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0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05화
여유롭다.
여유로워도 너무 여유롭다.
최소한의 팬덤 유지를 위한 휴식기 브이로그 촬영과 몸이 굳지 않기 위한 연습, 리패키지 앨범 준비, 그리고 에어리들과의 소통 정도가 우리에게 허락된 일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유유자적하게 흘러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달을 이러고 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부지런히 살지 못하면 죽는 병에 걸린 견성하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강제적인 휴가를 그럭저럭 받아들인 반요한이나 나와 달리 견성하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휴식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연습실에 박혀 살다가 네가 영원히 젊을 줄 아냐고 혼내는 회사 직원들한테 내쫓긴 바 있었다.
“이렇게 귀한 시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말이 되냐고!”
그새 요리 위튜버로 전직한 것처럼 귀여운 애착 앞치마를 착용하고 요리 영상을 마구 찍어대던 강지우가 “뭐라고?” 하고 목청 높여 물었다.
“적어도 지우 형은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보이는데.”
“저 형은 원래 뭐든 즐거워하니까 됐어!”
“너도 좀 본받아라.”
“그래그래. 성하야, 올해 다시는 없을 휴가를 소중히 즐기렴.”
보일러가 돌아가 따뜻한 방바닥을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며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던 반요한이 얄미운 표정으로 훈수를 뒀다.
“요한이 형도 행복해 보이는데.”
“저 형도 원래 일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걸 더 좋아하니까 됐어!”
“보통 세상 사람들은 다 그런 편이지.”
“……너도 됐어!”
“나도 너 됐어.”
“뭐라고?”
쌓인 스트레스가 많은지 왈칵 성을 내는 견성하에게 어깨를 으쓱인 나는 거실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너도 결이 형처럼 집이나 다녀오든지.”
서문결은 그저께부터 숙소를 잠시 떠나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서문결 어머니가 이번 기회에 일주일만이라도 함께 지내자고 권한 모양이었다.
‘숙소에는 다음 주에 복귀한댔나.’
물론 다른 멤버들도 각자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가족이랑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겠어.
그런 마음을 담아 견성하를 바라보자 녀석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도 가긴 갈 거야. 형이랑 견하람 없을 때.”
“유치한 자식.”
“뭐가 어째?”
잠시 뒤 부엌에서 나온 강지우가 남는 기운을 투닥거리는 데에 쓰는 나와 견성하를 발견하고 물었다.
“라온아, 너 약속 시간 안 늦었어? 묵혜성 선배님 만난다며.”
시계를 보니 슬슬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어. 이제 나가려고. 놔라, 이 자식!”
“흥.”
“아이씨, 다 구겨졌잖아.”
강지우가 구겨진 옷을 다시 정돈하는 내게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나는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건넸다.
“이거 선배님 가져다드려.”
“이게 뭐야?”
“찹쌀 약과. 일부러 덜 달게 했어.”
맛있겠다.
어쩐지 어제부터 부엌에서 단내가 폴폴 나더라니.
“근데 이걸 형이 왜?”
“맏형 된 도리로서 늘 우리 막내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강지우가 묵혜성을 챙기는 현실이 뭔가 잘못된 것 같았지만, 고맙게 받기로 했다.
“고마워. 묵 쌤도 좋아하실 듯.”
강지우가 새삼스럽다는 듯 나를 보았다.
“근데 너 아직도 묵혜성 선배님을 쌤이라고 부르는구나.”
“형이란 말이 안 붙는 걸 어떡하냐.”
멋쩍게 웃으며 변명했다.
“도균이 형은 잘만 형이라고 불렀으면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비즈니스와 현실은 다른 법 아닌가.
“아무튼 고마워.”
“오늘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가.”
“알아서 할게!”
약속 시간 5분 전.
강지우가 준 약과 보따리와 개인적으로 준비한 답례품이 든 쇼핑백, 그리고 브이로그 촬영용 카메라를 챙겨 숙소를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낯익은 묵혜성의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쌤!”
후다닥 달려가 차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묵혜성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이분은 또 왜 이렇게 초췌해지셨대.
[누구 때문일까요? 지능 -1]‘제로 새끼 때문이요.’
[정답입니다. 지능 +2]이 자식은 무슨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과중한 업무 때려치우고 본업으로 돌아갔다고 아주 신났다.
속으로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더니 바로 잔소리가 날아왔다.
“뛰지 마.”
“옙.”
“몸은.”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아예 몸까지 틀어 내 얼굴을 살핀 묵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때문에 늙는다, 늙어.”
“죄송합니다.”
“그래. 죄송해해.”
날카롭지 않은 어조로 나를 타박한 묵혜성이 내가 들고 온 쇼핑백들에 시선을 주었다.
“그건 뭐야?”
