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3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34화
큐 카드를 흘긋 확인한 MC가 류재혁 쪽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재혁 씨는 또 오르카 멤버 중 한 분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시다고요.”
강지우와 류재혁이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그것도 각각 준우승자와 우승자라는 사실은 소재 하나하나가 소중한 제작진으로서 놓치기 아쉬운 점이었다.
애초에 류재혁이 섭외된 이유 역시 오르카의 강지우였다.
‘명곡은 영원하다’ 제작진이 오르카를 섭외하기로 한 뒤, 빈 출연자 자리를 채울 가수를 물색하다가 류재혁이 물망에 들어왔던 것이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그렇듯 류재혁은 방송이 끝난 뒤 반짝 유명해졌다.
하지만 방송의 후광이 거의 다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강지우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도 뒷말이 안 나올 만한 노래 실력 자체와는 무관하게 개인 인지도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그나마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 흥했기에 ‘천목 류재혁’ 하면 ‘아아 그 사람?’ 하는 시시한 반응 정도가 나왔다.
즉 강지우가 속한 오르카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는 사람이 류재혁이었다.
류재혁도 그 사실을 알았다.
정확히는 팬들의 막대한 화력을 가진 강지우가 오늘처럼 한물간 자신이 다시 재기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정확히는 여기 지우랑요. 몇 년 전에 같이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었거든요.”
“거기서 지우 군이 준우승, 재혁 씨가 우승을 하셨죠.”
“네.”
“맞습니다.”
강지우와 류재혁이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결승까지 가면서 서로를 오래 봐왔던 만큼 서로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이 어떨지 궁금한데요. 먼저 지우 군은 재혁 씨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류재혁이 무언가 크게 바라고 기대하는 얼굴로 “어….” 하고 말을 고르는 강지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강지우가 ‘노래 잘 부르시는 형’이라는 요지의 지극히 무난한 답을 내놓자 어쩐지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면 재혁 씨는요?”
촬영 중이라는 사실은 잊지 않아, 관심이 자신 쪽으로 향하자 실망을 의식적인 웃음으로 덮은 류재혁이 입을 열었다.
“지우는 그때부터 무서운 친구였죠. 고등학생이 나이 많은 어른들 사이에서 떨지 않고 실력 발휘를 했잖아요. 끼도 그렇고 재능도 그렇고. 만약에 그때 지우가 딱 한 살만 더 나이가 많았으면 저는 우승 못 했을 겁니다.”
“아,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지우 군도 많이 성장했을 텐데 그럼 오늘은 질 것 같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무래도 아이돌 보컬 중에서는 지우가 거의 최고가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가수 대 가수로서는 아무래도…….”
언뜻 강지우를 치켜세우는 듯하지만, 강지우가 그간 아이돌로서 불러온 수많은 노래는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며 실력을 교묘하게 깎아내리는 말이었다.
더 말하지 않겠다는 듯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말끝을 흐렸던 류재혁이 어색한 기류가 생겨나기 전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오늘 기회가 생겼으니 개인적으로는 지우랑 오랜만에 진검승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오늘따라 난처한 일이 많이 생기는 강지우를 제외한 오르카 멤버들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 헉하고 놀랐다.
마치 여기 좀 봐달라는 것처럼 대놓고 크게 놀랐기에 MC가 놓치지 않고 물었다.
“아니, 왜 그렇게 놀라세요?”
“재혁 선배님이 저희의 오늘 최대 경쟁자이신 것 같아서요.”
“아, 그러면 오르카도 오늘 재혁 씨를 꺾는 걸 목표로 하시는 건가요?”
“아뇨!”
“저희 목표는.”
무슨 말을 해도 분위기가 있는 서문결이 잠시 말을 멈추자 누군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지우 형을 이기는 겁니다.”
“네에?!”
같은 팀으로 나온 멤버를 이기겠다니.
사실 저 조각처럼 잘생긴 미남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오르카가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더 혼란스러워지는 그룹이라는 걸 늦지 않게 떠올린 MC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진심이 반 정도 섞인 리액션을 성실히 해냈다.
“들어보세요. 지우 형이 몇 년 전에 혼자 ‘명곡은 영원하다’에 나와서 마지막 순서로 1승을 하면서 최종 우승을 했잖아요.”
“그랬죠.”
“그런데 저희가 오늘 2승을 하면. 1승을 한 지우 형보다 1승 더! 수학적으로 봤을 때는 승수가 무려 2배나 앞서기 때문에! 2승만 해도 진짜 우승자가 된 기분을 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온라온이 힘차게 말을 마친 바로 그 순간.
[액티브 스킬 《들어보세요》를 획득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들어보세요》 – 연예계 생활 3년 차에 접어든 당신은 한층 강력해진 혓바닥과 아름다운 철면피로 무장했습니다. ‘들어보세요’라는 문장으로 말을 시작할 때 스킬 효과가 발동됩니다. 사람들은 논리가 있는 듯 없는 듯 없는 당신의 말을 적어도 몇 초 정도는 긴가민가하며 진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누군가는 곧 진실을 파악할 것이고 누군가는 끝까지 헛소리를 진실이라 믿겠지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정신을 잠깐이라도 흔들어놓는 데 성공한 시점에서 그건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죠.아아, 비로소 최강의 스킬을 얻은 당신이 얼마나 많은 인간의 심신을 유린할지 이 자동화 시스템은 두렵기 그지없네요!]
래리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자동화 시스템의 농간으로 또다시 스킬창에 어처구니없는 스킬을 추가하게 된 온라온은 침착히 생각했다.
‘가장 헛소리를 잘하는 건 아무래도 너희 관리국이 아닐까…….’
“너 지금 너희가 무슨 말 하는 건지 잘 모르지…?”
