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7화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강지우가 충격적인 말을 차분히 내뱉었다.
“다른 연습생들이, 결이를 오랫동안 따돌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거든.”
* * *
어떤 집단에서 남들보다 확연히 뛰어난 능력을 갖춘 개인을 질투하거나 시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단순히 취미가 아닐 때는 더 그렇다.
그리고 서문결은 그러한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에 일찍이 익숙해져 있었다.
본의 아니게 남들보다 잘나게 태어났는데 타고난 성격은 남들의 곱절로 만만했다는 뜻이다.
시드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서문결은 독보적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자잘한 험담이나 시비에 서문결이 딱히 맞대응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연습생들의 따돌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어? 이래도 괜찮나? 이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회사에 있던 강지우가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시드 엔터테인먼트의 첫 보이그룹 데뷔조가 막 확정되었을 때.
서문결을 향한 따돌림은 바야흐로 절정에 달해 있었다.
어느 날은 견성하가 지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참지 못하고, 제 일도 남 일 보듯 하는 서문결을 붙잡았다.
견성하는 당시 서문결의 월등한 실력에 순수하게 감탄해 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유일한 연습생이었다.
“형, 물건까지 훔쳐 가는 건 너무 심했어. 더 늦기 전에 말씀드리자. 대표님은 우리 얘기 들어주실 거야.”
“그러지 마. 애들도 힘들어서 그래.”
고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자신을 괴롭힘으로써 풀린다면 괜찮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되겠다.
이 대목에서 강지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시드 연습생들의 과거를 생생하게 지켜보던 온라온은 내적으로 뒷목을 움켜잡았다.
‘잘생긴 사람은 다 자기보다 남 먼저 생각하면서 호구 잡혀 사는 법칙이라도 있냐?’
지극히 편향적인 감상을 한 온라온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호구라는 단어조차 저 서문결에게는 무척이나 아깝게 느껴진 것이다.
‘저건… 생불이다, 생불. 살아 있는 보살!’
어디 물 맑고 공기 좋은 산속에서 한 삼십 년쯤 성심을 다해 도를 박박 닦고 오지 않은 이상에야 저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서문결이 그걸 해냈다.
단순히 자신을 향한 괴롭힘을 말끔히 무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수만도 못한 다른 연습생들의 인생까지 친히 염려하며 굽어살피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인성이 좋다는 말에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가장 정상이 아닌 건 서문결이었구나.’
멘탈이 저 정도로 강력한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온라온이 큰 깨달음을 얻은 사이 과거 회상 속 견성하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분명 서문결의 말은 틀렸다.
모든 사람이 자기 힘들다고 남을 그토록 악질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으므로.
견성하의 이성 또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서문결의 말을 따랐다.
원래 그 나이대 소년에게는 멋있어 보이는 형의 말 한마디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었다.
그 모든 일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우연히 연습생들의 대화를 들은 강지우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끝에 모든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반요한 왈, 강지우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살면서 처음 봤단다.
강지우는 연습생들이 서문결을 따돌린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 즉시 시드 엔터 대표 반가을을 찾아갔다.
자신의 말에 설득력을 더해줄 반요한(대표 조카)과 함께.
“대표님, 저 이런 애들이랑은 데뷔 못 합니다.”
얼마 전까지 외부인이었던 강지우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지하에서 그간 벌어져 온 악행을 알게 된 반가을 또한 대로했다.
서문결이 최대한 내색하지 않기도 했고.
연습생들 또한 영악하게도 자기들끼리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런 기미를 조금도 드러내지 않아 반가을과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반요한 왈, 화는 안 내던 사람이 내는 게 더 무섭다더라.
나도 이런 애들 데뷔 못 시킨다고 그 자리에서 못 박은 반가을은 문제가 된 연습생들을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며 싹 정리했다.
그러니까, 서문결과 견성하와 강지우를 제외한 모든 연습생을 말이다.
데뷔조고 뭐고, 반가을은 가차 없었다.
문제가 된 연습생들은 매일 입구에서 그들을 반겨주던 시드의 사훈,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말을 절절히 실감하며 쫓겨났다.
그 과정에서 데뷔가 무산된 것이야 당연한 일이었다.
올바른 일이었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습생들을 육성한 회사에도, 꿈에 그리던 데뷔를 앞둔 연습생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손해를 불러온 일이기도 했다.
“미안해. 너희한테는 정말 할 말이 없다. 나나 직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잘 살폈어야 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대표 나오라며 찾아오는 퇴출 연습생들의 부모를 상대하느라 지친 낯을 한 반가을은 남은 연습생들을 앞에 두고 이후의 일을 설명했다.
“원한다면 다른 회사와 책임지고 연결해 줄게. 정말 만약에 우리 회사에 남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물론 그래도 괜찮아. 회사에 준비된 연습생이 없으니 데뷔를 당장 시켜주기는 어렵겠지만, 다시 플랜을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볼 거야.”
그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 본 세 사람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전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른 회사로 흩어지며 놓치기에는 아쉬운 인연들이기 때문이었다.
큰 시련 하나를 함께 이겨낸 직후의 감정에 취해 부린 치기였을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캐스팅 전담 직원은 물론이요, 대표인 반가을이 본업까지 뒤로 밀어두며 직접 아이돌 연습생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에이전시 여러 군데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합이 맞을 만한 연습생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연습생들이 적지 않게 소모된 탓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개성이 강한 세 사람한테 묻히지 않을 만한 연습생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는 사이 맏형인 강지우는 어느덧 스물한 살이 되었고, 더 지체했다가는 아이돌로 데뷔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된다.
