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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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30화
‘다 털어 가라, 다 털어 가.’
무더운 초여름에 한참 줄 서서 기다린 끝에 콘서트 MD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친 금규리의 손에는 앙증맞은 디자인의 범고래 목베개와 콘서트 한정 응원봉 데코 파츠, 후드와 세트로 파는 포토 카드 등이 든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잔고는 가벼워졌지만, 후회는 없었다.
‘시드가 굿즈 하나는 진짜 예쁘게 뽑는단 말이지.’
공식 MD를 구매한 뒤에도 다른 에어리들이 나눠 주는 비공식 굿즈를 받으러 체조경기장 근처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입장할 시간이 다되었다.
열기를 내뿜는 인파를 뚫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금규리는 콘서트가 시작하길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인생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반추했다.
‘단지 귤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수십에서 수백 이상을 써서 팬 사인회를 가고, 비싼 핸드폰으로 온종일 틀어놓고, 콘서트도 오늘 오고 내일 오고 다음 주에 올 표까지 구해버렸다.
아무리 팬심이 지극하고 표 값이 합리적인 편이라고 해도 6일 내내 출석하는 건 무리였지만, 그중 반을 가니 절대 만만한 일정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곳에 모인 자신 같은 팬들 만 명으로부터 멤버들이 벌 돈이 얼마인지를 무심코 가늠해 버린 금규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만 현실 자각 타임은 이미 찾아온 뒤였다.
물론 시드 엔터나 오르카 멤버들이 팬들을 단순한 돈줄로 여기는 것처럼 행동한 적은 없지만, 그건 그거고 현타는 현타.
‘사랑이 뭐길래.’
다행히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지기 전에 공연장이 암전되고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가 깔렸다.
‘즐기기나 하자.’
앞쪽의 커다란 전광판에서 VCR이 재생됐다.
이번 콘서트의 큰 컨셉은, 다양한 장르를 표현했던 정규 1집과 결이 비슷했다.
첫 번째 테마가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공개되었다.
‘이거 정부군이랑 혁명군… 뭐 그런 컨셉인가? 우리 애들이 혁명군인 거고? 와, 미쳤다….’
사이렌 소리가 멎고 의미심장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에어리들을 긴장시켰다.
멤버들의 현상수배지가 하나씩 공개되며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에어리들이 든 응원봉만 사이렌처럼 빨간빛을 내며 점멸하는 가운데.
다급하게 탁탁 뛰어가는 발소리가 콘서트장 한쪽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몇 번의 총성.
그 순간.
펑!
말 같지도 않은 항복 권유를 걷어차듯 견성하가 무대 위로 훌쩍 튀어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방해꾼의 존재감을 단번에 지워 버리는 등장에 에어리들이 반사적으로 환호했다.
“꺄아아아아아악!”
무대 위 전광판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다른 멤버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적의 협박을 멈추게 하기 위해 앞서 뛰쳐나왔던 견성하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 뚜벅뚜벅 걸어갔다.
“미쳤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그녀를 괴롭히던 잡념을 수 분 만에 싹 떨쳐 버린 금규리가 입을 틀어막았다.
멤버들은 이번에도 콘서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제복을 입고 등장했지만, 지난번 공연 때의 그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석적으로 깔끔히 갖춰 입는 대신, 단지 적의 옷을 빼앗아 입은 것처럼 격식 없는 옷 위에 금장이 달린 검은색 제복 자켓만 아무렇게나 걸친 멤버들의 전신에서 억압을 벗어난 자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첫 번째 곡.
웅장하게 편곡된 ‘Action’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 Are you ready?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 편이라고 못을 박는 듯한 그 호기로운 물음에는 적의보다는 호의가, 경계보다는 믿음이, 두려움보다는 흥분이 녹아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악! 아아아아악! 꺄아아악!”
이 매력적인 안티 히어로들의 앞에서 만 명이 넘는 에어리들은 기꺼이 공범이 되었다.
Hey little runaway
네게는 편한 밤이 길었나
그에 화답하듯 전에 없이 장엄한 무대가 시작되었다.
순진하게 웃는 얼굴
그동안 좋았겠지
정자세로 꼿꼿이 선 멤버들이 탄탄한 발성으로 노래하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넌 알 필요가 있어
All things come to an end
이 밤도 이 아픔도
그것은 마치 군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알아 무서운 거
망설이는 손을 잡아
그런 네가 좋아
얌전한 예식은 이쯤에서 끝이라는 듯 손을 내민 강지우가 사르르 웃었다.
둥― 둥― 둥― 두웅―
개전을 알리는 북소리.
