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3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35화
오르카의 경연곡 ‘바닷새’는 어느 섬마을에서 병으로 일찍 죽은 소년이 서로 좋아하던 사이인 여학생을 다시 보기 위해 바닷새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랑 이야기였다.
이슬 맺힌 꽃봉오리만큼 여리고 청명한 하늘처럼 티 없이 순수한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에 편곡할 때도 원곡에 없던 랩 파트를 무리하게 삽입하는 대신 서문결과 견성하도 보컬에 힘을 보탰다.
강지우가 3인분 정도를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강지우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발목을 잡으며 무대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낮추는 그림을 기대했던 류재혁은 노랫소리를 듣고 이를 꽉 깨물었다.
강지우가 3인분을 하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이라고 1인분 이하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문결은 평소에 숨기고 있던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냈으며 어느샌가 보컬 실력이 늘어 있던 온라온도 타고난 음색을 십분 살려 고음을 깨끗하게 내었다.
견성하와 반요한도 자신이 맡은 파트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강지우 혼자였더라면 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색을 곡에 더하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의 신선하고 신기로운 아카펠라로부터 시작된 잔잔한 감동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줄기줄기 흘러 바다에 이르는 강처럼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었다.
“…….”
같은 과 선후배 사이인 강지우와 서문결의 폭발적인 애드리브가 남긴 진한 여운 속에서, 온라온이 마이크를 들었다.
바닷새야
넌 왜 이리로 날아왔니 물었죠
두 사람이 퍼뜨려 놓은 전율적인 설움을 안다는 듯, 이래도 안 우냐고 속삭이는 것 같은 온라온의 처연한 목소리에 도입부부터 흠뻑 빠져 있던 방청객들은 물론이고 대기실에 있던 쟁쟁한 선배 가수들도 한참 전부터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 이제
잊어도 된다는 그 말
해주고 싶어 왔어요
어떻게 잊냐는 대답이 반사적으로 나올 만큼 애처로운 목소리.
눈을 내리깐 온라온의 속눈썹이 포르르 떨리는 모습을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담았다.
완벽한 마무리였다.
“…….”
짝 짝 짝짝짝짝짝…….
은은하던 조명이 평소 상태로 완전히 밝아지기 전부터 방청석에서는 격렬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거나 크게 감동해 눈물을 글썽이는 방청객이 적지 않았다.
다른 것보다 류재혁에게 질까 봐 기합이 잔뜩 들어가 모든 힘을 다 쏟아낸 뒤 안도한 오르카가 그제야 서로를 향해 미소했다.
반대로 열광적인 반응으로부터 자신의 패배를 예감한 류재혁이 허탈한 미소를 지을 때, 대기실에서도 감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와…….”
“이거는 진짜, 반칙이지…….”
“서교 씨는 이 무대 어떻게 보셨나요?”
“아… 말이 안 나오네요. 너무 좋아서요. 일단 방청객분들이 어떤 판정을 내리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오르카 분들이 우승까지 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라온 씨가 잊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왔다는데, 아니, 대체 어떻게 잊어요, 그걸.”
“그러게요. 그 정도면 진짜 다음 생에도 못 잊을 것 같은데요.”
“저는 처음에 불이 딱 켜지는데 다섯 분이 자기들 목소리를 악기로 삼아서 반주를 까시는 게 보였을 때, 너무 소름이 돋았어요. 설마 직접 부르는 거겠어 했는데 설마가 진짜 사람 잡더라고요.”
“맞아요. 아카펠라가 진짜 어디 반주 틀어놓고 부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더라고요.”
“요즘 아이돌분들이 엄청 다재다능하다니까요.”
좋은 반응 속에서 이어진 방청객 투표.
안무나 무대 장치 등 퍼포먼스적인 요소 없이 순수하게 뛰어난 가창력이 바탕이 되는 무대를 보여준 만큼 당연하게도 오르카가 압도적인 격차로 류재혁을 꺾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마지막 7번째 가수는 공교롭게도 축제 분위기처럼 신나게 편곡한 무대를 준비해 왔다.
몇 시간 전 미니게임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고 7번째 순서를 확정한 뒤 크게 기뻐했던 가수는 오르카의 무대를 본 뒤 반쯤 승리를 포기한 상태였다.
‘이걸 어떻게 이기냐고.’
나머지 반쯤은 앞선 무대와 완전히 대조되는 분위기인 만큼 방청객들의 흥이 더 오르는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역시나 오르카가 휩쓸고 간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방청객들에게는 오히려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말았다.
– 오늘의 최종 우승! 또 한 번 영원히 남을 명곡은…… 오르카! 축하드립니다!
아이돌이 ‘명곡은 영원하다’에 보컬 멤버 단독이 아닌 단체로 출연해 우승까지 간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오랜만이라 꽤 화제가 될 것이다.
오르카는 염원하던 2승을 통해 과거의 강지우를 패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기대하지 않던 최종 우승까지 거둘 수 있었다.
“응. 그래도 나는 트로피 이제 두 개 너네는 이거 한 개.”
“…….”
“불만 있으면 너네도 혼자 나와서 혼자 최종 우승해 보시든가 하하! 하하하하!”
아까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게 많이 서러웠는지 드물게 멤버들에게 말로 이기는 데 성공한 강지우였다.
녹화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 퇴근하기 전, 강지우는 안 좋은 표정으로 대기실에 스태프나 매니저도 없이 혼자 남아 있던 류재혁과 따로 만났다.
“지우야…….”
“솔직히 말하면 오늘 형한테 정말 크게 실망했어요.”
자리에는 멤버들 앞에서 실없이 철없이 푼수처럼 웃던 맏형은 어디 가고 차분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할 말을 전하는 그룹의 리더가 있었다.
