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3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36화
고경윤과 내 관계가 변할 만한 계기가 되는 일이 있었던 작년 아이돌 체육대회가 끝난 지도 벌써 몇 달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녀석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간 서로 워낙 스케줄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는 올해 1월 이후로 리프틴이 한국에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요사이 리프틴은 조금 이르게 해외 활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게 과연 그룹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해외 파이를 진심으로 넓히려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그쪽 소속사가 리프틴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의 짧은 계약 기간 안에 콘서트를 돌며 수익을 최대한 뽑아내려 하는 건지를 나로서는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리프틴 멤버들이 며칠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며 어마어마한 강행군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물론 우리도 헐렁한 외면과 달리 능력은 좋은 차해인 실장이 새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신중한 논의 결과 당분간은 국내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걸로 결론이 났다.
오르카의 특징이자 장점은 요즘 남자 아이돌답지 않게 그룹의 대중성을 초반부터 확보했고 멤버들의 개인 인지도가 고루고루 높다는 것이다.
그런 대중성을 바탕으로 나와 멤버들은 작년 말부터 여러 매체의 프로그램들에 활발하게 섭외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돌고 도는 업계이다 보니 여기서 잘하면 그걸 보고 저기서 섭외가 오고, 저기서도 잘하면 또 다른 데서 연락이 왔다.
인기가 인기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물론 우리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전 세계적으로 팬이 수만 명 늘어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보다 작은 규모로 적용했을 경우 우리에게 정확히 들어맞는 분석이었다.
아마도 대세라는 건 보통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거겠지.
요즘은 별생각 없이 멤버들이랑 밥을 먹으러 가도 식당 사장님한테 모 방송 잘 보고 있다는 말과 함께 뭐라도 더 챙겨주시는 서비스를 받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기존 아이돌 팬층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반응이 올 때 갑자기 몇 달 동안 해외로 훌쩍 나가 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떻게 되기는.
이제까지 이루었던 것들이 헛된 일이 되겠지.
관심이나 인기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금세 사라졌다.
모처럼 가진 장점을 그런 식으로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이번 앨범 해외 반응이 역대급으로 좋은 걸 보아 오르카가 해외에서는 통하지 않는 그룹은 또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언젠가 우리도 해외로 나가기는 해야겠지.
아무튼 고경윤의 말로 보아 리프틴이 드디어 길었던 해외 일정을 마무리 짓고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달이면 우리도 ‘Again’만큼은 아니지만 길었던 미니 4집 활동을 종료하고 짧게나마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었다.
휴가로 받은 마지막 날을 알려주니 고경윤 쪽에서도 곧 괜찮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어웨이지오 [그럼 그때 봐요.]
고경윤은 그날 무슨 말을 할까?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고경윤이 그날 특유의 예의 바르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내게 할 말이 조금 궁금해졌다.
* * *
한 달 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4주에 걸친 ‘From’ 활동을 마무리한 오르카는 염원하던 휴가를 받았다.
이번 앨범 활동의 성과를 요약하자면, 7개의 음악방송 1위 트로피와 여전히 음원 차트 상단에 위치한 나의 ‘From’과 서문결의 ‘A to Z’, 그리고 두 곡으로 유입된 국내외 팬들이었다.
특히 해외 팬들이 정말 많이 늘어나서 요새는 비앱 라이브 방송을 켜면 한국어 댓글을 찾아 읽기가 힘들었다.
이 뒤로 여전히 각종 행사나 다음 앨범 준비와 같은 스케줄들이 우리를 열렬하게 기다리고 있었기에 허락된 휴가는 딱 사흘이었지만 그게 어디냐.
우리는 작년 추석맞이 아이돌 체육대회가 끝난 뒤부터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아무리 스스로의 직업과 그에 따른 일들을 즐긴다고는 해도 중간에 낙오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신기할 정도로 일과 삶의 균형이 어그러진 생활이었다.
이건 회사가 배려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야 하니까 하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업계의 평균적인 노동 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중에는 육체의 피로와 소모를 말끔히 낫게 해주는 은총으로 도저히 커버가 안 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지쳐 버렸다.
우리 상태가 어지간히 가련해 보였는지 반가을 대표는 큰 결심을 하고 휴가가 시작되기 전, 우리에게 한우 사 먹으라며 카드를 하사했다.
그러면서 이번만큼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푹 쉬기만 하라면서 휴가 동안의 연습실 출입까지 금지해 버렸다.
그 결과, 멤버들은 휴가 첫날에는 마치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처럼 단체로 숙소에서 서성거리기만 했다.
늘어지게 빈둥거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대뜸 쉬라고 시간을 줘 버리니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럴 때인가 불안해져서 도무지 마음 놓고 쉬지를 못하겠다는 말이 훨씬 더 정확했다.
바쁠 때 한두 판씩 하면 그렇게 재밌던 게임도 기계적으로 몇 판 하다가 영 아닌 것 같아서 놓아버렸다면 나와 견성하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아까울 만큼 한나절을 어영부영 흘려보낸 다음에는.
“…….”
