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3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35화
해당 글에는 다른 내용 없이 오로지 로고 동영상 하나만 첨부되어 있었다.
동영상을 재생시키니 비교적 정적이었던 ‘해방’이나 ‘Dream’ 때와는 다르게 범고래가 바다에서 솟구치듯 힘 있게 뛰어올랐다.
그 등에서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오색 종이 꽃가루가 팔랑팔랑 떨어지고 있었다.
단순했지만, 마치 축제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가만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광경이었다.
멀리서부터 수많은 이들의 함성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 보면 단순히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한 단어를 반복해서 외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워낙 먼 곳에서 아스라이 들려왔던 터라 웬만큼 청각이 예민한 사람이 주의 깊게 들으려 한 게 아니라면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보다 조금 가까운 곳에서는 농구공 혹은 배구공 따위의 무게감 있는 공이 두어 차례 퉁퉁 바닥에 튕기다가 이내 데구루루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사운드에 생각보다 많은 단서가 감춰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스피커에 귀를 바짝 대고 있던 사람은 초 단위로 목덜미에 소름이 쭈뼛쭈뼛 돋을 만큼 밀접한 거리에서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경력 있는 아이돌 팬들은 단번에 이번 앨범이 어떤 컨셉인지 감을 잡았다.
– 이번에 제대로 파워청량같은데??
겨울청량>몽환청량>파워청량????
찢 었 다
– 올카 이번에 뭐 운동부 컨셉임? 나온건 없지만 로고부터 설렌다
– 와 애들 숨소리 지독하게 잘 들리는 거;; 시드 배운변태 인정합니다;;;
– (동영상) 이부분 약간 공튀기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음 축구공은 아닌것 같고 배구공나 농구공??? 둘중 하나로 의상까지 신경써서 입혀주면 주썸머 오래오래 건강히 일하시라고 절에서 기도한다
– (동영상) 이부분만 따로 떼서 잘 들어보면 어게인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 와 맞내 잘들어보면 어게인! 어게인! 이러는데 벌써 벅차다ㅠㅠㅠㅠㅠㅠ 얘들아 다시한번 가보자고!!!!
– 아니 난 지금 숨소리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겠어 시드 이런거 공계에 함부로 올려도 되는 거예요??? 너무.. 너무 선정적인 거 아니야?????
┗ 공계에 올리면 안 되는 걸 올린 사람은 선생님 같아요 ㅠㅠㅠㅠ
┗ 하지만 들어보세요!!! 쟤네가 먼저 나한테 . . .
– 여름은 이제 시작이라이거야~~~
물론 늘 그럤듯이 좋은 반응만 있지는 않았다.
– 얘네 또 청량이야? 지겹다
– 청량무새들 때문에 맨날 청량만 하는 것 같은데 다 꺼졌으면 좋겠음 좀 센것도 보고 싶다고
– 이런저런 컨셉 다 보고 싶은데 너무 똑같은것만 보여줘서 물려
– 컨셉이.. 오르카 해외 별론데 이번에도 해외팬은 못모으겠다
– 유입 별로일듯 해방드림으로 청량팬층은 이미 다 끌어모은것 같아서
– 로고 드림 때 좋았는데 이번거 너무 특색없고 평범해.. 주썸머 감 진짜 죽었네
혹평 중에서는 청량 컨셉이 지겹다는 의견이 많았다.
로고 말고는 뭐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욕이라니.
그중 주열음 이사의 감이 죽었다는 말은 매 앨범 나왔던 헛소리였기에 에어리들은 적당히 넘겼다.
– 청량이 다 같은 청량이면 진짜 막귀막눈이다 까들 눈에는 진짜 해방이랑 드림이 똑같아 보이나..?
– 드림때 저게 왜 청량이냐고 찐청량 달라고 하던 익들 내가 다 기억하는데ㅎㅎ..
