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2화
온라온과 반요한 모두 긴 시간 서서 대치하느라 기운이 빠져 처음보다는 날이 확연히 덜 선 기색이었다.
“…….”
처음 말을 주고받은 뒤 유난히 조용하기만 하던 좁고 어두운 보컬 연습실 안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온라온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흠칫 고개를 돌렸다가.
반요한이 연습실 한쪽에 있던 자신이 사 온 간식거리 포장지에 손을 댄 것을 알아챘다.
“건드리지 마. 일하는 형 누나들 주려고 사 온 거야.”
온라온이 사 온 것은 1층 주민에게 이야기를 들은 뒤 회사로 혼자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가게에서 사 온 큼직하고 넓적한 수제 쿠키였다.
뾰족한 경고에도 반요한이 태연히 되물었다.
“여기 따로 빼 둔 건 멤버들 줄 거 아니야?”
“…….”
이렇게 어두운데 잘도 알아냈다 싶었다.
그냥 4개만 주문하려다가 먹을 것 가지고 하나하나 그러는 게 너무 옹졸한 듯해 천고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반요한 몫까지 챙겨 사 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먹을 것을 꼬박꼬박 챙기려는 꼴이 퍽 얄미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쿠키가 목구멍에 넘어가냐?
“먹지 마.”
“다른 애들한테는 줄 거잖아. 나도 일단은 같은 멤버인데 이 정도도 안 돼?”
“안 돼.”
“나도 걔네랑 공평하게 대해줘, 응?”
“지금 형이랑 다른 멤버들이랑 같아?”
온라온이 그다지 화 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 보드라운 태도로 조르던 반요한은 그제야 가볍게 끝을 매만지던 종이봉투에서 손을 뗐다.
“다른 애들이랑 내가 어디가 어떻게 다른데?”
“그걸 모를 만큼 형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네가 말해주는 게 중요한 거지.”
“…….”
이 안하무인이던 새끼가 뭐 잘못 처먹었나.
아니면 이 쿠키에 냄새를 맡기만 해도 사람이 변하는 이상한 성분이 들지는 않았나.
……하고 의심할까 하던 온라온이 생뚱맞은 생각과는 달리 차분히 말했다.
“다른 멤버들은 형처럼 말하는 거 하나하나 재수 없지는 않아.”
“그럼 나 지금도 재수 없어?”
“어. 오늘 처음 얼굴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재수 없지 않은 순간이 단 1초라도 없었어.”
말이 조금 심한가 했지만, 이미 욕까지 한 마당에 못 할 소리도 아니었다.
“으응, 내가 많이 재수 없었구나.”
반요한은 아까처럼 밍밍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알았다는 것 같은 말투 뭔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한테 재수 없는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저런 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 쿠키가 많이 먹고 싶나?
그런 어처구니없는 추측까지 하다 보니, 온라온은 원래 주려던 거 그냥 먹게 두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거 먹고 싶으면 먹어.”
온라온은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쿠키가 놓여 있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취식을 허락했다.
“고마워.”
“하나만.”
“그래. 하나만.”
다시 포장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뚜껑을 열었는지 조금 전보다 달콤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
멍하니 있던 온라온은 갑자기 입술 끝에 버석하면서도 촉촉한 쿠키가 닿는 것을 느꼈다.
“너도 먹어.”
가까이서 느껴지는 냄새에 온라온이 인상을 찡그렸다.
좁은 공간에서 나는 달콤한 과자 냄새란 참으로 강력한 위력을 가졌다.
쿠키의 유혹을 겨우 참고 안 먹는다고 대답하려는데, 문득 허기가 졌다.
묵혜성 집에서 시리얼만 대강 먹고 나와 기 싸움으로 에너지를 크게 소모한 탓이었다.
온라온은 저 자식도 먹는데 사 온 내가 못 먹을 이유는 또 뭐냐며 불퉁히 대꾸했다.
“나 이 맛 별로 안 좋아해.”
반요한이 건넨 것은 호두가 들어간 쿠키였는데, 하필이면 사 온 것 중 온라온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일한 맛이었다.
“그래? 잘 안 보여서 월넛인지 몰랐어.”
“아니야. 그냥 먹을게.”
“그냥 그거 나 주고 너는 이거 먹어.”
자연스럽게 손을 거둬 간 반요한이 다른 쿠키를 내밀었고, 이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인 걸 확인한 온라온이 만족하며 별말 없이 받아먹었다.
쿠키 끄트머리를 한 입 잘라 우물거리는 온라온의 곤두서 있던 신경이 평화로운 공기 속에서 완연히 가라앉았을 때.
“그런데 너도 알지? 네가 나한테 말할 때마다 되게 뾰족해지는 거?”
반요한이 예고 없이 고요하던 연못에 돌을 던졌다.
“평소에 나한테 하는 말이나, 네가 핸드폰에 내 번호 저장해 둔 이름 같은 것들 말이야.”
“…….”
온라온은 맛있는 초콜릿 쿠키가 아니라 진흙을 씹는 것처럼 불편한 기분이 되었다.
반요한이 말을 이었다.
“그런 거는 사실 나한테는 별로 기분 나쁜 일이 아니거든.”
관계 회복을 위해 꾸며내 둘러대는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가롭게 들리는 소리였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때까지 그러면 조금 더 신경이 쓰이기는 하겠지만, 그럴 때 아니면 나쁘게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진짜로.”
