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0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06화
늦은 밤이 다 될 때까지 묵혜성과 시간을 보냈다.
영화관에서 요즘 유행한다는 영화 한 편 보고, 교외에 있는 한적한 카페에서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고, 비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밥보다 더 비싼 디저트를 먹고, 배가 꺼질 때까지 공원길을 좀 걷다가 코인 노래방에서 애창곡을 열창하다 보니 어느새 이 시간이었다.
‘이게 촬영이었으면 제작진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릴 정도의 분량을 뽑았을 것 같은데…….’
여기 없는 방송국 카메라 대신 내가 가져온 카메라에 오늘 하루를 알차게 담았다.
오늘 찍은 영상은 우리 직원의 손을 거쳐 보기 좋게 편집된 뒤 위튜브 채널에 올라갈 것이다.
“시간이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네.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아니에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본인도 피곤할 텐데 온종일 불평이나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날 챙기다가 숙소까지 친히 데려다준 묵혜성에게 꾸벅 인사했다.
저 사람에게는 여러모로 고마울 일이 끝도 없다.
“몸조리 잘해.”
“넵. 형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한나절 동안 눈치를 받은 끝에 일시적으로 입에 익숙해진 호칭을 입에 담으며 묵혜성을 배웅했다.
묵혜성이 탄 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멤버들 줄 디저트가 든 선물 상자를 챙겨 숙소로 올라가자 마침내 일에 대한 미련을 접었는지 예전에 선물로 받았던 천 피스짜리 퍼즐을 꺼내 거실에서 맞추고 있는 견성하가 보였다.
“나 왔다.”
“안 밟게 조심해라.”
얼마나 집중했는지 견성하가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경고했다.
“형들은?”
“요한이 형은 자고 지우 형은 자기 방에서 라이브 방송해.”
조용히 들어오길 잘했다.
“나 씻는다. 이거 파인데 맛있어. 형들이랑 나눠 먹어.”
“파이? 고마워.”
뜨뜻한 물로 씻고 나와서 깨끗한 침대에 누우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평화롭다.
이러고 있자니 끔찍한 교통사고가 나고 제로를 처치한 게 벌써 먼일처럼 느껴진다.
‘이러다가도 또 지겹게 생각나겠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일상이었다.
한편으로 바인을 제외한 리프틴 멤버 전원이 재계약에 성공해 6인조로 새출발한다는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관리국의 제로만큼이나 골칫거리였던 리프틴의 바인이 빠진 만큼 저 녀석들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나 [형!! 재계약 축하해!!]
나 [시간 괜찮을 때 밥 한 끼 먹자]
나 [우리 요즘 세상 한가함]
나 [샤오나 다른 형들한테도 전해주라]
준우형 [고맙다ㅠㅠㅠㅠㅠㅠㅠㅠ]
준우형 [애들도 고맙대]
준우형 [너도 몸조리 잘하고]
준우형 [나중에 전화할게]
다 좋은 와중에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헥사곤 스테이지 우승을 놓친 게 좀 많이 아깝네.’
여러 악조건에서 나와 서문결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고, 어디 가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로 인해 우리는 우승 외의 모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경연곡들은 여전히 각종 차트 최상위권에 머물렀다.
우리의 재능을 확실히 증명함으로써 실력파 그룹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 협업 제안이 끊이지 않고 있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공연 요청도 한꺼번에 여러 건이 들어와 우리 해외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잘해놓고 우승을 놓친 게 너무 아까운 거다.
부상으로 딸려 있던 해외 쇼케이스와 해외 음반 발매가 우리에게는 정말 큰 거였는데.
내가 아닌 제로 때문에 난 사고라는 걸 알지만, 나와 관련된 일로 벌어진 사고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렸다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많이는 아니고 사람이면 느낄 정도로만 느끼는 거니까 내 지능 지혜 깎지 마라.’
이 자식 살판났다니까?
* * *
여유 시간이 생긴 우리는 이번 기회에 평소에 생각만 하고 해보지는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그중 하나가 ‘찾아봐요, 오르카’였다.
‘찾아봐요, 오르카’는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아이돌 앨범의 수록곡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라디오 형식의 콘텐츠로, 아이돌이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명곡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다는 강지우의 의견에서 시작됐다.
회사 허락을 받아 소개할 곡과 대본 정도만 가볍게 준비해서 비앱 라이브로 간단히 진행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첫 방송 때는 이게 뭔가 해서 들어온 우리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방송을 두 번 세 번 하면서 메인 DJ인 강지우의 입담이 좋고 선곡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입소문이 났는지 점차 다른 그룹 팬들도 우리 라이브 방송을 찾아오며 규모가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여기가 수록곡 맛집인가요
– 다이나식스 – 사랑해 줄래 틀어주세요ㅠㅠ 진짜 명곡인데 안 알려져서 아쉬움
– 지우 목소리 너무 좋다…
“생각보다 잘되니까 부담스럽다…….”
