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6화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축하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반요한이 나를 포옹하며 띄운 ‘당신의 탈락을 바랍니다’ 어쩌고를 무시하게 될 만큼 정신이 없다.
서문결이나 서찬빈을 비롯한 연습생들이 내민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저쪽에 있던 징샤오가 한달음에 달려와 축하한다고 외치며 뒤에서 나를 찍어 누르듯 안았다.
[과격한 접촉으로 HP –5]“너, 너! 지금 나 암살하려고!”
“암살이 뭐야?”
“죽이려고!”
“이런 거로는 안 죽어.”
징샤오는 해맑게 지껄이며 자기 기쁨을 증명하겠다는 듯 팔에 힘을 주었다.
나는 HP가 또다시 감소했다는 불길한 알림음과 함께 내 뼈가 어긋나는 소리를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넌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스무 번만 포옹하면 나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밖에도 혜성 반 연습생을 포함한 녀석들과 다시 한참 안전하게 포옹하고 악수한 끝에 나는 겨우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무대 위에 먼저 올라가 있던 15위부터 19위까지의 연습생들과도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내가 서야 할 자리에 섰다.
제나가 웃음 지으며 말했다.
“라온 군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제일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내 사과에 제나가 약간 당황했다.
“아니, 아니. 죄송해하라고 꺼낸 말이 아니라 과연 인기 많은 친구구나, 해서.”
조금 전 벌어진 일 대부분이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비즈니스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제나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선뜻 웃으며 말했다.
“저도 평생 할 포옹을 방금 다 한 것 같습니다.”
“아직 나랑은 안 했는데?”
“네?”
제나는 장난스럽게 말한 것과는 달리 사뭇 다정하게 나를 안아주었다.
원래도 키가 큰 제나는 하이힐까지 신어서 나보다 눈높이가 한 뼘은 더 높았다.
그 때문인지 정말 믿음직한 어른에게 안기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혼란스러운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기도 했고.
“그럼 소감 들어보겠습니다.”
내 속을 아는 사람처럼 빙그레 웃은 제나가 말했다.
“우선… 제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면서 미리 생각해 온 말이 분명 더 있었는데, 방금 있던 여러 일들 때문에 반쯤 휘발됐다.
“살면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요.”
그냥 하는 말은 아니다.
게임 속으로 들어와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는 걸 상상해 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겠어.
나는 말을 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래서 더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높은 순위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 *
내가 14등 의자에 앉고 나서도 남은 자리의 주인이 모두 결정되기까지는 또다시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반요한은 11위, 서문결은 9위였다.
낮은 순위는 아니었지만 기대보다는 한참 못한 순위라 순위가 공개되는 순간 연습생들의 놀라움 내지는 의아함을 샀다.
자비 없이 사라진 두 사람의 분량을 생각하면 이해는 갔다.
모종의 방법으로 중복투표가 가능했던 해외투표도 막힌 데다가 초반에는 한 번에 10명을 투표할 수 있으니만큼 소위 말하는 대중픽의 영향이 크다.
대중픽이란 보통 프로그램에 큰 관심은 없지만 적당한 관심과 흥미로 투표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연히 카메라에 많이 잡히는 연습생일수록 득표율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순위가 분량이 나쁘지 않은 축에 속하는 나보다 높은 걸 보면 고유한 스타성은 어쨌든 존재하고, 꽤 유효한 것임이 분명하다.
1위 나윤재까지 모두 공개한 다음에는 마지막 생존자인 64위를 공개했다.
“…….”
마침내 기이한 피라미드 위의 생존자와 아래에 남은 탈락자가 명백하게 갈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선택받지 못한 연습생들은 유난히 작아 보였다.
탈락자 중에는 혜성 반이었던 연습생들도 많이 있었다.
안 우는 사람도 많았지만 우는 사람 또한 그만큼 많았고, 나는 그 모든 사람과 하나하나 인사하며 묘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원래 프로그래밍한 대로만 움직이는 납작한 로봇 청소기에도 정을 붙일 만큼 미련한 게 사람이고.
이 NPC들을 이제 못 본다고 아쉬움과 섭섭함을 느끼는 내가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떠나는 연습생들을 보는 내내 괜히 죄라도 지은 것처럼 거북하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합숙은 바로 내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내가 이 임시 숙소에서 지내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가 숙소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던 짐을 찾아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던 반요한이 넌지시 물었다.
“너 진짜 다시 안 들어올 거야?”
“사람이 염치가 있지. 누가 보면 내가 이 집 아들인 줄 알겠다.”
“거의 그랬지.”
“…….”
내가 생각해도 달리 할 말이 없다. 갈수록 너무 편하게 살아버렸지 뭔가. 눈치라도 좀 볼 걸 그랬나.
“숙소를 따로 알아보는 것 같지도 않던데.”
예리한 놈.
그래도 나는 두 번의 돌발적 홈스테이 끝에 이상한 자신감이 생긴 상태였다.
다음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집이 없다고 길바닥에서 자란 법은 없다 이거야.
……왠지 집이 없는 상황을 몹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은데.
약간의 자괴감에 내가 안면을 구길 때, 하마터면 깜빡할 뻔한 내 물건을 잘도 찾아와 건네던 강지우가 말했다.
