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3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31화
작년 겨울.
멤버들과 오르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다음 앨범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회의실에 모였다.
회사가 우리에게 곡 제작 같은 건 우선하여 맡긴다고는 했지만, 앨범의 컨셉 같은 건 우리끼리 단독으로 정하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한 문제였다.
“얘들아, 이번이랑 이다음 컴백이…….”
저번에 사옥을 확장하고 사내 조직을 개편하며 새로 입사한 차해인 실장이 말을 꺼냈다.
“너희에게는 진짜 중요한 컴백이 될 거야.”
요사이 질릴 정도로 들은 말이었기에 우리는 입을 모아 뒷부분을 완성했다.
물론 프리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차해인 실장과 우리가 금방 친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 실장님, 애들 너무 부담주지 마요.”
물렁물렁한 인상의 차해인 실장이 멋쩍게 웃었다.
“그렇게 안 해도 알아서들 잘하는 애들인데.”
“지금 대표님이 가장 크게 부담 주고 계시는데요.”
“아, 그랬니?”
대표 조카 반요한의 능청스러운 말에 다들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뒤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나중을 생각하면 이쯤에서 슬슬 센 거 한 번 가줘야 할 텐데.”
“맞아요. 너무 한 가지 이미지로만 가는 것도 안 좋아요.”
“그런데 이제까지 한 가지 이미지로만 갔다고는 보기 어렵지 않나요?”
“지금은 어딜 보나 굳힐 타이밍이에요. 무리하는 것보다는…….”
“팬들 반응 봤을 때도 지금 안전한 건…….”
직전 활동인 ‘Again’이 워낙 반응이 좋았기에 수많은 이야기가 치열히 오간 뒤에야.
우리의 다음 앨범 컨셉이 정해졌다.
* * *
다음 달 컴백을 앞둔 오르카는 팬들의 통장 잔고가 충분히 차오르기도 전에 빨리빨리 컴백하며 팬덤 크기를 불려 나가는 게 최우선 과제인 신인치고는 컴백 텀이 긴 편에 속했다.
다만 긴 공백기는 당장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공백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팬들이 유출되기 때문인데, 최근 몇 달 사이 에어리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면 커졌지 절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연말 고래’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독보적인 무대들을 매번 보여주었던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예능감이 넘치는 순간들 덕분에 안 그래도 많던 팬 채널들이 위튜브에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오르카/온라온] 랑구 본업천재 모먼트 모음.zip찐 I가 편집하다 기빨린 오르카 내향즈(ㅋㅋ) 비앱 요약
특색 있는데 서로 잘 어울려서 좋은 오르카 음색
[오르카] 서로를 미워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농락하는 오르카 영상 모음거기에 시드 엔터나 오르카도 자체 콘텐츠 제공을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꼬박꼬박 자체 예능 콘텐츠를 찍어 올리거나,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라이브 방송을 켜거나,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댄스나 보컬 커버 영상을 올리는 등 팬들의 시간과 관심을 잡아두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 (위튜브 링크) 서문결 에센스 커버.. 극락좌표
– 오르카는 예능인인가요? 일년중에 반은 사람들 웃기는 데 쓰는 것 같은데..
– 얘들아 나 체할 것 같아 알겠으니까 떡밥 좀만 천천히… 응응 다 먹을 거니까 치우지는 말고
– 나 아이돌 처음 좋아하는데 원래 이렇게 활동 안 할 때도 뭐가 이렇게 많아..?
┗ 요즘 돌들 다 자컨 풍년이긴 한데 객관적으로 봐도 얘네는 좀 많은 게 맞는 것 같애
┗ 지금을 즐겨
– 시드 자컨 너무 진심이라 이번 괴담 에피 합치면 뮤비 한편 제작비 뚝딱 나왔을 것 같음..
┗ 요즘 돈좀 벌었는지 갈수록 퀄리티 올라가는거 눈에 보이는 게 웃김
그러나 본업 이외의 것으로 팬들을 붙잡아놓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가 찾아오기 전, 오르카의 컴백 예고 기사가 떴다.
– 헉
– 뭐뜸???
– ㅁㅊ 오르카 컴백~!!
대략적인 시기를 알린 기사 다음으로 팬들에게 공개된 것은 역시 로고였다.
공식 SNS에 올라온 미니 4집 ‘Away From Home’의 로고는 이번에도 에어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광택이 도는 남빛 커튼에 꼬마전구나 앵두 전구라고도 불리는 줄 전구가 금빛을 발하며 주렁주렁 늘어져 있고, 꽃가루를 넣어놓은 속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풍선이 풍성하게 매달린 배경은 마치 외국의 파티장을 연상시켰다.
일단 거기까지 본 한 에어리는 자기 SNS 계정으로 헐레벌떡 달려가 자판을 쳤다.
– 얘들아 이번에 컨셉 프롬파티 각 아니냐?????
┗ 이게마따
┗ 님드라 로고 영상 끝까지 보고 오세요ㅎㅎ..
‘끝까지 보고 오라고?’
지인의 말을 들은 에어리는 일단 영상을 마저 재생했다.
‘별거 없는…….’
심드렁하게 영상을 보던 에어리가 입을 떡 벌렸다.
별바다 같기도 한 그사이를 둥실둥실 평화롭게 헤엄쳐 가던 고래는 매끈한 꼬리가 프레임을 벗어나기 직전 급선회하며 야구 배트 모양으로 형태를 바꾸더니 금빛으로 요란하게 빛나는 천장 장식들을 시원하게 쳐 싹 날려버렸다.
‘?!’
