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0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07화
– (아티스트) 나도 너네 싫어요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는지 아티스트 인증 마크가 붙은 댓글로 반요한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바람에 댓글 창이 잠시 뒤집어졌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요한앜ㅋㅋㅋㅋㅋㅋ
– 방송 보고 있었구나
– 결아 염색하자
– 서로 대놓고 싫다고 해도 불화설 안 나는 그룹
– 얘들아 요한이 삐진 것 같은데
– 요한오빠한테 그러지 마요
반요한이 삐진 것 같다는 에어리들과 다른 그룹 팬들의 댓글들을 본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순진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삐진 게 아니라 삐진 척일 거예요.”
“맞아요. 그 형은 잘 삐지진 않는데 삐진 척을 실감 나게 잘해요.”
“진짜 삐진 건지 아닌지 구분이 다 되는데 이번에는 오백 퍼센트 척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반요한에 대해 통달한 강지우 옆에서 나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아티스트) ㅋㅋㅋ
– (아티스트) 너희가 날 너무 잘 알아서 기분이 좀 그렇다
– (아티스트) 수고해ㅎㅎ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얘들아 오늘은 저녁 뭐 먹었어?
– 반요한씨 들켰죠?
– 오빠 마린 챌린지해주세여
– 원래 이런 상황에선 폭스요한이 필승이었는데ㅋㅋㅋㅋ
우리에게 간파당한 반요한이 에어리들의 즐거운 웃음 속에서 사라졌다.
“그럼 방해꾼도 물리쳤으니….”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연 상담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공식적으로 받은 첫 사연이다 보니 잘 답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게 들었다.
사연이 적힌 대본을 빠르게 다시 훑어본 강지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도 어린 동생들이 있어서 그런지 이분 상황에 더 감정 이입이 되네요. 아니, 저였어도 너무 걱정됐을 것 같은데?”
“그래요?”
“네. 너무 그래요. 저는 사연자님이 전혀 예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만 걱정할 수 있나요. 형, 누나, 언니, 오빠도 다 동생 걱정할 수 있는 거죠. 다 가족인데요. 심지어 여동생인데 남학생이 훨씬 많은 과다? 무진장 걱정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연락까지 잘 안 된다? 걱정돼서 잠도 못 자죠.”
강해림과 강보람을 떠올린 강지우는 이 사연자의 상황에 진심으로 공감이 되는 듯 숨도 안 쉬고 열변을 토했다.
– 숨 좀 쉬어
– 저 이제 졸려서 잘 건데 방송 언제까지 해요?
– 나라도 걱정될 듯
– 지우 동생분들 이거 보고 어떤 반응일까
– 진정해
“물 드시면서 진정 좀 하세요.”
방송 시작 전에 미리 떠다둔 보리차를 강지우에게 건넨 뒤 내 생각을 말했다.
“지우 씨 말도 맞아요. 그런데 또 이제 대학교 1, 2학년이면 한창 자유를 만끽할 시기이기도 하니까 동생분 입장에서 보면 좀 통제받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이건, 통제가 아니라 늦게 들어오면 연락은 기본인 거죠.”
“제가 그런다는 건 아닌데, 늦은 새벽이면 가족들도 다 자고 있을 시간인데 연락하기도 좀 그렇고, 이 정도는 알아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요.”
의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동생 입장에서 얘기하다 보니 어느샌가 나는 동생, 강지우가 사연자 입장에서 말하고 있었다.
“라온 씨는 늦은 시간에 약속이나 스케줄 가면 저한테 연락 안 할 거예요?”
“아니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죠? 지우 씨는 저의… 친형도 아니신데.”
탕! 방송용 탭을 올려놓은 책상을 친 강지우가 외쳤다.
“솔직히 저도 이 정도는 참견할 자격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면 흔들리잖아요.”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알았어요. 저희 일단 라디오 컨셉이니까 목소리 좀 차분하게 낮춰주시겠어요?”
“앗, 네.”
강지우가 얌전해졌다.
너무 갑자기 진정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저는 좀만 늦게 들어올 것 같다 싶으면 단톡방에 다 얘기하는데요. 에어리들이 오해하겠어요. 이거 보세요, 여러분.”
내 말이 진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아예 우리 단톡방 화면을 켜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나 [오늘 늦어]
세상에서제일멋있는지우형♡ [언제?]
나 [그건 몰라]
세상에서제일멋있는지우형♡ [알았다 조심히 들어와ㅎㅎ]
세상에서제일멋있는지우형♡ [우리 막내 파이팅!!]
세상에서제일멋있는지우형♡ [(하트 쏘는 강아지 이모티콘)]
– 이름ㅋㅋㅋㅋㅋㅋㅋ
– 하트까지; 지독하다…
– 아… 쌍방이었구나
– 에어리 대체 몇 패인지 감도 안 잡혀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미친, 이름이 이랬네.
이미 늦은 것 같지만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회수하고 주절주절 변명했다.
“이름은 지우 형이 맘대로 바꾼 거예요. 다른 걸로 바꾸면 제가 싫어하는 건강한 반찬만 할 거라고 협박했어요. 하트도 꽉 찬 하트에서 빈 하트로 겨우 바꾼 거예요.”