– 응 너네는 몰라도 우리는 청량 유입 좋음~
– 주열음이 언제 제일 성공했는지 앎? 뮤비에 세계관 딥하게 녹일 때?
틀렸다. 크레니아 럽레처럼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컨셉으로 나왔을 때다 이 여자는 정말.. 덕후와 일반인을 같이 후리는 한방펀치가 있다고
– 나는 유입무새가 더 지겨운데ㅋㅋㅋㅋㅋㅋ 뭘하든 유입유입.. 왜 내돌 걱정이 대신 해줘ㅋㅋㅋㅋㅋ
– 주열음이 청량 줄때 얌전히 받아먹어라 좀만 지나면 제발 청량 한방울이라도 달라고 운다 경험담이다
* * *
저번에 아이돌 체육 대회 팀 편성을 위해 체력 측정을 했던 것에 이어 체육 대회 사전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작진 측에서 전달해 온 바에 따르면 우리는 청팀이었다.
청팀은 아이돌 체육 대회 초대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첫 방송 당시 연차가 10년이 넘었음에도 시청률을 위해 특별히 출연했던 크로니클의 우승 공헌도가 대단한 편이었다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 점 때문에 우리를 청팀에 배정한 거 아닌가 싶었다.
다만 4~5년 전까지만 해도 청팀은 꾸준히 우승을 노리던 강팀이었는데, 최근에는 만년 최약체로 꼽히는 홍팀 다음으로 약한 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다른 팀에 대한 얘기가 나온 겸 설명을 잠깐 하자면.
앞서 말한 홍팀은 단골 4위였다.
그러나 분위기가 네 팀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제작진이 팀 분위기와 특성을 고려해 신경 써서 배치한 예능파 아이돌들의 활약으로 비록 순위는 4위여도 방송 분량은 네 팀 중에서 가장 잘 따가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승리자랄까.
대대로 팀원들끼리 단체 메신저방까지 만들어 친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도 여기라고 들었다.
아이돌 예능 대전에서 잠시 한배를 탔던 체리스틴이 소속한 팀이었다.
이번에는 갈라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 선배들의 절망스러운 운동능력을 아는 이상 약간은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리고 백팀은 거의 항상 2위 이상을 차지하는 팀이다.
특히 여자 아이돌들의 활약이 대단해 여자부 경기 우승은 거의 백팀이 쓸어간다고 보면 됐다.
제작진도 팀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 잘하는 여자 아이돌은 웬만하면 백팀에 넣는 편이었고.
마지막으로 흑팀.
흑팀은 작년과 재작년 우승팀이다.
한때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약체였는데 몇 년 사이 소위 말하는 운동돌이 같은 소속사의 선배 그룹을 따라 많이 들어오면서 전력이 짱짱해졌다.
내 직감에 따르면 리프틴은 어쩐지 이 팀에 배정될 것 같았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리프틴 멤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형 체육대회 무슨 팀이야? [나] 우린 청팀!일하는 중은 아니었는지 답이 금세 왔다.
[맃] 우리 흑팀 ! [맃] (물개가 실망하는 이모티콘) [맃] 그래도 지지않아╚(•⌂•)╝ [나] 우리도 안져ㅕㅕㅕ [나] 형네 운동 누가 잘해?이번에는 답장이 오기까지 다소 오래 걸렸다.
[맃] 미안 적한테 정보 유출하지 말래 [맃] (미안해하는 물개 이모티콘)어려운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띄어쓰기까지 정확한 걸 보니 옆에서 누가 참견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자판을 일본어로 바꾸어 답을 보냈다.
[나] [우리 좋은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나] [다 내 착각이었구나…] [나] [알았어… 잘있어……] [맃] [미안합니다 ┗( T﹏T )┛] [맃] [말하지 말라고 지오가 시ㅋㅁㅅㅓㅇ] [맃] [앗 들켰다] [맃] [난 혼나러 갑니다 바이바이] [나] [잘가… 네 희생을 잊지 않을게……]나가세 리츠가 고경윤보다 형인데도 혼난다는 걸 보니 저쪽 그룹에서 리더 윤명수와 함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아무래도 고경윤 같았다.
