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2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24화
처음으로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견성하였다.
‘우와.’
그의 인상적인 외형에 에어리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수트류나 제복류 의상이 남자 아이돌 무대 의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틈에서 레드카펫에서 걸쳤던 맵시 있는 화이트 수트를 벗고 새로 갈아입은 오르카의 무대 의상은 특이한 축에 속했다.
언뜻 투박하게 너덜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숙련된 제작자의 손에 의해 세련되게 마감된 한색 겉옷, 금속 장신구, 야성적인 느낌이 나게 덧입은 흰 모피 장식이나 움직일 때마다 너울거리도록 허리에 매단 천 등이 한국적인 느낌과 이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맵시 있게 딱 떨어지는 소매, 바지의 통, 그리고 멤버들의 늠름한 태도를 보자면 들판을 질주하는 전사의 무복(武服) 같기도 했고.
낙낙한 상의 밑단이나 멤버들의 낯빛에서 묘한 신기가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이름 없는 민족의 무복(巫服) 같기도 했다.
마땅히 어느 문화권, 어느 시대의 복식이라고 특정 짓기는 어려워 더욱 묘한 분위기가 났다.
의상에 공을 들인 만큼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던 다수의 아이돌 팬들에게서도 괜찮은 반응이 왔다.
– 오르카 의상 독특하다
– 우와 지금 나온 돌 의상 안흔하고 예쁘다
– 오르카 오늘 의상 왜 이렇게 예쁨?? 취저
– 성하 오늘 같은 스타일 되게 새로운데 찰떡인듯
– 오르카 코디 미쳤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볼거리는 의상만이 아니었다.
‘라온이 탈색 또 했네?!’
흑발로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온라온은 다시 탈색을 감행했다.
그럴 거면 흑발로는 왜 돌아갔던 거냐는 미용사의 비명을 팬미팅을 위해서였다는 해명으로 뒤로하고…….
데뷔 초 때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조명을 받고 햇빛 맞은 눈처럼 시리게 빛났다.
– 아!!! 온라온 백모!!!!!!!!
– 와 백발 다시 봐도 ㄹㅈㄷ..
– 온라온 사람 아닌듯? AI.. 뭐 그런 거 아님?
– 캐치미 멤버들이 저 얼굴에 속지 말자고 다짐해도 백번은 더 속을 얼굴
– 해방 온라온이 살아돌아온듯
┗ 온라온 아직 살아있는데요 ㅠㅠ
의상을 비롯한 시각적인 요소로 먼저 강렬하고 색다른 인상을 심어주는 것에 성공한 오르카는 본격적으로 무대에 나섰다.
평소 무대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악기 소리가 반주를 풍부하게 채웠다.
엉망인 대본에서 벗어나
적당히는 몰라
너도 알지 Set me free
얼마나 연습했는지 멤버들의 군무가 여느 때보다 칼처럼 맞아 들었다.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Winter
“…….”
무대 후반에 이르러 서느런 겨울 그 자체인 온라온의 거듭된 선언과 함께 일시에 고요하게 정리된 분위기.
둥, 두웅…….
편곡이 가미되어 큰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먼 곳에서부터 느린 박자로 들려왔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것은 오르카의 동생 라인, 견성하와 온라온의 쌍무였다.
단둘만 남은 무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 본 채 원을 그리며 돌던 두 사람이 ‘뿌우우우…’ 하는 긴 소라 소리와 함께 비스듬히 숙였던 고개를 쳐들며 마침내 대결을 개시했다.
지금으로부터 일 년쯤 전, 에어리들 사이에서 열띤 논의가 오갔던 이야기가 있었다.
과연 이 곡에서 해방된 것은 소년인가 겨울인가.
여태 공식적인 해석이 나온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 무대에서, 해방된 것은 둘 모두였다.
견성하의 소년과 온라온의 겨울.
마치 대련이라도 하듯 두 사람의 팔다리가 신속하고도 절묘하게 엇갈릴 때마다 옷자락이 절도 있게 펄럭이는 소리가 마이크에 그대로 담겼다.
그러면서도 대련이 아니라 춤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아 두 사람의 몸놀림은 난폭함 대신 유려함을 품었다.
‘와…….’
온라온의 긴 다리가 대담하게도 견성하의 머리 바로 위를 횡으로 가르고 지나갔을 때는 가수석에서 무대를 직관하던 징샤오가 작게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애들 살벌하네.’
다른 선배 가수들도 후배의 패기에 새삼 감탄했다.
이러다 진짜로 한 대 치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이를 악물고 치열하게 대립하던 둘이었기에.
전황은 후방으로 빠져 있던 나머지 멤버들이 견성하에게, 처음으로 무대 위로 올라온 댄서들이 온라온의 뒤에 섰을 때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지근거리에서 멈춰선 채로도 첨예한 창 같은 시선을 쉼 없이 주고받는 가운데 거칠어진 호흡을 감당하느라 연신 들썩이는 가슴들.
“…….”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완전한 적막을 꽉 채운 것은 다름 아닌 관객들의 긴장이다.
“…….”
온통 새하얗게 변한 배경 속에서 단 수 초에 불과한 시간은 몇 배로 길게 느껴졌다.
“!”
한순간, 두 집단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실제로 기합은 없었지만,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야아아압!” 하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은 관객들이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매만졌다.
