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2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29화
매주 한두 편씩 방송되는 걸 기다려야 하는 기존 드라마와는 달리 왓투게더에서 제작하는 ‘유어 컬러’는 전반에 해당하는 열 몇 편이 한 번에 공개됐다.
성격 급한 한국인 성격에 딱 맞는 포맷이라 할 수 있다.
“막내야! 같이 보자!”
“수치스러워서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사라져….”
하지만 녀석들은 그게 재밌는 거라면서 도망치려는 나를 노트북 앞으로 끌고 가 앉혔다.
나아쁜 자식들.
“연습 안 해?”
“밥 먹으면서 한 편만 보자. 딱 한 편만.”
“딱 한 편만 보는 거다.”
“응!”
“튼다.”
저항을 포기하자 반요한이 1화를 재생했다.
여러 색의 물감이 맑은 물에 섞이며 출연 배우를 한 명 한 명 소개하는 오프닝이 가장 먼저 나왔다.
“장르가 로맨스랬나?”
“보면 알아.”
“아까 보니까 카테고리가 미스터리로 돼 있던데…….”
“모든 로맨스는 미스테리한 법이지.”
“뭐 있구만?”
“보면 안다니까.”
나도 초반부 대본만 봤을 때 전형적인 음악 로맨스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대본을 받으면 받을수록 분위기가 요상해져서 뭔가 했더니…….
실상은 나선아 작가의 주특기인 로맨스릴러 복수극이었다.
역시는 역시. 확실히 이 정도는 되어야 왓투게더에 그만한 예산을 받고 입성하겠다 싶었다.
어쨌든 초반부 분위기는 잔잔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나는 색청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하게 들어간 CG를 감상하며 강지우가 준비한 팝콘을 씹었다.
* * *
그 시각, 에어리들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유어 컬러’를 재생했다.
이날만을 기다려 온 금규리도 그중 하나였다.
‘1화부터 바로 나온댔지.’
1화를 재생하자 잘생김과 연기력이 비례하는 배우 한도균이 어김없이 훌륭한 연기를 보이며 최무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단번에 높였다.
‘잘생기긴 잘생겼다.’
오르카를 좋아한 뒤로 눈이 급격히 높아진 금규리가 온라온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한도균의 잘생김을 흔쾌히 인정했다.
그러는 동안 무뚝뚝한 낯을 한 최무원은 회색 행인으로 가득한 출근길을 발소리도 내지 않고 걸어 나간다.
그의 곁을 흐릿하게 스쳐 지나가던 회사원은 학생으로, 정장은 교복으로 점차 바뀌며 배경이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어느 샌가, 어린 최무원이 주인공의 자리를 대신하고 서 있다.
“와.”
풋풋하고 싱그러운 온라온의 교복 입은 모습만 막연히 상상해 온 금규리는 바짝 마른 가지 같은 최무원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저거 누구야?’
세상의 갖은 소리가 그녀가 모르는 소년에게로 남김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더니 최무원이 낀 흰색 헤드셋 안쪽에서 규칙적이고 무미건조한 백색 소음이 고요히 들려온다.
‘…이거 좀 무서운데.’
흔히 집중을 돕거나 잠을 불러오는 데 쓰이는 먹먹한 소리가 시청자들에게까지 소음으로 느껴진 데는 음향팀의 공이 컸다.
그 노고가 헛된 것이 아니었는지 금규리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세상에 최무원이 거부하지 않는 소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생기로운 새 소리도, 하교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도 최무원에게는 폭력과도 같을 것이다.
* * *
– 들어오지 마.
– 무원아….
어머니와의 관계는 좋지 않아 보인다.
겉보기에는 간절히 다가오는 모친을 최무원이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모양새다.
– 내 방에 있는 건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최무원의 어머니가 방에서 떠밀리듯 내쫓긴다.
동방예의지국 사람으로서 어머니를 막 대하는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금규리는 내 새끼 한정 관용을 발휘해 최무원에게도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겼다.
– …….
돈깨나 있는 집에서 태어나 철저히 방음 처리가 되어 있는 최무원의 방은 소름 끼치도록 고요하다.
그 안에 놓인 피아노 한 대.
깨끗한 두 손이 흰 건반 위에 가지런히 놓이자 내내 날이 서 있던 최무원의 표정이 최초로 평온해진다.
‘세상 좋아졌다…. 방 안에 앉아서 천사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도 듣고.’
어쨌든 초반부는 금규리의 기대와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교복 입은 온라온, 피아노 치는 온라온, 청순한 온라온 등 무수한 떡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팬들이 은근히 걱정하던 견하람과 함께 찍은 장면도 학교 음악실에서 우연히 마주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합주하는 수준으로 담백했다.
‘풋풋하다.’
금규리가 온라온이 아니라 최무원의 인생에 과몰입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세 시간 뒤였다.
* * *
“미친, 아,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집 안 바닥에는 피가 고여 있는데 언뜻 보기에도 사람 하나가 과다 출혈로 죽기에 충분한 양이다.
피의 주인은 최무원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아들이 같은 시간, 같은 집 안에 있었으나 처절한 비명은 네모난 공간을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유리시키는 흡음재에 막혀 닿지 않았다.
괴한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 어머니와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만의 성채 안에서 평화로운 곡을 연주하는 최무원의 모습이 대비되며 시청자들에게 서글픈 충격을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마음을 안정시킨 최무원이 마냥 싫어하지는 않는 어머니에게 화해를 청하러 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간다.
