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9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90화
‘바로 있는 폴더….’
서문결은 별생각 없이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폴더를 열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음원 파일이 잠들어 있었다.
드르륵.
무심코 굴린 마우스 휠을 따라 스크롤은 끝도 없이 내려갔다.
‘이걸 다 혼자 작업했다고?’
서문결은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함부로 보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으나, 그 순간만큼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가장 위에 있는 것을 클릭하고 말았다.
파일은 손쉽게 열리더니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은 낯선 곡이 흘러나왔다.
“…….”
때로는 무수한 단어보다 몇 마디 음악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온라온은 음표와 음표 사이에 마음을 심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애틋함이 서문결을 충격에 빠뜨리려 할 때.
“노래 좋다. 그게 이번 경연곡이에요?”
뒤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있던 견성하가 물었다.
서문결이 입을 열어 대답하려 하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온라온이었다.
마치 눈앞에 당사자가 나타난 것처럼 급하게 마우스를 움직여 노래를 멈춘 서문결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라온아.”
-형, 생각해 보니까 내가 바탕화면에 작곡 폴더를 안 빼뒀던 것 같아서. 혹시 다른 폴더에 있는 거 보낸 건 아니지?
묻는 목소리가 묘하게 빠른 걸 느끼며 서문결은 순순히 답했다.
“미안. ‘memento’라는 폴더가 보여서 들어갔는데. 아직 보내지는 않았어. 곡, 좋더라.”
-아…….
지구 반대편에 있을 온라온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이 서문결에게도 느껴졌다.
“함부로 들어서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내가 잘못 설명해서 그런 건데. 안 보냈으면 됐어. 일단 원래 말했던 작곡 폴더가 어디 있냐면, 내 문서 들어가서…….
온라온이 동요를 감추려는 목소리로 제대로 된 파일 위치를 허둥지둥 설명했다.
서문결은 설명에 따라 경연곡 파일을 찾아 옥도윤에게 전송했다.
감정이 여간해선 드러나지 않는 그의 성격이 이번만큼은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
“보냈어.”
-고마워. 그리고 혹시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건데…….
잠시 말을 멈춘 온라온이 나직한 목소리를 냈다.
-형이 들었다는 그거 내가 작곡한 거 아니야.
“그랬구나.”
-응. 그 폴더는 다 카피한 것만 따로 모아둔 거야. 원곡은, 따로 있어.
어째서 온라온의 카피 실력이 그렇게나 출중했어야 했는지, 그 순간 서문결은 직감하듯 이해했다.
‘제가 잠이랑 밥 같은 걸 다 포기하고 카피만 연습했을 때가 있거든요.’
온라온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포기하고 이렇게 많은 곡을 정성껏 빚어내야만 했던 이유가.
그리고 그 이유는 폴더의 이름이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품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것과 관련 있을 터였다.
-형도 경연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번거롭게 해서 미안. 그럼 끊을게.
온라온은 도망치듯 전화를 끊었다.
“…….”
통화를 마친 뒤에도 마치 누군가 발견해 주길 기다리는 보석 같은 음원 파일들은 그대로 남아 서문결의 시선을 끌었다.
고작 한 곡을 잠깐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걸 다 들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지평은 새롭게 넓어질 것이다.
어쩌면 알다가도 모르겠는 온라온이라는 인간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듣지 말라고는, 안 했지.’
서문결의 시선이 빼곡한 곡들을 훑어 내려갔다.
“형?”
견성하가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서문결이 마우스를 쥔 손을 움직였다.
딸깍.
“…….”
서문결은 어두워진 모니터에 비친 자기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같은 무표정 아래에 욕심과 호기심이 옅게 남아 있었다.
잔재한 미련을 지우려는 듯 반지 낀 손이 얼굴을 연거푸 쓸어내렸다.
‘……나중에 무슨 일인지 알게 되면.’
과연 알게 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그런 의문이 잠시 들었으나 서문결은 무사히 생각을 맺었다.
‘그때 들려 달라고 하자.’
* * *
“하아…….”
한숨도 못 잤다.
혹시 서문결이 이게 다 뭐냐고 물어볼까 봐 잠이 안 오더라.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동안 안 들켰다고 앞으로도 안 들킬 거라는 보장이 없는데.
왜 그렇게 부주의했을까.
“아아아악.”
공항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는 나를 우리 직원들이 이상하게 보았다.
“어제 촬영에 인터뷰까지 다 잘해놓고 상태 왜 저래?”
“바인 하차하면서 3차 경연 무대 새로 준비해야 한다던데 그것 때문 아닐까요.”
그것도 문제다.
“아아아아아아악.”
“에휴. 얼른 한국 가서 한식이나 든든하게 먹여 줘야겠구만.”
“라온아.”
일행의 대장 격인 직원이 나를 불렀다.
“그, 바인 사건 있잖아. 한국 들어가면 참고인 조사 받아야 한다고 연락 왔어.”
“아, 저도요? 그냥 경연 한 번 같이 준비하다 말았을 뿐인데.”
