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4화
“멀쩡하네.”
이튿날 나는 언제 아팠냐는 듯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빌어먹을 상태이상.
나는 결심했다.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겠어.”
“너 그런 일로 되게 비장해 보인다.”
반요한이 나를 비웃었다.
“…….”
운동 열심히 해서 강해져야지.
강해져서 꼭 저 자식을 거꾸로 매달 거야.
그리고 저 잘난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갈 만큼 흔들어 버려야지.
“회사 체력단련실 시설 괜찮으니까 거기서 해. 나도 오랜만에 움직이는 거라, 같이하자.”
어느새 깁스를 푼 강지우가 선뜻 말했다. 아마 우리가 경연했던 날에 풀었던 것 같다.
“그리고 너희 셋 다 경연 반응 장난 아니더라. 봤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형, 그런 거 검색하지 마. 다 그런 건 아닌데, 세상에 머리 이상한 사람도 많다.”
현실에서 비슷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애청하며 겪은 게 많은 내 말에 강지우는 번쩍 들어 보였던 핸드폰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소파에서 영어 회화 교재를 들여다보던 견성하 또한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저 녀석들… 봤군.
강지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몇몇 글 보면서 진짜 우리 회사에서 둘이 나가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왜?”
씩 웃은 강지우가 서문결과 반요한을 차례로 가리키며 말했다.
“하나는 유유자적, 다른 하나는 안하무인. 멘탈 걱정은 평생 할 필요 없는 최강 조합.”
말이 끝나자마자 반요한이 쿠션을 냅다 던졌다. 예상했다는 듯 그것을 여유롭게 잡아챈 강지우가 하하 웃었다.
“저 봐.”
그 와중에 서문결은 자기 얘기가 들리든 말든, 한 손으로 악력기를 쥐었다 폈다 하며 다른 한 손으로 종이에 가사 같은 것을 적고 있었다.
강지우의 놀라운 통찰력에 나는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 * *
1차 경연 이후로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은데, 다음 합숙 때까지는 아직도 한 달 정도가 더 남아 있었다.
그사이 연습생 100명이 단체로 야구장에 가서 ‘Heart attack’을 추는 일정이 있었다.
또 상암에 있는 방송국에 가서 픽하트3 연습생 중 누가 제일 친구가 많아 보이는지를 가리는 ‘Pick your FRIEND!’ 촬영도 하고 왔다.
소위 말하는 ‘인싸’ 투표라고 봐도 좋았는데.
“제가 왜 1등이에요?”
“방송에서 봐요.”
어처구니없게도 99명의 연습생을 제치고 내가 1등으로 뽑혔단다.
이해할 수 없다.
그 밖의 시간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연습하며 스탯을 올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정새봄의 짝사랑 상대를 시드에서 마주쳤다.
복도에서 보자마자 ‘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들었다.
“안녕하세요.”
재능 기부까지 하면서 시드에 얼굴도장을 찍는 정새봄이 단번에 이해되는, 사람을 홀리는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는 여자였다.
백설 공주가 마녀가 된다면 꼭 이런 분위기일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풀어 내린 흑발과 차갑고 도회적인 낯이 어우러져 여자를 대단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했다.
묵 씨였다면 묵혜성과 남매지간인 줄 알았을 것이다.
[권겨울]이름이 예쁘고.
“안녕.”
목소리는 더 그렇다.
권겨울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실제로는 1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으나, 체감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긴 만남이었다.
뭐 하는 사람인가, 알아보니.
권겨울은 발라드 가수였다. 그것도 믿고 듣는 실력파.
아직 데뷔시킨 아이돌이 한 팀도 없는 시드는 연차가 어느 정도 있는 몇몇 중견 가수 위주로 돌아가는 소규모 회사였는데 현시점에서 권겨울은 시드의 간판스타나 다름없었다.
최근에는 권겨울이 시드를 거의 먹여 살린다고 봐도 좋을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한 번도 얼굴을 못 봤나 보다. 스케줄 다니느라 바빠서.
‘근데 오늘 새봄 형 안 오는 날인데.’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불쌍한지고.
* * *
시드의 방침은 시킬 건 시키고 평가할 건 평가하되, 그 안에서는 연습생이 자율적으로 조절하게 두는 것이다.
체계적이고 다양한 트레이닝을 제공하기 어려운 중소 기획사라는 환경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 나태한 연습생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분위기는 진작에 답도 없이 엉망이 되었을 테지만.
시드에는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자기 할 일을 두고 게으름을 피우는 연습생은 지하에 남아 있지 않아 트레이닝은 착실히 이루어졌다.
그래서 온라온을 포함한 시드 연습생들은 상급자에게 특별히 허락을 구할 것 없이 강지우의 주도하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연습실을 나설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한 연습생들은 약속한 것처럼 TV가 있는 거실에 모였다.
“빨리 보자. 몇 번이지?”
“17번.”
“시작했어?”
“아니. 광고. 시작하려면 한참 걸릴 듯.”
“그럼 나 씻고 온다.”
오늘은 픽하트3 첫 방송 날이다.
지난 상암 팬미팅 이후로 이번 시즌 연습생들의 수준이 괜찮다는 말이 꾸준히 나온 데다가, 1차 경연이 꽤 볼만했다는 말이 퍼지며 픽하트3에 대한 관심은 방송 날까지 점점 높아졌다.
광고가 한참 지나가고, 드디어 방송이 시작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방송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아련하게 시작하네요..
