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4화
뭔가…….
‘이제라도 그동안 신경 못 썼던 서문결한테 관심을 가져 보시려는 것 같은데.’
내 앞에 앉아 있는 서문결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에 이따금 그림자처럼 드리워지는 묘한 망설임이나 회한을 이전에도 본 적 있기 때문이다.
내 부모님.
그 사람들에게서 본 것과 같았다.
“…….”
나도 모르게 굳으려는 표정을 앞에 서문결 어머니가 앉아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부드럽게 되돌렸다.
‘그래도 서로 닮았다는 말 듣고 서문결도 같이 좋아했으니까 본인도 아주 싫은 일은 아니겠지.’
생각에 잠겨 있느라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내 쪽에서 먼저 뭐라도 말해주길 바라는 눈치던 서문결 어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그때 결이가 어떤 애였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예상은 했다만, 곤란한 물음을 받은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여야 했다.
“어…… 사실 그때는 결이 형이랑 많이 안 친했거든요. 제가 그때 연습생 생활하느라 학교 일에는 잘 집중도 못 했고, 픽하트 촬영하면서부터 조금씩 친해졌던 거라. 오히려 그때 일은 성하한테 물어보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때 기억이 없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내 답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서문결 어머니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아, 그렇구나.”
“네. 죄송해요.”
“아니야. 저번에 결이한테 네 학생 때 얘기를 짧게 들은 적 있어서. 그때는 둘이 안 친했을 거라고는 생각을 미처 못 했네.”
학생 때 얘기라 해봤자 대충 춤 잘 추는 애가 새로 전학 왔다, 정도의 말이 아니었을까.
“아, 그래요?”
형식적인 대답 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래서야 내가 지금 마시는 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군.
잠시 말을 고르는 기색이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결이가 최근에도 라온이 네 얘기 많이 했어.”
말수도 없는 사람이 내 얘기를 하면 얼마나 했으려고.
“와, 정말요?”
그러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다소 실례인 생각이지만, 이분 뭔가 옆에서 하나하나 잘 챙겨드려야 할 것 같은 인상이란 말이지.
말하자면…….
지나칠 수 없는 호구의 향기가 난달까.
원래 호구는 호구끼리 돕고 살아야 하는 거다.
물론 나는 호구가 아니지만.
호구라는 생각을 이 짧은 시간 동안 대체 몇 번이나 한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
띠링.
[[똑똑, 호구 조사 나왔습니다> – 업적 획득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업적 달성 조건: 짧은 시간 동안 ‘호구’를 5번 이상 생각하거나 말하기)]자동화 시스템보다 두 배쯤 더 열 받는 알림창을 보니 저걸 보낸 놈이 래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호구 조사 결과 당신은 호구입니다. 의지 +1]이 새끼가 오자마자 시비를 터네.
서문결 어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기 때문에 래리를 조지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래. 착한 동생이고 좋은 멤버라고.”
조금 전보다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니, 그 과묵한 서문결이 자기 어머니한테 내 얘기를 과연 얼마나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이 형이 저보고 뭐라고 했는지 조금만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시면 안 돼요?”
잠시 곰곰이 기억을 더듬던 서문결 어머니가 눈꽃처럼 살포시 웃으며 답했다.
“자기 마음을 잘 알아줘서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애라고 그러더라.”
“…….”
예상 이상으로 후하고 온화한 평가를 듣자 기분이 이상했다.
그 이후로도 서문결이 오르카에서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오래는 아니고, 한 30분 정도.
이야기하면서 휴대폰으로 같이 찍었던 사진이나 피드백을 위해 찍어둔 안무 연습 영상을 짧게 짧게 보여드리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이렇게 찾아온 게 네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이었을 텐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서주원이나 서주원 아버지도 아니고, 집안에서 발언권도 약해 보이는 데다 친아들의 괜찮은 외모에 지대한 공헌을 해 주신 듯한 서문결 어머니에 대한 반감은 원래부터 그다지 없었다.
“결이가 사실 이렇게 잘 웃는 애가 아니었거든. 팀에서는…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녀가 본인 휴대폰 잠금화면으로 설정한 서문결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연하지만, 내가 조금 전 보내 준 저 사진 속 서문결은 잘 웃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활짝 웃고 있지는 않았다.
내가 저 형 지금 웃고 있다고 말하면 다른 멤버들이 다시 자세히 살펴봐서 그렇구나, 할 정도?
그래도 어머니라고 자기 아들 웃는 얼굴 정도는 쉽게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웃는 얼굴이 자기 아빠를 많이 닮았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지 뭐니.”
일단 저 알아보는 데 스킬까지 필요한 미세 표정은 친아버지를 닮았다 이거군.
흐릿한 미소를 거둔 서문결 어머니가 다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에 우리한테 더 원하는 게 있다면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뭐든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앞으로도 우리 숙소로 잘 쓰게 이 집을 아예 서문결 명의로 돌려놓는 건 어떠냐고 하려다가 내 평판을 위하여 참았다.
“그냥, 서주원이 이제부터라도 반성해서 결이 형한테 잘하고 엇나가는 일 없이 착하게 크면 저는 뭐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저쪽은 지금 나한테 해준 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지만.
사실 적은 액수는 아닌 합의금도 저번에 받은 상태고.
이제 그쪽 사람들이랑 더 얽히고 싶지 않으니 둘째 아들 관리나 잘하시라는 식으로 좋게 돌려 말했더니 서문결 어머니가 나를 거의 무슨 성인군자 보듯이 하며 호감도를 크게 올렸다.
“저 그러면… 이제 결이 형이나 다른 멤버들 불러올게요.”
닮은 구석도 없는데 서문결 어머니를 보다 보면 우리 어머니가 자꾸 떠올라서 미묘한 난감함이 피어올랐다.
