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2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23화
다가오는 시상식에서는 우리가 오프닝 무대를 맡았다.
가장 앞이라니.
차라리 임팩트가 있는 듯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조금 애매한 순서였지만, 신인인 우리가 순서를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다 좋으니까 신인상만 주세요.’
어게인이나 올리오 등 최근 발매한 곡들의 국내 성적이 좋고 예능에서 이름 좀 알렸다고 해서 방심할 때가 아니었다.
우리의 최대 경쟁자 리프틴이 영리하게 컨셉을 짜서 10월에 컴백했는데, 각종 이슈로 무너진 헌트레드를 대신해 해외 파이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국내 팬층이나 대중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확실히 우위인데, 요새는 ‘역수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외 인기 또한 중요하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와는 별개로 여러 연말 무대는 괜찮은 홍보 수단이었다.
평소 하는 음악방송이나 행사 무대와 비교해 스케일이 큰 연말 무대를 잘 소화하면 ‘무대를 잘한다’라는 아이돌로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수식어를 달 수 있었다.
예능이니, 작곡이니 해도 그룹 자체가 단단하고 내실 있게 오래 가려면 뭐니 뭐니 해도 본업을 잘하는 게 제일이다.
잘한 연말 무대 하나로 입소문 타고, 팬들 유입되고, 다음 컴백 빵 터뜨려 뜬 아이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무대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대야 하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음악방송 이상으로, 손해 중에서도 개손해인 스케줄이나, 그래도 섭외만 들어오면 냉큼 보내주는 이유가 다 있다.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지.
“지우 형, 마지막 따다다단, 이 부분에서 디테일 좀 안 맞았어요. 어깨 좀 더 낮춰야 할 듯.”
“이렇게?”
“네. 그리고 요한이 형도 자꾸 후반에 텐션 낮아지는 거 보여서 그거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형이 앞에서 뭔가 체력 분배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해서 해볼게.”
사실 내가 열심히 하자고 굳이 마음을 먹지 않아도, 첫 무대 연출권을 거머쥐더니 독기 같은 열의가 잔뜩 오른 견성하가 이미 멤버들을 갈고 또 갈고 있었다.
“나한테는 뭐 해줄 말 없냐?”
“넌…….”
견성하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없어. 말 안 해줘도 잘해.”
있는데 일부러 말 안 해주는 건 아닐 거라 믿는다.
“딱 10분만 쉬고 다시 합시다.”
“좋습니다….”
다들 얼마나 지쳤는지 평소라면 쉬는 시간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막춤을 췄을 강지우도 얌전했다.
그때, 연습실로 곽상현이 들어왔다.
“얘들아, 잠깐 모여봐.”
안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3번 연속으로 돌린 뒤 지쳐 누워 있던 우리는 일어설 힘도 없어 길게 누운 그대로 입구 쪽 곽상현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런 우리를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본 곽상현이 입을 열었다.
“일단은 좋은 소식이야.”
“좋은 소식이요?”
야식이라도 사 올 줄 알았던 곽상현이 빈손인 것을 보고 밍숭맹숭 반응하던 우리 표정이 조금 변했다.
“‘천유미의 음악열차’에서 섭외가 왔어.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이라는데…….”
천유미의 음악열차.
라이브 뮤직 토크쇼의 일종으로 연륜 있는 싱어송라이터 천유미가 진행을 맡아 무려 10년 동안 쉼 없이 방송을 이어온 KBC의 장수 음악 프로그램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올해 그 프로그램에서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을 하는데, 우리뿐만이 아니라 시드 엔터에 소속된 모든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단체 섭외가 왔다고 한다.
말하자면 크리스마스 특집 겸 시드 특집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쩐지 요즘 특집 어쩌고에 자주 불려가는 느낌인데…….’
하긴.
아이돌, 인디 뮤지션, 발라더, R&B에 밴드까지, ‘천유미의 음악열차’ 측이 보기에는 우리 회사 가수 라인업이 무슨 종합 선물 세트처럼 느껴졌을 만도 하다.
‘천유미의 음악열차’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아이돌도 한 팀 정도는 얹혀가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녹화 날이 언젠데요?”
“확실한 건 아닌데 ‘Wishes’ 발매하는 주에 녹화할 것 같아.”
곽상현의 말에 그 근처에 포진한 스케줄을 떠올린 우리 사이에 착잡한 침묵이 스쳐 지나갔다.
“아.”
“음…….”
“저희 죽어요.”
“그럼 너희는 안 나간다고 전달…….”
우리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곽상현의 다리를 물귀신처럼 덥석덥석 붙잡았다.
“아뇨.”
“그럴 리가요.”
곽상현이 돌아서며 그럴 줄 알았다는 양 웃었다.
“까짓거 과로사밖에 더하겠습니까.”
“준비할게요.”
힘들다고 엄살을 피우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엄살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바쁘다는 이유로 놓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게 연말 스케줄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 * *
연말의 아이돌 커뮤니티는 대개 전쟁터나 다름없다.
올해 대상 누구냐, 신인상은 누구일 것 같냐, 음반상 커트라인은 몇 장까지냐 등 온갖 주제로 입씨름을 벌였다.
