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6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60화
머릿속에서 다이너마이트라도 거하게 터진 것 같았다.
“그동안 남자 사생은 못 본 것 같은데…….”
“그래도 덩치나 옷 입은 거 보면…….”
“체형 보면 그냥 키 큰 여자 같기도…….”
폭음에 귀가 먹은 것처럼 머리 위에 이름이 뜨지 않은 사생을 가리키며 여자일지 남자일지 의견을 나누던 어른들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문 쪽으로 빠져 있던 내게 와 나를 툭 건드렸다.
“왜 그래?”
반요한이었다.
찡그려진 눈썹을 보니 아마 벌써 몇 번쯤은 내 이름을 불렀던 것 같았다.
“아냐.”
반요한의 얼굴을 보자 전에 녀석에게 들었던 최악 운운하는 말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나는 녀석이 보기 전에 휴대폰 화면을 껐다.
어차피 곧 알게 되겠지만…….
나는 이 사생은 남자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곽상현을 향해 “죄송한데.” 하고 말문을 열었다.
“피곤해서, 숙소 먼저 가 있어도 될까요?”
부르자마자 뒤돌아 내 얼굴을 본 어른들은 깜짝 놀라더니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까 침착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많이 놀라긴 놀랐나 보다. 배려 못 해줘서 미안.”
“그 숙소에 계속 있어도 괜찮겠어? 무섭지는 않아? 호텔이라도 잡아줄까?”
“아뇨. 괜찮아요.”
“그래도 거기서 재우기 찝찝한데…….”
“그럼 어차피 몇 시간 뒤면 스케줄 가야 하니까, 일단 오늘은 회사에서 자는 건 어때요? 당장 숙소 옮기는 건 어려우니까 내일 안전한지 점검이라도 제대로 하고 다시 들어오면 될 것 같은데.”
괜찮겠냐며 다른 멤버들 의견을 물은 반가을 대표가 최종적으로 찬성함으로써 반요한의 의견이 채택되었다.
“그럼 나는 여기 일 좀 처리할 테니까 상현 씨가 애들 데려다줘.”
“알겠습니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몇몇 짐만 간단히 챙겨 나왔다.
회사로 가는 차 안은 조용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컴백 후 첫 음악방송이라고 다들 기운이 넘쳤는데, 숙소에서 맞닥뜨린 충격적인 사태에 온몸의 힘이 완전히 빠진 것 같았다.
조수석에 앉은 나만이 유일하게 멍하니 앉아 있는 것 이외의 행동을 취했다.
‘일단, 침착하자…….’
강제로 새하얗게 비운 뇌에, 보게 된 이상 모르고 있으면 안 되는 정보들을 채워 넣었다.
인터넷 분위기를 보아하니.
해당 글은 숙소 침입 사건을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나나 회사가 미처 확인하기도 전에 삭제되어 사라진 듯했다.
숙소 침입 사건으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이쪽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몹시도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주말 밤.
화력이 떨어지는 시간대도 아니라 관련 내용은 이미 여러 아이돌 커뮤니티에 퍼져 나간 상태였다.
몇 군데만 둘러봐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다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
– 연예관에 올라온 글 진짤까?
– 진짜든 아니든 저걸 찍어서 커뮤에 올렸다는 게 소름돋는다..
– 진짜든 아니든 우리 애가 그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냥 가슴이 존× 찢어지는 것 같음 ㅠㅠㅠㅠㅠ
– 회사 못 보게 이 시간에 올렸다가 삭튀한거 졸렬
┗ 새벽 3~4시도 아니고 회사 모니터링 못 할 시간은 아니지 않나? 실시간으로는 못 봐도 알고는 있을 듯
┗ 오르카팬인데 이런 일 생길 때마다 하는 말: 시드는 ㅈ소라 그럴 수 있다
┗ 여기 직원 이제 12명이랬나..