“노래 실력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
“제 성격 아시죠? 아무래도 형한테 좋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형이랑 그동안 알고 지낸 정이 있는데 말하려고요.”
→ 이거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오해하기 없기.
“오늘 같이 녹화했던 형보다 더 유명하고 더 실력 있고 더 경력이 오래된 다른 선배님들도 저희를 크게 환영하고 반기시지는 않더라도 형처럼 그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무시하시지는 않았어요.”
→ 대선배들도 그렇게 하는데 너는 대체 뭐가 얼마나 잘났다고 그러냐.
“미…….”
“저한테는 사과할 필요 없으니까 애들한테는 꼭 사과하셨으면 좋겠어요.”
안면도 없는 어린 애들한테 고개 숙이기는 싫어 친한 사이라고 혼자만 생각하는 강지우에게만 대충 사과하고 상황을 모면하려던 류재혁이 멈칫했다.
정작 그 안면도 없는 어린 애들에게 실례를 저지른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은 뒷전이었다.
“애들이 가는 곳마다 성격 좋다는 소리 들을 만큼 착해서 어디 가서 형이 그런 사람이라고 일부러 말하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혹시 또 모르잖아요. 어쩌다가 방송국 피디님이나 작가님이 형 어떠냐고 물어보시면 저희는 있는 그대로 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서요.”
→ 우리 애들 요즘 여기저기서 불러줄 만큼 잘나가는데 업계 평판 망가지는 거 감당할 수 있으면 계속 뻗대보시지.
“퇴근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죠. 가볼게요, 형.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또 봐요.”
예의 바르게 인사한 강지우는 류재혁이 다른 말을 꺼낼 새도 없이 자리를 떠나 사랑하는 동생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잘 말하고 왔어?”
“당연하지. 이 형이 또 내 가족한테 나쁜 짓 하려는 사기꾼이랑 협잡꾼이랑 무뢰배한테는 강하단다.”
물론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강지우는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은 우리 집 바보 맏형이 아까처럼 또 무시당하고 왔을까 봐 걱정하며 자기가 류재혁을 찾아갈지 말지 고민하는 온라온을 열심히 말려야 했다.
* * *
며칠 뒤 류재혁이 회사를 통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멤버들은 승자의 여유를 발휘해 류지혁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사실 그런 사소한 일에 일일이 신경 쓸 틈이 없어 잊은 듯 넘겨버렸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안 그래도 바쁜 컴백 기간에 경연까지 빡세게 준비하느라 멤버들을 더더욱 피로하게 했던 ‘명곡은 영원하다’ 녹화가 끝낸 뒤에도 스케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잡지 인터뷰, 위튜브 컨텐츠 촬영, 라디오 스케줄, 각종 예능 촬영, 팬 사인회 등.
컴백 전후로 많다는 말로도 부족한 양의 스케줄을 계속 소화해 나가는 오르카가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는 ‘대세’였다.
그런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듯 오르카에게 ‘명곡은 영원하다’ 우승 말고도 축하할 만한 일이 많이 생겼다.
예를 들어, 드디어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 트로피를 받은 일이라든가.
“이번 주 1위는?”
“네. 오르카, 축하합니다.”
뮤직팡팡 MC 온라온이 들고 있던 트로피를 옆에 있던 강지우에게 건넸다.
에어리들은 막내가 주는 트로피를 받아 눈 맞은 소박이처럼 행복해하는 강지우만큼 기뻐했다.
– 뮤팡에서 1위해서 라온이가 형들한테 트로피 주는 모습을 드뎌 보는구나ㅠㅠㅠㅠㅠㅠ 옆에 하람님도 같이 기뻐해주시는 것 같아서 두 배로 좋다ㅠㅠㅠㅠ
– 짱르카 뮤팡 첫 1위 너무 축하해!!! 진짜 진짜 사랑해 오늘 무대도 앵콜무대도 너무너무너무 좋았어 #From4stWin
– 강지우씨 지금 신인상 받을 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시는데요 오르카 리더로서 온라온 개인팬 논란 해명 부탁드립니다
┗ 이 사람 자칭 올팬 네임든데 피드백 없이 계속 막내만 편애하더라고요;;;
그다음 주에는 시간이 흘러 오르카가 출연한 ‘명곡은 영원하다’가 방송했다.
방송 뒤, 언제 어디서나 빛을 발하는 오르카의 예능적인 면모는 물론이고 아카펠라를 비롯한 무대가 제대로 화제가 되었다.
– 찢었다
– 0:21 가운데 악기분은 어쩌다 사람이 되신 건가요?
– 맨 왼쪽 마이 입으신 드럼분 저희 크루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생각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 찐이다
┗ 마이 입으신 드럼분이라는 게 왤케 웃기냨ㅋㅋㅋㅋㅋㅋ
– 와 무대가 거의 5분인데 길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드네
– 여러분 아카펠라 꼭 이어폰 끼고 들으세요
– 라온이 음색 진짜 좋다는 거 새삼 느낌 마지막에 잊으라는데 제발 잊지 말라는 것처럼 들려서 울컥함… 울 엄마도 우셨음ㅠㅠㅠ
– 지우 혼자 나와서 우승했을 때보다 더 자신감 있고 행복해 보여서 좋다 우승 축하해!
– 4:38 여기 지우랑 같이 애드립하는 문결아니고결 평소에 랩포지션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음
┗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 래퍼라니 대체 오르카는 어떤 그룹인가요……
┗ 쩌는.. 그룹이요..
* * *
그로부터 며칠 뒤, 고경윤에게 연락이 왔다.
고어웨이지오 [명곡은 영원하다 방송 봤어요. 우승 축하해요. 이번에 한국 들어가면 며칠 휴가받을 것 같은데 다음 달에 시간 언제 괜찮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