“아, 이건 지우 형이 쌤 드리라고 직접 한 약과요. 저 챙겨주시는 거 매번 감사하다고.”
“감사하긴 뭘. 고마워. 잘 먹겠다고 전해줘.”
“네. 일부러 덜 달게 했다는데 그래도 맛있을 거예요. 그 형이 다른 건 몰라도 노래랑 요리는 최고로 잘해요.”
“그래.”
묵혜성의 표정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리고 이건 제가 감사해서요.”
나는 차로 해 마시면 좋다는 꿀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이래 봬도 비싼 거다.
“얘기 들었어요. 저 입원해 있을 때 계속 옆에 계셔 주셨다면서요.”
내가 깨어나기 직전까지 머물렀다고 들었다.
삼촌도 사촌도 아닌 오촌인 관계에 바쁜 사람이 그러기 쉽지 않았을 텐데.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알면 이젠 걱정할 일 없게 하고.”
“네!”
잠시 눈치를 본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요 쌤. 엄밀히 말하면 제가 낸 사고가 아니라 저쪽이 와서 박은 건데….”
“그놈 얘기는 하지도 마.”
“옙.”
만취 상태로 발견된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낸 전력이 있어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어 이번에는 실형까지 갈 게 확실하다는 듯했다.
래리의 말에 따르면 크게 다쳐 입원한 그 운전자는 원래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을 운명이었다 하니 제로에게 잘못 걸려 이용당했다고 불쌍히 여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차 타는 건 괜찮아? 교통사고 나면 트라우마 같은 게 남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완전 괜찮아요. 몸도 마음도 건강합니다.”
역시 사람은 건강하고 볼 일이다.
내가 안전벨트를 맨 것을 확인한 묵혜성이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평소보다 느린 속도였다.
“오늘 저희 어디 가요?”
“일단 밥부터 먹자.”
“네!”
* * *
아는 사람만 안다는 설렁탕 맛집에서 뜨끈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그대로 한적한 교외로 향했다.
챙겨온 카메라로 틈틈이 영상도 찍었다.
식사하면서 물어보니 역시나 특별한 일정은 없고, 온종일 바깥 공기나 쐬면서 느긋하게 쉴 예정이었다.
묵혜성은 밖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아는 게 나보다 더 없었다.
뭐, 굳이 알찰 필요가 있나.
다 떠나서 팬들한테 잘생긴 곰팡이라고까지 불리는 양반이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부터가 감동이었다.
“저희 라방도 잠깐 켤까요?”
“마음대로 해.”
회사에 연락해 라이브 방송 허락을 받은 나는 핸드폰으로 비앱 라이브를 세팅했다.
[오르카(ORCA)가 라이브를 시작했습니다.오르카(ORCA): 누구랑 있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팬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라온아!!
– 안녕~~
– 라온이었구낭
– 점심 먹었어?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일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카메라 방향을 살짝 틀어 묵혜성까지 한 각도에 들어오도록 했다.
“오늘 묵쌤이랑 놀러 나왔어요. 저희 팬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묵혜성입니다.”
– 헐
– 와
– lovelyyyyyy
– 묵쌤 잘생겼어요ㅠㅠㅠㅠㅠ
– 비겁한 혈연 왔다
와중에 눈에 띄는 댓글 하나가 있었다.
– 라온아 선배님 표정 안 좋아지셨다 얼른 형이라고 불러드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옆을 돌아보았다.
“네? 저희 쌤 원래 이런 얼굴이신데요?”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갈수록 겁이 사라지는구나
– 온라온 씨 패기를 응원합니다!
묵혜성 얼굴을 슬쩍 보니 꽁한 기색이 은은히 보이는 게 이러다 방송 끈 순간 온갖 잔소리를 할 것 같았다.
“혜성이 형.”
“그래, 라온아.”
“사랑합니다.”
“그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엎드려 절받기의 의인화
– 묵오빠가 원래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 형 소리가 그렇게 좋으세요?
– 오빠 양심 어딨어요
묵혜성이 여기 있다는 소문이 났는지 이터널들도 조금씩 들어와 딜을 넣고 있었다.
자기 팬들이 하는 말을 못 본 척한 묵혜성이 주제를 돌렸다.
“에어리분들, 저희 라온이 항상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황송하다
– 저희가 더 감사하죠ㅠㅠㅠ
– 라온아 형이라고 백번 불러드려
– ㅠㅠㅠㅠㅠㅠ 혈연 최고예요
질 수 없었다.
“이터널 여러분, 저희 쌤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예쁘게 봐주세요.”
– ㅋㅋㅋㅋㅋ
– 애는 어른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 묵쌤이 말했을 땐 감동이었는데 반대가 되니까 뭔가 발칙한듯
– 라온아 너만 잘하면 돼!!
에어리들은 내 편인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