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2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26화
언제부터인가 컴백을 하면 당연하다는 듯 전곡 차트인을 시키던 오르카였지만 1위부터 그 아래로 쭉 줄 세우기를 한 건 처음이었다.
“우와…….”
당사자인 오르카 멤버들도 얼떨떨해져서 어제 데뷔한 신인처럼 핸드폰 속 음원 차트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다 해서 100곡 들어가는 차트에 우리 곡이 지금… 거의 20곡인데.”
역대 타이틀곡과 올해 발매했던 헥사곤 스테이지 음원들까지.
오르카가 차트를 점령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와, 우리 진짜 최고다….”
“성공했다.”
“고생했다 얘들아.”
“뭘 다 끝난 것처럼 말해. 이제 시작이야.”
물론 최근 덩치를 급격히 불린 오르카의 팬덤이 열심히 스트리밍해 일궈낸 결과였지만.
아이돌이 부른 곡에도 명곡이 많다는 걸 널리 알리고자 한 케이팝 장인 강지우의 노력을 비롯해 실력파 이미지를 꾸준히 내세운 것 역시 대중에게 주효하게 먹혀들었다.
덕분에 발매된 직후 차트 최상위권에 반짝 진입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한동안 유지되었다.
“On and On!”
별안간 강지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앞으로 내밀며 이제까지 수백 번도 더 한 구호를 외치는데 그의 맑은 눈이 평소보다 일곱 배는 더 반짝이는 듯했다.
“ORCA!”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구호는 여기서 끝났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On and On!”
“And On!”
대형 사고를 치고 신난 강아지처럼 방방 뜬 강지우가 다시금 구호를 외쳤고 기세로는 지지 않는 온라온이 신난 마음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And On and On!”
“그만 좀 해 ORCA!”
“너나 그만해앤 On!”
“and On!”
“온라온!”
“뭐야?”
“On and ORCA!”
“On and on and on and on…….”
흥분이 전염된 멤버들에 의해 돌림 노래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던 구호는 밖에서 통화하다가 웬 술주정 같은 고성이 들려와 깜짝 놀란 곽상현이 들어와 제발 조용히 하라고 할 때가 되어서야 멈췄다.
* * *
첫 음악방송 사전 녹화 날.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입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련되게 세팅했던 지난 ‘Action’ 활동 때와 달리 얇고 여유 있고 연한 색의 반소매 티 같은 의상을 입은 오르카 멤버들이 한 명씩 무대 위로 올라왔다.
“와아아아악!”
그들을 기다리던 에어리 수백 명이 환호했다.
이번 사전 녹화에도 어김없이 앞자리에 당첨되어 멤버들이 잘 보이는 곳에서 응원봉을 들고 서 있던 소문난 금손 금규리도 환호성을 내지르며 오늘도 환하게 빛나는 온라온의 얼굴을 재빠르게 찾아냈다.
‘와, 오늘도 미쳤다.’
온라온의 눈에 담긴 팬들을 향한 애정이나, 그런 감정이 담긴 눈을 마주한 자신이 느끼는 감동은 처음 만난 이후 늘어나면 늘어났지 단 한 번도 줄어들지 않았다.
‘어. 평생 사랑해 줄게…….’
견성하를 끝으로 모든 멤버가 준비를 마치고 무대 위로 올라오자 강지우가 구호를 선창했다.
“On and on ORCA!”
그 말의 의미 그대로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구호 세례를 기억하는 매니저가 순간 긴장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멤버들은 허리를 꾸벅 숙이며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게 인사를 마쳤다.
이제는 이 방송국 안에 그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도 막 데뷔한 신인처럼 성실하게 인사하는 각은 앞으로도 풀어질 기미가 없었다.
“항상 이렇게 새벽부터 와줘서 고마워요.”
“여러분 오늘도 밤새웠죠.”
에어리들이 힘없이 내뱉는 앓는 소리에 꼭두새벽부터 대기하느라 겪은 고충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희도 1시간 잤습니다. 우리는 한 팀. On and on!”
“ORCA!”
눈치 빠른 에어리들이 바로 호응하자 온라온이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그 뻔뻔스럽게 진지한 표정에 에어리들이 마구 웃었다.
마음껏 웃으니까 온몸을 뻐근하게 하는 피로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
“저희가 오늘 진짜 맛있는 비빔밥 준비했으니까 끝나고 꼭 챙겨 먹어요. 저희가 자주 먹는 맛집인데 오늘 여기 온 거 후회 안 하실 거예요.”
시꺼멓게 죽어 있던 에어리들의 얼굴이 피어났다.
‘누가 덕질이 밥 먹여 주냐고 묻거든 우리 애들은 존× 잘 먹여 준다고 답하리라.’
식당 집 아들 강지우 덕분에 연예계에서도 알아주는 미식가들인 오르카가 그날 엔딩 포즈만큼이나 고심해서 주는 도시락 역조공은 여태까지 실패한 적이 없었다.
“뮤비 어땠어요?”