사실 기껏 댄서들을 섭외해 놓고 무대 끝자락에만 쓰겠다니, 돈 낭비도 그런 낭비가 없어 견성하는 계획을 처음 회사에 전달할 때 통과되지 않을 것도 각오했지만 회사는 흔쾌히 허가했다.
‘초반에는 저희 퍼포먼스에 온전히 집중하게 하려는 것도 있고, 전반이랑 후반을 대비시키면서 한 번에 큰 충격을 주고 싶어요.’
회사를 설득할 때 내세웠던 의도가 정확히 들어맞아.
관객들은 그야말로 심장이 벌렁거렸다.
눈보라가 기다렸다는 듯
우릴 덮쳐오지만
동생들이 춤을 추는 동안 잠깐 쉬었다고 강지우의 단호한 보컬이 재개를 알렸다.
‘아니, 이건 싸우는 게 아니라…….’
문득 어떠한 사실을 깨달은 에어리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내 심장은 푸르고
데일 듯 뜨거워
푸르른 환희에 가득 찬 얼굴.
해방된 멤버들은 웃고 있다.
어딜 봐서 저게 싸우는 자의 낯이란 말인가.
차갑게 얼어붙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렇다면 저건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대형 전광판에 비친 견성하의 충만한 얼굴을 보던 에어리의 팔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겨울에게.’
한 번 깨달으니 많은 것이 다르게 보였다.
얼어붙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너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해 보일 테니.
내 걱정은 말고 어디 한번 마음대로 와보라고!
특별한 설명이 없었음에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한 견성하와 온라온의 표현력이 팬심을 떠나서 대단하게 느껴졌다.
온라온이 이끌었던 댄서들은 견성하와 온라온이 그랬던 것처럼 오르카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과 실로 자연스럽게 섞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무대의 앞쪽까지 달려들 듯 뛰어나와 세상을 향해 힘 있는 주먹을 어깨 관절이 빠질 기세로 날리고 제자리에서 가볍게 도약했다.
씩 웃은 소년들이 말에 박차를 가하는 것처럼 템포를 가쁘게 올리고 음고를 더욱 높여가며 완주를 향해 나아갔다.
“허억… 허억…….”
마침내 음악이 멈췄을 때, 특히 온라온과 견성하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엔딩 포즈를 취했다.
와아아아아아!
두 사람이 지르고 싶은 비명은 기대 이상의 무대에 미치기 직전인 팬들이 대신 질러주었다.
오르카와 댄서들은 뜨겁게 내리쬐던 조명이 사라지자마자 서둘러 무대를 내려왔다.
“고생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오르카는 무대 아래에서 함께 고생한 댄서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합을 맞춘 것은 후반뿐이었지만, 합류하는 장면에서 혼란이나 충돌 없이 물 흐르듯 대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짧은 시간 동안 혹독한 연습을 반복했던 것이다.
‘끝났다…….’
사실 견성하에게 오늘 무대는 실제로도 일종의 의식에 가까운 일이었다.
최근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가는 어린 동생을 맞서야 할 적으로서 두려워하지 않고 기쁘게 어울릴 수 있는 동료로서 함께 나아가겠다는 의사 표명.
모처럼 큰 무대에서 혼자 춤을 추며 눈에 띌 기회인데, 중간에 삽입된 댄스 브레이크 파트를 독무가 아닌 온라온과의 페어 안무로 구성한 까닭이었다.
온라온은 처음에 한 번 사양했지만, 견성하의 눈에서 그의 진심을 알아보고 안무를 짜는 것부터 손을 보탰다.
그렇게 며칠 동안 붙어서 연습하며 온라온의 천재성을 질리도록 체감하고 나니 견성하는 이제 아무래도 좋은 느낌이었다.
모든 감정을 춤에 실어 토해내고 나니 적어도 한동안은 애꿎은 동생을 향한 질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난 너랑 같이 춤추는 거 좋았어.”
약간 남은 번뇌마저 말끔히 날려버린 것은 인이어와 헤드셋 마이크를 벗고, 땀을 닦으며 메이크업을 간단히 수정받을 때 온라온이 한 말이었다.
“너도 좋았지?”
“……어.”
머리가 맑게 갰다.
“다음에 또 같이 추자.”
“그래.”
춤은 경쟁의 수단이 아니고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었다.
견성하의 복잡하면서도 후련한 속내를 아는 사람처럼, 형들은 올해 남자 신인상을 수상한 리프틴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가수석으로 가는 길에 덩치 큰 넷째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거나 등을 두드려 주는 걸로 여러 말을 대신했다.
멤버들 사이에서 겉으로 보이는 성적에 연연하는 타입에 속하는 견성하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놓친 첫 번째 신인상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 * *
비록 오르카의 단독 무대는 끝났고 올해 첫 번째 남자 신인상도 놓쳤지만, 그 뒤로도 몇몇 멤버들은 각종 콜라보 무대나 커버 무대에 불려가느라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다.
중간중간 카메라가 무대에 리액션하는 가수석을 불시에 비추어 긴장을 풀 수도 없었다.
그럴 때도 독특한 무대 의상 덕분에 오르카는 조금 구석에 있어도 단번에 시야에 들어오며 기억에 남았다.
얼굴 좋았고, 무대 좋았고, 반응 좋았으니 이제 상만 받으면 된다.
객석 곳곳에 있던 에어리들의 마음속에 설마 우리 애들 불러놓고 아무 상도 주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의구심과 분노가 점점 차오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