┗ 아 ㅜ 소속 가수 수가 직원수보다 더 많겠다
– 아니 근데 본인이 아니고서야 저런 걸 볼 수가 있나
– 교정할 때 발치한 이까지 팔려고 나오는 세상에 진단서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겠지 쟤들이 저러는 이유는 그냥 정신나간 과시욕임ㅋㅋㅋㅋ
–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진단서는 다르잖아.. 최근 것도 아니고 저 사진 찍으려면 숙소나 본가 들어가서 훔치는 거 말고는 답 없을 것 같은데
– 본인이 폰에 찍어뒀던 거 사생이 해킹해서 빼낸 걸 수도 있음
┗ 해킹은 너무 나간것 같다;
┗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 진짜 있는 일임 특히 해외사생들. 카톡 프사 터는 건 일상이고 스타텔도 맨날 털리는데 뭐가 너무 나가
┗ 와 사생들 해킹 썰 들을 때마다 진짠지 아닌지 궁금했는데 찐일 줄은 몰랐네…
– 오르카 요즘 사생 심해졌다더라
– 근데 우울증 자체는 다른 돌들도 높은 확률로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을 테니까.. 타팬이지만 남일 같지 않다 ㅠ
대체로 우리 팬들보다는 팬 아닌 사람들이 괜히 더 난리인 것 같았다.
그것도 썩 좋지 않은 방향으로 말이다.
– 참.. 연예인중에 정신이상자 많은듯 그래도 힘든거에 비해 돈 많이 버니까 쌤쌤쳐
┗ 연예인 힘든 건 대부분 너같은 새끼들 때문임
– 온라온 지켜 ㅠㅠㅠㅠㅠㅠ
– 오르카 팬질 피로감 장난 아닐듯 논란없는 멤들 팬만 지치겠다
┗ ㅇㅇ 타멤팬인데 슬슬 피로해
┗ 타멤팬은 무슨 악개겠지. 그냥 탈덕해~
– 지금은 본인 말대로 잘 이겨냈길바람
– 예능이나 픽하트 클립 몇 개 보면 조울증 있는 것 같더라.. 눈빛 보면 아픈거 느껴져 공감 안되면 픽하트때 1분 PR 보고 와봐 (링크)
┗ 방송하면서 필요할 때 텐션 끌어올리는 지극히 당연한 거 가지고 이런 노답궁예 좀 하지 마 제발
– 이번일 때문에 막내한테 이상한애들 득실득실 붙을 거 생각하니까 벌써 골아프다 하..
– 온라온 어떡하냐 이제 피해자프레임 제대로 씌워지겠네 방송 나갈때마다 관련 질문 오지게 받는 거 보인다
┗ 픽하트 막방땜에 원래도 좀 그랬음ㅇㅇ
– 지금 ㅇㄹㅇ이 힘들어했던 게 정신질환 때문인데 이와중에도 생각없이 정병 워딩 쓰는 애들은 뭐임? 너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돌들만 더 힘들어지는거 생각좀 해,,,
┗ 우욱 선비질
┗ 그런 정상적인 생각 가능한 애들은 애초에 그런 말을 안 씀
– 와 아이돌정도 되니까 우울증이 관심을 받는군아 대단해~
– 뭐 공황 왔다면서 조만간 활중하겠네 한창 라이징인데 불쌍
– 머가리에 총맞은 애들 이때싶 우르르 몰려오는거 ㄹㅇ 소름
– 개소리 보이는 족족 피뎊따는중
깔끔히 다듬은 손톱이 액정에 부딪혀 딱딱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스크롤을 내리던 손을 돌연 우뚝 멈췄다.
읽다 보면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는 수렁에 한없이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이걸 계속 보고 있는 것보다는, 이 진단서가 어디서 유출된 것인지를 알아내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예 고장 나버린 건 아닌지 뇌가 금세 한 가지 답을 내놓았다.
‘오피스텔…….’
픽하트 때 잠시 신세를 졌던 오피스텔은 여전히 정리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히 진단서를 포함해 ‘온라온’이 사용하던 옛 물건들도 다 거기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오피스텔에서 느껴지는 묘한 향수 때문에 물건들을 차마 처분할 수가 없었던 게 컸다.
어쨌든 진단서가 다른 경로로 유출된 게 아니라면 사생 혹은 그에 준하는 이들이 이미 우리 숙소처럼 그 오피스텔을 휘젓고 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전의 경험으로 ‘대체 왜’나 ‘어떻게’ 따위의 생각을 하는 것이 이런 상황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였다.
