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3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33화
‘명곡은 영원하다’는 한 명의 음악가나 작곡가, 작사가 등을 테마로 한 번에 총 7팀이 출연했다.
1번부터 7번까지 있는 경연 순서는 오프닝 때 진행하는 간단한 미니게임을 통해 정했다.
‘미니게임 종류는 매번 달라진댔지.’
또한 이 프로그램은 경연 프로그램답게 승패와 최종 우승자가 존재하는 포맷이었다.
무대 하나가 끝날 때마다 방청객들이 누가 더 좋았는지 일대일로 투표해 생존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1번 참가자는 2번부터 7번 참가자를 모두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거고, 7번 참가자는 딱 한 번만 이겨도 우승이 가능한, 운이 꽤 중요한 시스템이었다.
물론 절대적인 실력을 갖췄다면 순서고 뭐고 상관없이 도장 깨기 하듯 모든 출연자를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지우는 저번에 출연했을 때 컵라면 빨리 먹기 미니게임에서 1등을 차지하며 7번 순서로 경연을 펼쳐 단 한 번의 승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내친김에 우리는 강지우가 출연한 당시 무대 영상을 찾아보았다.
강지우가 하지 말라고 극구 반대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와, 어리다.”
“형 이때는 이렇게 귀여웠는데 왜 지금은…….”
지금 얼굴과 나란히 놓고 보니 영상 속 강지우는 어딜 보니 어린 티가 확 나서 귀여웠다.
“…….”
하지만 강지우의 실력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진짜 이긴다고? 이걸? 날 때부터 삼단 고음 뽑으면서 태어났을 것 같은 인간을?
‘뭐 이렇게 잘해?’
도입부부터 소름이 쫙 돋았다.
몇 년 전 영상을 어쩌다가 찾아왔는지 ‘에어리는요정이라이술만먹고살아요’라는 기묘한 닉네임을 보아 우리 팬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몇 달 전에 남겨 추천이 수백 개인 댓글이 보였다.
– 쥬리다… 이때도 얼굴은 우윤데 보컬은 홍삼진액이네……
“형 노래가 홍삼진액이래.”
“말 되게 찰지게 하신다.”
그 밖에 강지우의 노래에 깊이 감명받은 일반 대중들이 남긴 댓글도 많았다.
–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깊은 감성을 가질 수 있는지요 ..
– 이날 명영 방청 갔었는데 지우는 첫 번째로 무대했어도 최종 우승하셨을 거예요 tv에서 노래하는 모습 더 자주보고 싶네요
– 와우 노래개잘한다 음색 너무 좋음
우리는 새삼…….
헐렁하기 짝이 없는 강지우가 노래를 끝장나게 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저 인간 평소에는 밥 잘 주는 포×몬스터 웅이로밖에 안 보여서 전혀 대단해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하지만 당사자는 우리가 자신을 다시 볼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아, 나 진짜 못해. 왜 저길 저렇게……. 악! 야, 야, 야 그렇게 할 거면 노래 부르지 마!”
이렇게 자신의 머리를 감싸쥔 채 매 순간 호들갑을 떨며 과거의 자신을 향해 혹평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강지우를 보는 멤버들의 눈빛이 차갑고 뾰족해졌다.
저렇게 잘하는 데도 노래를 부르지 말아야 하면, 나는 뭐, 성대를 영원히 봉인해야 하나?
“재수 없어요!”
견성하가 대표로 강지우의 쓸데없는 자학을 냉정히 비난했다.
참고로 나 다음으로 견성하에게 재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 멤버는 강지우였다.
처음으로 프로 가수들과 겨루는 경연 무대에 이런 목소리와 함께한다니 갑자기 자신감이 솟아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강지우가 했던 1승을 넘는 2승으로 목표를 세운 우리는 방청 온 어르신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랜만에 단정한 느낌이 나는 교복 의상을 입었다.
‘멤버 중에 아무도 고등학생이 없는데 교복 의상을 입는 게 맞나…….’
하지만 데뷔할 때부터 이미 성인이었는데 교복을 입은 강지우 외 2인이 있었기에 나 역시 굳이 말로 꺼내지 않고 프로답게 군말 없이 받아 입었다.
그런 뒤에는 함께 출연하는 선배 가수들에게 인사하러 갔다.
걸출한 가수들이 꾸준히 많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 중에 선배들이 많았다.
오늘 출연자 중에는 강지우와 연이 깊은 사람도 있었다.
바로 천상의 목소리 시즌 2 우승자 류재혁이었다.
두 사람은 당시 결승전까지 가며 우승을 놓고 치열히 겨루었던 경쟁자이기는 했지만, 사이가 마냥 나쁘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대기실에 있던 류재혁은 반갑게 웃으며 강지우를 맞이했다.
“오랜만이다 지우야.”
“안녕하세요, 형. 오랜만이에요. 인사드리러 왔어요.”
“인사는 무슨 인사. 따지고 보면 너랑 나는 데뷔 동기… 뭐 그런 거 아니냐.”
“하하, 그래도 정식 데뷔는 오르카로 했는걸요.”
“오르카?”
류재혁이 우리 쪽을 흘긋 보았다.
