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8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83화
1차 경연 순위가 공개된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곧바로 2차 경연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헥사곤 스테이지. 드디어 그 두 번째 경연입니다.”
방금 막 첫 번째 경연을 끝내고 온 만큼 하나같이 긴장한 얼굴의 출연자들이 제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2차 경연의 주제는…….”
시간을 충분히 끌었다 싶었을 때 제나가 문장을 완성했다.
“‘힙합’입니다.”
“아.”
“힙합?”
“특히 팬이 많은 음악 장르 중 하나가 바로 힙합이죠. 다음 경연에서 여러분은 힙합 장르의 곡으로 무대를 준비해 주시면 되는데요. 각자 그룹에서 래퍼를 맡고 계신 분들은 손 한 번 들어주시겠어요?”
리프틴의 바인이나 플루토의 주안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랩 메이킹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음악적 소양이 필요하다 보니 아이돌 그룹의 작곡 멤버 중에는 래퍼가 많은 편이다.
보다시피 당장 여기 나온 팀만 해도 최소한 한 명씩은 래퍼 멤버를 끼고 있다.
랩 메이킹이 내 전문 분야는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힙합의 천재, 힙합의 지배자, 힙합의 신 서문결이 있었으므로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형.”
그나저나 아무리 우리 그룹에 고정된 포지션이 없어도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까지 가만히 있으려는 고지식한 서문결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그제야 그도 손을 들었다.
“이렇게 많은 래퍼가 모인 만큼 이번에는 얼마나 멋있는 무대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작은 박수 소리가 나왔다.
다만 무대를 보고 자칭 힙합 전문가들이 한마디씩 얹을 걸 상상하니 벌써 위장이 아파져 오는 것 같았다.
아이돌은 이래서 안 된다. 힙합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아이돌이 무슨 랩이냐…….
다음 경연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늘었다.
한결 전투적인 태세로 제나의 말을 들었다.
“또한 이번 2차 경연에서 여러분은 일대일 배틀을 펼치게 됩니다. 순위가 높은 팀부터 차례로 상대를 지목해 일대일로 배틀하고, 더 많은 표를 획득한 팀이 추가 점수 이천 점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별걸 다 시키네.
2차 경연 평가 방식이 1차 경연과 비슷하다고 가정해 봤을 때, 일대일 배틀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시 하위권은 거의 확정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럼 배틀 상대를 잘 골라야 하는데.’
약팀을 고를지, 강팀을 고를지.
잠시 시간이 주어진 사이, 다음 대전 상대에 대해 서문결과 짧은 상의를 마쳤다.
“그러면 1차 경연을 1위로 마친 오르카부터 2차 경연의 배틀 상대를 지목해 주세요.”
다른 팀이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서문결 랩 실력이야 픽하트 시절부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만큼 유명하고 두 번의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한 우리와 붙는 게 부담스러운 듯했다.
“저희는…….”
서문결이 마이크를 들었다.
“플루토 선배님과 하겠습니다.”
“오?”
여기저기서 의외라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플루토는 주안이 서문결만큼이나 잘하고 팬도 많은 데다가 1차 경연에서 2위를 할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들을 지목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듯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선택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라온이가, 이왕 하는 거 제일 무서운 분들이랑 붙어보고 싶다고 해서요.”
우리가 지목한 순간 담백한 노기를 띠었던 주안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알기 쉬운 양반이라니까.
‘이길 자신 있어서 골랐다는 말은 안 해야지.’
최종 대진 및 경연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1. 리프틴 vs 마이아워
2. 체이서 vs 다이나식스
3. 오르카 vs 플루토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길고 길었던 녹화가 끝났다.
* * *
다음 날, 내게 온 여러 좋은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은 멤버들은 기꺼이 축하해 주었다.
“네가 드디어 연기를 하는구나.”
“사람한테 얼굴이 다는 아니지만, 솔직히 막내는 인류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매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해외 촬영까지 다녀오려면 진짜 바쁠 텐데 컨디션 관리 잘해.”
“야,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오디션 준비 도와줄게.”
저래 봬도 아역 배우 출신인 견성하가 거드름을 피웠다.
“제발 다 나가줘.”
날 둘러싸고 저러는 게 민망해서 같이 방을 쓰는 견성하까지 쫓아내고 대본을 펼쳤다.
“후….”
크게 보자면 음악 로맨스 장르였다.
그 왓투게더 오리지널 콘텐츠로 들어가기에는 소재가 좀 약하지 않나 싶었지만, 막상 대본을 읽어 보니 재미있어서 역시 나선아 작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가 아역을 맡을 남자 주인공 ‘최무원’은 색청이 있는 인물이다.