범죄 현장인 작업실에 다녀와서 그런가.
주위 눈치를 슬쩍 본 직원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확실한 건 아닌데 저쪽 분위기가 좀 이상해 보이더라.”
하긴.
“모르는 사람 눈에는 타이밍이 수상해 보이기는 하겠네요. 같이 경연 준비하던 사람이 하필 마약 의혹 터졌을 때 딱 해외에 나와 있으니까.”
알지만 억울하다.
애초에 제보한 사람이 나인데.
“신경 쓰지 마. 여차하면 로르시 글로벌 엠버서더 돼서 촬영하러 왔다고 해명하면 되니까.”
“이번에 촬영한 건 언제 나온대요?”
“협의 중인데 늦어도 이번 달 안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들었어.”
한두 달은 더 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 처리가 빠르다.
“아, 저기 가족분들 오셨다. 인사하고 와.”
고개를 돌리자 오늘도 성숙한 아름다움이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부모님이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내게 매력을 물려준 분들에 대한 객관적인 감상을 표현했을 뿐, 벌써 가족들에게 내 마음을 활짝 연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아름답다가 언제부터 사실 판단이었죠? 지능 -1]이 자식이?
“라온아.”
“안녕하세요.”
“세하는 일 때문에 못 왔어.”
“괜찮아요. 두 분도 바쁘실 텐데 따로 와주셔서 감사해요.”
미국에 오기는 했지만, 일정상 가족과 보낼 시간이 거의 없었다.
나도 바쁘고 가족들도 각자 바쁜 사람들이니까.
이렇게 시간 내서 와줬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아?”
“괜찮아요. 시차 적응이 힘들어서 더 피곤한 것 같아요. 한국 들어가면 멀쩡해지겠죠.”
“그래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니? 좀 마른 것 같은데, 식사는 잘하고 다니는 거야?”
“일할 수 있을 때 하려고요. 밥은 잘 챙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힘들면 바로 말해야 한다.”
“그럴게요. 두 분도 건강하세요.”
짧은 작별 인사를 마친 나는 한국으로 직행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도 휴식은 먼 이야기였다.
고경윤이 보내준 안무 영상을 숙지하고, 돌아가서 어떻게 곡을 수정할지 생각하고, 서문결이 과연 다른 복원곡들을 들었을까 고민했다.
“잠 좀 자시죠. 인간 몸으로 그러면 영원히 쓰러집니다.”
내 상태를 한 차원 다른 시선에서 정확히 보고 있을 이영민의 경고를 듣고 나서야 눈을 붙였다.
잠깐만 잘 생각이었으나,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샌가 한국에 도착해 있었다.
“라온아, 일어나.”
“엥?”
조용히 떠날 수 있었던 출국 날과는 달리 이번에는 어디서 소식이 퍼진 건지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는 기자들이 꽤 있었다.
“저기 있다!”
“미국에는 무슨 일로 다녀오셨던 건가요?”
“리프틴 바인 씨가 마약 범죄에 연루된 걸 알고 계셨나요!”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괜히 말로 해명해 봤자 이상하게 왜곡돼서 퍼질 수도 있었다.
안 그래도 피곤했는데 장거리 비행까지 더해지니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머리가 잘 안 돌아갔다.
나를 찍는 카메라 렌즈들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화보 찍을 때 써먹었던 포즈 중 역동적인 것을 골라 몇 가지 취해줬다.
“라온아…….”
[이 자리의 모두가 당신을 상당히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뭐, 왜, 뭐.
“나와 주시죠.”
한바탕 포토 타임이 지나간 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쓸모 있는 이영민이 길을 텄다.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르고 나서야 현실 감각이 좀 돌아왔다.
“뭐였어요. 방금?”
“신경 쓰지 마. 기자들 원래 저러잖아. 참고인 조사는 3차 경연 끝난 뒤로 미뤄놨다.”
매니저의 말에 반사적으로 나오려던 한숨을 삼켰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조사까지 받아야 한다니.
‘그 자식은 정말이지 내 인생에 도움이라고는 하나도 안 되는군.’
차는 꽉 막힌 도로를 달려 회사로 향했다.
익숙한 건물 앞에 서니 긴장이 탁 풀렸다.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가자 개인 연습을 하고 있던 반요한이 나와 알은체했다.
“왔어?”
“왔어. 기념품은 나중에 숙소 가서 줄게.”
“일하러 간 건데 뭘 선물까지 사 왔어.”
“안 사 오면 뭐라고 할 거잖아.”
“들켰네.”
사소한 농담 따먹기 뒤, 반요한이 짐짓 엄한 얼굴로 조언했다.
“너 지금 타고난 잘생김이 좀 바랠 정도로 상태 심각하니까 연습할 생각 말고 잠이나 자렴.”
“……진짜 그 정도로 심각해?”
“진짜.”
거울을 본 나는 반요한의 냉정한 조언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건 내가 아니야!
* * *
그리고 대망의 3차 경연 전날.
헥사곤 스테이지 2회가 방송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