“아니… 왜……?”
속으로 미운 행동 때때로 욕하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그게 겉으로 티가 나서 당사자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방금 반응으로 맞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면 기분 나쁠 일이 맞지 않나?
입에 있던 걸 대강 삼킨 온라온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내가 괜찮다는데 네가 그러면 어떡하니?”
“진짜 왜?”
“그냥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거니까. 다른 이유랄 건 없지 않나.”
반요한이 “요는.” 하고 말에 반점을 넣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그러면 나는 당연히 화가 날 거고, 네가 다른 사람한테 나한테 대하는 것처럼 해서 그 사람이 기분 나빠한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되겠지만.”
“…….”
“이건 나랑 너, 우리 둘 문제잖아. 네가 그래도 나는 괜찮다는 게 중요한 거지.”
만약 반요한에게 시스템창이 보였다면, ‘온라온이 당신을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문구가 떠올랐을 거라고, 온라온은 멍하니 생각했다.
“그런데 너는.”
아주 잠시 망설였던 반요한이 기어코 물었다.
“내 배려가 그렇게 기분 나빠?”
그게 대체 왜 기분 나쁜 거냐고 따져 묻는 투는 아니라, 온라온 역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는 것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히 반문했다.
“아직도 형이 한 게 배려라고 생각해?”
“그 부분 말인데. 그냥…….”
“뭐.”
“배려라고 생각해 주면 안 되나?”
온라온이 뭐라고 하기 전에 반요한이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반지 일은, 맞아. 그건 확실히 내 잘못이야. 미안해.”
“…그런데.”
“그런데 솔직히, 대놓고, 까놓고 막 말해서.”
온라온이 생각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까지 밑밥을 까나.
“평소에 눈치 보면서 네 비위 편하게 맞춰주는 것까지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나는 모르겠어.”
물론 반요한은 사전적인 의미로 눈치 보는 타입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맞춰주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반요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여 타인의 상태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시의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능력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르겠다고…. 지금 이 안으로 들어와서도 형이 유도한 게 몇 개나 되는지 내가 이제라도 하나하나 의심하면서 짚어주기라도 해야 하나.”
분명 보컬 연습실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부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반요한의 언행에는 어느 정도 의도가 녹아 있었다.
그 의도를 심고 행하는 것 자체에 대단히 강하거나 특별히 꺼림칙한 의지는 개입하지 않았다.
일련의 행동은 그저 사뭇 자연스럽게 기능하는 사고 회로의 일부라, 반요한은 곤란했다.
“너에게 호의를 가지고 먼저 나서서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챙겨주는 행동 자체가 틀리고 잘못된 거야?”
때때로 한 대 치고 싶게 하는 특유의 얄궂은 면을 빼놓고 본다면.
반요한의 자칭 배려를 받아본 사람들 대부분은 ‘아, 저 사람이 이걸 기억하고 나를 챙겨줬구나’ 같은 무던한 수준의 반응만을 보였다.
그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건 편했으니까.
반면에 온라온은 반요한의 언행 중 단순히 호의로 넘길 수 있는 지점들까지도 하나하나 깊고 날카롭게 느끼고 판단하며 받아들였다.
반요한은 궁금했다.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나라서 싫은 거니?”
만약 자신과 같은 행동을 다른 멤버들이나 그 외 친밀한 관계의 지인들이 했어도 이렇게까지 곤두서서 반응했을까?
“그런 거면 하지 않을게. 말했던 대로 우리 둘 문제에서는 네 뜻이 제일 중요하니까. 내가 고치는 게 맞지.”
반요한은 일단은 온라온의 말을 듣고 웬만하면 수용하자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한편, 거슬릴 정도로 온순한 반요한의 태도에 온라온은 이상하게 열이 올랐다
그동안 실컷 간 보면서 긁다가, 이제 와서.
또 네 마음대로?
“왜 네 멋대로 그만둬.”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금세 단어 몇 개가 지나가 버릴 정도로 말이 빠르게 흘러나왔다.
“웃기지 마. 나를 봐주는 것처럼……. 그게 더 싫어.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평생 답도 없는 걸 들여다봐 보든지. 뭐 나오는 게 있나. 그리고 직접 느껴. 아무래도 형은 아직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두려움이 섞인 분노 때문에 호칭이 다 오락가락했다.
“그럼 말을 바꿀게.”
“…….”
“네가 나를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안 돼?”
“뭐라고?”
“나한테 싫은 면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그건…….”
“그러니까 그때 나를 데려간 거 아니야.”
반요한이 부드럽게 약점을 찌르자 온라온이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앞으로도 너랑 잘 지내고 싶어.”
그 단순한 말.
“하하….”
무심코 해탈한 웃음을 흘린 온라온은 자기 손에 들려 있던 쿠키 쪼가리를 대충 반요한의 입이 있을 방향에 쑤셔 넣었다.
“아, 진짜 모르는 사이로 지내고 싶다…….”
입에 있던 걸 삼킨 뒤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툭툭 털어낸 반요한이 네 마음 안다는 듯 온라온의 다리를 제 다리로 가볍게 툭툭 쳤다.
이상하다. 관계가 파탄 날 각오를 하고 이 밀실에 들어왔는데.
도리어 이제야말로 진짜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니.
그야말로 반요한답게 이상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