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8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84화
“아…….”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나는 코밑을 무심코 소매로 닦았다.
당연히 피가 그대로 묻어 나 흰 옷은 보기 안 좋은 상태가 됐다.
“아씨.”
[지혈하지 않으면 1분마다 HP가 5씩 감소합니다.] [상태 이상: 출혈(부위: 코)로 인해 HP -5]보다시피 상태 이상이라 은총으로는 해결이 안 됐다.
“고개 젖히지 마. 잠깐 쉬자.”
“요새 너무 무리하기는 했어.”
누군가 휴지를 가져와 내 코에 댔다.
그걸 받아 코를 꾹 눌렀다.
새빨간 피가 금세 휴지를 축축하게 적셨다.
익숙하게 코피를 지혈하는 것을 우려하며 지켜보던 곽상현이 물었다.
“라온이 너 어제 몇 시간 잤어?”
“어제… 세 시간 좀 넘게?”
“그저께는?”
“대충 두 시간……?”
“…….”
처참한 수면 시간을 들은 곽상현의 표정이 엄해졌다.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원래 경연 준비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데 할 건 미친 듯이 많고, 거기에 다른 스케줄까지 바쁘게 다니다 보면 결국 줄일 건 잠뿐이었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저 형도 어제 저랑 같이 들어가서 저보다 일찍 일어났는데요.”
내게 지목당한 서문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랑 내가 같아? 서문결이 어이없어 합니다. 서문결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85]이번만큼은 다른 사람도 서문결의 표정을 어렵지 않게 해석한 것 같았다.
“결이랑 너랑 같니.”
곽상현의 말에 서문결이 바로 그거라는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일단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해.”
“피 멈출 때까지는 쉬고 괜찮아지면 다시 할게요.”
“그러다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럴 일 없다고 말하려다가 무시할 수 없는 수치까지 떨어진 HP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피로 누적으로 인해 허약해진 상태에서 출혈 상태 이상이 들어간 게 치명타였나 보다.
“2차 경연도 에너지가 중요한 무대니까, 컨디션 관리 잘해. 너 무대는 이미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모레 드라마 오디션도 있잖아. 좀 쉬어둬. 누가 보면 좀비인 줄 알겠다.”
서문결과 곽상현이 순서대로 휴식을 종용했다.
“오디션이 모레야?”
“응. 원래는 2차 경연 뒤에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안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2차 경연보다는 3차 경연 준비가 더 힘들어질 것 같기도 했고, 저쪽에서도 준비가 좀 부족하더라도 빨리 오디션을 봤으면 하는 눈치라 일정을 당기게 됐다.
“그럼 쉬어.”
“그래….”
괜한 고집은 접어두기로 했다.
나는 프로니까.
“숙소 가서 음원 수정도 하지 말고.”
“앗.”
“피아노 연습할 생각도 하지 말고.”
“응….”
귀신 같은 인간들.
* * *
이틀 뒤.
피아노가 마련된 오디션장에서 나선아 작가와 황기영 감독이 습관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앞선 조연 오디션이 일찍 끝나, 약속 시간까지는 15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때, 보조 작가가 오디션장으로 들어왔다.
“온라온 씨 도착했다고 합니다.”
“스케줄 촉박하다더니 일찍 왔네. 바로 들어오라고 해.”
본인 스케줄 때문에 촬영이나 오디션에 늦는 연예인들을 더러 봤던 황기영 감독의 안에 작은 호감이 피어났다.
잠시 후.
똑똑. 두 번의 노크 뒤 오디션장 안으로 온라온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차분한 인사말이었다.
나선아 작가와 황기영 감독은 “오.”하고 나란히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을 포함해 꾸미는 데 관심 없는 남자 고등학생처럼 깔끔한 차림을 하고 유일한 포인트로 세련된 디자인의 흰색 헤드셋을 목에 건 온라온이 어린 최무원 그 자체로 보였기 때문이다.
자주 접하는 예능이나 무대에서는 발랄하고 장난스러운 매력이 두드러졌는데 오늘만큼은 잘생긴 얼굴에 얌전한 인상만 남아 있었다.
‘바쁘다고 들었는데, 열심히 준비한 게 눈에 보이네.’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쁜 거 아니까, 서론 없이 바로 갈게요. 우선 준비해 온 연기 먼저 한번 볼까요?”
“네.”
10분 뒤.
몇 가지 연기를 확인한 나선아 작가와 황기영 감독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온라온의 연기가 보통에 살짝 못 미치더라도 이미지만 어울린다면 합격시킬 생각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톤이나 시선 처리가 되게 괜찮은데요?”
“아이돌들은 자기도 모르게 카메라를 바라보려는 습관이 종종 있는데 그런 버릇도 없고. 화면에 너무 예쁘게 나온다.”
“감사합니다.”
이어지는 호평에 온라온이 풀어지려는 얼굴 근육에 힘을 주고 고개를 꾸벅였다.
“캐릭터 분석은 본인 스스로 한 건가요?”
“사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한도균 선배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아, 도균 씨가 도와줬구나.”
“네.”
“잘 배웠네.”
며칠 전 한도균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연기 팁을 쏙쏙 빼 왔던 온라온이었다.
“준비해 왔을 테니까 피아노 연주 한 번만 들어볼게요. 본인이 최무원이라고 생각하고 연주해 주시면 됩니다.”
“네.”
바로 옆에 있는 피아노 의자에 앉은 온라온이 짧게 숨을 들이마신 뒤 연주를 시작했다.
