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9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96화
“저희 노래가 해외 차트에 들었다고요?”
“그래.”
“아니, 활동도 진즉에 다 끝난 곡이 어쩌다가?”
쉬는 시간을 틈타 다음에는 어떤 챌린지를 할지 열심히 의논하던 나와 멤버들을 곽상현이 잔잔한 미소를 띤 얼굴로 바라보았다.
“글쎄. 왜일까?”
“제가 너무 잘생긴 탓.”
“역시 제가 너무 귀여운 탓.”
“아무래도 제가 너무 똑똑한 탓.”
차례로 나와 강지우, 반요한이었다.
나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강지우까지도 흔쾌히 그렇다 치는데 지능은 대체 무슨 상관이지?
과연 반요한의 발언에서 어이가 증발했는지, 눈을 찡긋거리며 두 손으로 사랑의 총알을 쏘아 보내는 우리를 보는 곽상현의 안면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얘들아.”
“네.”
“나는 너희가 그럴 때마다 너무 힘들다…….”
아직도 우리에게 적응하지 못한 곽상현이 괴로워했다.
정확히는 곽상현이 적응하는 만큼 우리도 발전했다고 할 수 있지.
서로를 더 높은 경지로 이끄는 관계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발언하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반요한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너희라는 말을 너로 바꿔주세요.”
“옳습니다.”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요즘 인기 있는 위튜브 쇼츠들을 확인하던 견성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형.”
견성하가 곽상현의 두 어깨를 덥석 잡았다.
“감당하세요. 원래 비정상의 세계에서는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법입니다.”
“성하 너마저…!”
“형도 물론 힘들겠지만 저는 저 인간들이랑 먹고 자는 시간까지 꼬박꼬박 붙어 있어야 한다고요. 생존하기 위해서는 포기하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성하야…….”
“형…….”
와삭. 서문결이 샐러드 그릇에 붙어 있던 사과 조각을 베어 무는 소리만 선명히 났다.
‘음. 개판이군.’
잠시 뒤.
굶주린 우리의 상태가 평소보다 안 좋다는 것을 알아차린 곽상현이 간식을 한 아름 가져오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인 건 맞지만, 해외 팬들은 국내 팬이랑 성향이 다른 거 알지?”
“어떻게 다른데요?”
“특정 한 그룹만 좋아하는 팬이 드물다고 해야 하나. 그룹의 팬이 아니라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팬인 경우가 많아. 물론 반대로 여러 그룹을 두루두루 좋아하는 국내 팬들도 있긴 하지만.”
“뭐, 저희를 특히 더 좋아하게 하면 되죠.”
“오, 자신 있다 이거야?”
“당연하죠. 저희 애들은 못 하는 게 없으니까.”
“오오.”
“이것이 리더.”
“간만에 멋있었다.”
“간만에?!”
강지우가 흔쾌히 자신하는 이 타이밍에 우리가 준비하는 최종 경연의 주제는 바로 ‘팬송’이었다.
최종 경연은 속한 그룹의 모든 멤버와 함께 무대를 꾸며야 하며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팬송이라는 주재를 가지고 어떻게 최종 경연이라는 스케일에 어울리는 무대를 꾸밀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자칫하면 1차 경연 때 빡센 컨셉만 줄줄이 나왔던 것처럼 청량하고 밝은 무대만 여섯 개 나올 수도 있으니까.’
뭐, 한 번 호되게 당해봤으니까 다른 출연자들도 알아서 잘하겠지.
“어쨌든 이번에 헥사곤 스테이지 우승하고 해외 진출까지 딱 하면 완벽할 것 같으니까. 마지막 경연도 잘 부탁한다.”
“지금 부담 주시는 거예요?”
“너희가 이런다고 부담 가질 애들이냐? 격려지, 격려.”
“우우우.”
그날 연습을 완벽하게 마치고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숙소에 들어갔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너무 순탄하지 않나?’
아무리 제로가 내가 모든 행복을 누릴 때까지는 가만히 있을 가능성이 높다지만, 이렇게까지 탄탄대로를 걷게 둔다고?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지는데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순탄하다: 삶 따위가 아무 탈 없이 순조롭다. 지능 -1]“그렇군요. 본인 몸을 혹사하면서 그놈의 소원을 빠르게 이뤄줄 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고객님 인생에 순탄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다니, 역시 지능이 남다르신 분답습니다.”
시스템이 지능를 깎는 것과 동시에 들어온 이영민의 빈정거림은 무시했지만.
그 모든 일이 지나치게 잘 풀리는 데에서 오는 미묘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소리 없이 꿈틀거렸다.