“너 가면 여기도 엄청 조용해지겠네.”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아냐. 너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 진짜 조용했어.”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한데, 더더욱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대사다.
“진짜?”
“어. 결이는 원래 말수가 적고, 성하는 올해 들어서 갑자기 조용해지고, 맨날 나만 말했거든. 외로웠다….”
나는 옆에서 뒹굴뒹굴하는 반요한을 발끝으로 쿡 찌르며 물었다.
“요한 형은? 이 형도 시끄럽잖아.”
“얘 날이 갈수록 나를 너무 막 대하는데. 강지우, 어떻게 생각해.”
반요한의 이런 시답잖고 유치한 투정이야 강지우는 물론이고 나 또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터였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녀석을 무시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야 말하는 건데, 얘도 이번에 너랑 같이 처음으로 이 숙소 들어온 거다?”
그건 몰랐네.
“그럼 원래 셋이서 살았어?”
셋이 살기는 지나치게 넓지 않나. 아무리 복지가 좋은 회사라고 해도 그렇지. 낭비 수준이다.
“아니. 전에 말했잖아. 원래 일곱 명이 쓰던 숙소라고. 옮겨야 하는데, 아직 계약 기간이 안 끝나서 계속 사는 거지.”
그러고 보니 첫날에 그런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럼 최근에 들어왔다는 반요한을 제외하면, 나머지 넷은 어디로 간 걸까.
궁금증이 밖으로 드러나기라도 했는지 반요한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왜 우리 회사에 연습생이 네 명밖에 없는지 알아?”
뭐야. 그럭저럭 평범해 보였던 회사에 7대 불가사의라도 숨겨져 있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목소리….
등 뒤에 칼을 감쪽같이 숨기고 있는 반요한이 말해서 그런가.
어쩐지 게임 장르가 육성 게임에서 공포 게임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할 때.
눈앞에 퀘스트가 도착했다는 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 도착! [시드 엔터테인먼트의 사정>▶ 퀘스트 설명: 그간 시드 연습생들과 부대껴 살며 정이 들지는 않았나요? 그동안 지내본 바에 따르면 시드 엔터테인먼트는 참 호구, 아니, 좋은 회사입니다.
그러나 마음 놓고 고마워하기에는 이 회사에 이상한 점이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일견 수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호의에는 어떤 뒷사정이 존재할까요.
수련회의 마지막 밤처럼 모두가 한껏 진솔해지는 시간입니다.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는 캠프파이어는 없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연습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게임은 원래 이런 사소한 이야기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는 법이니까요.
▶ 퀘스트 발생 조건: 시드 연습생 4인의 호감도 평균 +50 이상
▶ 확정 보상: 시드 엔터테인먼트에 숨겨진 이야기, ???]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Y/N]
당장 내일 이 집을 나가는 외부인으로서 함부로 들으면 안 될 것 같은데, 궁금하다.
지금 안 들어 두면 나중에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젠장. 내가 이런 번외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물론 개스템은 언제나 그랬듯 내 의사를 딱히 고려하지 않았다.
이 망겜이 그럼 그렇지.
어쩐지 퀘스트 안내가 모처럼 친절한 말투다, 했다.
어쨌든 퀘스트가 자동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반요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대답은 퀘스트의 강제 수락으로 대체된 모양이었다.
“원래는 이보다 많았어. 여기서 살던 일곱 명 말고 데뷔조에 들지 못한 연습생들까지 포함하면 12명쯤 됐나.”
“그럼 다른 연습생들은 왜 없는데?”
대답한 것은 잠자코 있던 강지우였다.
“쫓겨났어.”
다른 누구도 아닌 강지우에게서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서늘하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그때, 자기 전에 게임 몇 판 같이하려고 나를 찾아온 게 분명한 견성하가 벌컥 문을 열었다가, 전에 없이 싸늘한 방 분위기를 뒤늦게 파악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시 나갈까 말까 눈치를 보던 견성하는 고개를 돌린 강지우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는데도 견성하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한쪽에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릎은 왜 꿇은 건데.’
가볍게 시작한 얘기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 알았나.
이쯤 되니 나 또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었다.
“쫓겨나다니?”
내 물음에 대화 주제를 대번에 파악했는지 견성하의 표정이 눈에 띄게 경직됐다.
거의 항상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있던 반요한마저도 지금은 웃음기 하나 없는 낯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럴 만하다. 데뷔조까지 들었는데 단체로 쫓겨날 일이 얼마나 있을까.
당장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심각한 일일 게 분명하다.
나처럼 사장한테 반항했나?
하지만 반가을이 연습생들을 부당하게 대할 만큼 부도덕하고 무정한 사람 같지는 않던데.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나.”
내게 날 세울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표정을 의도적으로 누그러뜨린 강지우가 말을 골랐다.
“작년에, 나는 요한이한테 권유받아 회사를 여기로 옮기고 곧바로 데뷔조에 들었어. 결이랑 성하는 이미 데뷔조에 있었고. 아마 플랜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지금쯤 데뷔했으려나. 지금 와서는 아무 의미 없는 가정이기는 해.”
“왜 무산된 건데?”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