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2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22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 11월 셋째 주 목요일.
견성하가 강지우가 손수 싸 준 도시락을 들고 작년에 못 본 수능을 보러 갔다.
“요한이 형, 오늘 모르는 거 있으면 몇 번 찍을까요?”
“모르면 4번이지.”
“4번이요? 알았어요.”
“너 되게……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많이 나올 것처럼 말한다.”
“시끄러워 온라온.”
견성하는 목표 성적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으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진지하다 싶더니, 다른 아이돌 친구랑 올해 수능 점수로 내기를 했다는 모양이다.
물론 진지함과 점수는 그다지 비례하지 않았다.
수능을 보고 온 녀석이 치킨을 먹으며 가채점하는 걸 룸메이트의 특권으로 옆에서 지켜봤는데 무슨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라.
실컷 놀리기는 했지만, 각종 스케줄로 피곤한 와중에 따뜻한 히터 바람 솔솔 나오는 시험장에서 엎드려 잤다는 목격담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녀석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다.
내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견성하가 뾰족하게 말했다.
“야, 이것도 잘한 거거든? 나 정도면 아이돌 상위 10%거든?”
“그래그래.”
그리고 아이돌이 아니라 전국 수험생 상위 0.01%에 들어갈 반요한은 반응이 좋았던 수능 특강 영상을 저번 주에 위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바 있었다.
그러는 동안 견성하는 옆에서 열심히 자기변호를 하고 있었다.
“공부에 뜻이 없는 내가 수능을 잘 봤다면 열심히 공부한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잖아.”
이 자식…….
어디서 이런 엄청난 정신승리 방법을 배워온 거지?
‘나구나.’
잘 배웠다.
* * *
며칠 뒤.
오르카가 각종 무대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시드 캐럴 선공개곡 ‘Olio’가 발매되었다.
– 시드 엔터테인먼트 수록곡 올해 크리스마스 캐럴 발표 앞서 수록곡 ‘Olio’ 깜짝 선공개
– 캐럴 명가 시드 ‘Olio’ 뮤비 선공개…소속 가수들의 다양한 매력 한데 담은 곡
– 오르카 온라온, 파워청량 ‘Again’ 다음에는 겨울캐럴 ‘Olio’ 작곡…2018년 열일 행보
온라온으로서는 꼭 번듯한 제목을 붙여주고 싶었지만.
가사를 붙이는 과정에서 후렴에 그 단어가 아무 의미 없는 추임새로 들어가는 바람에, 또 반가을 대표가 잡탕이라는 뜻을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급하게 지었던 가제 그대로 정식 발매되었다.
시드 소속 아티스트들이 여기저기 누워있는 의미불명의 썸네일을 단 ‘Olio’ 뮤직비디오는 누가 들어도 ‘아! 크리스마스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아련하고 경쾌한 징글 벨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사람을 들뜨게 하는 예쁘고 고운 소리.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도입이었다.
그러나 곡의 분위기를 단정 짓기에는 조금 일렀다.
올리오 올리오 오를레잇히
오를레이 오를레이
오를레이히이티~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마음 놓고 있던 뮤직비디오 시청자가 갑자기 빨라지는 박자와 함께 나타나 혼을 쏙 빼놓고 간 요들로 인해 충격에 빠지든 말든.
커다란 솥을 가운데에 둔 화면 속 시드 아티스트들은 회사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크리스마스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공수해 왔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아티스트들이 도넛이나 사탕부터 블루투스 스피커, 토끼 인형, 반가을 대표 명패, 거구의 매니저 등의 재료를 마구 던져넣을 때마다 솥 안에 든 걸쭉한 액체는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라 일종의 마법 약처럼 색이 휙휙 변했다.
거대한 솥 속의 요리처럼 온라온이 두 번째로 세상에 내놓은 곡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과감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장르의 틀을 깨부수는 데에 거침없었다.
곡은 다시 보편적인 캐럴로 돌아오나 싶다가도,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휘파람 소리 같은 요들과 함께 더욱 먼 곳으로 가출해 버렸다.
결국 솥이 폭발하며 오색찬란한 연기를 건물 전체에 흩뿌리는 것과 함께 5분에 가까운 길이의 뮤직비디오가 끝났다.
에라 모르겠다, 생각을 포기하고 ‘Olio’에 몸을 맡겼던 한 에어리는 영상이 끝나자 깜짝 놀랐다.
‘이게 4분 넘는 곡이었어?’
‘Olio’는 지루할 틈이 없어 실제 길이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웃긴데… 너무 웃긴데 노래는 좋다.’
