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8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89화
일행이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본 데이먼이 멋쩍은 얼굴로 설명했다.
“[아, 한국에서 오셔서 익숙하지 않으시겠군요. 마리화나 냄새입니다. 상당히 역하죠.]”
마리화나.
한국인들에게 더 익숙한 말로 하자면, 대마초였다.
‘바인이 약을?’
아, 최악이다.
악취의 정체를 깨닫고 나니 그간 바인이 보여준 피폐한 몰골이나 죽은 눈빛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 같았다.
‘쓰레기 새×.’
속으로 욕을 퍼붓다가도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조심스러워졌다.
‘내가 현장을 직접 본 것도 아닌데, 단정하기에는 너무 섣부르지 않나.’
그냥 벽난로에 뭔가 잘못 태운 냄새였을 수도 있잖아.
작업실에 다시 가서 확인해 볼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증뿐…….
‘아니. 증거가 없긴 왜 없어. 머리카락 하나 뽑아서 검사하면 바로 나올 텐데!
데이먼이 안내해 들어간 식당에서 썩 맛있는 스테이크를 썰면서도 바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 일단 신고해서 바인이 조사를 받는다 치자.’
그럼 헥사곤 스테이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
같은 팀으로 나온 옥도윤은.
아니, 재계약 앞둔 리프틴은?
범죄자라는 걸 아는데 같이 무대를 서도 괜찮은 건가?
‘안 괜찮지. 범죄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유가 뭐가 됐든 덮어주는 건 말도 안 되지…….’
바인이라는 썩은 가지를 최대한 빨리 잘라내기로 내적으로 합의를 봤으니 이제는 가장 괜찮은 신고 방법을 생각해 볼 차례였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로르시 쪽에서 잡아둔 호텔에서 골똘히 생각했다.
‘일단 이건 내가 전면에 등장하면 좋을 게 없는 사안이다.’
나는 이미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에 타의로 연루된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내 이름이 들어간 사건은 이 이상 늘리지 않는 게 좋았다.
그럼 기꺼이 이 정보를 물어가서 바인에게 현실의 쓴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남아 있을 리프틴 멤버들을 충분히 배려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지.’
한국 시간을 확인한 다음 호텔 테라스로 나가 보이스톡을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난데. 지금 통화할 수 있어? 되도록 조용히.”
-……잠시만요.
얼마 뒤, 핸드폰 너머에서 단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씀하세요.
“바인이 마약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네?
아무리 고경윤이어도 깜빡이 없이 들어간 소식은 다소 충격이었는지 목소리에 옅은 당황이 묻어났다.
늘 철두철미하게 바인을 꼬나보던 저 녀석이 모를 정도면 다른 리프틴 멤버 역시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봐도 좋겠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경윤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거듭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어요?
“저번에 그 자식 작업실에서 이상한 냄새 난다고 했었잖아.”
-네.
“묘하게 익숙한 냄새다 싶었는데 오늘 뉴욕 와서 다시 맡았거든. 아, 나 지금 미국 스케줄 와 있어. 아무튼 여기 사람이 그러는데 마리화나 냄새래.”
-마리화나… 대마요?
“어. 본인이 투약한 것까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장소를 빌려준 건 맞는 것 같아서.”
-확실해요? 선배를 의심하는 건 아니고……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해서.
고경윤의 말대로 이건 음악 방송 1위 발표 순간에 일부러 운 게 아닌가 하는 의심과는 비교도 안 되는 사안이었다.
“본 게 아니니까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난 의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보는데. 네 쪽은 평소에 뭐 이상했던 거 없어?”
-있긴… 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좀 이상한 담배 냄새라고 생각했던 게 그 냄새일 수도 있겠네요. 어쩐지 담배 냄새라기에는 지나치게 고약하더라니.
“작업실에 아무도 안 들여보내는 것도 수상해.”
-그것도 그렇고요.
고경윤은 바인이 저지른 짓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듯했다.
-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약이라니…….
“내가 괜히 얘기했나?”
-아니에요.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게 좋죠. 이 사실은 또 누가 알고 있어요?
“오늘 알고 너한테 처음 얘기한 거야.”
-제가 알아서 처리하란 말씀이시죠?
“얘기 빨라서 좋네.”
-알겠습니다. 선배 얘기는 되도록 안 나오게 잘 처리할게요.
역시 척하면 척이었다.
* * *
다음 날.
바인 문제가 어떻든, 나는 이곳에 온 본래 목적인 화보 촬영에 집중해야 했다.
옷을 몇 벌씩 갈아입으며 로르시 앰버서더라면 누구나 거쳐 간다는 본사 옥상에서 몇 시간 동안 화보를 촬영했다.
처음에는 추워 죽겠는데 뭔 빌딩 옥상에서 화보를 찍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미국까지 온 보람이 있을 만큼 사진이 잘 나와서 수긍하게 됐다.
“[완벽해요!]”
미리 여러 패션 잡지를 보며 연구해 온 포즈도 다행히 사진작가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별도로 마련된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가며 한 화보 촬영이 저녁 늦게 모두 끝나고 미국 패션 잡지사와의 인터뷰만을 남겨두었을 때였다.
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던 우리 직원 한 명이 내게 허둥지둥 달려왔다.
“라온아, 방금 연락이 왔는데…!”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해요?”
“리프틴 바인이 마약 투여 의혹 때문에 헥사곤 스테이지 하차 고려 중이라고! 너 그 사람이랑 같이 무대 준비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사회면 기사 하나를 보여주었다.