픽하트 마지막 방송 직전에 터진 논란은 멍하니 있던 사이 남의 손에 의해 원하지 않던 방식으로 해결되어 버렸다.
그러니 이번에는 주위에서 아무렇게나 사건을 휘적거리기 전에 내가 해야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저는 우울증이 아닙니다.’
이런 기사를 낼 수도 없고.
아니, 사실 이제까지 그 비슷한 말은 숱하게 해왔던 것 같다.
지금은 다 소용없게 되어버렸지만.
‘그러니까 일단 범인을 찾아서 족치자.’
당장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보다는 범인을 잡아서 대가를 받게 하는 게 훨씬 쉬워 보였다.
직감은 숙소에 카메라를 설치한 사생들과 진단서를 유포한 범인이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외치고 있었다.
‘아까 그 경찰들이랑 같이 오피스텔에도 가봐야 하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범인이 아직도 오피스텔에 남아 있지는 않겠지만.
숙소에 들킬 게 뻔한 카메라를 숱하게 설치해 둔 것처럼 그곳에도 어떤 식으로든 부주의한 흔적을 남겨뒀을 가능성은 높았다.
‘하지만…….’
사실은 아까 한 사생의 이름이 뜨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부터 나는 범인의 정체로 일반적인 사생 이외의 존재를 염두하고 있었다.
제로.
래리가 경고했던 것도 있고.
하필 한 사생만 관리국 인명부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자동화 시스템의 말도 아주 수상쩍었다.
그렇다면 경찰은 데려갈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저번에 내가 현실 아닌 공간에서 겪었던 것처럼 보통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진다면 도저히 수습할 방도가 없었다.
“여보세요?”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곽상현이 전화를 받는 소리였다.
분위기상 회사 사람으로 보이는 상대를 향해 얼마간 네, 네, 대꾸하던 곽상현이 옆에 있는 내 눈치를 힐끔 보았다.
“저 일단 회사 도착했으니까 다른 애들 먼저 들여보내겠습니다. 네.”
곽상현은 차가 회사 앞에 멈출 때쯤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범인 누군지 알았대요?”
뒤에 앉아 있던 멤버들이 회사에 도착한 것을 보고 안전벨트를 풀다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야. 너네는 먼저 들어가고, 라온이는 따로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있어 봐.”
나는 곽상현과 눈이 마주친 순간 깨달았다.
아, 회사에서도 알았구나.
“왜 막내만요?”
“나중에 알려줄게. 일단 내려.”
곽상현의 어조가 평소보다 단호한 것을 감지한 강지우가 다른 멤버들을 이끌고 내게 조금 뒤에 보자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렇게 차에 둘만 남게 되자 곽상현이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이길래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알고 있었구나.”
“네.”
“먼저 말하자면 네 잘못 아니다.”
“그래도 매번 그룹에 피해 주는 건 사실이잖아요.”
“아니지, 아니지. 그룹에 피해 주는 건 네가 아니라 이런 미친 짓 하는 애들이고.”
“하하.”
의미 없이 건조한 웃음을 흘린 나는 지금 바로 오피스텔에 가볼 것을 곽상현에게 제안했다.
바보처럼 자책하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대처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는 왜?”
“아무래도 거기 있던 걸 찍어 올린 것 같아서요.”
“그래?”
오피스텔 위치를 들은 곽상현이 그렇게 멀지 않으니 한번 가봐도 괜찮겠다며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얼마 뒤, 차는 오피스텔 근처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멤버들에게는 좀 늦어진다는 대답 정도만 보내둔 상태였다.
“여기야?”
“네. 여기서 내려주면 내가 먼저 올라가 볼게요.”
“근처에 주차하고 같이 가자. 안에 혹시라도 이상한 사람 있으면 어쩌려고.”
곽상현이 같이 가자고 할까 봐 걱정하기는 했다.
나중에 아무도 몰래 혼자 택시 타고 오려던 걸 나름의 이성으로 참은 건데.
곽상현을 어떻게 떼어놓고 가야 하나 난감해지려는 때.
누군가 똑똑, 차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리니 어디서 많이 본 불쾌한 면상이 있었다.
내가 마지못해 창문을 열자.
“이거 우연이네요. 오랜만입니다.”
하나도 우연 같지 않게 이영민이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