– 2018 아이돌 성적 정리표 최신버전
– 이번 알뮤 대상 예측표
– 작년에 솔하 성적이면 상 더 받아야 했는데 이상한 기준 때문에 못 받은거 너무 아쉬워… 7년 내내 성적 좋았는데
┗ 그럼 상받은 돌들이 더 성적 좋았던 거겠지 왜 네 본진이 못 받았다고 멀쩡한 기준을 이상하다고 하면서 받은 돌들 내려쳐?
┗ 얘 어그로야 무시해
– 올해 라비릭 대상 가능할까?
┗ 그걸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니
┗ 팬도 아니면서 ㄹㅂㄹ 가지고 뭐라고 좀 하지 마라 젭알 안그래도 너같은애들 죽순처럼 생겨서 개빡치는데
– 지금 성적 가져와서 비교질하는 거 해당 돌팬 아닐 가능성 100%
– 올해 신인상 누굴까? 여돌은 그래도 각 잡히는데 남신인은 누구 하나라기에는 좀 애매하다
┗ 올해 데뷔한 남돌 성적들이 눈에 보일 만큼 차이 나는데 애매하다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 뭐가 차이난다는 거지ㅋㅋ
┗ 다 차이 나는데?
– 솔직히 음원 성적이랑 음판이나 화제성.. 다 오르카가 넘산데 피뮤는 신인상 계열사인 리프틴 줄걸 성적 상관 없이
┗ 진짜? 성적 안 봐?
┗ ㅇㅇ 전례도 있잖아 무조건 리프틴 줄듯
– 픽하트 주작만 아니었으면 올해 신인상은 아묻따 브레이커였을텐대.. 닉값하면서 공중분해돼서 모르게됐음
┗ 요즘 오르카 체감인기만 보면 솔직히 브레이커 데뷔했어도 미묘했을 듯ㅋㅋ
┗ 에이 오르카가 아무리 잘돼도 픽핱데뷔그룹에 비빌 정도는 아니지ㅋㅋㅋㅋㅋㅋㅋ
┗ 다 죽은 박살 끌고 와서 멀쩡히 잘나가는 그룹 치기하는 게 그렇게 즐겁나..?
– 브레이커는 데뷔 강행했어야 해.. 해체는 방송사 잘못인데 죄없는 연생들한테 피해간거잖아
– 갑작 브레이커 신인상으로 플타는 분들 차피 픽하트3 대중성 죽어서 박살이 조작 이슈 안고 데뷔해봤자 어폰만큼 히트는 못 쳤을 거 빼박이고 오혐진 학폭 이슈로 중간에 대중 인기 골로 갔을 텐데 브레이커 해체하면서 자기 본진 그대로 묻혀서 많이 속상하신가 봐요ㅎㅎ
– 왜 자꾸 해외 인기는 없는 것처럼 말해? 요즘에 해외 빼면 시첸데 해외는 안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 들으니까 너무 짜증나..
– 자꾸 여기다가 성적 물어보지 말고 좀 직접 찾아봐
자꾸 누구누구 ~~한 적 없어?? ㅇㅈㄹ하지 말고
안 그런 척 치기하려는거 모를 줄아나ㅎㅎ
┗ ㄹㅇ 당당하면 본진까고 말해
– 대리 마플 개짜증나
* * *
외부인이 자신들의 성적을 두고 시끄럽든 말든, 오르카는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연습, 연습, 연습, 그리고 또 연습.
오르카가 올해 처음으로 참석하는 시상식은 음원 사이트 피치가 주관하는 ‘피치 뮤직 어워드’였다.
레드카펫에서 인생샷을 몇 장 건진 오르카는 시작 시각이 다가오자 바짝 긴장해 백스테이지에서 서로의 손을 잡았다.
특히 오늘 있는 무대 준비에 가장 큰 공을 들인 견성하는 거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성하야, 오늘은 너의 날이다. 네가 구호 말해.”
“그래. 네가 해.”
목이 타는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켠 견성하가 애써 표정과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솔직히…… 긴장은 엄청 되는데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고 와요! On and on!”
“ORCA!”
“오르카 이쪽으로 와주세요!”
첫 번째로 무대를 선보일 오르카는 마지막으로 의지를 다진 뒤 의상을 점검하고,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리프트 위에 올랐다.
곧, 공연장 내의 모든 조명이 꺼졌다.
시상식이 드디어 시작할 조짐을 보이자 응원석에 빼곡하게 자리한 여러 가수의 팬들이 떨리는 마음에 환호성을 질렀다.
– 꺄아아아아아악!
– 와아아아아!
각양각색의 응원봉들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환한 빛을 발하는 대형 전광판에 ‘퐁당’ 하는 소리와 함께 불쑥 떠오른 것은 고래였다.
오르카의 특색 있는 로고를 바로 알아본 에어리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애들이 오프닝?!’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보자니 조금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언제 나오나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 것보다야 좋았다.
로고가 공개될 때마다 순수하게 미적인 관점에서 예쁘다고 칭찬받았던 고래가 이곳저곳에 설치된 전광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헤엄치는 모습은 생동감이 넘쳤다.
그러는 사이 오르카가 1년 동안 발매한 곡들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역순으로, 아련히 흘러나왔다.
그리고 외쳐 Again!
일단 오프닝이니만큼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Again’으로 주의를 끌고, 오프닝이라는 테마에 가장 적합한 ‘해방’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쭉 이끄는 연출이었다.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휘이이이잉…….
고래가 사라진 전광판에는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