‘마약 투약 제보’ 리프틴 바인… 경찰, 조사 예정
[앤데일리 이보윤 기자](사진)
바인(본명 남형우) 씨의 마약 투여 의혹이 불거졌다.
(중략)
한편 바인은 프로젝트 그룹 리프틴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그의 자작곡 ‘Awesome’을 발매해 작곡 능력을 알렸다. 바인은 현재 프로듀싱 경연 프로그램 헥사곤 스테이지에 출연하고 있다.
– 저번 컴백 곡 좋다 했더니 약빨고 쓴 거야?
– 다른 멤버들은 어떡하냐.. 불쌍
– 걔 평소에도 구린 짓 많이 해서 리프틴 팬들도 별로 안 좋아했음
– 이러면 리프틴 재계약 가능하기는 한가 개에반데
– 어쩐지 눈빛 쎼했음
┗ 쎄믈리에ㄷㄷ
– 바두글자 빼고 리프틴 6인 재계약 소취
– 헥스테 망함?
– 6인 지지합니다
‘와, 빠르네.’
고경윤이랑 통화한 지 이제 겨우 하루 됐나.
바인이나 그 뒷배가 어떻게 무마할 새도 없이 평소 쌓인 게 많았던 고경윤 쪽에서 작정하고 터뜨린 듯했다.
‘역시 내 편이면 든든한 녀석.’
“별로 안 놀라네.”
“전에 작업실 갔을 때 냄새를 맡았거든요.”
“넌 괜찮아?”
“네. 아, 형들이 메시지 보내뒀네요.”
촬영에 방해될까 봐 통화가 아니라 메시지로 한 듯했다.
걱정이 녹아 있는 메시지를 보니 심란하던 마음이 따뜻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날 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국제 전화라 받을까 말까 하다가 받았는데.
“여보세요.”
-너지?
아, 괜히 받았다.
-고경윤한테 찌른 거 너잖아 이 ××야.
“누구세요? 대뜸 욕하시니까 너무 무서운데요.”
-죽여버릴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라고! 시× 별 × 같은 새끼가 ××!
“네? 한 번 더 거시면 이거 녹음한 거 잘 아는 기자분한테 제보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이만.”
어휴. 무서워라.
전화를 끊자마자 고경윤한테 연락이 왔다.
-소식 들으셨죠.
“어. 생각보다 빠르네.”
-헥사곤 스테이지 촬영 때문에요. 바인이랑 같이 경연 준비하셨잖아요.
“그건 뭐. 제작진이랑 얘기해서 혼자 하든 어떻게 하든 바꾸려고.”
-이건 아직 기사 발표 안 됐는데, 바인은 바로 이번 경연부터 헥사곤 스테이지에서 하차하고 남은 촬영은 제가 들어가기로 했어요.
벌써 거기까지 얘기가 됐단 말이야?
아무리 시간이 금인 방송계라지만, 이건 진짜 빠르다.
“잘됐네.”
-이런 상황에서 바인이 준비한 곡으로 경연 나가기는 아무래도 찝찝한데, 혹시 곡 만들어둔 거 있으세요? 도윤이 형 통해서 결 씨한테 물어보니까 이번에 쓰려다가 안 쓰게 된 거 있다고 하던데.
“바인 못 믿어서 만들어둔 거 있는데. 만들고 수정 하나도 안 해서 상태가 엉망이야.”
-괜찮아요. 선배 실력 믿으니까 그걸로 가도 될까요? 바쁘시니까 안무는 한국 오시기 전까지 제가 어떻게든 짜보겠습니다. 음원 수정만 어떻게든 부탁드릴게요.
3차 경연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았지만, 벽에 머리를 한 번 박고 긍정의 답을 돌려줬다.
“……그래!”
죽어도 하고 죽어야지. 암.
“근데 내가 지금 미국이라 음원 파일이 없거든. 결이 형 통해서 도윤이 형한테 보내라고 할게.”
-네. 부탁드릴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어. 끊는다.”
고경윤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서문결에게 연락했다.
-여보세요.
“형, 난데.”
-어. 라온아, 괜찮아?
“어, 괜찮아.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바인 대신 고경윤이 헥사곤 스테이지 경연 들어오기로 했다는 거 형도 들었어? 아무튼 그래서 내가 걔한테 곡을 빨리 보내줘야 하는데 음원 파일이 내 컴퓨터에 있거든. 내 컴퓨터 비밀번호는 ****고 바탕화면에 바로 있는 작곡 폴더에서 제일 최근에 만든 거 찾아서 도윤이 형 쪽으로 보내면 돼. 부탁할게. 나 인터뷰하러 가야 해서 끊는다! 나 진짜 괜찮으니까 다른 형들한테도 괜찮다고 전해줘. 부탁해!”
* * *
뚝 끊긴 휴대폰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서문결에게 강지우가 물었다.
“방금 막내야?”
“응.”
“목소리 어때?”
“기운차. 경연 다시 준비하느라 힘든 거 빼면 괜찮아 보여.”
“다행이다. 우리 막내 멘탈이 이 정도로는 안 흔들리지. 이 형은 믿었어.”
안도한 표정의 강지우를 뒤로한 서문결은 온라온의 컴퓨터 전원을 켰다.
‘바탕화면에….’
컴퓨터 잠금을 해제하고 들어간 서문결은 바탕화면에서 폴더 하나를 발견했다.
[meme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