색청이란 소리를 들으면 시각으로 색이 인식되는 일종의 장애였다.
언뜻 들으면 남들보다 한층 더 풍부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 것 같지만, 막상 색청에 대해 알아보니 그 이상으로 불편하고 힘든 점이 큰 것 같았다.
“사람이 많은 곳은 힘들다, 라….”
어린 ‘최무원’은 낯설고 요란한 소리에 익숙해 늘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헤드셋을 쓰고 다니는 사춘기 학생이자, 선율 속에서 세상이 평온한 빛깔로 덮이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던 연주자이자, 어떤 사건을 겪고 저 스스로 손을 망가뜨려 더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되는 사람이다.
“와, 벌써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어린 최무원의 분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연기 초보인 나에게 선뜻 배역을 준 게 이해되는 분량이었다.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거의 아역 파트에 한정된 것 같고.’
분량은 짧아도 내가 하기에 따라 충분히 임팩트를 줄 수 있어 보였다.
[어린 최무원이 되어 피아노를 연주해 주세요.]내가 받은 1~2화 대본 뒤쪽에는 오디션 과제 하나가 따로 적혀 있었다.
이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대역 없이 촬영하겠다는 뜻이겠지.
제작진이 연기 면에서는 부족한 점 많은 나를 캐스팅 1순위로 놓은 이유일 것이다.
이래서 뭐든 잘하고 봐야 하는 건가.
‘오디션 연주곡은 자유곡이라고?’
하나의 음악은 때론 백 마디 말보다 더한 전달력을 가지니, 피아노 연주를 통해 내가 최무원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보려는 것 같았다.
단순히 내 피아노 실력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어린 최무원이 기껍게 연주할 만한 곡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이다.
몸 하나 달랑 가서 시키는 것만 하고 나오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모처럼이니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나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것을 말했다.
“형, 피아노 선생님 좀 알아봐 주실 수 있어요? 피아노 연습할 장소도요. 작품 준비하려면 필요해서요.”
-그래. 최대한 빨리 알아봐 줄게.
그런 다음 핸드폰 메모장에 할 일을 하나씩 적었다.
대본 많이 읽기
오디션 곡 정하기
피아노 연습하기
(중략)
연기레슨 마지막까지 열심히!
최무원한테 어울리는 헤드셋 찾기
열 몇 줄을 쭉쭉 써 내려간 뒤 잠시 고민하다가 이미 캐스팅이 확정된 한도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 [이번에 저번에 말씀해 주신 유어 컬러 오디션 보게 돼서 연락드려요!]
한도균선배님 [아]
한도균선배님 [들었어 ㅎ]
마침 한가할 때였는지 답장은 바로 돌아왔다.
한도균선배님 [연기는 처음이지? 혹시 뭐 모르는 거 있거나 도움 필요하면 뭐든 말해]
한도균선배님 [그건 묵혜성보다 내가 낫다~]
아니, 당연히 나으셔야죠.
나 [그럼 혹시 최무원 인물 분석 어떻게 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나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토끼 이모티콘)]
한도균선배님 [야 너 진짜 훅 들어오는구나?]
나 [묵혜성 님 가라사대 좋은 기회는 놓치지 말라고 하셔서]
한도균선배님 [(껄껄 웃는 기본 이모티콘)]
한도균선배님 [이건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나은데 언제 시간 괜찮아?]
솔직히 바빠 죽을 것 같지만.
완벽한 캐릭터 분석을 위해 식사 한 끼 정도는 가능하다.
회사에 스케줄을 확인한 뒤 한도균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그날 밤.
견성하가 내 책상에 있던 대본을 발견했다.
“유어 컬러? 그거 견하람도 캐스팅 들어간 것 같던데….”
“하람이도?”
“어. 물어봐 줄까?”
“아냐. 내가 토요일에 가서 물어볼게.”
견하람과 함께 뮤직팡팡 MC를 본 지도 벌써 1년이 넘었지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토요일까지 기다린 뒤 방송국에서 물어보았다.
“응. 최종 오디션 합격했어. 성하 오빠가 말했어?”
“우연히 대본 보고. 축하해.”
“고마워. 너도 들어가?”
“연락받고 오디션 준비 중이야.”
“열심히 해.”
견하람의 배역이 여자 주인공의 아역이자 내 상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 * *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올려 뮤직팡팡 녹화를 마치고 연습실에서 주말을 불태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니 시야가 흐려졌다.
“라온아, 너 코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