“아, 모르셨구나. 저희 그룹 이름이 오르카예요. 인사드릴게요.”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웃는 얼굴로 말을 받은 강지우가 명랑하게 인사법을 외쳤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우리는 1년이 넘어가는 신인 아이돌 생활로 언제 어디서나 뻘쭘해 않고 큰 목소리로 인사법을 외치는 법을 터득했다.
아아, 그것이 프로 아이돌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민망해하지 않는다고 상대방이 항상 기껍게 인사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어, 그래. 오늘 잘해보자.”
지금의 류재혁처럼.
어쩐지 떨떠름한 투로 우리 인사를 받은 류재혁은 이후로도 강지우에게만 집중적으로 말을 붙였다.
남은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결국 잠시 뒤 사이에 낀 강지우가 우리 눈치를 슬쩍 보며 넌지시 물었다.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은데 너희 먼저 가 있을래?”
“어, 그럴래요?”
류재혁도 우리가 이 대기실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살가운 투로 말을 건넸다.
“아냐. 기다릴게.”
반요한의 깔끔한 거절에 금방 다시 냉랭해지기는 했지만.
“그러지 말고 먼저 가셔도 되는데. 괜히 세워두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네요.”
그러면 자리를 권하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이 반사적으로 올라왔지만 인내하는 데 성공한 나는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아닙니다. 저희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얘기하세요.”
“그래요. 뭐…….”
보아하니 지금 이게 강지우로서도 썩 반기는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까지 아예 자리를 떠 버리면 저 보기에도 괴로운 대화에는 끝이라는 게 없을 것이다.
“……혹시 콜라보레이션에는 관심 없어? 그때 합동 무대 기억나지? 나랑 너랑 보컬 색도 잘 맞는 편이라 오랜만에 같이 뭐라도 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저희가 아직 신인이라 콜라보 같은 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회사 쪽에 한 번 공식적으로 문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에이, 네가 한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리더잖아 너.”
그렇게 찜찜한 기류가 흐르는 대기실 한쪽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망연히 서 있다가 문득, 나는 류재혁의 뭐가 이렇게 꺼림칙한지 알 것 같았다.
‘왜 모르는 척하지?’
류재혁은 아까부터 오르카라는 그룹을 아예 처음 들어본 것처럼 굴었다.
그게 이상하다.
인터넷 환경과 가까운 20대 후반의 나이에 직업이 가수이기까지 하니 적어도 작년 하반기를 휩쓴 히트곡 중 하나인 ‘Again’이나 ‘Olio’를 한 번쯤은 들어봤어야 마땅하다.
하다못해 예능, 심지어는 뉴스에서라도 한두 번은 우리 이름을 봤을 법도 한데 아예 모른다고?
결정적으로, 좀 전에 강지우에게 했던 ‘리더잖아 너’ 발언.
오르카는 모르는데 강지우가 오르카 리더인 건 알고 있다?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거지.
즉 저 새끼는 일부러 오르카를 모르는 척하는 거다.
왜?
강지우나 우리에게 무안 주려고?
아니면 그냥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
그때,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네.”
“죄송한데 이제 개인 인터뷰 촬영하러 가봐야 해서요.”
래리 나이스.
문을 열고 들어온 이영민의 얼굴을 본 류재혁이 움찔했다.
“아, 네. 금방 갈게요.”
강지우가 살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형 저희 먼저 가볼게요. 죄송해요.”
“그래. 아무튼 아쉽다. 너 정도면 솔로로도 잘됐을 것 같은데.”
뭐지?
단순히 노래 잘한다는 칭찬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아이돌로 데뷔한 강지우와 그 멤버들인 우리를 앞에 두고 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말처럼 들렸다.
“아하하…. 그래도 좋은 멤버들이랑 함께하니까 솔로로 잠깐 활동할 때보다 훨씬 부담도 덜하고 좋더라고요.”
덕분에 사이에 있는 강지우만 끝까지 진땀을 뺐다.
“진짜 가볼게요, 형. 이따 촬영 때 봬요.”
“그래. 이따 보자.”
이게 뭔가 싶은 대접을 받다가 마침내 류재혁의 대기실을 나선 우리는 말없이 이영민을 따라 복도를 걸어 우리 대기실로 돌아왔다.
우리 대기실 문을 닫고 나서야 누가 들을세라 복도를 걷는 내내 딱딱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강지우가 한숨과 함께 사과했다.
“미안. 기분 나빴지.”
“아니야. 괜찮아.”
“원래 저런 형은 아니었는데, 못 보던 사이 좀…… 변했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저렇게까지 음, 껄끄러운 형은 아니었거든.”
어쩌다 저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강지우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늦은 저녁,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 모이고 ‘명곡은 영원하다’ 녹화가 시작되었다.
순서를 정하기 위한 미니게임을 하기에 앞서 MC가 주도해 출연진을 한 명 한 명 소개했다.
옆자리 류재혁에 이어 다섯 명이 모여 앉아 있던 오르카가 소개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아까 류재혁이 대놓고 외면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다들 오르카의 이번 컴백이나 이제까지 했던 다양한 활동을 언급하며 호의적으로 분위기를 띄워주었다.
이미 한 번 오르카를 면전에서 모르는 척했었던 류재혁은 이야기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아, 그게 오르카 노래였어요?” 같은 말만 소심하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