“저희 뮤비는 항상 최고였지만, 이번에는 대표님이 진짜 아낌없이 투자하셨거든요.”
“CG도 막 진짜 할리우드 영화 찍는 분들이 작업했다고 들었어요.”
“저희 하고 싶다는 거 다 시켜주신대서 진짜 다 했습니다. 잘했죠!”
멤버들은 그 뒤로도 녹화가 준비될 때까지 에어리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우리 에어리만 이렇게 막 수백 명씩 있으니까 콘서트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견성하의 말에 방청석에서 콘서트 언제 하냐는 에어리들의 질문이 멤버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콘서트요?”
“이거 말해도 되나.”
“으음, 곧?”
두려울 게 없는 소속사 대표의 친척 반요한이 천연덕스럽게 일정을 유출했고 그를 친구와 형으로 둔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과감한 스포일러를 지지했다.
금규리가 모든 콘서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돈 모아야지.’
거침없는 스포일러에 속이 다 시원해진 에어리들과는 반대로 백스테이지에 있던 신입 매니저가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에 펄쩍 뛰었다.
신입 매니저의 옆에서 멤버들을 겪을 대로 겪은 고참 매니저 곽상현이 인자하게 웃었다.
그는 오늘 점심에는 견성하가 ‘토끼나 먹을 풀떼기’라고 표현하는 샐러드를 꼭 시켜 주리라 다짐했다.
얼마간 더 사담을 나누고 난 뒤.
준비가 끝났다는 스태프의 신호가 오자 팬들이 입장하기 전에 미리 리허설을 마치고 온 오르카는 바로 무대 녹화에 들어갔다.
Go back to real
Re-realize
Re-realize
전주가 흘러나오기 직전까지 에어리들과 손으로 신호를 주고받던 온라온은 곡이 시작하자 곧바로 무대 연기에 집중했다.
내 진짜 모습을 되찾는 데
필요한 건 오직 너
견성하가 듣기 좋은 저음으로 채운 파트 뒤 강지우의 맑은 보컬로 구성된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어졌다.
Go back to real
Re-realize
Re-realize
한결같은 연습량을 짐작하게 하는 안무의 완성도가 팬들을 감동하게 했다.
이어진 2절에는 반응이 좋았던 온라온의 랩 파트가 있었다.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우린 세상의 끝을 봐
라이브로 들으니 더 좋은 랩과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잔망스러운 몸짓이 흥을 더했다.
그리고 외쳐
We got the whole world!
모든 멤버가 입을 모아 영어 가사를 부르는 것과 동시에 에어리들도 어젯밤 급하게 배워온 응원법을 외쳤다.
“We got the whole world!”
“Aga…. We got the whole world!”
“Again the whole world!”
올바른 응원법을 외친 에어리들 사이에 ‘Again’을 잊지 못한 에어리들이 당황해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 실수를 놓치지 않은 멤버들의 입꼬리가 슬쩍슬쩍 올라갔다.
아무리 달아나도 결국 너의 Home and ground
이렇게 맞잡은 손의 떨림도 온도도 설렘도
진짜란 걸 이젠 알겠니
감독의 오케이 사인과 함께 무대가 끝난 뒤, 멤버들은 무대 앞으로 쪼르르 나와 에어리들을 놀렸다.
“아니 여러분.”
“실망이에요.”
“어떻게 그래요?”
찔리는 게 있는 에어리들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외쳐 다음에 어게인 외치신 분 제가 다 봤어요.”
“저도 봤어요.”
“내가 아까 보니까, 거기서 당황한 분이 한두 분이 아니시던데.”
“이렇게 말하는 요한이 형도 연습할 때 계속 어게인만 외쳐서 혼났습니다.”
견성하의 말에 언제 에어리들을 놀렸다는 양 반요한은 뻔뻔하게 나왔다.
“아니, 솔직히 저희 다 어게인에 세뇌됐잖아요. 애초에 어게인에서 따온 가사도 맞고, 이게 다 그때부터 우리가 함께해 온 추억이 녹아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바이브잖아요. 이성으로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다 이해해 줘야 합니다. 안 그래요?”
“뭘 또 순진한 에어리들 설득하고 있어!”
“저거 온라온 너한테 배운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냐.”
다행히 이어진 2차 녹화는 각성한 에어리들이 눈을 부릅뜨고 ‘We got the whole world’를 외치며 실수 없이 마쳤다.
첫 무대라 더욱 들떴던 타이틀 곡 사전 녹화가 끝난 뒤에는 팬 매니저가 공방 참석자들에게 포토 카드를 나눠주었다.
이날 배포된 견성하와 온라온이 얼굴에 물감을 살짝 묻히고 찍은 포토 카드는 영원히 전설로 남아 수십만 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다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파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 현장에서 받은 소수의 행운아 말고는 그 누구도 실물을 보지 못했다.
– 20×××× 뮤팡 리얼라이즈 사녹 후기
그리고 두 시간 뒤에 있을 수록곡 무대 사전 녹화를 기다리며 금규리는 자신의 SNS에 방청 후기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