“네 진심을 내가 아는데. 섭하구나 막내야.”
“열받으니까 좀 조용히 해줄래?”
– 가족도 안 이래요
– 캡처타임해줘!
– 대체 지우 눈에는 라온이가 얼마나 예뻐 보이는 걸까
– 나라도 예뻐할듯
– 지독하다
이쯤에서 대화 주제를 바꿀 필요성을 느낀 나는 예능 필살기를 꺼냈다.
“지우 씨, 이분에게 더욱 몰입하기 위해 상황극 한번 해볼까요?”
아, 이건 예능이 아니었나?
아무튼.
“저는 이미 충분히 몰입한 것 같긴 한데, 좋아요.”
– 여기서 뭘 어떻게 더 몰입하려고
– 리팩앨범 스포해주세요
– 언제까지 할거야?
“어떤 상황이죠?”
“동생분이 이제 막 집을 나가려는데 사연자분이 오늘 몇 시에 들어오냐고 묻는 상황. 아니면 밤늦게까지 안 들어오는 동생분과 연락이 안 닿다가 겨우 전화를 받은 상황. 둘 중에 어느 게 더 좋으세요?”
“아, 말만 들어도 벌써 걱정돼. 벌써 속 아파. 그러니까 둘 다 합시다.”
“첫 번째 거 먼저 갈게요.”
회사에서 나름 연기 수업을 받은 나와 강지우가 서로를 바라보며 감정을 잡았다.
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강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막내 오늘 몇 시에 들어와?”
“내가 그걸 형한테 왜 말해야 하는데?”
“!”
단조로운 목소리로 대꾸하는 순간 강지우의 눈빛이 흔들리며 단번에 상처받은 표정을 했다.
나를 바라보는 강지우의 뒤로 낑낑거리는 대박이와 소박이의 환영이 보인 것 같았다.
– 아닠ㅋㅋㅋㅋㅋ
– 저런 오빠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 지우 지금 너무 진심으로 마상이었나 본데
잠깐 사이 심적 타격을 어떻게든 수습한 강지우가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래도 형은… 네 형이잖아!”
“엄마 아빠도 뭐라고 안 하는 걸 왜 형이 뭐라 하는 건데.”
울컥한 강지우가 내 손을 꼭 잡고 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너 왜 말을 그렇게 해? 형이 동생 걱정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늦으면 꼬박꼬박 연락만 해달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과해? 형이 하는 걱정이 너한테는 그렇게 귀찮기만 해? 몇 시에 들어오는지만 말해 달라는데…….”
“아, 나도 모른다니까. 늦을 것 같으면 연락할게.”
“응.”
– 눈 반짝거리는거ㅋㅋ
– 지하다 과우야
– 둘 다 연기 왜 이렇게 잘해
– 이런 게 생활 연기 뭐 그런 건가?
“이 형 원래 이렇게까진 안 해요! 예능이라 과장한 거예요.”
– 이거 예능이었구나
– 너무 진심 같아보였는데 ㅇㅋ
– 지우 너무 맑눈광이라 웃겨 죽을 것 같아
강지우의 이미지를 수습한 다음 빠르게 다음 상황극으로 넘어갔다.
“막내야…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무음으로 돌려놔서 전화 온 줄 몰랐어.”
“무음? 왜 무음으로 해. 너 내가 전화를 몇 통이나 한 줄 알아?”
“과제 집중하려고 무음으로 돌려 뒀지. 진동으로 다시 바꿔둘게. 전화 얼마나 했는데.”
“거의 스무 통을 했어. 스무 통을! 아까부터. 봐봐. 너 무슨 일 있나 해서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했다고.”
“……미안해.”
작은 목소리로 나온 사과에 강지우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뭐라고?”
“미안해.”
“알았어. 이제 전화 잘 받아야 해.”
“응.”
“우리 막내 최고.”
– 지우야 너무 쉽지 않니
– 응이랑 미안해 한마디에 함락되는 거 너무 잘보여서 웃겨
– 솔직히 온라온이 저러면 천년의 분노도 다 풀릴 듯
– 기깔나는 수록곡 들으러 왔는데 갑자기 설레는 나.. 제법 좋아요
손뼉을 짝짝 쳐 분위기를 환기한 내가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상황극을 해보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더 잘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걸 알게 되셨나요?”
“사연자분 입장에서는 연락이라고 해야 하나, 제때 소통이 안 되는 부분이 제일 신경 쓰일 것 같아요.”
“맞아요. 연락만 잘 되면 그래도 이 언니분도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을 텐데. 연락이 잘 안 되니까 무슨 일 있나 계속 걱정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죠.”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동생분이 이 방송을 보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늦으면 걱정되니까 연락에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시고 사연자분도 너무 다그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정말 도움 안 되는 것 같네요.”
훗날 SNS에 사연자의 후기가 올라왔는데, 다음과 같았다.
저희는 저 정도로 끈끈한 사이는 아니라서…
방송 보고 보다 객관적으로 저희 상황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ㅎㅎ!
……좋은 거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