“그래.”
넓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문을 일일이 열어본 끝에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멤버들을 찾아 돌아왔을 때.
서문결 어머니는 떠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진짜 이러고만 가실 줄은 몰라서 약간 당황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오늘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사정 듣고 우리가 이렇게라도 돕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부담 없이 지냈으면 좋겠어. 이번 앨범 활동도 응원할게.”
“네. 감사합니다!”
“어머니, 저희 하나도 안 부담스러우니까 결이나 저 보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오셔도 돼요.”
강지우의 붙임성 있는 말에 서문결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사양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결아, 엄마가 나중에 연락할게.”
“아니야. 같이 가. 1층까지만.”
“……그럴래?”
“응.”
아이고, 훈훈하다.
* * *
서문결이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온 뒤로도 업자들이 와서 집에 각종 가구나 비품들을 들여놓느라 한동안 부산스러웠다.
“우리 새 숙소 구할 때까지만 여기서 지내는 거 맞지?”
“어. 계속 지내는 거 아니고 임시랬어.”
“이 집이 좋긴 좋은데, 고모가 성격 있어서 여기서 이런 식으로 계속 지내게 하지는 않을걸.”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받는 것은 아무래도 찝찝하다는 소리였다.
“라온아, 너 방 어디 쓰고 싶어?”
“그냥 아무 데나? 다 좋던데.”
“그러니?”
“응. 근데 형.”
“왜?”
“……아까부터 말하는 거랑 표정이랑 목소리랑 아무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전부 다 진짜 이상하니까 제발, 제에발 평소처럼 하면 안 되냐?”
나는 보컬 연습실에서 나온 이후 내내 싱글싱글 웃고 있는 반요한을 힐끔 보았다.
“무슨 컨셉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거의 무슨 친절하지 못해 죽은 귀신이라도 씐 것 같아서 굿이라도 해야 하나 싶거든.”
내가 또 녀석에게만 유달리 박하게 대하나 싶어서 미리 다른 멤버들에게도 영 이상한 반요한의 상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명씩 불러 물어봤다.
– 막내야, 너 혹시 싸우다가 쟤 머리를 마이크 같은 걸로 세게 친 거 아니야? 참고로, 프라이팬이 칠 때 종소리 뎅 뎅 나서 손맛은 더 좋다. 아니, 나 대신 쳐 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알아만 두라고.
– 그래…. 휘두르는 법은 안 알려줘도 되니까 그것 좀 일단 내려놔 봐.
혹은.
– 너 이번에 저 형 약점이라도 제대로 한 건 잡았냐? 너 해달라는 포지션으로 같이 듀오 뛰어 줄 테니까 약점 잡은 거면 나한테도 공유 좀. 아니면…… 혹시 저 형이 너 괴롭혀?
– 너 나를 대체 뭐로 보는데?
……같은 사뭇 싸늘하고 냉정한 반응이 고민도 없이 돌아온 걸로 봐서 내가 이번에도 반요한에게만 특별히 매몰찬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 듯했다.
“잘해줘도 뭐래?”
뚱한 표정으로부터 녀석이 평소처럼 적당히 재수 없고 적당히 얄미운 여우 새끼로 돌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도 있는데. 나는 또 형 어떻게 될까 걱정돼서 그러지.”
[당신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들은 원조 마음에도 없는 소리 장인 반요한이 실소합니다. 반요한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65]어이없어하면서 호감도를 올리다니.
그래도 안 하던 짓 하다가 죽지 말라고 걱정해 준 게 많이 감동이었나 보다.
* * *
컴백 첫 주부터 오르카의 스케줄이 비어 온라온과 반요한이 한가하게 싸움질이나 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는 근래 가요계가 빈집이라고 불릴 정도로 휑했던 이유와 같았다.
이번 주 월요일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2018 하계 아시안게임이 개최되어 지상파 음악방송들이 모조리 결방했기 때문이다.
관계가 안 좋은 뮤직박스 측 음악방송은 여전히 못 나가고, 설상가상으로 목요일에 있는 한 케이블 음악방송까지 방송사 사정으로 결방하고 말았다.
따라서 오르카가 이번 주에 출연할 수 있는 곳은 금요일에 방송하는 SBM의 뮤직라운드뿐이었다.
방송국 입장에서 중요도가 낮은 음악방송은 아시안게임 중계에 밀려 결방할 게 뻔한데, 일정을 그런 식으로 잡아 놓으니 당연히 팬들 반응은 극히 안 좋았다.
– 아 진짜 컴백주 음방 2번, 둘째주 음방 2번인 건 너무 에바아니냐…… 연차 찬 돌도 아니고 신인이???
– 이번에 음반음원 둘다 성적 좋아서 둘째주 음방 2번인거 개아까움 ㅠㅠㅠㅠㅠㅠ
– 내가 웬만하면 마플 안타려고 했는데 싣 플랜잡는거 개똘추같다 양심있으면 어겐 활동은 5주 해라 4주 안됨 무조건 5주임
시드 엔터로서도 할 말은 있었다.
이미 사람을 갈고, 갈고 또 갈아서 단축한 일정을 여기서 더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고.
아시안게임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앨범 분위기나 화제성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너무 늦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한두 주만 밀리면 다른 굵직한 가수들의 컴백 일정과도 지나치게 겹치게 돼 음악방송 1위 수상 가능성도 대폭 낮아진다.
회사 내에서도 물론 컴백 일정을 늦출 것인가, 지금 그대로 할 것인가에 대해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느라 괜히 피 보지 말고, 빈집 한 번 날로 먹어보자는 의견이 득세하며 현재 플랜이 확정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니 앨범 3집 ‘AGAIN’의 초동 집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