어제 예고한 시각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마자 바로 본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 시작할 때 종?소리 아련하게 챠르르르 하길래 아 우리애 감성이 쩐다..! 했는데
감성이 제가 생각했던 그 감성이 아닌거예요
– 죄송한데 온라온씨 사이사이 맑은 종소리 넣는다고 해서 진한 k-잡탕 풍미가 사라지는 게 아니거든요……
– 짜장라면 위에 한우캐비어트러플 올린 것 같은 노래다,,, 고급스러운 싼맛
– 아아.. 이것이 퓨전요리라는 것이다…
– 올리오 약간 웃긴 외국 팝송 생각나ㅋㅋㅋㅋㅋㅋㅋㅋ
– 뭔지 알것 같음ㅋㅋㅋㅋㅋ 뮤비도 그렇고 b급 감성인데 비트랑 가수들 보컬은 너무 고급져서 웃긴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올리오 쿵짝 쿵짝 쿵짜작쿵짝 넘 신나~~
당장 파티 열고 막춤 갈겨
– 넘어갈 때 올리오올리오오를레이오 하는데 누구 목소린지 몰라도 쓸데없이 잘해서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를레이히 사이사이에 꺄후! 와호! 이러면서 팔짝 뛰는 거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
– 노래가 좋은데 왜 좋지……
– (사진) 이 사람 매니저 아니ㅑ? 매니저가 솥에 왜 들어가?
┗ 이사랑 대표도 들어갔어
┗ ? 뭐하는 회사야?
– 오를레이오 듣고 귀를 의심함 어그로 미쳤다
– 요들 뭔가 웃긴거랑 별개로 제대로 소화하기는 어려운 노랜데 어째 딱 맞는 사람한테 파트 간듯 ㅋㅋㅋㅋㅋㅋ
– 시드 가수들 폭발한 연기 뒤집어 쓰고 핫핫핫 웃으면서 돌아다니는 겈ㅋㅋㅋㅋㅋㅋ 웃음가스냐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
– 3:23 오르카 여러분 잘생긴 얼굴 그렇게 쓸 거면 저 주세요
– 가수들 웃는거 연기가 아니라 찐텐같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이 정신나간 분위기를 온몸으로 즐기고 있는게 너무 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르카.. 캐치미 출연 돌들에 이어 소속사 선배들까지 똘기에 물들여벌임
– 아니 온라온 너무 천재 아니냐고 어떻게 이런 곡을 며칠만에 바로 써내지
– 올해 캐럴도 시드가 찢었다
결과물이 상상 이상으로 좋기는 했으나, 다 때려 넣으라고 당당하게 주문한 리상이 만약 온라온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요들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빼는 게 어떻겠냐고 했을 것이다.
중간에 들어가기에는 과하게 난해하기도 했거니와, 요들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온은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일단 자신이 시험 삼아 연습해본 결과 《요들》이라는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으며 강지우는 평소에 보여주는 기교를 보아하니 그 축복 받은 성대를 갈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밖에 권겨울은 이전에 팬미팅에서 요들송을 부른 영상이 남아 있었고 유시원 역시 어렸을 때 배운 요들을 바탕으로 지금의 창법을 만들었다고 인터뷰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해냈다.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일단 겨울이 되며 ‘Present’나 ‘크리스마스의 고백’ 같은 기존 캐럴들이 차트 끝자락부터 슬금슬금 올라오되 눈에 띄는 신곡은 없던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화제성이 높은 시드 캐럴이 선빵을 친 격이었기에 사람들의 주목도가 높았다.
게다가 곡이나 뮤직비디오 컨셉도 속된 말로 어그로를 끌기 딱 좋은 종류였다.
시드라는 말이 박힌 캐럴을 자연스럽게 클릭해 들은 사람들은 ‘Olio’를 처음 듣고 난 뒤 이게 뭐지 싶어서 홀린 듯이 같은 노래를 두 번, 세 번 더 들어보았고.
그러는 사이에 기묘한 매력을 가진 곡에 중독되어 마침내는 플레이리스트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Olio’는 말초적인 자극만 있는 곡이 아니었다.
시드가 자랑하는 보컬리스트들의 수준 높은 보컬 파트가 중심을 딱 잡아주었으며 외국 팝송 느낌이 나는 반주 자체도 잘 차려놓은 만찬처럼 풍성해 귀를 즐겁게 했다.
하여 ‘Olio’는 반가을 대표가 다시금 작곡가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온라온의 천재성을 자랑하고, 작곡가 리상이 자기 작업실에서 재수 없다는 말을 연발할 정도로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곡이었다.
여러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 상당히 높게 나온 ‘Olio’의 음원 순위를 보고 온라온이 신기해했다.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사람들이 들었다면 제법 억울해했을 만한 깨달음이었다.
* * *
캐럴이라는 큰일이 하나 끝나기는 했지만, 마음 놓고 퍼질 때는 전혀 아니었다.
자기 무대는 자기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오르카 멤버들은 연말 무대 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어느 정도로 적극적이었냐면, 멤버 한 명당 무대를 하나씩 맡아서 곡과 컨셉, 편곡 방향 등 전체적인 흐름을 구상하고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이는 곧 큰 무대에서 자기가 잘하는 걸 살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가령 강지우는 평소보다 보컬적인 역량을 강조하는 무대를 꾸릴 예정이었다.
어차피 최소 무대 하나씩은 자기 마음대로 구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자기 무대에서 조금 더 큰 비중을 가져간다고 해도 이견이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방식이야말로 역으로 가장 공평해지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물론 무조건 그대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담당 직원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자기 손으로 자기가 조금 더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꾸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멤버들은 대부분 열의가 넘쳤다.
그 첫 번째 무대가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