잤다.
“…….”
자고, 자고 또 잤다.
중간에 눈치 없이 눈이 떠져도 아직 더 잘 수 있다면서 억지로라도 다시 잠들었다.
언제 처음 잠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잠이 도저히 안 온다 싶을 때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쉬며 눈을 뜨니 벌써 휴가 둘째 날의 느지막한 오후였다.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TV 채널을 의미 없이 돌리다가 잠들었는지 거실에는 나 같은 멤버들이 누가 덮어줬는지 모를 이불을 덮고 주르륵 누워있었다.
막 눈을 떴을 때는 아는 얼굴의 시체가 널려 있는 줄 알고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었다.
다행히, 내가 깨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멤버들도 다 정신을 차리고 부스럭부스럭 일어났다.
“흐아암…… 좋은 아침.”
“지금이 몇 신데 아침이야.”
그러자 지금도 지구의 어딘가는 아침일 것이라는 늦잠을 자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해봤을 궁색하고 구차한 말이 돌아왔다.
범상치 않은 점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지금 아침인 도시 이름과 그 시각들을 몇 가지나 정확하게 말했다는 거지만, 말한 사람이 반요한이니 그리 이상한 축에 들지도 않았다.
어찌어찌 눈을 뜨기는 했지만, 여전히 머리는 몽롱했다.
눈을 뜬 우리는 소파에, 옆 사람 어깨에, 쿠션에 기대어 다시 한참 멍을 때렸다.
“……다들 약속 없어요?”
왜 다들 친구 없냐는 말로 들리지.
“내가 뼛속까지 I라서…….”
“웃기지 마. 나는 아직 그거 인정 안 했어.”
“네가 인정 안 하면 어쩔 건데?”
“……배고프다.”
문득 튀어나온 서문결의 말에 나와 견성하의 입씨름이 멈췄다.
약속이라도 한 듯 곳곳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푸핫, 웃음을 터뜨린 강지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먹자.”
한숨 푹 자고 난 다음에 할 일은 당연히 식사였다.
강지우가 솜씨를 발휘해 배를 채우고 나니 비로소 심신의 긴장이 완전히 풀리며 이제야 휴가라는 자각이 들었다.
밥 먹은 뒤에는 TV로 그나마 최신의 것에 속하는 영화를 하나 골라 쭉 봤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보통 휴가 때도 멤버들끼리 이렇게 붙어 있나…….’
아니, 싫다는 건 아니지만, 휴가를 받으면 한두 명 정도는 그리 멀지도 않은 집에 다녀올 법도 한데 아무도 갈 생각을 안 했다.
너무 피곤해서 못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야, 방금 진동 누구야 누가 폰 켜놨냐.”
“나야.”
“폰을 켜놔? 휴간데?”
휴가 기간 중 숙소에 있는 동안에는 휴대폰은 만일을 대비해 강지우만 켜두고 나머지는 다 끄기로 했다.
“이 형, 휴가를 보내는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구만.”
“빨리 꺼.”
“안 돼… 조별과제 연락받아야 해…….”
낡고 지친 반요한의 답에 우리 모두 숙연해졌다.
‘불쌍한 자식.’
말했었나?
반요한은 이번 학기부터 S대 경영학과 2학년으로 복학했다.
이 때문에 모처럼 받은 휴가에도 녀석은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밀린 과제를 하고,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학교로 강의까지 들으러 가야 했다.
무리해서 졸업할 만큼 학문에 뜻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녀석이라도 부모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자발적인 노후 대비?’
아무리 오르카가 잘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평생 아이돌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그 가정을 일단 밀어두었다.
당사자가 그런 내색을 한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런 추측을 하면 안 되겠지.
마음에 걸리는 순간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거실에서 자는 우리를 두고 자기 방에서 과제나 하는 게 불쌍해져서 은총 마사지나 해줬다.
그렇게 영화까지 해치우고 나니 다시 할 일이 없어졌다.
“작년에 휴가받았을 때는 우리가 밖을 그렇게 돌아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아…….”
“그런 날도 있었지.”
“1년 차이가 무섭구나….”
“막내야, 지금을 즐겨라.”
“무슨 소리야. 형은 지금도 새파랗게 어려.”
그렇게 휴가 둘째 날이 지나가고.
대망의 휴가 마지막 날.
이날은 다들 조금씩은 생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집에 잠깐이라도 다녀오거나, 지인을 만나거나, 하고 싶었지만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했던 일을 하거나.
나 또한 고경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먼저 와 있던 고경윤은 과연 처세술의 달인답게 올 때도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받아요.”
적당히 해외 기념품 느낌이 나면서도 너무 부담스럽지는 않은 가격대의 선물인 것을 확인하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도 뭐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괜찮아요.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건데요. 나중에 해외 스케줄 다녀오실 때 작은 거라도 챙겨주시면 고맙겠지만요.”
“그래, 뭐….”
선물을 잘 챙겨 옆자리에 놓은 나는 처음부터 쭉 묻고 싶었던 걸 물었다.
“……할아버지는 왜 여기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