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5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52화
“안녕하세요.”
알트 관계자는 한국에서부터 입고 있던 화려한 바캉스 의상을 아직 갈아입지 못한 우리를 보고 차마 크게 웃지는 못하고 뺨만 씰룩였다.
안 그래도 공항 인파 속에서 잠시 놓아주었던 튜브나 물총 등을 되찾아 여기로 오는 길부터 직장에서 퇴근하던 뉴욕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우리였다.
옷보다는 잘난 얼굴의 영향이 크리라 굳게 믿었기에 별로 창피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TPO라는 게 있으니 이 길로 우리를 위해 콘서트장에 마련되어 있을 대기실로 가서 평범한 사복으로 갈아입을 생각이었는데, 그러기도 전에 이렇게 딱 붙잡힐 줄은 몰랐지.
곽상현이 긴 한숨을 참아낸 것 같은 착잡한 얼굴로 천장을 잠시 올려다봤다.
이쯤이면 우리가 일단 저지르고 보는 비-논란성 사건에 적응할 법도 한데 곽상현은 아직도 우리를 사사건건 창피해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웃음을 수습한 알트 관계자가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듣던 대로 에너지가 좋은 분들이네요.”
좋게 포장해주는군.
일단은 말 그대로 고압적이고 막 나가던 이전과 달리 상당히 싹싹한 태도였다.
“일정 안내해 드리기에 앞서서 여러분께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어떤 거죠?”
곽상현의 물음에 알트 관계자는 조금 남아 있던 웃음기를 완전히 거두었고 우리도 덩달아 정색했다.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간간이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 주위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거침없는 사과였다.
‘이야, 이번에 싹 물갈이했다더니.’
이건 눈앞의 알트 관계자가 그 개인과는 별 상관도 없는 우리에게 진짜 미안해서 하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 그동안 꼬일 대로 꼬여 있던 양측의 관계를 수습하고자 하는 입에 발린 소리일 테지만.
계속 막무가내로 나오는 것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알트로서는 시드처럼 작은 엔터사 하나 정도는 별 신경도 쓰지 않고 말 같지도 않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전처럼 냉전을 유지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 현재 알트의 윗선이 기존 임원진의 적폐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재탄생한 거라면 아무리 콧대 높은 대기업이라도 대중적으로도 알려진 차별 사례인 우리를 전처럼 괄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일에는 직접 나서지 말라고 미리 들었던 우리는 얌전히 한발 물러나 있고 곽상현만이 속내를 감추고 사람 좋게 웃으며 알트 관계자를 만류했다.
“아닙니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특히 라온 씨랑 결 씨는 그 일 때문에 상심 많으셨을 텐데.”
괜히 얽혀줄 이유가 없는 나와 서문결이 “괜찮습니다.” 하고 짤막하게 답한 뒤 깔끔히 물러나자 곽상현이 타이밍 좋게 다시 나섰다.
“박 팀장님이 저희한테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걸 저야 이미 잘 알고 있는데, 아무 잘못 없는 분께 이런 사과 받아서 뭐 합니까. 이거 괜히 저희가 더 죄송스러워지네요.”
알트 관계자를 사사롭게 생각해주는 양,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으려는 개수작을 물리치는 솜씨가 탁월했다.
“예. 당연하죠. 위에서도 그동안 전임자가 오르카 포함해서 시드에 부당한 대우를 해왔다는 걸 잘 아셔서 앞으로 더 신경 쓰실 거라 하십니다. 다른 시드 소속 가수분들도 그렇지만 오르카는 특히 눈여겨보고 있거든요.”
캬, 꼬리 자르기까지.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필요할 때는 좋게 좋게 대하다가 볼일 없어지면 내버리는 게 방송국이고 대기업이라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아무튼 그쯤에서 곽상현은 먼저 가 있으라며 우리를 같이 있던 이영민과 함께 대기실로 보냈다.
* * *
의상을 갈아입고 리허설을 위해 각자 큼지막한 이름표를 차고 있을 때 피곤한 얼굴을 한 곽상현이 대기실에 들어왔다.
‘어쩐지 곽상현 앞에 제일 자주 붙는 수식어가 ’피곤한‘ 아니면 ’피로한‘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형, 왔어요?”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되긴. 자꾸 이상한 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길래 듣기 싫어서 그냥 와버렸지.”
저렇게 퉁명스럽게 말해도 곽상현은 자기 할 몫은 착실하게 하고 왔을 사람이라 별걱정은 안 됐다.
“형 멋있어요.”
“형 최고.”
멤버들이 딱 좋은 힘으로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가져다주는 등 미국까지 와서 사회생활 하느라 힘들었을 곽상현을 격려했다.
“아유, 고맙다 얘들아. 쟤네 갑질 때문에 너네나 대표님이나 겨울 씨, 우리 직원들 속 썩은 게 얼만데 어딜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없던 일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곽상현은 부족한 에너지를 수혈하듯 커피를 몇 모금 쪽쪽 빤 뒤 눈을 번쩍 뜨며 정신을 차렸다.
“지금 리허설 하러 가면 되는 거지?”
“준비는 거의 끝냈는데 지금 대현이 형이 차에서 마이크 가지고 오고 있다고 했어요. 금방 올 거예요.”
“그래 그럼 대현 씨 오면 바로 출발하자.”
“네.”
“참, 그리고 내일 라온이랑 결이 스페셜 MC 하게 됐어.”
곽상현이 나와 서문결에게 얇은 대본을 한 부씩 내밀었다.
