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5화
벚꽃을 비롯한 봄꽃이 하루마다 피고 지는 4월 한 달에 걸쳐 픽하트 3이 4회까지 방송되었다. 방송 분량은 멘토 곡 커버 평가까지였다.
하나 걸리는 점은, 4회가 방송되는 동안 서문결과 반요한의 분량이 이상할 정도로 없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소속사 이름을 따서 팬들에게 시즈(seeds)라고 불렸는데, 위튜브에 ‘픽하트3 시즈 cut(나노영혼까지 긁어모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조인수 PD에 대한 욕과 함께 올라올 지경이었다.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분량에 욕심내는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러나 PR 영상과 팬미팅 사진만으로 1주 차 방송 때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던 둘의 인기를 고려해 보면 분량이 이렇게까지 없는 것도 몹시 이상한 일이었다.
너무 잘나서 밸런스 조절하려고 그러나?
그런 것치고 징샤오나 나윤재 같은 녀석들은 분량 잘 주는데.
매주 숙소에서 본방송을 같이 챙겨보면서 두 사람 눈치를 살폈지만 의외랄지, 의외가 아니랄지.
반요한이든 서문결이든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이 자식들 전혀 너그러울 필요 없는 부분에서 너그러운 것이 과연 안하무인과 유유자적이었다.
다행히 그런 와중에도 아무 힘 없는 개인 연습생인 내 분량은 무난하게, 사실은 꽤 잘 나오고 있었다.
멘토 평가 때 최선을 다해 박자를 무시하고 춤춘 일, 혜성 반 애들이랑 하트 어택을 처음으로 연습할 때 다 같이 기합을 넣었던 일, 312호 녀석들이 나를 바닥으로 내쫓은 날 카메라에 대고 만행을 일러바친 일, 묵혜성에게 칭찬을 요구한 일 등등.
‘내가 봐도 제법 열심히 한 듯.’
비록 1차 경연 분량은 센터 선발 과정과 오현진에 대해 한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안 나왔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알아보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눈에 봐도 자기주장 강한 이목구비의 소유자인 반요한이나 서문결만큼은 아니어도 인터넷에 내가 알아채지 못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포함한 목격담이 종종 올라온다고 강지우에게 들었다.
“인터넷 보지 말라니까.”
“너희는 안 보니까 내가 대신 봐주는 거야.”
강지우는 은근히 고집이 셌다.
“야.”
그때 견성하가 연습실로 들어오며 앉아 있는 내 등을 무릎으로 툭 건드렸다.
“숙소 가서 콜?”
“콜.”
“얘들아, 게임 적당히 해라.”
“네엥.”
견성하는 방송이 시작된 이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유해진 편이었다.
매주 픽하트 방송을 보면서 ‘견성하가 당신을 보기보다 괜찮은 놈이라고 평합니다’ 같은 설명과 함께 호감도를 조금씩 올리더니 얼마 전 4회를 보면서 드디어 0을 찍었다.
그리고 지금은 게임 친구 수준까지는 친해진 상태였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여기서도 기어코 폰 게임 하나를 잡아 자기 전에 꼬박꼬박 하는 나를 본 강지우가 무심코 건넨 “그 게임 성하도 하는데”라는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견성하는….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 제일가는 유리멘탈이었다.
아니다. 유리한테도 미안하다.
견성하의 멘탈은 냄비 테두리에 톡 치면 쩍쩍 깨지는 계란처럼 연약했다.
같이 파티를 맺어 게임을 할 때도 좀만 상황이 안 좋아진다 싶으면 집중력이 맥없이 흐트러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드에서 연습생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 평가가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다섯 배는 예민했고, 며칠 전 있었던 월말 평가를 앞두고는 핏기없는 얼굴로 먹은 걸 죄다 게워내거나 넋이 나간 사람처럼 굴었다.
왜 시드에서 견성하를 두고 2개월 차 연습생 반요한을 내보낸 건지 내심 궁금했었는데, 그 의문이 견성하의 멘탈 상태를 안 순간 단번에 해결됐다.
‘이 자식 가서 절대 못 버텨.’
아마 남 앞에서 자기 입으로 인정할 일은 절대 없겠지만 견성하 본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잘 따르는 서문결과 같이 출연할 기회를 놓친 자기에게 화가 나서 더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거겠지.
물론 이 모든 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나는 그간 견성하가 내게 보인 적의를 적당히 없던 셈 치기로 했다.
어쨌든 얘는 아직 열아홉 살이고, 나는 어엿한 성인이 아니던가.
[이런 호구 새끼…. 지혜 +2]넌 욕하든지 스탯을 주든지 둘 중 하나만 해라.
[정말?]죄송.
* * *
방송이 진행될수록 픽하트3에 대한 반응은 열기를 띠었다.
연습생들은 제각각 화려한 외모로 눈길을 사로잡거나,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자신을 인정하게 하거나, 톡톡 튀는 입담으로 웃음을 주거나 하며 시청자의 표를 모았다.
작은 매력도, 그보다 작은 흠결도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가치 앞에서 극단적으로 부풀려졌다.
도중에 부적절한 과거가 드러난 연습생 2명이 하차하거나, 중복투표와 부실한 서버 문제로 앱을 통한 해외투표가 중단되는 등의 잡음이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 온라온 갭차이 미쳐ㅠㅠㅠ
┗ ㅇㅈ 온 평소에는 확신의 강아지상이라 순둥 그 자첸데 톡식 때 반전 미쳤음
– 멘토들 애 아끼는 거 잘 보여ㅋㅋㅋㅋ
┗ 챙겨주고 싶게 생겼음
┗ 솔직히 배우려고 제일 못하는 반 자진해서 들어감+다른 애들 챙기면서 빡세게 연습+다른 멘토도 아닌 묵혜성한테 그렇게 말할 정도의 깡인데 예뻐할 만하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독한 듯
┗ 올려치기 심하네. 혜성반 들어간 건 그냥 클빠라서 그런 것 같은데
┗ 그럼 묵혜성한테 피드백 요구한 게 더 대단한 거지. 까딱했다간 밉보일 텐데. 일단 난 못 할 듯
– 교수님 제 목표 학점은 치킨입니다.