– 애들 데리고 감성팔이 해야죠ㅋ
– 제나덕인 저는 울언니 말하는 것만 봐도 행복합니다
안무 연습을 하느라 땀에 젖은 시드 연습생들은 그사이 차례로 욕실에 들어가 간단히 씻고 나왔다.
다섯 명이 하나뿐인 욕실을 돌려쓰며 모두 뽀송뽀송해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방송이 진행됐다.
먼저 스튜디오 입장 및 자리 고르기.
저 과정에서 자신이 벌인 일을 오래간만에 떠올린 온라온은 조용히 물만 들이켰다.
처음에는 꽤 집중해서 보나 싶던 견성하는 아는 얼굴이 영 안 나오자 흥미가 사라졌는지 엎드려서 연습생 일지를 쓰고 있었다.
“데뷔한 사람들 많이 나왔네….”
자리에 앉은 연습생들의 면면을 보던 강지우가 중얼거렸다.
온라온이 지나가는 장면 속에서 중간쯤 되는 자리에 앉은 반요한과 서문결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형들 저기 있는데? 언제 앉았지.”
“편집됐나 보네. 뭐 어때?”
“이 형이 분량 소중한 줄 모르고….”
“지금 거의 다 나온 거 아냐? 라온이도 이미 나왔나?”
“아니. 금방 나올걸.”
반요한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일지를 금세 다 쓴 견성하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시 방송을 봤다.
그리고 몇 분 뒤, 강지우와 반요한이 숨이 넘어갈 듯 웃기 시작했다. 견성하도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화면 속에서 온라온이 입장 전 대기하는 곳에서 까탈레나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도 스마트폰 키패드로 ‘ㅋㅋㅋ’를 치기 바빴다.
– 저 춤 뭔지 설명해 줄 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얘 아련남 맞죠? 반전이네
“아니. 뭘 저런 것까지 내보내고 난리…….”
“라온아, 분량을 소중하게 여겨, 풉, 야지.”
“그냥 시원하게 웃어라….”
“푸하하하하!”
강지우와 반요한은 화면 속 온라온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웃었다.
얼마나 웃어댔는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손끝으로 훔친 반요한이 즐겁다는 듯 말했다.
“어흐…. 야, 이거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그 뒤가 더 가관이야.”
“진짜?”
“진짜.”
확신에 찬 답변에 강지우는 웃었고 온라온은 반박하지 못하고 소파 깊숙하게 찌그러졌다.
“예상 등수 100등이 뭐냐. 패기 없게.”
‘온라온 – 예상 등수: 100등’을 본 견성하가 괜히 시비를 걸었다.
“성하야.”
서문결이 경고하듯 견성하를 불렀다.
한집에서 지내기 시작한 지도 꽤 지났는데도 견성하의 저런 날 선 태도 탓에 둘은 영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쪽을 흘긋 본 온라온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걸 썼을 게 아마 트루를 막 나왔을 때쯤인가? 자신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뭐라도 해보자 하고 나갔던 것 같은데…….”
“……미안.”
“그때 참 힘들었는데…….”
“미안하다고!”
화면 속 온라온이 90위권 자리로 가다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서 1등 의자 쪽으로 향할 때쯤, 온라온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견성하의 사과를 받아줬다.
“오, 1등?”
“저거 촬영할 때는 패기가 좀 돌아왔을 때.”
“미안하다니까?”
괜스레 찔렸는지 견성하가 뭐에 찔린 것처럼 반응했다.
온라온이 웃으며 대꾸했다.
“사과받으려고 한 말 아닌데.”
“…….”
‘쟤네도 친해지면 매일 싸우겠네.’
인생에 두 명 있으면 큰일 날 친구를 옆에 둔 강지우가 태평하게 생각했다.
[오현진: 안녕하세요.] [온라온: 안녕하세요.] [오현진: 남자답게 팔씨름 한판 어떠세요.]“팔씨름이면 무조건 졌겠…….”
강지우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몹시 슬픈 배경 음악이 깔리며 그만큼 슬픈 표정을 한 온라온의 얼굴이 화면 가득 보였기 때문이다.
화면 속 온라온은 소매를 걷어 지금보다도 더 앙상한 팔을 팔씨름을 권한 오현진에게 내밀고 있었다.
“대체 저걸 왜 내민 거야?”
“보고 죄책감을 좀 느끼라고.”
해탈한 온라온의 답변에 강지우와 반요한이 다시금 기절할 것처럼 웃었다.
견성하 역시 쿠션에 얼굴을 묻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며 감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서문결마저도 간간이 입꼬리를 움찔거렸다.
– 잔잔하게 깔리는 인생극장 비지엠 진짜 미친 것 같아욬ㅋㅋㅋㅋ
– 온라온 저런 이미지였냐곸ㅋㅋㅋㅋㅋㅋ
– 이건 측은지심 가진 사람이면 무시 못 하죠 ㅋㅋㅋ
화면 속 연습생들의 반응이 화룡점정이었다.
[아… 어떡해….] [저분 보고 있으면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냐….] [짠해. 그냥 짠해.]아니, 이게 저렇게까지 불쌍해 보일 일인가?
편집 정말 끝내주게 잘하셨네요.
온라온이 투덜거렸다.
이제 겨우 화면 속 온라온이 1등 의자에 앉았지만, 벌인 짓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 온라온은 찬물만 벌컥벌컥 들이켤 뿐이었다.