“스페셜 MC요?”
다른 멤버들이 케이블 음악 방송에서 한 번씩 스페셜 MC를 할 때도 빠져 있던 서문결은 갑자기 자기 이름이 불리자 조금 놀란 눈치로 대본과 곽상현을 번갈아 살폈다.
‘미국에서 미국인인 나한테 MC를 맡기는 건 그렇다 쳐도 남은 4명 중에 서문결까지 지목하는 건…….’
아무래도 시드와 알트의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굳이 픽하트 조작 피해자들만 콕 집은 것 같았다.
어쩐지 절찬리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만, 이번 일로 뮤직박스와 알트에서 얻는 것도 꽤 있었으므로 온 기회는 일단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뭐, MC 자체가 나쁜 일도 아니고.’
실제로 무대에 올라가 보니 공연장이 생각보다 커서 대형의 크기나 동선 이동 등에 평소보다 신경 써야 했다는 점 말고는 특별한 문제 없이 첫 해외 무대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라온아 안 피곤해?”
“네. 괜찮아요.”
“지금 시간 있을 때 좀 자 둬. 오늘 할 거 많아.”
비행기에서 자두었던 것의 효과가 떨어져 슬슬 졸음이 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자판기에서 뽑아온 톡 쏘는 탄산음료를 혀와 목이 따가울 만큼 크게 한 모금 마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얼마 안 남았고 너무 푹 잤다가 괜히 목이라도 잠기면 안 되니까 그냥 버틸래요.”
“그래도 잠깐 눈 붙이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가끔 보면 너무 일에 열심이야. 그러다 병나.”
“남 좋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
이번에 나는 오르카 무대 말고도 다른 그룹의 외국계 멤버들과 함께 요즘 유행하는 팝송 무대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안무는 없고 보컬로만 꾸리는 무대라 바쁜 스케줄을 쪼개서 준비하는 데 부담은 적었지만.
같이 무대를 할 아이돌들이 하필이면 전부 각 그룹의 메인보컬들이라 괜히 안 좋게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회사 보컬 트레이너와 강지우를 붙잡고 틈날 때마다 연습했다.
그리고 그 무대 리허설을 대략 1시간 정도 뒤에 할 예정이었다.
나가서 돌아다니기에는 시간도 애매해서 그때까지 서문결과 대본이나 미리 맞춰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와, 영어 하는 온라온이다.”
“쟤가 영어 하니까 이상해…….”
“라온아, 여기 보고 웃어 봐. 아니, 화난 표정 말고. 김치~ 치즈~ 사랑해~ 악!”
“아, 형들! 좀!”
나머지 멤버들이 셀프캠을 들고 주위를 배회하거나 대놓고 빤히 보면서 구경하거나 등 하나같이 정신 사납게 해서 몰입이 하나도 안 됐다.
내가 그동안 별별 대본이 다 나오는 뮤직팡팡 MC를 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스스로 민망해하면서 멘트를 하면 실제로 더 민망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뻔뻔해지기 위한 몰입이 중요한데.
멤버들이 저러고 있으니 우리 그룹에서 나나 견성하와 함께 수치를 아는 서문결은 부끄럼을 타느라 특히 집중을 못 하고 있었다.
‘하…… 이 도움 하나 안 되는 자식들.’
나는 흐름이 완전히 깨진 것을 느끼고 두 손으로 눈 사이를 꾹 눌렀다.
“막내야, 너 피곤해서 아까부터 눈 엄청 빨간데 글씨 보지 말고 그냥 쉬어.”
어차피 그른 것, 아예 대본까지 휙 뺏어간 강지우의 말대로 잠이나 자야겠다.
* * *
현장 사정으로 일정이 지연돼 약 2시간 뒤.
“감사합니다!”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며 오늘 리허설을 모두 마친 우리는 의상을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해 준 캐주얼한 것으로 다시 한번 갈아입고 콘서트장 근처에 위치한 다른 행사장으로 향했다.
코리아 콘서트 때마다 출연 가수 중 몇 팀에게 알트가 열어주는 일종의 해외 팬 미팅 ‘Nice To With You’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떨린다.”
“나도.”
“자기소개 영어로 준비했었는데 다 까먹은 듯.”
“온라온 부럽다.”
“하하하.”
“근데 팬 분들 별로 안 오셨으면 어떡하지? 한국도 아니고 미국인데…….”
견성하의 걱정스러운 말에 곽상현이 뭘 그런 걸 신경 쓰냐는 듯 가볍게 답했다.
“너희 해외 인기 많아.”
그 말대로, 차에서 내려 행사장에 들어올 때 밖에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미국 팬들을 미리 짧게 만날 수 있었는데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격한 환영을 받아서 놀랐다.
“라온!!”
“성하 사랑해요!”
우리는 한국어로 제작된 슬로건이나 예쁘게 꾸민 고래봉을 든 팬들에게 얼떨떨하게 손을 흔들어주거나 영어로 이따가 보자는 말을 하며 사람들에게 치이기 전에 안으로 들어갔다.
“와… 생각보다 되게 좋아해 주시네요.”
곽상현이 말했다.
“거봐.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지?”
“이제 다른 쪽으로 걱정되기 시작하는데요…….”
“아냐. 해외 팬이라고 한국 에어리랑 다를 거 없어. 라온이를 봐. 미국인인데 한국인이잖아.”
대체 무슨 말로 설득하는 건데.
“…네!”
너는 왜 또 그런 거에 넘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