공간을 세심하게 에워싸는 잔잔한 선율.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였다.
“그래. 이 얼굴이지….”
상상으로만 그렸던 인물이 현실에 살아 숨 쉬는 걸 목격한 나선아 작가의 흥분한 중얼거림은 비단 잘생긴 것만을 뜻하지 않았다.
‘고작 스물하나밖에 안 된 남자애가 저런 눈빛을 하는 게 가능하구나.’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얻은 나선아 작가가 황기영 감독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짧은 연주를 마친 온라온이 건반에서 손을 뗐다.
온라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뒤편에서 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연주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미지를 우선으로 캐스팅한 건데, 연기력도 생각보다 너무 괜찮아서 기분이 좋네요.”
“그 헤드셋은 라온 씨가 직접 고른 건가요?”
“네. 찾아봤는데 단종된 모델이라 매물이 없어서, 중고 거래로 구했습니다.”
“익숙해질 수 있게 평소에도 자주 쓰다가, 촬영 때 가지고 와요.”
‘그 말은…….’
속뜻을 이해한 온라온의 낯이 환해졌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 *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확정된 바로 다음 날 공식 기사가 올라왔다.
[오르카 온라온, 한도균 아역 된다…‘유어 컬러(가제)’ 캐스팅(공식)](사진)
그룹 오르카 온라온이 첫 연기에 도전한다.
소속사 시드 엔터테인먼트는 스타티비 뉴스에 “온라온이 ‘유어 컬러’에 배우 한도균의 아역으로 출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온라온은 이 드라마의 주연인 한도균의 아역 최무원 역으로 첫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극 중 최무원은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장애인 색청을 가진 인물이다.
나선아 작가와 황기영 감독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신작 ‘유어 컬러’는 최근 배우 한도균, 이윤하, 김지나, 하성빈 등 탄탄한 주연 라인업이 공개되고 온라온과 배우 견하람이 주연 배우의 아역으로 전격 캐스팅되며 드라마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략)
‘유어컬러’는 현재 캐스팅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연내 방송될 예정이다.
캐스팅 소식을 접한 에어리들은 기뻐서 펄쩍 뛰었다.
– 드디어
– ㅁㅊ 올해 진짜 뭐냐??
– 응원해 라온아 아프지 말고 화이팅!!
– 오디션 지원한 게 아니라 먼저 캐스팅 제안 왔다는 게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좋다
– 진짜 연기 언제 하나 했는데 첫 작 잘 고르려고 이제까지 안 한 거였구나ㅠㅠㅠ
– 배우 온라온 가보자고!!!!!!
– 연기 좀만 미숙해도 아이돌이라고 욕먹을 거 걱정되긴 하는데 잘할 거라고 믿어ㅠㅠㅠ
– 캐릭터 소개 보니까 라온이한테 찰떡일 것 같은데 ㅈㄴ 기대돼
에어리가 아닌 이들도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 와 얘 드디어 연기하는구나
– 오르카도 슬슬 갠활 들어가나 보다
– 연기 데뷔를 견성하보다 온라온이 먼저하네
┗ 뭔… 성하는 이미 몇 년 전에 데뷔한 선배님이지ㅋㅋㅋㅋ
– 나선아 황기영이면 첫작치고 큰걸로 들어가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 보여줬으면
– 연기돌은 조연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으면 좋겠어. 아이돌이라고 주연 턱턱 맡는 거 뭔가 비호감..
┗ 주인공 아역이지 주연은 아니지 않아? 얘기 나오는 거 보면 아역 분량은 별로 안 될 것 같은데
– 연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건지 의문 기대된다
– 연기잘할것같아 일단 얼굴 120점.
– 솔직히 존잘이라 캐스팅된듯? 한도균 아역에 어울릴 만한 남배우가 잘 없어서
– 여기서도 견하람이랑 엮이네 둘이 뭐 있나?
┗ 있긴 뭐가 있어 둘이 개인적으로 연락 한 번 안 한다고 전에 성하가 라방에서 밝힘
┗ ㅋㅋㅋㅋㅋㅋ본인들이 해명한 것도 아니고 오빠/형 되는 성하가 밝힌 게 왜 이렇게 웃기냐
┗ 둘이 사귈 것 같으면 견성하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듯
– 온라온은 여기서 평타만 쳐도 온갖 실사드영에 주연롤로 끌려갈 것 같음ㅋㅋㅋ 잘생긴 20대 남배우 너무 부족해
* * *
개인적인 소란과 해소될 기미 없는 피로 속에서 헥사곤 스테이지의 2차 경연 날이 다가왔다.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이기고 와.”
“얘처럼 부담을 줄 생각은 없는데, 형은 개인적으로 너희가 우승할 거라고 본다.”
“형, 힘내요.”
“이쯤 되면 내 응원도 한 번에 같이 해줄 때 되지 않았냐?”
그나저나 오늘따라 강지우가 묘하게 얌전했다.
저번에는 그렇게 응원하러 오고 싶다고 하더니.
그사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시끄럽다가 조용해지니 약간 허전하군….
“오늘은 무대 보러 오고 싶다는 말 안 하네?”
“막내야, 형이 언제까지나 너 없이 못 살 거라고 생각하진 마.”
“그래.”
“……아니. 왜 그렇게 쿨하게 받아들이는데?”
“대체 어쩌라는 거야?”
금세 귀찮은 형으로 돌아온 강지우를 떼어놓고 숙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