갑작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에어리는 그 짧은 영상을 3번 정도 더 반복해서 보았다.
강렬한 시각적 요소와 시원스러운 타격음이 함께하는 파괴 행위가 담긴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마지막으로 볼 때는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잘 후리네…….’
쾌감과 허망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에어리는 눈을 꾹 감았다 뜬 뒤 계정에 다시 글을 올렸다.
– 흥분해서 보다가 바로 뛰어온거라 지금 끝까지 보고 왔는데 방금 고래가 내 완벽했던 프롬파티를 날려버린 것 같다……
┗ 네 생각=내 생각
타임라인을 보니 그녀 같은 사람이 참 많았다…….
– 나 같은 사람 개많음 지금
나 같은 사람이란 우리 애들 하이틴이라고 프롬파티 한다고 앞만 보고 ㅈㄴ 흥분해서 뛰어왔다가 뒤통수맞은 성급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 아닠ㅋㅋㅋㅋㅋㅋ 막판에 내 뒤통수 빢!!!!!!!!! 맞은 느낌
– 나는 중간에 안 끊고 봤는데도 뒤통수 얼얼한데 성급하게 뛰어왔다가 다시 돌아가서 본 사람은 얼마나 허망할짘ㅋㅋㅋㅋㅋ
– 실트 성급한 사람들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 예 제가 바로 그 성급한 사람입니다^^
– 내 주위 에어리들 지금 다 고래가 빠따가 돼서 제 뒤통수를 후려쳤어요
이러는데 대체 뭔 소리임?
┗ (링크) 졸릴 때 보고 오세요 알고 봐도 잠깨는 영상
┗ ㅇㄴ.. 진짜 고래가 야구배트가 돼서 뒤통수를 치네.. 아니 진짜 고래가 빠따가 돼서 그걸..
– 그래도 아에 그렇게 나온 이상 프롬이랑 아예 관련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너무 조음ㅎㅎㅎ 국적이 일단은 미국인 막내가 올해 성인인데 졸업식 대신 프롬파티 한번 가줘야지!!!!!
– 로고영상부터 때깔 죽여준다.. 갈수록 잘 뽑네
– 오르카 하이틴임?? 뜰려고 작정했네,,
– ㅇㅋ 통장 준비됐음 털러와
주열음 이사의 생각에, 하이틴 컨셉을 시도하기에는 지금이 딱 적기였다.
지금까지 유사한 컨셉으로 활동한 아이돌이 손에 꼽힐 만큼 적었고, 그중 남자 아이돌이 대중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잘된 사례는 더욱 적었지만, 그녀가 봤을 때 곧 하이틴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Again’ 때는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컨셉으로 홈런에 성공했다면.
이번에는 약간의 변화구를 던져 고지를 선점해야 할 때였다.
* * *
시간이 흐르며 앨범 정보가 차츰 공개되었다.
이번 미니 4집 타이틀곡 제목은 앨범 이름에 포함된 단어이기도 한 ‘From’이었다.
– 집을 떠난대… 오르카 뭔가 이번에는 약간 반항?적인 느낌일 것 같다
– 센 컨셉이었으면 좋겠다 퍼포 빡세고
– 곡 이번에도 개좋을삘
– 제발 이번에 곡 컨셉 좋은 거 달라고 지문 사라질 정도로 빌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좋아서 지금 울 것 같음ㅜ
최근 인생이 즐거운 에어리들을 특히 행복하게 한 것은 컨셉 포토였다.
이번 앨범의 컨셉 포토는 ‘Fancy’와 ‘Real’, 총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먼저 공개된 ‘Fancy’ 버전은 멤버들이 프롬 파티에 함께 하고 싶은 파트너에게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다양한 방법으로 청하는 순간을 촬영한 듯한 컨셉이었다.
– 어프홈 컨포 미쳤는데.. 하이틴 느낌 제대론데..
– 어디서 들었던 건데 외국에서 프롬 파티 파트너 신청할 때는 절대 그냥 말로만 물어보고 끝내면 안 된대요 무조건 정성 들여서 요란한 이벤트 같은 거 곁들여서 해줘야 한 대요
물론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음 근데 보통 저래야 매너있는거ㅇㅇ
– 지금 사진 하나 뜰 때마다 내 탐라 뒤집어지는 중
– 성하 염색한 건 알았는데 이렇게 제대로 보니까 너무 잘생겨서 미칠것같음..
– 애들 이제 막내까지 싹 다 성인인데 아직도 고딩처럼 풋풋하고 너무 귀엽다 ㅠㅠㅠㅠㅠㅠ
그다음으로 공개된 것은 ‘Real’ 버전이었다.
이전의 ‘Fancy’ 버전 컨셉 포토가 인기인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대낮인데도 커튼을 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안경을 끼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등 정확히 그 반대의 모습을 담았다.
– 궁예해봤는데 팬시 버전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애한테 파트너 되어달라고 하는 거 상상하는 거고 이번에 공개된게 애들의 실제 모습 같다.
– 개웃김 지금 팬시버전은 애들 망상이고 이번에 공개된 게 ‘리얼’이라는 거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너무햌ㅋㅋㅋ
– 우리애들 프롬킹인 줄 알았더니.. 너드아싸였네 오히려 좋다
– 프롬킹은 다섯이 될 수 없지만 아싸는 다섯이 될 수 있다
– 서문결 이 안경 왤케 바보같이 잘어울림..? 안되겠다 내꺼하자
– (사진) 아 우리가 원하는 너드는 이거라고!!
그리고 얼마 뒤, ‘From’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