반가을의 주선으로 드라마 OST에 참여하거나 ‘은막의 가왕’ 같은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의 활동을 간간이 하기는 했으나 정작 데뷔를 못 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우야, 너 정말 여기에 계속 있어도 되겠어? 너 정도면 어느 회사에 가서든 데뷔조에 드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차라리 솔로로라도…….”
그걸 모르지 않을 강지우는 도리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괜찮아요. 저만 그러면 결이랑 성하는 어떡해요. 정 안 되면 돌아가서 부모님 일이나 돕죠.”
스무 살의 그는 서문결의 일을 알리기 위해 처음 대표실 문을 두드렸을 때도 같은 말을 속으로 되뇌어야 했다.
결국 반가을은 특단의 조치로 평소 사이가 안 좋던 뮤직박스의 픽하트3에 연습생들을 내보내기로 결단을 내렸다.
뮤직박스와는 사이가 틀어진 지 오래라 최종 데뷔까지는 힘들겠지만, 프로그램을 하며 쌓은 인지도는 강지우의 유예 기간을 얼마간 늘려줄 테니까.
강지우가 프로그램에 나간 사이에 정말 괜찮은 연습생을 바다 건너에서든 어디에서든 반드시 물어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래도 못 찾으면 세 연습생과 수준이 맞는 연습생을 찾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택해서라도 올해 안으로 무조건 데뷔를 시킬 예정이었다.
어쨌든 픽하트는 시드 연습생들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강지우가 첫 촬영을 앞두고 다리를 다쳤지 뭔가.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스로를 과하게 몰아친 것이 원인이었다.
과할 정도로 이타적인 강지우를 아니꼬워하던 반요한이 한심해했다.
“어휴, 덜떨어진 놈.”
“나도 아니까 좀 봐주라….”
시드에서 두 명을 채워 보내기로 약속이 된 이상 누구든 보내기는 해야겠는데.
사람 된 도리로 차마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에 들이밀었다가는 사락사락 고운 가루가 되어 돌아올 게 뻔한 견성하를 내보내지는 못하겠고.
때마침 강지우에게 문제 많은 회사를 소개해 준 것을 내심 미안해하던 반요한이 재미있어 보인다는 핑계를 대고 예정에 없던 휴학까지 해가며 픽하트에 나오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 * *
“그렇게 된 거야.”
“…….”
어쩌다 보니 시스템의 농간 내지는 도움으로 강지우가 말해준 것보다 더 많은 사실을 더 자세하고 선명하게 알게 된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무슨 이런 휴먼 다큐 같은 이야기를 예고편도 팝콘도 콜라도 없이 훅…….’
일단 이 세상 멘탈은 아닌 듯한 서문결 또한 어느샌가 방으로 들어와 있었다.
서문결은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새파랗게 질린 견성하 옆에 앉아 녀석의 등을 쓸어주고 있었다.
‘위로할 사람과 위로받을 사람이 서로 좀 바뀐 거 아니냐?’
저러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피해자였던 서문결 걱정이 하나도 안 된다. 이래도 되나.
몰라. 쟤들 이상해.
허우대는 멀쩡하게 잘생겨 놓고 정서적으로 어디 한 군데씩 심각하게 고장 난 녀석들만 모아둔 것 같다.
기가 막힐 정도로.
그리고 반요한 저 자식은 역시라고 해야 하나, 딱히 아이돌에 뜻이 없는 게 맞았다.
픽하트도 어차피 탈락할 걸 알아서 강지우를 대신해 나온 것뿐이었고.
그런데도 저런 재능이란 게 재수 없다.
어쨌든, 녀석은 내게는 성가신 여우 새끼일 뿐이지만 십년지기에게 지킬 의리는 나름 있는 놈인가 보다.
정작 강지우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요한이 냉큼 참가했다고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 와중에도 퀘스트는 완료되지 않았다.
아직도 뭐가 남았다는 건데….
때마침 이야기를 시작할 때보다 훨씬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강지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연습생 생활을 꽤 오래 한 편이고,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느라 이 바닥에 아는 사람이 꽤 많아. 그 덕분에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자주 듣는데.”
강지우가 어떤 이유에선지 돌연 말을 멈췄다.
“듣는데?”
“……그중에는 네 이야기도 있었어.”
“내 얘기?”
“그래.”
숨소리조차 자칫하면 요란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
살짝 고개를 끄덕인 강지우는 한층 조심스럽게 말을 더했다.
“네가 트루에 있을 때,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
“…….”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나는 숨을 잠시 멈췄다.
이제야 강지우가 이런 긴 이야기를 나에게 털어놓은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온라온’이 트루에서 겪은 일.
마땅한 배경 지식 없이 게임 속 세계에 내던져진 나지만, 이제 그것만은 치가 떨리도록 알고 있다.
오현진을 비롯한 트루 연습생들의 처참한 호감도 상태나, 그들의 태도, 이전에 트루 사옥에서 보았던 기분 나쁜 환영들이 가리키는 것은 명확했다.
‘온라온’도 서문결처럼 트루 연습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고, 그를 견디다 못해 그만두었다.
강지우나 반가을을 비롯한 시드 사람들이 특이한 거지, 보통 세상일은 다 그런 식이다.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떠안는 것.
내가 1차 경연에서 오현진만큼은 이겨야겠다고 다짐한 이유 또한 그것이었다.
원래 게임을 하는 목적 중 하나가 대리만족 아닌가.
내가 당사자는 아니지만, 엿 정도는 대신 먹여줄 수 있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