‘엄마 죽었겠지? 아니, 그래도 살려주면 안 되나. 제발. 제발….’
유난히 온전한 적막에서 불안함을 느낀 최무원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간다.
– ……엄마?
핏자국을 따라간 최무원이 마침내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는 순간 금규리의 멘탈도 깨졌다.
물론 금규리의 손은 착실히 다음 화를 재생하고 있었다.
* * *
최무원은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건반에 한 손을 올리고 반대 손으로는 건반 덮개를 꽉 쥔다.
‘설마.’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아, 최무원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표정으로 피아노 뚜껑을 쾅 하고 덮어버린다.
끔찍한 불협화음이 울리는 것과 함께 화면이 어두워진다.
금규리도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후 도로 밝아지는 화면.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형상을 한 손이 클로즈업되어 나온다.
다시 한도균의 것이다.
온라온이 나오는 분량은 끝났지만, 정주행을 멈출 생각은 들지 않았다.
* * *
– 유어컬러 스토리 어때?
– 유어컬러 배우들 연기 미쳤는데…
– ㅅㅍㅈㅇ 유어컬러 한도균 8화에서 왜
– 유어컬러 온라온 연기 왜 이렇게 잘함?
– 유어컬러 파트2 언제 공개되는지 아는 사람?
– 와 나선아 작가였구나 유어컬러
– 유어컬러 진범 누구 같아??
– 견하람이 아직도 아역 맡을 급인가 했는데 이건 할 만했네 대작이다
– 유어컬러 ost 누가 불렀어?
– 유어컬러 로맨스릴러라는데 무서워?
‘유어 컬러’ 파트 1이 공개된 이후 각종 연예 커뮤니티의 드라마 카테고리는 관련 글로 도배되었다.
– 아 무원이 ㅈㄴ 정신 나갈 것 같겠다
그러지 않았다면 [ 후회할 만한 기회가 대체 몇 개야……
┗ 엄마랑 싸우지 않았다면.. 문을 닫지 않았다면..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면.. 중간에 한 번이라도 나가봤다면….
┗ 아 이건 정신 나가도 인정이다
– 무원아ㅠㅠㅠㅠㅠ
– 온라온 연기 너무 잘하는데?
불효자+노싸가지+사회성결여 비호감 설정만 가득이라 정떨어져도 안 이상한데 온라온 연기가 어린 최무원을 안쓰럽게 만들었음 상처받은 길짐승이라는 표현이 딱인 것 같아 사실 얼굴도…
┗ ㅋㅋㅋ 맞아 남주들 얼굴 보면 조금 남아 있으려고 하던 아니꼬움도 싹 내려감
– 스포스포
최무원 엄마 일부러 최무원 방이랑 먼 쪽으로 범인 유인한 거 맞는 것 같지?
┗ 나도 보면서 이 생각했는데 맞는 것 같음ㅠㅠㅠㅠ
┗ 이 모자한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밝히고 파트1을 끝내든 말든 했어야지ㅠㅠㅠ
– ㅅㅍㅈㅇ
4화에서 온라온 눈동자 흔들리는 거랑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손 망가뜨리는 거 너무 소름돋았어… 진심 미쳤네 왜 이제까지 연기 안 시켰냐?
– 최무원 헤드셋 어디 건지 아는 사람 있어? 너무 예뻐서 찾아보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와ㅠㅠㅠ
┗ 팬들이 진작 찾아봤는데 단종됐대
┗ 하 장사할 생각 있으면 당장 재출시해라
드라마 자체를 비판할지언정 온라온의 연기 실력 자체를 깎아내리는 사람은 극소수의 악성 안티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드라마도 대박이 나고, 배우 온라온도 대박이 났다.
이미 웬만한 데선 섭외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높던 온라온의 몸값은 한계를 모르고 치솟았다.
“곽 실장님! 라온이 차기작 대본 계속 들어오는데 이러다 컴백 안 하고 연기 활동에만 집중한다고 하면 어쩌죠?”
“그럴 거였으면 진작 드라마랑 영화 합해서 다섯 편은 찍었겠지. 본인 말로 아직 주연은 부담스럽다니까 적당히 비중 있는 조연인 것만 모아둬 봐. 한동안은 투어 때문에 다른 데 한눈팔 여력도 없어.”
“알겠습니다! 광고랑 인터뷰는요?”
“그건… 나랑 수정 씨가 검토할게.”
야근을 예감한 곽상현이 머리가 얼얼해질 정도로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켰다.
“형, 저 연기 어떻대요?”
이 사태의 주인공이자 월드 투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스스로 멘탈 보호를 위해 모든 SNS를 단절한 온라온이 쑥 나타나 물었다.
이미 여러 지인으로부터 드라마 잘 봤다는 연락을 받긴 했지만, 대중의 솔직한 의견은 다를지 누가 아는가.
“너무 잘해버려서 걱정이다.”
“!”
“감독님한테 잘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나도 몰랐네. 데뷔작으로 이 정도 반응 얻기 쉽지 않은데… 고생 많았다. OST 반응도 좋아.”
온라온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가.
“잘돼도 너무 잘돼 버리는 바람에 앞으로도 쭉 바쁠 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라.”
도로 어두컴컴해졌다.
“어쨌든 이번 주부터 콘서트니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일단은 콘서트에만 집중해. 안 다치는 게 제일이다. 알지?”
“네!”
며칠 뒤.
오르카의 두 번째 콘서트이자 첫 월드 투어를 시작하는 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