And now
동생들에게 구박받기 일쑤였던 헐렁한 형은 어디 가고, 자신 있게 웃는 얼굴 속 강직한 눈빛과 곧은 자세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을 두른 리더가 내밀었던 손을 꽉 움켜쥐었다.
Action
명확한 개전 신호와 함께 느려졌던 박자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 * *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힘들기로 유명한 오르카 타이틀 곡 중에서도 격하기로는 최고인 ‘Action’부터 신나는 수록곡들까지 쭉 달린 멤버들의 얼굴은 벌써 땀으로 흥건했다.
– On and on ORCA!
–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무대 중앙에 모인 멤버들이 꾸벅 인사했다.
– 오르카의 첫 월드 투어, ‘ORCA EFFECT: Move’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와아아아!
– 오늘 되게 덥죠.
“네에에…!”
– 이렇게 더운 데도 먼 길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진짜 감사합니다!
– 시작할 때 나왔던 VCR 엄청 멋있었죠. ‘Action’도 원래 버전보다 한 열 배쯤 멋있었던 것 같고.
“네에에에!”
– 오늘 더 멋있고 놀라운 게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오늘 많은 응원과 함성! 부탁드립니다!
“네에에에엑!”
“와아아아아아아아!”
– 그러면 저기 성하 씨부터 한 명씩 간단히 인사드리고 얘기를 마저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콜록, 저부터요?
– 좋습니다.
– 뭐가 좋아요?!
마시던 물이 기도로 넘어가 기침하느라 얼굴이 새빨개진 견성하가 항의했다.
– 이, 이거 일부러 나 먼저 시키는 거죠! 나 놀리려고!
뭘 준비했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에어리들이 궁금해하는 동안 놀리는 재미로는 오르카 1등인 견성하를 멤버들이 열심히 괴롭히고 있었다.
–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 성하 씨, 에어리들 계속 기다리게 할 거예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서 약을 올리는 온라온을 째려본 견성하가 겨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습… 관적으로… 끼 부리는… 오르카 성하입니다…….
“꺄아아악!”
“와아아아아…?”
견성하의 난데없는 자폭에 에어리들은 어리둥절해하고 멤버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 으하하하학!
– 푸하하하!
아예 뒤돌아서 현실을 외면한 견성하가 빠르게 해명했다.
– 아니, 이게 뭐냐면. 초기 VCR 컨셉이 지금보다는 가볍고 개그에 가까운 분위기였거든요. 그때 현상수배지에 들어가는 제 죄목이 그거여서. 이, 이거 제가 정한 거 아니에요. 끼 안 부려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아아아아아아.”
– 끼부려. 끼부려.
– 끼부려. 끼부려.
에어리들이 아쉬워하는 것을 본 나쁜 형과 동생이 작게 소곤거렸다.
그러니까, 마이크에 대고.
두 사람의 소망은 널리 널리 전파되어 이윽고 에어리들도 한목소리로 외쳤다.
“끼부려! 끼부려!”
잠시 뒤 에어리들의 성화에 못 이긴 척 다시 앞을 본 견성하가 뻔뻔함을 가장한 표정을 하고 콘서트를 위해 회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보란 듯이 쓸어 넘겼다.
천직이었다.
“꺄아아아아악!”
그러고 나서 모든 정신력을 소모한 견성하가 몇 마디를 더 한 뒤 물러나고 다른 멤버들도 한 명씩 자신을 소개하며 팬들과 교감했다.
– 안녕하세요. 너무 잘생긴 게 죄라면 무기징역인 오르카 막내 라온입니다!
–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것 같아서 어이없네요.
– 저 정도 되면 이런 말에 부끄러워하는 것도 또 다른 죄이기 때문에….
– 인정합니다.
– 안녕하세요. 상습 스포일러범 오르카 요한입니다.
– 와, 이 형은 진짜 나쁘다.
– 왜요? 스포해 줬잖아. 좋다며?
– 안녕하세요. 우리 애들 입맛을 고급으로 바꿔 아무거나 못 먹게 바꾼 오르카 리더이자 매니저이자 팬이자 요리사이자 맏형 지우입니다~!”
– 왜 얘만 좋은 거 시켜줘?
– 형도 받아먹었으면 조용히 해.
– 넌 무슨 뇌물 받은 것처럼 말하냐.
– 그냥… 유죄 인간 결입니다.
– 솔직히 인정.
– 형은 그냥 유죄예요.
두 번째 콘서트라고 에어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멤버들의 멘트를 받아주는 솜씨가 1년 전과 비교해 훅 늘어 있었다.
누군가 에어리들과 신나게 노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땀을 간단히 닦고 물을 들이켰다.
그렇게 첫 번째 멘트 타임이 빠르게 지나가고 짧은 휴식을 취한 멤버들은 다시 무대를 이어갈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