‘뭐… 대부분 서바이벌 최종까지 했던 애들이니까 너무 휘둘리지는 않겠지.’
어쨌든 예상대로 리프틴은 흑팀이었다.
내 생각에는 한동안 약체였던 우리 청팀이 강자인 흑팀을 꺾는다면 팀으로서도 오르카 개인으로서도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과연 이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올해 종목은 단거리 달리기, 단체 응원전, 전략 줄다리기, 농구, 피구, 퀴즈 대회, 씨름 그리고 계주로 총 8종목이었다.
이중 농구는 남자부 경기만, 피구는 여자부 경기만 치르며 다른 종목들은 남자부·여자부 경기가 모두 있거나 아예 혼성으로 진행된다.
양궁에 승마까지 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종목이 구성된 편이었다.
대중적으로는 인기 있는 종목인 축구가 올해는 빠지고 몇 년 만에 씨름이 부활한 게 특이했다.
아무래도 작년에 1군 아이돌이 축구 경기 도중에 예사롭지 않은 부상을 입었을 때 험악하게 들끓던 여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곽상현이 설명했다.
이제 우리 쪽에서 각 종목별로 출전 희망 선수를 정해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 나가고 싶다고 쓴다고 해서 다 나가는 건 아니고, 지원서를 보고 각 팀 주장과 부주장, 그리고 감독이 선수를 최종 선발해야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연습실 한복판에 동그랗게 모여 배를 깔고 엎드린 우리는 누가 어떤 종목에 나갈지에 대해 의논을 시작했다.
“전략 줄다리기랑 단체 응원전은 일단 무조건 다 나가야 하는 거고.”
강지우가 A4 용지에 전략 줄다리기와 단체 응원전을 적고 그 밑에 단체라고 썼다.
전략 줄다리기는 팀원 모두가 의무적으로 출전하는 거고, 단체 응원전은 연차가 있으면 빠지기도 한다던데 우리는 신인이라서 선택지가 없었다.
“와, 벌써 힘들다.”
“근데 전략 줄다리기가 정확히 뭐야?”
줄다리기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일단 잡아당겨서 힘센 쪽이 이기는 거 아닌가.
“아, 작년까지는 그냥 일반 줄다리기였는데 올해부터 전략 줄다리기로 바뀐다고 하더라고.”
어쩐지 작년 추석 방송 때 그냥 평범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 말고는 본 기억이 없더라니.
“이게 뭐냐면 시작할 때 줄을 3개 놓고 그중에서 2개를 먼저 땡겨서 가져오는 팀이 이기는 거야.”
“아…. 그것도 남자 여자 섞여서 하나?”
“줄다리기는 이제까지 혼성으로 했으니까 이것도 그럴 것 같은데 당일 규칙 들어봐야 정확히 알 듯.”
“근데 이거 하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망하는 거 아니야?”
“맞아. 내가 알기로 폐지 종목 1순위가 축구였고 2순위가 줄다리기였을걸. 저번에 누구 넘어져서 다쳐서.”
“……우린 절대 다치지 말자.”
“근데 또 너무 사려도 욕먹잖아.”
“이래도 저래도 출연해서 손해 볼 거면 몸이라도 멀쩡한 게 낫지 않겠냐.”
“응원전 연습은 언제부터 한대요?”
“한 이삼 주 전부터 하지 않을까? 안무는 각자 미리 연습해 온 다음 이주 전에 한 번, 일주일 전에 한 번, 이삼일 정도 전에 한 번 모여서 연습한다고 들었어.”
아무래도 응원전이 계주와 함께 아이돌 체육 대회의 꽃으로 여겨지다 보니 연습 일정이 연말 무대 이상으로 빡빡했다.
물론 준비하는 아이돌들이 갈려 나가는 건 제작진이 알 바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