* * *
걱정이 과했는지 그날 꿈에는 제로가 나왔다.
마주칠 때마다 갖은 위협을 가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말 내 무의식이 구현한 환상에 불과한지 앳되고 독기 없는 얼굴을 한 녀석은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치렁치렁한 의복을 갖춘 채였다.
불길하기만 하던 핏빛 눈도 이곳의 볕 아래에서는 석류알처럼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나랑 똑같은 얼굴이긴 하지만, 저러고 있으니까 우상이니 신이니 하는 단어가 잘 어울리기는 하네.’
내 꿈이라서 그런 건지, 여기 사람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덕분에 제로를 편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꿈속의 제로는 신이라기보다는 신격화된 인간에 가까웠다.
시간 감각이 사라지도록 관찰하다 보니, 그는 마치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사는 존재 같았다.
“윽….”
자애를 베풀어 고통 받는 타인을 기꺼이 치료해 주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가 잘 아는 은총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겪는 모습이 내게 저지른 악행에도 불구하고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헌신에도 불구하고 래리에게 들었던 과거는 그대로 펼쳐졌다.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은총을 탐하다가 힘을 다하고 약해진 우상을 버렸다.
“왜…….”
래리 말대로 썩어도 신이니, 내가 아는 제로의 악독한 성미라면 죽기 전에 남은 신성을 무참하게 휘둘러 보복할 법도 한데.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다만 내가 부족해서.
너무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직은 그런 자책과 후회만 가득한 놈의 붉은 눈이 나를 향해 똑바로 향한 것은 그때였다.
“너는.”
“!”
“온…….”
죽은 피가 말라붙은 입술이 달싹이는 것과 동시에 정신이 돌아왔다.
“헉…!”
낯익은 내 방이었다.
식은땀이 주룩 흘렀다.
“뭐야? 뭔데?”
그 자식, 마지막에 내 이름을 부르려고 하지 않았나?
제로가 살던 시대에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나를 어떻게 알아본 거지?
‘그냥 내 꿈이라서?’
다만 평범한 꿈으로 치부하기에는 마지막에 내게 닿았던 붉은 시선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기분이 영 이상해서 이영민에게도 꿈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단순한 꿈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던 세세한 부분까지 일치합니다.”
“그럼?”
“제로가 고객님에 무의식에 침입해 온 것처럼, 이번에는 반대로 고객님이 제로의 무의식에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든 고객님이 과거를 엿보는 게 제로가 원하던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고객님이 마음대로 찾아와서 잊고 싶은 기억을 들췄으니 자극 정도는 받았겠죠.”
망할. 누가 보고 싶어서 봤나?
* * *
온라온의 걱정은 괜한 기우가 아니었는지.
그날 새벽에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사진)
××일 자정, 만취 상태의 40대 남성 A씨가 도로를 역주행하던 도중 아이돌 그룹 ‘오르카’가 탑승한 차를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돌 사고로 운전석에 있던 매니저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중상을 입은 서문결과 온라온은 ××대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어 치료받고 있으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한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워낙 충격적인 소식이었던 탓에 기사는 빠르게 퍼졌다.
– ㅁㅊ
– 아니 뭐라고?
– (링크) 영웅 매니저 죽었다는데?
┗ 매니저 일반인인데 이런 거 함부로 가져와도 되냐
–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
– 온라온이랑 서문결 중상이라고??
– 소속사 오피셜 뜬 것도 아닌데 섣부른 추측은 자제하자 놀란 사람들 있으면 폰 놓고 잠시 쉬어
– 나 아는 사람 ××대병원에서 일하는데 지금 오르카 멤버들 응급차에 실려 왔대 과다출혈 때문에 위험한데 희귀혈액형이라 수혈도 어려운 듯
┗ ㄷㄷ
┗ 어그로 먹이 금지
– 안 믿겨……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고 소식이 보도된 이후 다른 기자들도 조회수를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최초 기사를 재생산했다.
– 손 떨려
– 아니.. 진짜 죽은 거야??
– 아직 멤버 죽었다는 소식은 없는데 이게 ㅅㅂ 대체 무슨 일임
– 음주운전 시1발 진작에 처벌 빡세게 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니야
– 처음 기사 뜬 뒤로 눈물밖에 안 나는데 제발 오보이길
– 매니저분 어떡해ㅠㅠㅠㅠㅠ
– 오보였으면 좋겠다
– 제발 애들 무사히 깨어나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
– 현실감이 없다…
그 결과 멀쩡하게 새벽 연습 중이던 오르카 멤버들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일어난 적도 없는 교통사고가 사실인 것처럼 퍼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