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7화
래리의 예측이 실현되기 전까지 벌어진 일을 정리해 보자면.
일단 나는 약 2년 만에 ‘숨겨왔던 나의 재능’이라는 이름의 작곡 퀘스트 달성에 성공했다.
[돌발 퀘스트 [숨겨왔던 나의 재능> 완료!]내가 쓴 곡에 스스로 깊이 만족하는 것이 그 퀘스트 달성 조건이었는데, 아마도 에어리들이 첫 번째 콘서트에서 내 노래 ‘Again’에 맞추어 슬로건 이벤트를 해줬을 떄 조건을 충족한 것 같았다.
아, 수천 명이 외치던 사랑을 떠올리니 다시 가슴이 뛴다.
어떻게 그 이상 만족할 수 있을까.
‘콘서트 빨리 또 하고 싶다.’
울었던 건 좀 부끄럽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퀘스트 확정 보상으로 액티브 스킬 《뇌트워크》, 스탯 포인트 +10, 소정의 경험치가 지급됩니다.]이번에도 스킬 이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협업이라 할 만한 경험은 저번에 서문결과 했던 게 다인데, 그때 딱히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아서 이 스킬이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다른 건 둘째치고, 이 스킬 이름 같은 건 대체 누가 짓는 거냐.
래리냐?
누군지는 몰라도 반가을 대표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구린 작명 솜씨였다.
“라온아.”
“저 아무 생각 안 했어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내 뒤에서 반가을 대표가 불쑥 나타났다.
“나도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의심스러워하는 눈초리가 내게로 향했다.
“으흠, 무슨 일이세요?”
“9월에 뉴욕에서 코리아 콘서트 출연하기로 한 거 들었니?”
“네.”
참고로 코리아 콘서트는 뮤직박스를 산하로 둔 알트의 주최로 매년 일본과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제법 큰 규모로 개최하는 케이팝 콘서트이다.
그동안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은 뮤직박스나 알트 관련 행사나 방송 프로그램에는 뚝심 있게 출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콘서트 VCR에 나와 반요한, 서문결의 픽하트 시절 영상이 담긴 걸 보면 살얼음판 같던 시드와 뮤직박스의 관계도 점차 회복되는 중인 듯했다.
‘이번에 조작 피해 보상금도 들어온다고 했고…….’
누구보다 뮤직박스와 알트를 싫어하는 회사에 일임해 두었던 나와 서문결의 순위 조작 피해 보상금 합의도 양측이 끝까지 팽팽하게 기 싸움을 벌이다가 최근에서야 겨우 끝났다.
건너 건너 듣기로는 얼마 전에 픽하트 시리즈 조작 사건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인해 ALT에서 엔터테인먼트 쪽을 담당하는 윗사람들이 대표이사부터 싹 갈려 나갔다는데 이것도 다 그 여파인 듯싶었다.
“너는 집에 못 간 지도 벌써 몇 년 됐잖아. 아무리 한국에 적응 잘했다고는 해도, 고향 집 그리울 텐데 이번에 미국 가면 다음 앨범 활동 들어가기 전에 휴가 최대한 길게 빼줄 거니까 이참에 집 가서 푹 쉬라고. 길게…라고 해봤자 너희 컴백 일정 때문에 일주일 정도겠지만.”
“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다음 달이면 드디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 녀석의 고향에 발 들이게 되는 셈이다.
“애들한테는 네가 전해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져 오는 가족 문제는 나중에 성찰해 보도록 하고.
멤버들한테 휴가 소식을 전해줬더니 다들 해외여행이라고 어린 애들처럼 들떠 가지고 그날 밤에 숙소에 모여 여행 계획을 짜다가…….
* * *
“……잠들었나?”
“아뇨. 제가 불렀습니다.”
“!”
이번에는 전처럼 래리와 착각하는 일 없이 제로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동의 없이 납치하는 것도 가능한 거였어?
저번에는 래리인 척하려고 일부러 구색을 맞췄던 건가.
“오랜만입니다.”
“너…….”
항상 보던 책상도 없이 텅 비어 불길한 분위기만 감도는 공간에는 나와 놈밖에 없었지만, 다행히도 내 앞의 제로는 여전히 굵은 사슬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다만 제로를 속박한 사슬은 군데군데 금이 쩍쩍 가 있고 사슬에 감돈 빛도 저번에 비하자면 훨씬 희미한 등 상태가 영 안 좋은 게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아 보는 입장에서 몹시 불안했다.
물론 나는 그런 불안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귀찮게 부를 거면 차라리 콘서트 때 대기실로 꽃다발 들고 찾아오지 그랬냐? 사흘 내내 왔다며?”
“광대 노릇 하는 꼴이나 구경할까 해서요. 과연 우스워서 웃음이 도저히 멈추질 않더군요.”
