지만 그래도 해요! 형, 요즘 깔창도 0.1㎝ 단위로 나오는 거 몰라? 0.3㎝면 진짜 어마어마한 거야. 이제 그만 패배를 받아들여.”
“깔창이 무슨 0.1㎝ 단위로 나오냐!”
다음 측정 때까지 대기하며 0.3㎝의 실효성을 두고 아웅다웅 다투던 우리 눈에 몇 달 전보다 1㎝가 더 커서 기어코 186㎝를 찍은 견성하가 키가 또 컸다고 우울해하는 걸 182㎝ 후반의 서문결이 달래주는 모습이 들어왔다.
“…….”
“…….”
“다 부질없다…….”
“막내야, 기억해라. 키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당연하지. 훨씬 중요한 건 얼굴…….”
“내면…….”
“…….”
“…….”
“푸하하하하!”
우리 둘을 보며 신나게 웃어 재끼던 반요한이 힘겹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근데 너 처음 봤을 때보다 진짜 많이 컸다. 작년에는 완전 쪼그맸는데.”
작년 여름보다 무려 3㎝ 가까이 커 이번에 179㎝가 나온 반요한이 제 손을 자기 턱 밑으로 가져다 대는 걸 본 나는 어이가 없어 반박했다.
“야,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 그리고 나 아직 더 클 수 있어.”
“내가 봤을 때 넌 이제 끝났어. 몇 달 전에 쟀을 때도 똑같았잖아.”
그건 유감스럽게도 사실이었다.
“아, 진짜 조금만 더 크면 되는데.”
작년에 급성장하면서 반요한 키를 거의 따라잡을 뻔했는데.
내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동안 우유를 이틀에 한 팩씩 비우고 태평하게 질 좋은 수면을 취하던 반요한이 다시 자기 멋대로 커 버렸다.
온하제였을 때는 가정부 아줌마 밥을 잘 챙겨 먹어서 그런가.
정신 차리고 보니 군대 갈 때쯤에는 무난히 182㎝를 찍었다.
그런데 이 몸은 한창 밥 잘 먹고 잠 잘 자며 키 커야 할 때 외국 땅에서 고생해서 그런가, 더 자랄 기미가 영 안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서양인처럼 고기 많이 먹었을 테니까 오히려 온하제보다 더 커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지금 나는 겨우 19살…….
‘아직 모른다.’
희망을 버리지 않은 나는 이른 시일 내로 성장판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 * *
여전히 여름 해가 쨍쨍한 8월 초.
오르카 공식 SNS에 이번 앨범 컨셉에 맞추어 주열음이 새롭게 디자인한 로고가 예고 없이 불쑥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