‘명곡은 영원하다’에 전에도 여러 번 출연한 경험이 있는 선배 가수 한 명이 난생처음 들어보는 궤변에 헛웃음을 지으며 딴죽을 걸었지만, 자동화 시스템이 인정한 철면피 온라온은 천연덕스럽게 자기 할 말을 했다.
“으음, 이런 걸 한국말로 뭐라고 하죠? 가성비 승리? 아니면 논리적 승리?”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하자면 정신승리겠지.”
“아니…… 너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온라온이 순간 정말 상처받은 표정을 지은 덕분에 순간적으로 견성하는 자기가 굉장히 큰 잘못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들어보세요!”
그 뒤로 정신승리가 자존감 상승을 위한 사고과정, 줄여서 자상위사가 되는 온라온의 일장 연설이 이어졌다.
끈덕지게 얽힐 건덕지 한 번 만들어보려던 류재혁은 자연스럽게 뒷전이 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게 후후, 웃은 강지우가 멤버들의 드문 관심을 만끽했다.
“지우 씨는 또 왜 웃어요?”
“아, 제가 그동안 멤버들한테 이렇게 인기 있던 적이 없어서 지금 좀 설레네요.”
그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선배 가수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냉정한 평가를 했다.
“그동안 지우 군이 왜 인기가 없었는지 알 것 같아요.”
“선배님이 정확히 보셨습니다.”
긍정하는 반요한과 그에 열심히 끄덕거리며 동조하는 동생들과 너희는 내 편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왁왁 서운해하는 강지우가 한데 모인 오르카의 자리를 일별한 MC가 하하 웃었다.
“팀워크를 비롯한 모든 게 지금 위태위태해 보이는데 과연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그럼 이제 바로 오늘의 순서 정하기 미니게임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 * *
손가락의 섬세한 힘 조절이 중요한 오늘의 미니게임, 테이블 위에서 손으로 병뚜껑 튕겨 멀리 보내기 게임 결과 오르카는 일곱 번째 중에 여섯 번째로 무대를 하게 되었다.
오늘 두 번 이기면 진짜 우승이라는 선배들의 얄궂은 응원을 받으며 대기실을 나선 오르카는 어둑한 백스테이지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조용히 각오를 다졌다.
잠시 뒤 오르카는 과거의 강지우를 이기기 위해 고요한 무대 위로 올라갔다.
– 여섯 번째 가수, 오르카! 나와주세요!
히트곡이 있든 없든 이런 무대에서 아이돌 그룹에 대한 기대감은 보편적으로 낮은 편이라 조금은 심드렁하던 관객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강지우는 몇 마디를 덧붙였다.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몇 년 전 바로 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또 최종 우승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객석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다.
‘우승한 적 있다고?’
‘우승? 아이돌이?’
‘어, 쟤 지우 아냐? 강지우?’
– 그러면, 오늘 두 번째 우승 자신 있나요?
무대 쪽을 맡은 MC가 물었다.
“사실 대단한 선배님들과 함께 대기실에 있을 때는 건방진 후배처럼 보일까 봐 감히 자신하지 못했었는데요.”
물론 지금도 현장 무대 상황은 대기실에 생중계되고 있었으니 선배 가수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까와 크게 다를 바 없었고, 강지우도 그 사실을 알았다.
“정말 자신 있습니다.”
– 오. 자신 있군요.
“오늘 저만큼이나 실력 있는 저희 멤버들이 이렇게 든든하게 함께하는데 그때보다 5배… 아, 5배는 너무 많다고? 그럼 1.5배… 이건 너무 적어? 그래. ……그럼 2.5배 더 멋있는 무대 보여드리겠습니다.”
강지우가 멤버들의 눈치를 보며 수정한 수치에 방청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한다면 네. 절대 질 수가 없겠네요.”
이어진 말에는 농담이나 허언 같은 기색이 전혀 없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연습에서 나온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기에 강지우의 어조는 더없이 확고했다.
– 좋습니다. 그럼 2.5배 멋진 무대 기대합니다.
준비한 곡을 소개한 뒤 조명이 탁 꺼지자 경연장에는 자주 보던 음악방송 무대보다 훨씬 더 엄숙한 분위기가 찾아왔다.
* * *
무언가 잘못되었나 싶을 만치 짙은 어둠.
그 안의 무대는 이미 시작했다.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
소녀의 머리카락 끝에 맺힌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깊은 바닷속 물살이 연주하는 하프처럼 우아하고 엄장한 소리, 해저 화산이 고요히 들끓는 것처럼 낮고 묵직한 소리, 세이렌의 비단결 같은 음률처럼 애틋하고 신비로운 노랫소리.
‘와…….’
빛 한 점 들지 않는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모든 소리가 서로 자연히 섞여들며 일종의 안정감 있으며 포근한 조화미를 자아냈다.
팟, 연한 조명이 들어오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를 해소했다.
‘!’
조명 아래 드러난 광경에 관객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와…….’
핸드 마이크를 손에 든 다섯 멤버가 그 모든 소리를 하나하나 내고 있었다.
반주는 없었다.
오로지 목소리뿐으로, 휴일에 레슨까지 받아 가며 단순한 취미나 개인기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 지 오래인 아카펠라였다.
바닷새야
넌 왜 이리로 날아왔니 물었죠
첫 소절을 맡은 온라온이 가다듬고 가다듬어 수면을 간질이는 바람결처럼 청량한 음색은 관객에게 더없이 긍정적인 첫인상을 성립시킨다.
마음 붙일 곳 없어
예까지 흘러 흘러 온
그 애 보고파 왔어요
그쯤에서, 천상의 목소리 우승자답게 먼저 2연승을 하며 백스테이지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류재혁이 무언가를 예감하고 낯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