어제도 밤새도록 플레이리스트를 뒤지며 명곡을 골랐다는 강지우가 앓는 소리를 냈다.
“형 이쪽에 재능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해.”
“오늘 막내만 믿고 간다.”
강지우를 고정 DJ로 해서 다른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패널로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오늘은 내 차례였다.
“방송 켤게.”
“응.”
[오르카(ORCA)가 라이브를 시작했습니다.오르카(ORCA): 찾아봐요, 오르카 #4]
라이브 방송을 켜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지난 방송 때보다도 시청자 수나 하트 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져 거의 시작하자마자 하트 수 감사 인사를 해야 했다.
댓글창은 늘 그랬듯이 내용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올라가, 댓글을 보려면 손으로 잡아 멈춰서 읽고 가야 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 라온입니다.”
“어서오세요, 라온 씨.”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유, 감사는요. 제가 더 감사하죠. 대체 언제 오시나 했습니다.”
“후후, 원래 주인공은 가장 늦게 등장하는 법이죠.”
– 둘이 너무 귀엽게 놀아 ㅋㅋㅋㅋㅋ
– 쥬디 직업 만족도 최상 같아서 질투 난다
– 라온아 볼하트 해줘요
– 너무 잘생겼어ㅠㅠㅠ
“벌써 밤 11시인데요,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오늘은 눈이 온 뒤라서 그런가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해서 좋았어요. 지우 형이 타준 핫초코를 마시면서 곡 작업을 했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요.”
“제가 또 핫초코를 기막히게 탑니다. 어떻게, 곡 작업은 잘 되시나요?”
“제가 경연 준비할 때는 뒤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면서 작업했거든요. 그런 데드라인이라고 해야 하나, 쫓기는 느낌 없이 하니까 작업이 잘 되는 듯하면서 안 되는 듯하면서 잘 되네요.”
“하하, 어떤 곡으로 또 저희를 행복하게 해주실지. 너무 기대됩니다.”
편안하게 잡담을 나누다가 준비한 곡을 하나둘씩 소개했다.
“라온 씨는 어떤 노래 가져와 주셨나요?”
“세렌디피티 선배님의 ‘Daily’라는 곡이에요. 딱 요즘 계절에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합니다. 멜로디만 들으면 눈 오는 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처럼 신나는데 가사를 보면 좀 먹먹해지는 게 있어요. 일단 들어보시죠.”
– 헐 이거 거의 10년 전 곡인데 어떻게 알아
– 노래 진짜 좋다
– 뭔가 딱 랑구가 좋아할 것 같은 느낌ㅋㅋㅋ
다행히 시청자 반응이 나쁘지 않아 긴장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희 ‘찾아봐요, 오르카’가 한 단계 발전해서, 오늘은 청취자 여러분께 미리 받은 사연도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사연자분께는 저희가 회사 통해서 소정의 상품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은 멤버 고민이나 회사 직원한테 받은 사연만 다뤘는데, 이번에는 SNS에서 사연을 미리 받아뒀다.
– ㄷㄱㄷㄱ
– 상품 뭔가요??
– 제발 나 뽑혀라
“상품은 최신형 냉장고와 백화점 상품권…… 뭐 이런 거 전혀 아니고요. 저희 친필 사인이 담긴 폴라로이드입니다. 그럼 라온 씨, 사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라온아 980609만큼 사랑해 님 사연입니다. 연락 안 되는 동생 때문에 미치겠어요. 이제 대학교 2학년이 되는 여동생이 있는데 과제 한다고 밤늦게까지 안 들어오거나 가끔은 학교에서 철야까지 합니다. 대학생이니까 팀플 있고 과제 있는 거 저도 알지만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하고 안 그래도 남학생이 훨씬 많은 과이다 보니 연락이 조금이라도 안 되면 걱정이 됩니다. 요즘 세상에 팀플 같은 건 집에서 다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굳이 외박하고 들어온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자식도 아니고 동생인데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이런 사연인데요.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우선 저도 사연자님을 20000130만큼 사랑해요. 제가 더 큰 숫자니까 제가 더 많이 사랑하는 거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귀여워 랑구야
– 에휴 남일같지가 않다
– 부모님도 아니고 언니면 좀 예민한 것 같기도
– 가족인데 당연히 걱정될 듯
– 저 시기면 남이 뭐라 해도 안 들어요 본인이 생각 바꿔야 함
“그나저나 동생분이 많이 걱정되실 것 같아요. 사연 보내주신 분은 언니분이신 것 같은데.”
“이런 대학 관련 일은 요한이 형이 전문일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부를까요?”
“에이. 부르지 마요. 오붓하게 둘이 있어요.”
“제가 좋은 거예요, 그 형이 싫은 거예요?”
“음,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