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3화
반요한과 무언의 합의 내지는 타협을 마친 나는 사 온 쿠키를 뒤늦게나마 사무실에 돌렸다.
물론 숙소에 있을 멤버들 몫은 따로 잘 빼두었다.
“제가 요즘 너무 처져 있었죠. 활동하면서 그러면 안 되는데 죄송해요.”
그랬더니 마침 쿠키를 신중하게 고르던 최보라 팀장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 네가 뭐가 죄송해! 그런 거 죄송해서 주는 거면 이거 나는 못 먹어!”
“왜요!”
“스읍. 죄송해, 안 죄송해!”
“그렇다면 하나도 안 죄송합니다!”
“오냐! 잘 먹으마!”
“네! 맛있게 드세요!”
반요한도 회사 입구 막고 있던 죄라며 커피를 주문해서 직원들에게 한 잔씩 돌렸다.
“쿠키랑 같이 드세요.”
“요한아, 3살 어린 동생이랑 싸운 기분이 어때?”
한 직원이 따뜻한 커피를 받아들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반요한은 도리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네? 저희 안 싸웠는데요?”
어이를 단숨에 달아나게 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얄미워, 직원 일동은 순간 나를 향해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 모습이 웃겨 잔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런데 싸운다는 애들이 어떻게 그러고 있냐. 자고로 싸울 때 서로 주먹다짐을 하든, 울든, 소리를 지르든 셋 중 하나는 해야 진짜 감정 싹, 풀어내고 그러지.”
“형, 제가 치면 얘 날아가요.”
“날아가나 안 날아가나 한 번 쳐보시든지.”
“아니, 승건 씨는 왜 평화적으로 잘 화해하고 온 애들을 싸움 붙여요. 그렇게 안 보였는데 난폭한 사람이었네.”
“아니, 저는 그냥…….”
사무실 실세 최보라 팀장의 말에 처음에 말을 꺼낸 직원이 잘못했다면서 쭈그러들었다.
“근데 너희가 딱 5살만 어렸으면 하루종일 사이좋게 손잡고 다니게 시켰어.”
“그건…… 사이가 좋아지기는커녕 역효과였을 것 같은데요.”
내 떨떠름한 말이 농담처럼 들렸는지 직원들이 다 같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저는 진심이거든요.
* * *
사생의 숙소 침입 및 불법 카메라 설치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겪은 멤버들을 배려해 잡혀 있던 자체 콘텐츠 녹화도 연기하니 스케줄이 한 이틀 정도는 텅 비었다.
반요한과 함께 곽상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임시로 쓰고 있다는 숙소로 가자, 각자 쉬고 있던 멤버들이 쿠키 냄새를 맡고 우르르 몰려나왔다.
“막내 오랜만!”
“응. 근데 우리 어제 봤는데.”
그러자 나 없는 하루가 마치 일 년 같았다며 강지우가 안으로 들어가며 넉살을 떨었다.
“묵혜성 선배님 뵙고 왔다며.”
“응. 사천만 원짜리 침대 장난 아니더라.”
그 얘기 저번에도 했다는 서문결을 향해 “근데 그 침대 진짜 좋다니까.” 같은 진심 어린 답을 돌려줄 때, 견성하가 말을 꺼냈다.
“근데 회사에서 둘이 싸웠다면서.”
소식 한번 빨랐다.
숙소에 있던 녀석이 그건 어떻게 알았지.
강지우가 끌끌 혀를 찼다.
“안 봐도 반요한이가 잘못했겠지.”
“맞아. 내가 잘못했어.”
잠깐의 망설임도 없던 깔끔한 인정에 쿠키 봉지를 들추어 보던 견성하가 반요한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렸다.
나머지 둘의 표정도 비슷했다.
……아마 내 표정도 저들과 비슷할 것이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린 견성하가 말했다.
“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진짜 크게 잘못했나 본데요.”
“응.”
“아니, 형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너는 잘못 안 한 사람이지 뭐.”
이건 또 사람 멕이려는 고도의 전략인가 싶다가도.
이 녀석이 지금 굳이 그럴 이유는 또 뭔가 싶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얄미워 보일 이유는 또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
눈이 마주친 반요한이 왜 그러냐는 듯 생긋 웃길래 나도 마주 웃어 주었다.
모르겠다. 웃자.
“근데 우리 회사에서 이렇게 좋은 숙소를 둘 여력이 돼? 별 기대 안 하고 왔는데 엄청 좋네.”
합의 후 맞은 첫 번째 위기를 간신히 웃어넘긴 나는 화제를 돌렸다.
어제부터 들어와 묵고 있다는 이 숙소는 한눈에 보기에도 원래 숙소보다 훨씬 좋았다.
‘넓고, 깨끗하고, 채광 좋고, 입지도 좋고.’
이 집 규모나 상태를 봤을 때, 그동안 자금 문제로 쩔쩔매던 회사로서는 하루아침에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았다.
“아, 사실…….”
반요한이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초인종이 울렸다.
“내가 나가볼게. 여기 있어.”
누가 왔는지 아는 사람처럼,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서문결이 현관 쪽으로 나가 보았다.
“누구 올 사람 있어?”