┗ ???: 파이팅하게
– 피디픽 가능성 있음? 이번에는 맘 편하게 보고 싶은데
┗ 그걸 누가 아냐ㅋㅋㅋ 그리고 맘 편하고 싶은데 이 판에 왜 들어옴
┗ ㄹㅇ
매 시즌 그랬듯, 불공평한 분량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 상위권 애들 분량 제정신 아님 지금
┗ 몇몇 분량 몰아주는 거 ㅈㄴ 티남
– 서문결이랑 반요한 분량 내놔 미친놈들아
┗ 포기해 뮤박이랑 시드 사이 안 좋자너
┗ 왜??
┗ 뮤박이 스코1 우승한 권겨울 수익 착취하다가 팬들한테 걸려서 팽했는데 시드가 얘네한테 밉보일까 봐 아무도 안 데려가던 권겨울 품고 지금 훨배 잘 됐으니까. 참고로 스코연출=픽하트연출=ㅈㅇㅅ
┗ ㅁㅊ 개노답이네
* * *
마침내 이날이 왔다.
처음으로 탈락하는 연습생이 생기는 날.
“저번에 방송에서 너희 몇 위였지?”
큰일을 앞두고 아침부터 거하게 한 상 차리려다 반요한에게 까인 강지우가 비장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9위, 결이가 7위, 라온이가 11위.”
반요한이 순순히 답했다.
시드 연습생들은 처음부터, 나는 3회부터 분량이 사라져 순위는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아마 오늘은 더 떨어져 있지 않을까.
그래도 저 둘은 정말 그런 분량으로 저런 순위인 게 신기하고 대단하다.
“그래도 너희 다 이번에 떨어질 걱정은 없겠네.”
그동안 꼬박꼬박 우리 셋을 투표해온 강지우는 자기가 더 뿌듯한 표정으로 기뻐했다.
잘 다녀오라는 강지우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맨 처음 촬영했던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 분위기는 첫 촬영 때만큼이나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섣부르게 말을 꺼내는 연습생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동안 방송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분명하게 확인했을 것이다.
매주 공개되는 순위는 전주 방송 분량이나 편집 방향에 따라 요동쳤다.
중하위권 밑으로는 특히 변동이 심했다. 확고한 상위권을 제외한 연습생들은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의자가 피라미드 모양으로 배치된 세트장은 오랜만에 봐도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지난번과 다른 점은, 의자의 수였다.
전체 연습생의 수만큼 꼬박 100개가 놓여 있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그보다 36개나 적은 64개의 의자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복 스타일의 단체 의상을 차려입은 연습생들은 피라미드 밑, 제작진이 지정한 자리에 앉았다.
“벌써 이날이 왔네요.”
단상을 앞에 둔 제나는 그렇게 말하며 언뜻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연습생들은 따로 지시가 없어도 아쉬워하는 소리를 내었다.
짤막한 서론이 지나고, 63위부터 발표가 시작됐다.
나는 조금 멍한 기분으로 이름을 불린 연습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받치는 감정으로 엉망이 된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거나, 있는 대로 신이 나서 ‘폴짝폴짝’이라는 의태어가 잘 어울리는 몸놀림으로 무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60위… 58위… 53위…….
떨려 죽을 것 같다며 오른쪽에 앉은 내 손과 왼쪽에 앉은 윤명수의 손을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꽉 붙잡은 김준우가 떠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48위… 42위… 39위…….
33번째로 이름을 불리고 놀란 눈을 한 나가세 리츠가 자기 친구들과 얼싸안고 기뻐하다가 연습생 사이를 빠져나가며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습관처럼 내 오른손을 내밀어 가볍게 맞부딪혔다.
앞에 나간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와 반요한에게 고맙다고 했다.
어느 정도 순위가 높아지자,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뒤편에서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세 리츠의 눈물과는 온도도 의미도 달랐을 것이다.
30위… 26위… 21위…….
아, 도무지 못 견디겠다.
이건 게임이어야 한다는 내 인식과 지나치게 뜨거운 현실감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그런 생각을 할 때쯤에 이름을 불린 김준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대뜸 나를 포옹했다.
아마 윤명수가 먼저 불려 나가지 않았더라면 그 녀석을 끌어안았겠지?
겨우 풀려나 피가 통하기 시작한 내 손은 김준우의 손만큼이나 땀으로 흥건했다.
옆에 앉은 반요한의 바지에 쓱 문질러 닦자 녀석이 눈으로 욕했다. 끝나면 한 대 치겠군.
“이번 연습생은 멘토 곡 커버 평가에서 ‘TOXIC’을 멋지게 커버한 연습생입니다.”
주변에서 내 이름이 저저번 방송 때 나왔던 순위와 함께 속삭임에 가까운 말소리로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 몇 위 발표하는 거지?’
주위 자리들이 꽤 많이 비어 있었다.
“꾸준하게 노력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연습생인데요. 같은 연습생 사이에서도, 멘토 사이에서도 참 많이 예쁨을 받는 연습생이기도 하죠.”
‘나는 아니겠구나.’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가.
‘왜 아니라고 생각해?’
온하제였다면 잠시라도 하지 않았을 생각이 반발적으로 생겨났을 때.
“축하합니다. 14위, 온라온 연습생.”
제나가 내 이름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