“원래 나 보는 사람들은 다 웃어. 웃음이 안 나오고는 못 배길 만큼 잘생겼거든. 보아하니 이렇게 자꾸 따로 부를 만큼 너도 날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만났으니 사인이라도 해 줄까? 참, 해줘도 받을 수가 없겠구나. 그렇게 꽁꽁 묶여 있으니.”
“…….”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녀석이 싸늘하게 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끌어볼 속셈인 것 같은데, 당신에게는 안타깝게도 그 풋내기는 못 옵니다.”
“…….”
“사흘 내내 효율이 떨어지는 인형에게 빙의한 채 경기장 전체의 이상을 살피며 저를 견제하느라 상당한 힘을 소모했을 테니.”
사실이었다.
이영민은 콘서트 일정이 끝나자마자 전에 다친 다리가 아프다면서 병가를 냈고 내게 제로에 대한 걸 경고한 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래리로서는 그렇게 될 걸 알면서도 제로의 수작에 당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원래 지키는 게 훨씬 어려운 법이다.
“덧붙이자면 만약 여기서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 또한 현실로는 영영 돌아가지 못할 겁니다. 허튼 생각은 마세요.”
……일단 한 대 날리고 시작할까 고민했는데 안 그러길 잘했다.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녀석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저를 구속하는 사슬을 파괴해 주시죠.”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저번과 같은 목적이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누구 좋으라고? 패션이라며. 너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데 그냥 평생 그 꼴로 살아라.”
“풋내기에게 듣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이 제압의 무한고리는 이미 가진 힘을 거의 다해 얼마 지나지 않아 저절로 풀릴 겁니다.”
“……어차피 풀릴 거라면 굳이 나한테는 왜 부탁하는데?”
“걸리적거리는 건 한시라도 빨리 치워버리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건 부탁이 아닌 거래입니다. 당신이 결코 거절할 수 없을.”
“!”
오피스텔에 있던 그 녀석의 편지가 나와 제로 사이의 허공에 갑자기 나타났다.
나는 편지를 보자마자 곧바로 낚아채려 했지만, 실물이 아니라 홀로그램 영상 같은 거였는지 내 손은 목적한 것을 그대로 통과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죠?”
“너…….”
“거래에 응해도, 응하지 않아도 사슬은 알아서 풀립니다. 당신으로서는 하나라도 얻어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 *
잠시 뒤.
온라온은 거래를 승낙했다.
“……편지부터 줘.”
“아쉽지만 현실 세계의 물건은 여기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걸 풀어주시면 바로 가져다 놓도록 하죠. 이런 일로는 거짓말하지 않으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만약에 이 사슬이 풀린 뒤 나를 죽이면 다시 태어나서 널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걱정 마세요. 당신을 죽이는 건 제가 아닙니다.”
살벌한 말을 주고받으며 온라온은 제로를 구속한 사슬을 한 손에 쥐었다.
그리고 손에 가볍게 힘을 주자 굵직하던 사슬은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빛을 완전히 잃고 자잘한 조각과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제로가 팔을 움직여 툭툭 남은 사슬 조각을 떨어뜨릴 때였다.
“!”
온라온은 돌연 제로의 얼굴이 있을 만한 방향으로 손을 휙 뻗었다.
제로가 온라온의 손길을 떨쳐내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안면 인식을 방해하는 투명한 막 같은 걸 벗겨내는 손가락 끝에 걸린 무언가가 결국 파삭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게…….”
제로의 낯이 천천히 드러났다.
눈앞에 드러난 실체에 온라온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신이 빚은 것처럼, 아니 그 신 자신이 강림한 것처럼 아름다운 용모였다.
새하얗게 바랜 머리카락이나 이것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한 선홍색 홍채까지, 어느 하나 이 세계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온라온은 충격에 도저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로의 얼굴은 틀림없이 온라온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 * *
“……!”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내 의자에 앉아서 두꺼운 책을 읽던 반요한이었다.
‘여긴… 내 침대군.’
내가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다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한 반요한이 의자를 끌고 침대 옆으로 왔다.
“일어났어?”
“……어. 몇 시야?”
“오후 2시. 어제 얘기하다가 갑자기 잠들어서 놀랐잖아.”
“미안. 형은 왜 여깄어?”
“성하 아침에 촬영 갔는데, 너 계속 악몽 꾸는 것 같다고 상태 좀 봐달래서.”
“아니야. 괜찮아.”
사실 괜찮지 않았지만, 당장 이영민한테 연락해서 제로에 대한 것을 물어야 했다.
왜 그게 내 얼굴을 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듯싶었다.
“다행이네. 그럼 나랑 잠깐 얘기 좀 할래?”
“무슨 얘기?”
반요한이 대답 대신 내게 건넨 것은.
“!”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그 날에 잃어버린 줄 알았으나 제로와의 거래로 돌려받기로 한 그 애의 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