“그게, 오늘 결이 어머니 오신다고 아까 연락받았는데 지금 오셨나 보다.”
“?”
저 형 어머니가 갑자기 여길 왜 오시는데.
생각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내 얼굴을 본 강지우가 애매하게 웃으며 답했다.
“여기, 결이네 집이다.”
뭐라고요?
* * *
알고 보니 임시 숙소는 서문결 아버지가 보유한 아파트였다.
우리가 당한 일을 회사로부터 보고받은 서문결 부모님이 저번 서주원 일을 의식해서인지 숙소 보안을 어떻게 한 거냐고 따지는 대신, 편한 대로 지내라며 회사와 가까운 집을 선뜻 내어준 듯했다.
강지우가 현관에 있을 서문결을 의식해서인지 괜히 소곤거렸다.
“어제는 진짜 새집처럼 가구도 몇 개 없어서 좀 휑했거든. 근데 오늘 아침에 TV나 소파 같은 거 새 걸로 다 싹 들어왔다.”
“와.”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지낼지도 모르는데 그걸 다 해주나 싶었지만, 그 집안 사정에 이 정도는 무리도 아니니까 행한 일이겠지.
내가 자기네 아들이 저지른 일도 한 번 눈감아 줬으니, 떳떳할 거 하나 없는 입장에서 체면치레도 하고 싶었을 거고.
그때, 현관 쪽으로부터 조용한 발소리 두 개가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서문결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사람이 오는 걸 아는데 멀뚱히 있을 수는 없어서 남아있던 나와 멤버들도 그쪽으로 다가갔다.
곧 긴 복도를 말없이 지나온 게 분명한 모자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유한 인상의 서문결 어머니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깜짝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에 한순간 당황하는 듯하던 서문결 어머니가 이내 마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결이 엄마예요. 어제 잠은 잘 잤어요?”
“네! 집 너무 좋아요.”
“잠깐이지만 편하게 지내다 가요.”
“네. 감사합니다.”
형식적으로 할 수 있는 말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약간은 불편한 침묵이 내린 사이, 허공을 헤매던 서문결 어머니의 시선이 내 얼굴에 멈췄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틀림없이 나를 지목한 말이었다.
“네. 잘 지냈어요. 결이 형이랑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렇구나…….”
들고 온 쇼핑백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던 서문결 어머니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때……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 혹시 내 얼굴 보는 게 불편했다면 미안해요.”
“괜찮아요. 그리고 저번부터 느낀 건데, 결이 형이 어머니 많이 닮으신 것 같아요.”
“그래요?”
상대 쪽이 너무 불편해하니 나까지 같이 불편해지는 것 같아서 냅다 꺼낸 말인데, 다행히 서문결과 서문결 어머니의 호감도가 동시에 소폭 오를 정도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닌가.
“네. 두 분 진짜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저한테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눈을 천천히 한 번 깜빡인 서문결 어머니는 조금 뒤 미세하게 밝아진 표정으로 “그래.”하고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들고 온 고급스러운 쇼핑백을 선물이라며 강지우에게 따로 건넨 서문결 어머니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괜찮으면, 따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어, 네. 물론이죠.”
나나 서문결 어머니나 이 집에 막 발 들인 형편이라.
그나마 어제 하루 지내서 이 집에 익숙한 서문결의 안내를 받아 적당히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멤버들이 넓은 집 어딘가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결이 형 동생은 요즘 어떻게 지내요?”
사실 서주원이 서문결이나 서문결 어머니를 대하던 막장 같은 태도와는 무관하게.
녀석이 일종의 범죄를 저지르게 한 것에 어느 정도는 내 책임이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 이런 호구 같은 마인드 버리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호구 중의 호구, 서문보살 얼굴을 매일 보고 살다 보니 무시하기도 그랬다.
내 물음에 눈을 크게 떴던 서문결 어머니가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떠오른 낯으로 말했다.
“애 아빠랑 형한테 많이 혼나고 이제는 그때 행동 반성하고 있어. 허락해 준다면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데……. 거절해도 괜찮아.”
“…….”
“알다시피 그때 우리 쪽 태도가 엉망이었으니까. 이 점에 있어서는 다시 한번 미안해.”
사과와 함께 서문결 어머니가 고개를 숙이자 긴 머리카락이 스륵 흘러내렸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자태에 서주원 아버지가 왜 이분한테 한눈에 반해서 이제까지 목매고 있는지 단번에 알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당황해 그녀를 만류했다.
“이러지 마세요. 저 결이 형한테 혼나요.”
물론 서문결은 이런 일로 나를 혼내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서문결 어머니 또한 모르지 않는지, 다시 고개를 든 그녀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애가, 누굴 쉽게 혼낼 수 있을 정도로 매몰차거나 엄격한 애는 못 되지.”
“맞아요. 결이 형 너무 착해요.”
“그래서 결이가 집에 와서 주원이한테 직접 혼냈을 때는 나도 많이 놀랐어. 물론 그럴 만한 일이기는 했지만…….”
시선을 약간 아래로 떨어트린 채 조용히 중얼거리던 서문결 어머니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라온이 네가 나이는 한두 살 어려도 고등학교 때 결이랑 같은 반 친구였다며.”
그 말에, 나는 서문결 어머니가 나한테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건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